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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빛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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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록시(錄始)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5
연재수 :
1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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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7
추천수 :
431
글자수 :
916,352

작성
23.09.1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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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그다음_새로운 도전 (마지막 회)

DUMMY

소품샵으로 들어가니 앵무새는 문틀 위에 앉아있었다.


요정 미지가 화분 뒤에 숨어 바들바들 떨었다. 날개를 파르르 떨며 천장을 가리켰다.

“가온님! 절 잡아먹으려고 해요.”


사빈이 앵무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너, 아까 천수산에 있던 그 새 맞지?”


가온은 앵무새가 신기해 문틀을 올려다보았다.

“천수산에 앵무새가 살아?”

“수도원에서 키우는 새인가 봐. 마물 조각이 있는 곳을 알려줬어.”


앵무새는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사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앉아있으니 소품샵에 있는 인형 같았다.


“왜 나를 따라왔어? 아까는 보이지 않더니?”


“누가 신성한 땅의 새 주인인가?”

앵무새가 부리를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천수산에서 마물 조각을 외치던 소리와는 달랐다. 굵고 낮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가온이 사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앵무새가 아니네. 저 정도면 완벽한 변신술이다.”


“신성한 땅의 소유권이 여기 사는 문지기에게 넘어갔다. 사빈, 네가 문지기인가?”

“어라? 내 이름을 알아?”

사빈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이분은 중천의 고마 사빈님입니다. 문지기는 천사 가온님이고요. 신성한 땅의 소유권은 선위 하륜님에게 있습니다. 예님님.”

나토두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예님···? 당신이?”

사빈이 손을 들자 앵무새가 훌쩍 날아 그녀의 손에 내려앉았다.


“그런 거야? 난 또 사빈이 주인인 줄 알았네.”

앵무새의 목소리가 또 바뀌었다. 어린아이처럼 높고 가늘었다.


“제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마고였잖아? 저 아이가 부르는 소리 들었거든.”


앵무새가 훌쩍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바닥에 내려설 때는 중년 여인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천사와 선인이라니 한시름 덜었어. 땅 주인이 사람이면 곤란해. 쫓겨나면 갈 곳도 없고.”

예님은 손님용 탁자에 앉아 단풍나무 화분을 바라보았다.


화분 뒤에 숨어있던 미지가 날개를 살랑이며 다가왔다.

“휴우, 잡아먹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요정은 맛없어.”

“에에?”


미지가 뒤로 넘어지자 예님이 손을 저었다.

“농담이야. 농담.”


“황제님이 아무 말씀 안 하셨어?”

예님은 사빈에게 의자를 가리켰다. 사빈과 가온, 나토두는 탁자에 둘러앉았다.


“무슨 말씀요?”

“준비되었다고 알려드렸거든. 사냥꾼을 보낼 줄 알았는데, 소식도 없고. 나도 여기 더 머물 수 없거든.”


“사냥꾼이라면?”

“당연히 마물 사냥꾼이지. 그동안 마물 조각이 어디 숨었는지 알아보고 다녔단다.”


가온이 예님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바위할망! 바위할망 아니세요?”


“한때 그렇게도 불렸지. 내가 그렇게 유명했나?”

“길 잃은 물건한테 들었어요. 신성한 땅에 사는 존재가 있다고요. 진짜 바위가 아니고 이름이 바위할망이랬어요.”


“맞아. 한때는 나무로도 지냈지. 인간세 공기가 오죽 탁해야 말이지.”

예님이 배시시 웃었다.


사빈은 예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까 그 산에서요. 마물 때문에 절 부른 거예요?”


“네가 사냥꾼인 줄 알았거든.”

예님은 사빈과 나토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황제님이 보내셨든 아니든, 너희는 합격이야. 마물 사냥꾼으로.”

“마물이 수도원을 좋아하나요?”


“맑은 혼에서 더 큰 힘이 나오니까. 순수한 소망과 얼룩진 야망. 두 종류의 힘이 다 필요하지. 각기 다른 힘이 나오거든.”


“아까 그 아이는 누구예요? 왜 거기 있죠?”

“사람의 아이는 아닐 거다. 두 번째 눈을 가졌더라고. 피천귀를 보고 듣는데, 그저 귀신으로 알고 있지.”


“싸움 구경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어요.”

“그 아이도 마물에게 가는 힘을 빨아들이더라. 정작 자신은 모르더만.”


“누구 얘기야? 꼬마라니?”

가온이 눈을 빛냈다.


“여기 오기 전에 천수산에서 싸움이 있었어. 구경하러 왔더라고. 열서너 살 정도 되었나?”

사빈이 소년을 생각하는 동안 나토두가 재빨리 설명했다.


“후니후니라고 했습니다. 천수산 근처에 살 거예요. 가방에 그림세상 미술학원이라고 찍혀있었습니다.”


“후니후니···? 어디서 들었는데?”

가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니후니···. 니니···. 늬늬···? 알았다!”

가온이 소리를 질렀다.

“지새늬의 열혈팬이었어. 그 아이한테 두 번째 눈이 있다고?”


가온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나이도 딱 맞아. 도깨비의 후계자야. 기연랑이 부탁한 그 아이라고!”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더니 벌떡 일어났다.

“이럴 때가 아니지. 당장 데려와야 해. 어디? 그림세상 미술학원? 거기부터 뒤지는 거야.”


가온이 나가려 하자 사빈이 손을 흔들었다.

“여긴 내가 지키고 있을게. 어서 다녀와.”


사빈은 곧 예님에게로 돌아앉았다. 지금은 가온보다 예님이 먼저였다.


“여기 더 머물지 못한다고요? 어디 가세요?”

“나도 사랑하는 이를 찾아가야지.”


‘사랑’이라는 말을 듣자 문밖으로 발을 뻗던 가온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는 뒷걸음으로 다시 들어왔다.


“어머, 누구요?”

“너도 알 거야. 상생농장의 천인은 하나뿐이니까. 오호호.”


“구···추님요?”

예님이 얼굴을 붉혔다. 사빈은 꺄악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가온도 소리 지르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구추님이랑?”


“너 아직 안 갔어?”

“천사가 사랑 이야기에 빠지는 거 봤어? 후니후니는 거기 있을 테니 내일 가도 돼. 사랑이 중요하잖아?”

가온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이빨을 내보였다.


“처음에는 거절했지. 난 천인과 다르니까. 그런데 황제님이 인간세에서 일을 마치면 천인이 될 수 있다고 하셨어. 그래서 지금까지 신성한 땅을 지키며 마물 조각도 찾아다녔단다.”


예님이 사빈의 손을 잡았다.

“마물 사냥꾼이 왔으니 돌아갈 때가 가까워졌지?”


그녀는 사빈과 나토두를 돌아보았다.

“마물 조각이 있는 곳을 모두 찾아냈으니 나와 함께 다니면 돼.”


“잠깐만요!”

요정 미지가 탁자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저도 끼워주세요. 저도 싸울래요. 마물을 없애면서 다른 요정도 찾아낼 거예요.”


미지가 선반 위에 놓인 유리공을 가리켰다.

“저, 피천귀도 사로잡은 적 있어요. 빛결님의 유리공으로요.”


가온도 미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빛결님이 힘을 빨아들이는 것 같아. 마물의 힘을 이용하면 봉인을 풀 수 있을지도?”


사빈이 미지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래. 마물 사냥단을 꾸리는 거야. 예님님과 나, 나토두와 바나, 요정 미지까지.”


“사빈님은 중천에서 자주 나올 수 없잖습니까? 아름누리도 오래 비울 수 없는데요.”


나토두가 걱정 어린 눈으로 사빈을 바라보았다.

‘에밀레에게 찻집을 맡기다니···, 차라리 비워두는 편이 낫지!’


“음···. 중천도 돌봐야 하고, 소망단도 나눠야 하니까.”

사빈이 고민하자 예님도 턱을 긁적이며 생각에 빠졌다.


“그럼. 나와 미지가 지켜보다가 때를 알려줄게. 마물 조각도 기운이 약해졌다 강해졌다 하거든. 빛글을 받으면 바로 나올 수 있지?”


“예. 하륜님이 아리 열쇠에 선력을 넣어주셨어요. 어디라도 갈 수 있어요.”

사빈이 허리띠에 매단 아리 인형을 두드렸다.


“예님님, 다니면서 혹시 서방백제님의 날개도 보셨어요?”

“날개? 그런 건 못 봤는데?”


“환영으로 보았거든요. 인간세 어딘가 날개가 남아있을 거예요.”

“그 날개가 중요하니?”

예님이 눈을 깜빡였다.


“천력을 몇 배로 키워준다고 했어요. 마물의 손에 들어가면 큰일이거든요.”

“좋아. 그것도 알아보지. 날개를 찾으면 돌려드려야겠구나.”


사빈은 꿈에 젖어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마음이 살랑이며 기분이 좋아졌다.


가온이 박자를 넣어 손뼉을 쳤다.

“이럴 때가 아니야. 보름달을 보며 식사하자고. 마물 사냥단을 위해!”


활기 넘치는 인사에 사빈의 가슴이 부풀었다.

‘그래···, 이건 또 다른 시작.’


- 끝 -


작가의말

v5id님 작품 추천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쓸게요. 계속 관심 가져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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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1 [탈퇴계정]
    작성일
    23.09.15 15:15
    No. 1

    긴 마라톤의 끝이자 다른 마라톤의 시작에 도달하셨네요.
    여기까지 달려오신 작가님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음 작품도 응원하며 그때도 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록시(錄始)
    작성일
    23.09.16 14:17
    No. 2

    고맙습니다. 작가님도 건필하세요~~
    언제나 활기찬 하루 하루 만들어 가시어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3 v5id
    작성일
    24.01.29 16:47
    No. 3

    재밌게 잘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천계 지도랑 초반 인물들 소개 공지가 있으면 처음 읽는 사람들도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에 시간 되면 전작들도 읽어볼게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록시(錄始)
    작성일
    24.02.20 11:15
    No. 4

    예. 지금 쓰는 작품 끝내고 준비할게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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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다음_새로운 도전 (마지막 회) +4 23.09.15 98 3 9쪽
175 그다음_각자의 목표 +2 23.09.15 59 3 10쪽
174 그다음_싸움 구경 23.09.15 58 3 12쪽
173 중천_소망단이라 이름하다 23.09.14 47 3 12쪽
172 중천_열린마을의 식구들 23.09.14 72 3 10쪽
171 중천_도우미 구하기 23.09.13 72 3 12쪽
170 중천_첫 번째 손님 23.09.13 56 3 12쪽
169 중천_임천사령 고마 사빈 +2 23.09.12 54 3 11쪽
168 천계_새로운 마고 23.09.12 53 3 12쪽
167 천계_암연층으로 +2 23.09.11 54 3 13쪽
166 천계_잃어버린 조각 23.09.11 77 3 12쪽
165 천계_오래된 사연 23.09.10 57 2 12쪽
164 천계_이안남존의 라온성 23.09.10 58 2 12쪽
163 천계_마고가 돌아오다 23.09.09 58 3 10쪽
162 천계_해날품곡의 함정 23.09.09 58 3 13쪽
161 천계_마음숲의 침입자 +2 23.09.08 68 3 11쪽
160 그믐_삼도천이 막히다 23.09.08 73 3 10쪽
159 그믐_다시 현재로 23.09.07 55 3 12쪽
158 그믐_도룡과의 혈투 23.09.07 54 3 12쪽
157 그믐_악마 미지의 정체 +2 23.09.06 56 3 12쪽
156 그믐_마물 도룡 23.09.06 51 3 12쪽
155 그믐_신례국 백슬곤아 +2 23.09.05 63 3 12쪽
154 그믐_백령성 지하보관실 23.09.05 55 3 11쪽
153 그믐_안개에 서린 무늬 +2 23.09.04 59 3 10쪽
152 그믐_마물의 단서 23.09.04 52 3 11쪽
151 그믐_시작된 미래 23.09.03 7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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