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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동 님의 서재입니다.

저세계의 공주가 나를 찾아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하기동
작품등록일 :
2023.01.06 10:52
최근연재일 :
2023.02.10 07:5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04
추천수 :
79
글자수 :
163,990

작성
23.02.01 11:30
조회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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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응급실

DUMMY

'눈을 뜨거라. 공주야.‘


공주가 눈을 떴다.

붉은 구름 속에 떠있었다.

거대한 붉은 용이 공주의 주위를 떠돌고 있었다.


'저는 죽은 것인가요?‘


'아니다. 아직은 죽지 않았다.‘


'그럼 곧 죽을 건가요?‘


공주는 죽음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50년을 수도한 것이 오늘 너를 살리려 함이구나.’


'굳이 저를 살리지 않으셔도 되요.‘


'아니다, 네가 죽으면 형님께서 너무 슬퍼 하실게다.‘


'형님이라 함은 누구를 말씀하시는지요?‘


'너의 아버지, 황제폐하가 내형님이시다.‘


'아바마마의 동생분이시면 숙부님이신가요?‘


'그래, 나는 네 숙부이니라’


'저는 뵌 적이 없습니다.‘


'그래, 나도 조카를 처음 보는구나.‘


'숙부님은 돌아가신 분이신가요?‘


'아니다. 너와 함께 황궁에 살고 있단다.‘


'그런데도 저는 뵌 적이 없군요.‘


'내 뜻이 그러해서 그러하니라.‘


'내가 늦었던지 폐하가 늦게 하명을 한 건지 어쨌건 좀 늦은 것 같구나.‘


'무엇이 늦었습니까?‘


'나는 물건만 전해주면 될 줄 알았는데 네가 이 지경일 줄은 몰랐다.‘


'소녀는 괜찮사옵니다.‘


'아니다. 너는 괜찮치 않다.

네가 이지경이니 물건을 전해 주어도 될지 모르겠다.‘


'물건이라 하옵시면..‘


'폐하께서 전하라 하신 팔찌와 내가 따로 준비한 채찍이 있느니라.‘


'주시옵소서’


'그래, 이 물건들을 들고 허비할 시간이 없구나.

중요한 건 이런 물건 따위가 아니라 네 생명이니

어서 네 몸에 집중을 해야겠다.'



강남 종합 병원은 세차게 내리는 비와 함께 짙은 구름에 쌓여있었다.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은 이제 조용하였다.

성주와 남명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꺾고 잠들어 있었다.

성빈은 졸다가 깨어나서 밖을 보았다.

여전히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응급실을 보았다.

공주가 걱정 되었다.


성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성주가 목에 건 보호자 출입증을 빼내었다.

보호자 출입증을 성빈의 목에 걸고 응급실로 다가갔다.

응급실 경비가 문을 열어 줬다.

응급실 안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흐느낌이 울렸다.

응급환자가 위중한지 아니면 돌아가신 건지 보호자가 숨죽여 울고 있었다.

성빈은 공주를 찾아 안으로 들어섰다.


응급실 구석진 곳 중환자들만 있는 곳에 공주가 있었다.

목에 삽관을 하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나이든 남자 옆에 자그마한 공주가 있었다.

상의는 풀어 제쳤고 가슴골 밑에서부터 배꼽 근처까지 수술봉합자국이 일렬로 박혀 있었다.

코에는 산소 공급기가 달려 있고 팔에는 수액 주사 바늘이 꼽혀져 항생제등이 투약되고 있었다.

맥박과 혈압, 호흡 등을 모니터하는 화면에서 그래프가 느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손목을 잡아 보았다.

맥은 느껴졌으나 손목은 차가왔다.

십 수 년 전 딸내미가 경기를 일으켜 응급실에 왔을 때가 생각났다.

지금처럼 보호자 통제가 없던 시절 가슴 졸이며 밤새 딸내미 옆을 지키던 생각이 났다.

지금은 소 닭 보듯 하는 딸이지만...


공주의 손목을 놓고 다시 한 번 모니터를 보았다.

모니터의 그래프 움직임이 아까와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잠깐 눈앞이 흐려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빈혈인가?‘


'나이 탓이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나가기 전에 공주를 다시 한 번 봤다.

눈을 껌벅였다.

아까 잡았던 손목에 못 보던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나이 탓이다.

아니다, 저런 팔찌는 차고 있은 적이 없었는데..?‘


확신이 안 섰다.

지금 나이의 성빈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확신이 없을 나이였다.

공주의 반대편 손은 동그란 줄 꾸러미를 힘없이 들고 있다.


'?‘


저건 분명 못 보던 것이다.

평상시에도 조금 전에도.


줄 꾸러미가 손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성빈이 얼른 주웠다.

난감했다.


'이걸 어떡해야 하나?‘


'나중에 공주가 깨어나면 돌려줘야겠다.‘


성빈이 줄 꾸러미를 보다가 잠든 공주 얼굴을 한번 본 후 응급실에서 나왔다.

보호자 의자에 앉아 응급실 밖을 보았다.

여전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들고 있던 줄 꾸러미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성빈이 고개를 들어 그 것을 봤다.

잠깐 졸은 것이다.

얼른 줄 꾸러미를 들고 옆을 보았다.


성주와 남명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성빈이 줄 꾸러미를 잠시 보고 있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혁대를 풀고 줄 꾸러미 가운데에 혁대를 집어넣고 다시 혁대를 채웠다.

겉옷 사이로 줄 꾸러미가 조금 보였지만 완벽했다.

누가 혁대를 잡아 빼지 않는 한 줄 꾸러미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의자에 기대어 밖을 봤다.

빗줄기는 점차 약해져서 안개비가 되었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안개비가 병원을 에워쌌다.




* * *


삼용건설 회장실...늦은 밤


흑표와 서용주 회장이 탁자를 마주하고 소파에 앉아있다.

서용주가 위스키를 글라스에 가득 따랐다.

그리고 자신의 얼음이 가득 든 글라스에도 따랐다.

서용주가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했다.


"무사님 오늘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흑표는 아무 말 없이 벌컥 벌컥 술을 마셨다.

서용주가 술로 입을 적시듯 살짝 마시고 잔을 내려놨다.


"이제 공주는 사라졌으니 남명 부장만 어찌 하면 되겠군요.“


"근위도감 부장은 공주를 호위하기 위해 여기 왔을 터,

공주가 없는 이 세상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다시 환궁 하겠지.

공주의 부고도 전하고 그에 합당한 벌도 받아야겠지.“


"그, 그렇습니까?“


'그럼 너도 이만 가봐야 되는 거 아니냐?‘


서용주가 차마 입 밖에는 못 내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남명부장이 사라진 것을 확인 할 때 까지는 맘을 놓아서는 안 되겠지요?“


"뭐, 조심을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놈도 사라진 것을 확인하면 그 후에 네게 내 요구를 말하마.“


"그리고..“


흑표가 허리에 찬 환도 집에서 환도를 꺼내 들었다.

칼은 반으로 부러져 있었고 칼날은 이가 나갔다.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다.


"칼도 이 모양이고 언월도도 잃었으니 새 무기가 필요하다.“


"아, 예. 김팀장에게 말씀하시면 알아서 갖춰 줄 것입니다.“


"이 세계에서도 내가 쓸 만한 무기를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럼요, 그럼요. 하하 여기 기술이 얼마나 발달해있는데요.“


흑표는 미덥지 않았다.

지금껏 흑표가 상대한 무리는 어린애 장난감 같은 무기를 들고 자기한테 덤비다 모두 박살이 났다.

기술이 발달해 있다는 놈들의 무기 꼬락서니가 왜 그 모양이란 건가?


"알겠다. 나는 이만 자러 가야겠다."


"예, 예. 그러서야죠. 오늘 피곤하실 텐데 우선 쉬시지요.“


서용주가 인터폰의 단축 다이얼을 눌렀다.


"김팀장님, 무사님을 숙소로 모셔주세요.“


김팀장이 들어와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흑표를 안내해 밖으로 나갔다.

서용주도 일어나 나가는 흑표에게 인사했다.

문이 닫힌 뒤 서용주가 소파에 앉아 뒤로 목을 기댔다.


'문제가 해결 된 거 같다.

아니, 해결 되었을 것이다.‘


잠시 안도가 되었다,

그런데 안도하는 마음 한 구석에서 무사가 아까 한 말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 그 후에 네게 내 요구를 말하마.‘


* * *


다음날 아침 강남 종합병원

병원 주위는 여전히 붉은 구름이 안개처럼 뒤덮고 있었다.

공주를 중환자 입원실로 옮겼다.

공주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1층 원무과에서 성주와 성빈이 입원 수속을 했다.

공주의 신원확인이 안되어 입원수속에 애를 먹었다.

여권을 잃어버린 성주의 미국 사는 조카라고 얼버무리고 성주가 보증인으로 겨우 입원 시켰다.


"보험 안 되면 치료비 만만찮게 나올 텐데..“


성빈이 지나가는 소리로 말했다.


"공주언니가 죽게 생겼는데 보험이 문제야?“


성주의 말에 성빈이 깨갱했다.

성주는 예전부터 이런 오빠의 소심함이 싫었다.

아니, 지금은 불쌍해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원실로 올라왔다.

입원실이 있는 복도로 오니 공주 입원실에서 간호사둘이 입원복과 처치도구를 들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뛰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먼일인가 싶어 성주와 성빈이 서둘러 병실로 들어갔다.

공주의 침대 옆에 남명이 편곤을 들고 눈을 부라리며 서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성주가 쏘아 붙였다.


"지금부터 공주님 곁을 떠나지 않겠다.“


남명이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건 알겠는데 그 도리깨는 뭐고 그 자세는 뭐예요?그리고 간호사들한테 소리 질러 댔죠?“


"그건 어떻게 알아?“


"공주언니 죽는 꼴 보고 싶어 이러는 거예요?“


성주가 팔짱끼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남명이 풀이 죽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공주님에게 그 놈이 또 오면 어떡하냐구?“


"그건 그때 가서 할 일이지, 지금 의사들과 간호사들 쫓아낼 일이냐구요!“


"그럼..어떡하고 있으라고?“


"저기 의자에 가서 조용히 앉아 있어요.

그리고 그 쇠몽둥이는 안 보이는 곳에 치우고요“


"그래야 하나?“


남명이 풀이 죽어 의자 쪽으로 향했다.


"너무 기죽지마....요. 남부장.“


성빈이 위로 했다.

남명이 의자에 앉으며 성빈을 쳐다봤다.


"그래도 부장이 그놈 칼을 두 동강 냈으니 이 정도로 끝난 거지 칼이 조금만 더 길었어 봐, 어휴..“


성빈이 소름 끼친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남명이 머리를 쥐어 뜯었다.


"그 놈의 환도를 아주 박살을 냈어야 하는건데 어흐흑“


성빈의 말이 별 위로가 되지 않은 듯 했다.

성주가 다시 간호사들을 불러 공주를 처치하도록 부탁했다.

간호사들이 두려운 얼굴로 입원복과 처치도구함을 들고 들어왔다.

커튼을 치고 공주를 입원 복으로 환복을 했다.

간호사 한명이 커튼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 아이 팔목에 찬 팔찌가 안 빠져요. 어떻게 뺄 수 없겠어요?“


남명이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성빈이 대답했다.


"그거 안 빠질 거예요. 그냥 놔두고 치료하면 안 되나요?“


"뭐..크게 상관을 없지 않을까 싶긴 한데요..“


"그럼 그대로 채워놔 주세요.“


저절로 생겨나 공주 팔에 채워졌을 땐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팔찌? 공주언니한테 팔찌가 있었어?“


"어, 어젯밤에 저절로 생겼어.“


"저절로?“


"어,,새벽에 내가 응급실 안에 들어가 공주를 보고 있는데.."


이들의 대화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간호사들이 다가왔다.


"일단 처치는 끝났고요, 환자의 안정이 중요하니 가급적이면 병실에도 한 분 이상 계시지 마시고요.“


"예“


성주가 대답했다.


"환자분이 입고 있던 옷은 저기 협탁 위에 올려놨으니 가져가서 세탁하시거나

하시고요.“


간호사들이 나갔다.


성주가 다가가 공주의 용태를 살폈다.

약한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팔에는 주사바늘이 꼽혀 있고 그 곳을 통해 여러 개의 약과 수액이 흐르고 있었다.

코에는 산소 호흡기가 달려 있고 팔과 머리에는 전극이 붙어 있었다.

침대 옆에는 모니터가 달려 있어 여러 가지 수치와 그래프가 지나가고 있었다.

성주가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어디 가는데?“


성빈이 물었다.


"담당의 한테“


잠시 후 성주가 다시 들어왔다.


"공주언니 상태는 많이 좋아졌대,

지금은 염증 반응도 낮아 졌고 심박도 고르고..

하지만 장기 손상이 많이 되어서 언제 쇼크가 올지 모르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하네.“


"그리고..“


성주가 성빈과 남명을 보았다.


"여기 우리가 다 있을 수도, 있을 필요도 없으니까,

남명 아저씨가 병실을 지키고 오빤 출근해.“


"그래, 공주마마는 내가 지킨다.“


남명이 한손으로 자기 가슴을 쳤다.


성주가 공주의 피 묻은 옷을 둘둘 말아 들었다.


"난, 공주언니 옷을 세탁하고 점심때 교대하러 올게요.“


"교대 필요 없다. 공주마마는 내가 지킨다.“


"점심은 먹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때만 잠시 교대한 다는 거고요.

그리고 제발 말썽 일으키지 말고 얌전히 앉아 있어야 돼요?“


"걱정마라 나 남명이..“


성주가 남명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성빈에게 고개 돌렸다.


"오빠도 빨리 출근해야지?“


"그, 그래도 될까?“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어디 사우나라도 가서 씻고 출근해.“

"그, 그래“


남명이 창가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편곤을 의자 뒤에 눕혀놓았다.

성주와 성빈은 병실 밖으로 나갔다.


강남에서 압구정 가는 길.

성주의 그랜져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조수석엔 공주의 피 묻은 옷이 뭉쳐 있었다.

저기 신호판에 좌회전방향 압구정로 직진방향 동호대교라고 표시된 게 보였다.

성주에게 퍼뜩 생각이 지나갔다.

차를 급회전하여 직진 차로로 밀고 들어갔다.

뒤에서 박을뻔한 흰색 볼보가 신경질 적으로 경적을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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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에필로그 23.02.10 75 1 12쪽
29 終場 23.02.10 57 2 11쪽
28 여의주2 23.02.09 54 2 12쪽
27 여의주1 23.02.08 61 2 12쪽
26 의룡대군 23.02.07 61 2 12쪽
25 성빈 23.02.06 61 1 12쪽
24 유장혁 23.02.03 57 2 12쪽
23 조직의 재건 23.02.02 58 2 12쪽
» 응급실 23.02.01 61 2 13쪽
21 적룡부위 23.01.31 61 2 12쪽
20 결투 23.01.30 60 2 12쪽
19 새 계약 23.01.27 71 2 12쪽
18 역삼파 23.01.26 65 2 12쪽
17 십리파 23.01.25 72 2 12쪽
16 신천파 23.01.24 72 2 12쪽
15 삼용그룹 소동2 23.01.23 72 2 12쪽
14 삼용그룹 소동1 23.01.21 77 2 12쪽
13 차원 교집합3 23.01.20 79 2 12쪽
12 차원 교집합2 23.01.19 79 2 12쪽
11 차원 교집합1 23.01.18 85 2 12쪽
10 서용주 23.01.17 90 2 11쪽
9 흑표2 23.01.16 85 2 12쪽
8 흑표 1 23.01.13 106 2 12쪽
7 압구정 23.01.12 112 4 15쪽
6 금호 맨션 23.01.11 122 4 12쪽
5 다시 서울로 23.01.10 139 5 12쪽
4 환궁 23.01.09 134 5 12쪽
3 1985년 왕십리 23.01.08 180 5 13쪽
2 통천각 23.01.07 257 5 12쪽
1 재회 23.01.06 442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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