퀵바

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486,711
추천수 :
10,521
글자수 :
411,046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18 20:20
조회
10,209
추천
203
글자
13쪽

도시 순회 2

DUMMY

멜리사는 베르너 령의 전투 마법사였기에 아주 넓은 저택을 제공받아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원예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집은 정원으로 꾸며졌다.

그리고 지금 그곳은 농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다.


“진행이 상당히 빠르군.”

“누구의 명령인데 소홀히 하겠어요?”


멜리사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향수 사업의 시작을 보러 온 아이젠은 속으로 내심 깜짝 놀랐다.


‘생각 이상인 걸?’


아직 시작 단계였음에도 아이젠의 예상보다 진척이 빨랐다.

그녀는 원예를 했지만 정원사를 고용하진 않았었다.

스스로 정원을 가꾸는데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수 사업을 준비하란 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사람을 고용했다.

정원사들은 정원을 꾸미는게 아니라 꽃 농장을 만든다는 말에 다소 당황했지만 멜리사가 제시한 압도적인 임금 앞에 굴복했다.

대부분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꽃을 1년 내내 기를 수 있다는 게 정말인가?”

“북부가 척박한 건 날씨 때문이지 땅은 아주 강력한 지력을 갖고 있어요. 제 마법과 결합하면 곡창 지대 같은 생산력을 보일 수 있죠.”


심지어 멜리사는 자신의 장기인 불마법을 응용해 농장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었다.

흡사 온실을 만든 것 같았다.

아니, 최적의 온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었기에 온실보다 뛰어났다.


“마법사는 이런 것도 가능하군요.”


로이스가 기사의 체면도 잊고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멜리사가 보여준 마법은 그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이 척박한 북부에서 1년 내내 농사가 가능하다니.

다만 로이스의 말을 들은 멜리사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마법사가 아니라 소서러라서 가능한 거죠. 정확히 표현해 주시면 고맙겠어요.”

“...실례했습니다.”


로이스는 곧바로 사과했다.

과연 소서러들은 자존심의 결정체라더니 호칭 하나하나에 민감했다.


“그대의 저택인데 이런 식으로 개조하게 해서 미안하군.”

“별 말씀을요. 제가 좋아서 한 일이에요. 그보다 약속은 지키시는 거겠죠?”


멜리사는 욕망에 타오르는 눈으로 아이젠을 응시했다.

아이젠은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알기 쉬운 여자군.


“물론이지. 수익금은 섭섭하지 않게 나눠 주지.”

“그것 말고 다른 것도요.”

“아, 브랜드 이름은 당연히 멜리사로 할 예정이고.”

“아주 좋네요.”


멜리사는 자신의 명성이 널리 퍼지길 바랬고 향수 사업은 멜리사에게 돈과 명성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는 사업이었다.


‘소서러들 사이에서도 이제 나를 무시할 순 없겠지.’


멜리사는 다른 소서러들에 비해 객관적으로 이름값이 작은 편이었다.

그건 바로 그녀가 북부에서 활동하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소서러들은 북부보단 수도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남부 전선에서 활약했다.

자연스럽게 사교계에서 유명한 건 남부 전선에서 활약하는 소서러들이었다.

심지어 멜리사는 드래곤 캐슬이 아닌 베르너 령의 전투 마법사였기 때문에 더욱 명성을 떨치기 어려웠다.


‘이 사업만 성공하면...!’


만약 향수 사업만 성공하면 멜리사는 다방면으로 명성을 날릴 수 있었다.

성공한 소서러 사업가!

이는 소서러로서 입지적인 인물이 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향수 생산 설비도 곧 갖추게 될 거예요. 향수 배합, 향수병 제작, 포장까지 상인이나 공방들과 협상 중이거든요.”


덕분에 그녀는 이 향수 제작의 모든 과정을 전두지휘하며 열정적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었다.

평시에 그녀가 맡은 일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일한 불안이라면 이 사업이 과연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였다.

생산이나 품질은 자신 있었지만 사업의 성공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게.”


멜리사는 얼굴에 티를 내지 않았음에도 아이젠은 그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다 안다는 식으로 말했다.


“다 방법이 있으니까.”


멜리사는 아이젠의 말을 듣고 묘한 신뢰감을 느꼈다.


‘믿는 구석이 있겠지.’


엄밀히 말하면 멜리사는 출자한 것이 없었다.

즉, 이 사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를 지고 있는 것은 아이젠이었다.

물론 멜리사 역시 자신의 체면이 걸려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사업 성공 유무에 가장 민감한 것은 아이젠이었다.

그렇다면 멜리사가 굳이 나서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자신감 넘치는 소서러의 자세가 아니었다.

멜리사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남작님만 믿겠어요.”


* * *


“저... 영주님도 마차에 들어오시는 게 어떠신가요?”


드디어 도시 순회를 시작한 아이젠은 마차가 아닌 말을 타고 있었다.

도시 순회에 나선 인원 역시 많지 않았다.

아이젠, 로이스, 고드프리, 트리스, 단 네 사람이 전부였다.

아, 한 사람 더, 마부까지.


“내 방문은 깜짝 방문일세. 마차를 타고 들어가면 내가 영주란 걸 짐작하지 않겠나?”

“그래도 아직 아티나까진 멀었는 걸요?”

“멀리 있더라도 방심은 금물이지.”


아이젠, 로이스, 고드프리 세 사람은 말을 타고 나란히 가고 있었고 트리스는 마차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영주가 말을 타고 있는데 자신이 마차에 타고 있는 것이 못내 껄끄러웠다.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자네가 말을 못타는 건 자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철야 작업으로 고생도 많이 하지 않았나? 잠이라도 푹 자게.”

“그래도...”

“거기에 그 많은 탐지 스크롤들 사이로 내가 어떻게 비집고 들어가겠나?”


트리스가 타고 있는 마차 안엔 마법부에서 제작한 탐지 스크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트리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트리스는 스크롤들을 이불삼고 눈을 감았다.

곧 수마가 그녀에게 몰려 들었다.

그녀가 마차의 창문을 닫은 걸 확인한 아이젠은 곧바로 고드프리 경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동 중이었으나 영지 사정을 묻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사실 이동 중일 때만큼 영지 사정을 묻기 좋은 시기가 없었다.


“아티나가 베르너 령의 가장 큰 도시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강과 바다가 같이 있어 외국 상인들도 많이 오고 내륙 상인들도 뱃길을 통해 수도까지 왔다갔다합니다.”

“다른 특징은?”

“높은 산들이 많아 던전이 많이 있습니다. 덕분에 실력 좋은 용병들이나 모험가들이 베르너를 거점으로 많이 활동하죠.”

“용병?”

“그렇습니다.”

“흥미롭군. 용병이라니.”

고드프리는 아이젠이 용병에 흥미를 보이는 이유를 금방 눈치챘다.


“만약 병력 문제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시면 그들을 고용하는 것도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돈은 많이 들겠지만 말입니다.”


아티나에 용병이 많다는 건 희소식이다.

어중이떠중이들도 고기 방패로 쓸 수 있었고 실력 좋은 베테랑들은 징집병들보다 훨씬 쓸모가 있었다.

물론 그들은 돈 먹는 하마였고 규율을 어길 확률도 있었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쓸만큼 실력 좋은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귀담아들을 소식도 있었다.


“아티나가 용병들에게 예산을 꽤 쓰겠군?”

“그치만 그 용병들이 또 도시에서 쓰는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좋아, 나쁘지 않아.”


들을수록 아티나는 베르너 령의 핵심 도시일 수밖에 없었다.

상인들이 오고가는 상업의 요충지였고 또 모험가나 용병들 역시 자주 드나드는 도시였으니까.

돈이 안 모일래야 안 모일 수 없는 장소였다.


“시장이 횡령한 돈이 만만치 않겠어.”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런 도시의 시장이라면 어마어마한 권력을 휘두르고 또 어마어마한 재산을 축적했을 것이다.

도시가 이렇게 부유한데도 귀족이 신경도 쓰지 않는 구조였으니 시장은 아마 대귀족처럼 살고 있을 것이다.


‘대공은 그래도 이런 상태가 낫다고 여긴 거겠지.’


현재 북부 대공의 입지는 공고해 보였으나 그녀 이전 대의 북부 대공이 어땠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역대 북부 대공들은 중요한 전선인데다 입지까지 좋은 베르너 령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곧 권력이 흩어진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그럼에도 크리스티나 팬드래건은 내게 베르너 령을 줬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북부 대공은 드래곤 캐슬 관리만으로도 벅차다.

두 번째, 북부의 정세에 변화를 주고 싶다.


‘혹은 둘 다.’


아이젠은 주술 부족이 쳐들어왔을 때 위저드들의 마법 폭격이 막혔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


‘인디그네이션은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있는 마법이 아니야.’


아이젠은 남부에서도 인디그네이션을 본 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하늘의 징벌과도 같은 대마법.


‘그런 마법이 막혔다.’


그 사실은 주술 부족의 주술사들이 그만큼 뛰어난 존재라는 걸 의미했다.

이번에 주술 부족의 세가 크게 줄어 들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 없는 적.

북부 대공은 드래곤 캐슬에서 잠시라도 비울 여력이 없을 것이다.


‘그러던 중 마침 내가 그녀 마음에 들 정도의 능력을 보인 거겠지.’


북부에서 가장 예민한 지역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능력있는 사람.


‘내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것도 그녀 마음에 들었을 거고.’


아이젠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만큼 그녀가 부리기 쉬운 사람도 없었다.

아이젠은 위치상 반란을 획책하거나 그녀를 적대하기란 불가능했다.

또 중앙에선 사형 선고를 받았던 죄인이기 때문에 아이젠이 중앙과 내통할 염려도 없었다.


‘고삐까지 확실히 손에 쥐었고 말이야.’


북부 대공은 아이젠에게 베르너 령을 영지로 내려줬지만 동시에 베르너 권역에 있는 영주들을 봉신으로 내어주진 않았다.

그렇기에 아이젠 입장에선 북부 대공만이 유일한 끈이었고 그녀를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복잡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지.’


아이젠은 일단 북부의 정치적 상황에 관심을 끄기로 했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당장 급한 건 베르너 령의 장악이었다.


“시장은 어떤 사람인가?”

“제가 만나본 바로는 적당히 유능한 사람입니다.”

“적당히 유능한 사람?”

“예, 적당히 탐욕스럽고, 적당히 유능하고, 또 적당히 아랫사람을 잘 부리는 사람이죠.”

“만능이란 소리로 들리는군.”

“능력이 없다면 아티나 같은 도시를 다스릴 순 없으니까요.”

“적당히 해먹었으면 계속 기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안 그런가?”

“적당히 심약한 사람일 테니 경고를 하면 횡령 같은 건 더 이상 못할 겁니다.”


당장 아티나를 포함한 도시들에 아이젠이 믿고 시장직을 맡길 사람은 없었다.

만약 그들이 잔혹한 폭정을 펼쳤다거나 횡령액이 심하다면 갈아치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당한 비리는 눈감아주는 것이 좋았다.

당장 급한 건 세수 확보이지 아이젠의 사람으로 인사를 채우는 게 아니었으니까.

아직은 자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비리를 저질렀어도 용서한단 말입니까?”


로이스는 아이젠과 고드프리의 말을 가만히 듣다 깜짝 놀란듯 물었다.

고드프리는 그런 로이스를 보고 인자한 모습을 보였다.

능력있고 고지식한 후배는 언제나 마음이 가는 법이다.


“자네도 경험을 쌓으면 타협과 정치라는 걸 배우게 될 걸세.”

“그게 기사에게 필요합니까?”

“원칙을 지키는 것이 기사의 본분이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킬 수 없는 것이 있다네. 때론 더 중요한 걸 위해 유연한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지.”


로이스는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으나 차마 노기사인 고드프리에게 따지고 들진 못했다.

연륜이 깊은 까마득한 선배에게 말대꾸를 할 순 없었다.

그러는 사이 저 멀리 커다란 도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기가 아티나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아인 연합 4 +2 24.06.09 5,590 136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5,684 119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5,814 126 13쪽
35 아인 연합 1 +2 24.06.06 6,089 138 14쪽
34 출진 +6 24.06.05 6,179 148 14쪽
33 향수 +3 24.06.04 6,317 141 15쪽
32 엘프 수호자 +2 24.06.03 6,539 140 13쪽
31 했던 말 주워담기 +2 24.06.02 6,654 152 17쪽
30 암살자 +3 24.06.01 6,786 148 16쪽
29 암살 모의 +3 24.05.31 7,249 151 16쪽
28 데스 나이트 +2 24.05.30 7,550 175 13쪽
27 상징 +11 24.05.29 7,617 171 15쪽
26 귀환 +5 24.05.28 8,052 166 14쪽
25 흑마법사 토벌전 6 +5 24.05.27 7,947 175 15쪽
24 흑마법사 토벌전 5 +10 24.05.26 7,766 180 14쪽
23 흑마법사 토벌전 4 +4 24.05.25 7,929 170 14쪽
22 흑마법사 토벌전 3 +4 24.05.24 7,831 173 12쪽
21 흑마법사 토벌전 2 +4 24.05.23 8,033 172 14쪽
20 흑마법사 토벌전 +2 24.05.23 8,407 184 14쪽
19 도시 순회 6 +2 24.05.22 8,290 178 13쪽
18 도시 순회 5 +3 24.05.21 8,553 184 17쪽
17 도시 순회 4 +1 24.05.20 9,006 182 13쪽
16 도시 순회 3 +1 24.05.19 9,586 190 14쪽
» 도시 순회 2 +1 24.05.18 10,210 203 13쪽
14 도시 순회 +6 24.05.17 10,779 224 13쪽
13 마법부 +5 24.05.17 10,880 210 13쪽
12 베르너 성 +3 24.05.16 11,179 213 14쪽
11 서명하게 +4 24.05.15 12,017 250 14쪽
10 작위 수여식 +4 24.05.14 13,009 237 16쪽
9 북부 데뷔전 3 +8 24.05.13 13,393 23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