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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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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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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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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1,046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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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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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글자
13쪽

신고식 2

DUMMY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자네 검을 빌려달란 건 아니야. 적당한 거 하나만 가져와주게.”


아이젠은 가문에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물론 아이젠이 네크로맨서가 된 이후 가문과 절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지고 있던 검술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노력한 끝에 손에 넣은 근력과 기술은 그를 쉽게 배신하지 않았다.

뛰어난 검술 실력은 아이젠이 남부 전선에서 금방 적응한 이유 중 하나였다.

유능한 기사들에게 금방 인정 받았으니까.


“아이젠 경, 상대는 상급 기사입니다.”


로이스는 아주 걱정스럽게 말했다.

주술 부족과의 전쟁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북부 대공이 아이젠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만큼 여기서 아이젠이 다치면 아이젠도, 로이스도, 기사들도 아주 곤란했다.


“오라를 제한하고 대련하면 되지 않나? 그렇지 캐러거 경?”

“그런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로이스는 어이가 없었다.

오러를 쓸 수 있는 건 상급 기사의 필요조건이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중급기사에서 상급기사로 인정받으려면 무훈을 세움과 동시에 다른 상급기사들의 인정을 받아야 했다.

로이스도, 그리고 아이젠과 시비가 붙은 캐러거도 젊지만 그런 능력을 인정받은 상급 기사였다.

네크로맨서인 아이젠이 호기를 부리며 검으로 덤벼들 상대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말게.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아이젠 경!”

“로이스 경, 그만하게. 본인이 책임 진다고 하지 않는가?”


캐러거는 히죽 웃으며 로이스를 만류했다.

그의 표정은 아이젠을 괴롭혀줄 생각으로 가득했다.

물론 크게 다치게 하진 않을 것이다.

그랬다간 북부 대공의 진노가 로이스와 자신이 섬기는 주군에게 돌아갈 테니.

캐러거는 아이젠을 살짝 두들기고 비웃음을 주는 선에서 이 상황을 끝낼 생각이었다.


“캐러거 경도 괜찮다고 하지 않나. 어서 검 좀 주게.”

“...만약 크게 다치실 것 같으면 제가 개입할 겁니다. 이건 두 사람 모두에게 하는 경고입니다.”


로이스는 결국 아이젠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애초에 다른 기사들도 이 대련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정확히는 아이젠이 두들겨 맞길 기대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일로 좀 얌전해지겠지.’


사실 로이스가 강경하게 나가면 아이젠도, 캐러거도 이 대련을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로이스는 아이젠이 하도 제멋대로 구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참에 기를 죽여놓는 것도 괜찮겠지.’


대공 전하께서 처벌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캐러거가 바보도 아니고 분명 손속에 사정을 둘 것이다.

거기다 아이젠이 크게 다칠 것 같으면 곧바로 자신이 개입하면 됐다.

로이스는 자신에게 그럴 실력이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판단을 마친 로이스는 검을 가져와 아이젠에게 건넸다.

그리고 슬쩍 물러나며 캐러거에게 귓속말했다.


[살살 하시오.]

[걱정 말게.]


아이젠은 로이스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엷게 웃으며 검을 몇 번 휘둘렀다.


“음, 잘 관리된 검이군. 역시 북부 기사야.”

“덕담 한 마디 했다고 대련을 무를 순 없소. 네크로맨서.”

“내가 언제 무른다고 했지? 혹시 자네 겁 먹었나?”

“헛소리를...”


아이젠의 농담 섞인 도발에 기사들은 웃지 않았다.

대련을 요구한 순간부터 그들은 아이젠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했고 캐러거가 아이젠을 확실히 짓밟기를 원했다.

물론 자존심상 대놓고 표출하진 못했지만.


“그럼 시작하지.”


자연스럽게 아이젠과 캐러거를 가운데 두고 기사들이 원을 그리며 대련 무대가 마련됐다.

기사들은 여유로운 침묵으로 캐러거를 응원했다.

오직 로이스만이 대련에 참가한 두 사람만큼이나 긴장했다.


‘콧대를 눌러주마!’


캐러거는 이미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네크로맨서 따위가 기사를 상대로 대련을 요청하다니 무척이나 수치스러웠다.

다른 기사들도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기분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멍이 드는 정도는 상관 없겠지.’


마음 같아선 곤죽을 내주고 싶었지만 주술부족과의 전쟁이 임박했기에 몸 성하게 돌려보내야 했다.

캐러거는 큰 부상을 입히는 대신 아이젠에게 개망신을 주기로 결심했다.


“뭐하나? 안 들어오고.”

“...선수는 양보하죠. 그쪽은 하수니까.”

“하수?”


아이젠은 코웃음을 쳤다.

하수라.

남부의 기사들이 보면 깔깔거리면서 놀리겠군.

곁에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귀에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선수를 양보한다니 거절하진 않겠네.”


아이젠은 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천천히 캐러거에게 다가갔다.

캐러거가 속으로 ‘겉멋이 심하게 들었군.’ 이라고 생각할 때 쯤.


-슉!!


아이젠의 검이 섬광처럼 캐러거의 눈을 향해 찌르고 들어왔다.

캐러거는 깜짝 놀라 아이젠의 검을 쳐 냈다.

원래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방어 동작이었다.

캐러거는 크게 당황했다.


‘무슨!’


네크로맨서가 보여준 움직임이라고는 생각치도 못 할 만큼 놀라운 빠르기였다.

캐러거 뿐만 아니라 로이스, 그리고 주변의 기사들도 아이젠의 속공에 놀란 상황이었다.

오직 아이젠만이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음, 내 검이 아니라 익숙하진 않군.”


캐러거의 귀에 아이젠의 말은 그렇지 않았으면 자신이 막지 못했을 거란 말처럼 들렸다.

자존심을 살살 긁는 도발이었다.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다.

지독하게.


“허세는...!”


그래봤자 기습 한번이었을 뿐이다.

캐러거는 그렇게 생각하며 롱소드를 상단으로 올렸다.

방어를 도외시한 아주 공격적인 자세였다.

아이젠은 그 모습을 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날 얕보고 있군.’


이래선 질래야 질 수도 없었다.

원래 적당한 선에서 캐러거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했지만 아이젠은 그를 완전히 압도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건 캐러거에게도, 관전하는 기사들에게도 큰 가르침이 되리라.

원래 재능이 넘치는 사람은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잠재력을 개화하는 법이었으니까.

북부는 어쩌면 오늘 아이젠에게 빚을 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젠 제가 가겠습니다. 몸 조심하십시오.”

“자네가 신경 쓸 정도로 약하진 않네. 자네나 조심하게.”

“언제까지 입을 놀릴 수 있나 보자!”


캐러거는 결국 존댓말까지 때려 치우고 아이젠을 향해 거칠게 달려 들었다.

본인의 의도보다 조금 더 몸에 힘이 들어갔지만 이건 다 아이젠의 탓이었다.

그가 도발하지만 않았어도 적당히 망신을 주는 선에서 끝냈을 텐데.

캐러거는 그렇게 생각하며 롱소드를 거칠게 휘둘렀다.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아이젠의 가슴에는 큰 상처가 생겨야 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뭣?”


아이젠의 검끝이 캐러거가 휘두른 검의 넓은 검면을 눌렀고 캐러거의 검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쳐박혔다.

덩달아 캐러거의 몸도 앞으로 확 기울었다.

이 놀라운 상황에서 캐러거의 얼굴에는 창피함보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먼저 피어났다.


‘도대체 어떻게?’

“음, 깊이가 부족하군. 힘으로 밀어 붙이는 건 몬스터나 일반 병사 따위에겐 유리하지만 기사끼리 싸울 땐 그리 좋지 않아.”


아이젠은 마치 이 결과가 당연하다는 듯 여유롭게 캐러거에게 가르침까지 내리고 있었다.

주변 기사들은 모두 놀란 기색으로 아이젠을 바라봤다.

로이스는 입까지 벌리고 있었다.

그는 캐러거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캐러거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네크로맨서가 이런 출중한 실력을 가졌다고?

이건 그냥 기사가 아닌가?


“다 아는 상식을 잘난듯 말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잘 알면 적용을 했어야지.”

“흐읍!”


캐러거는 아이젠의 빈정거림을 무시하고 기합을 내지르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제는 망신을 주느니 마느니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사로서의 체면이 달려 있었다.

이대로 대련을 마칠 수는 없었다.

캐러거는 온 힘을 다해 아이젠을 때려 눕히기로 결정했다.

한 조각 남은 이성만이 그가 오라를 쓰는 것을 막고 있었다.


“캐러거 경! 그렇게 달려들면 아이젠 경이...!”


로이스는 캐러거의 움직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캐러거는 명백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고 아무리 아이젠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지만 저런 일격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분명 아이젠의 도발은 살살 약올리는 맛이 있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제기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캐러거의 공격은 명백히 도를 넘었다.

로이스는 ‘제 때 저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대신 서둘러 검을 뽑았다.

로이스의 쾌검이 캐러거의 검을 막기 위해 쏘아져 나가는 그때.


“그러니까 그렇게 힘만 쓰면 안 된다니까? 자네는 말귀가 어둡군.”


아이젠은 캐러거의 검을 스치듯 피했다.

종이 한 장 차이였지만 아이젠의 표정이 너무나 여유로워 가볍게 피한 것처럼 보였다.

다음으로 아이젠은 캐러거가 검을 쥔 오른손을 꽉 붙잡아 더 이상 검을 휘두르지 못하게 저지하는 동시에 그의 목에 검을 들이 밀었다.

일련의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훌륭한 기교.


“기사끼리의 싸움은 기술이 핵심이지.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으니 이제 적용할 차례일세.”


캐러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어... 어떻게...”

“음, 지도에 대한 감사 인사는 됐네. 나도 북부 기사의 수준을 봐서 좋았으니까. 가지, 로이스 경.”


아이젠은 캐러거를 놓아준 후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마치 이 대련의 전리품이라도 되는 듯 허리춤에 검을 찼다.

그리고는 멍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기사들의 시선을 지나 훈련장을 빠져 나갔다.

그 멍한 시선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혼란과 인정.

아이젠은 한 차례의 대련으로 북부 기사들의 존중을 얻어냈다.

로이스는 칼을 뽑은 어정쩡한 자세로 아이젠의 등을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려 얼른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어떻게... 아니, 원래 기사셨습니까?”

“내가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거든.”

“베이커 가문이 기사 가문이었습니까?”

“으음, 멸문한 가문 이름은 꺼내지 말아주겠나? 밥맛이 떨어지는군.”

“...죄송합니다.”


로이스는 실언을 깨닫고 죄지은 사람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캐러거 경은 상급 기사들 사이에서도 강한 편으로 분류된 기사야. 그런데 그런 그를 이렇게 압도적으로...’


아무리 오러를 쓰지 않았다지만 이런 결과는 예측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이젠은 자신이 기사 가문 출신이라고 했지 ‘기사’였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만약 그가 네크로맨서의 길을 걷지 않고 계속해서 기사의 길을 걸었다면...


‘의미없는 가정이지만.’


로이스는 이 짜증나는 인간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높였다.

어쩌면 남부 전선의 영웅이란 말이 허명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에게 제공한 검과 방패, 그리고 갑옷은 헛된 물자 낭비가 아니리라.


아이젠이 방으로 돌아오자 기사 하나가 아이젠의 방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돌아오는 아이젠과 로이스를 보고 경례를 올리며 정중히 인사했다.


“아이젠 경.”

“무슨 일인가?”

“대공 전하께서 찾으십니다.”

“이유는?”

“주술 부족이 진을 쳤다고 합니다.”

“바로 가지.”


전령으로 온 기사는 다시 한번 경례를 올리고 돌아갔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아이젠은 옷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마음도 똑같이 긴장감으로 정돈했다.

첫 출전이 코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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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흑마법사 토벌전 5 +10 24.05.26 7,754 180 14쪽
23 흑마법사 토벌전 4 +4 24.05.25 7,916 17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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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도시 순회 4 +1 24.05.20 9,000 182 13쪽
16 도시 순회 3 +1 24.05.19 9,576 189 14쪽
15 도시 순회 2 +1 24.05.18 10,196 203 13쪽
14 도시 순회 +6 24.05.17 10,768 224 13쪽
13 마법부 +5 24.05.17 10,869 2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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