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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동 님의 서재입니다.

저세계의 공주가 나를 찾아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하기동
작품등록일 :
2023.01.06 10:52
최근연재일 :
2023.02.10 07:57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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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9
추천수 :
79
글자수 :
163,990

작성
23.01.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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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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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흑표 1

DUMMY

호위청 무사 종 5품 오위장 흑표는 불개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턱과 이마에 난 불개의 상처를 보고 혼잣말을 하였다.


‘내 탓이다’


쉬운 임무로 생각했다.

그 애를 죽이고 여의주를 빼앗아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설사 여의주는 못 찾더라도 그 어린애의 목숨만 거둬들여도 자기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일이 틀어지더니 불개 한 마리를 잃었고 한 마리는 다쳤다.

대군께서 근위도감 무사 한 놈이 일을 그르치려 들지 모른다고 주의를 주었는데 이를 가볍게 듣고 너무 불개들만 믿고 자기가 뒤에 쳐진 탓이었다.


후회하면서 시간이나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빨리 공주를 찾든 근위도감 무사 놈을 찾든 해야 할 일이었다.

다시 말에 올랐다.


불개를 앞세워 도시의 어두운 골목길을 말 타고 가는데 배가 고파왔다.

잠이야 어디서든 노숙을 한다고 해도 배고픔은 해결해야 했다.

어디선가 고기 삶는 냄새가 났다.

말이 주인의 의중을 알았는지 고기 삶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주인을 태우고 갔다.


24시 설렁탕집에 웬 거구의 사나이가 들어섰다.

방금까지 촬영하다 온 듯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검은 무사 옷을 입고 허리에는 환도를 차고 있었다.

거구의 사나이는 환도를 풀어서 탁자위에 올려놓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서빙 하러 온 아주머니가 약간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여기 무엇이 되는가?”


이상한 옷차림의 사내가 반말을 하니 기분이 안 좋았지만 덩치가 커서 참기로 했다.


“설렁탕,도가니탕,수육등이 되지요.”


“그럼 그걸 다 가져 오게나.


“세 그릇이나요?”


“밖에 내 개도 있고 말도 있으니 걔들한테도 뭘좀 갖다 주고.”


서빙 하는 아주머니가 얼굴이 뚱해졌다.


“지금 날 보고 개밥까지 챙기란 거예요?”


거구의 사나이는 대답 않고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계산대에 있던 주인이 아줌마에게 눈짓을 줬다.

아무 말 말고 음식이나 갖다 주라는 거였다.

음식 장사 하다 보면 별의별 이상한 인간들 상대하기 마련이었다.

일일이 상대하다 보면 복장 터져 제명에 못 살 노릇이었다.

아줌마가 사나이에게 설렁탕과 도가니탕 수육을 가져다주는 사이 주인은 주방에서 양동이에 잔반을 담아 가게 밖으로 들고 나갔다.

가게 밖으로 나간 주인은 깜짝 놀랐다.

이건 개가 아니라 무슨 황소만한게 커다란 말하고 같이 있었다.

양동이를 내려놓자 개(라고 불리는 그 것)하고 말하고 같이 고개를 처박고 음식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주인은 잔반 한 양동이를 더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가게로 들어갔다.


“여기 술은 없는가?”


흑표가 국밥을 먹다 말고 물었다.


“참이슬하고 처음처럼이 있는데요.”


주인이 공손하게 응대했다.

흑표가 잠시 눈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아무거나 내어 오너라.”


주인이 얼른 냉장고에서 참이슬 한 병과 소주잔을 내어줬다.

흑표가 자기 손에 비해 너무 작아 보이는 소주잔을 잠시 쳐다보다가 앞에 놓여있는 물 컵에 소주를 콸콸 따르고는 한잔 들이켰다.

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세상 사람들은 술을 먹지 못하는 것인가?’


다시 한 컵을 따라서 마시는데 갑자기 왁자지껄 해지더니 일군의 사나이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흑표는 거기에 신경 쓰지 않고 수육이라는 고기를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고기를 얇게 썰어 놓은 것이 고기 밑의 접시 바닥이 비칠 것 같았다.


‘좀스런 놈들’


흑표는 이 세상의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우~ 촬영 중이신가 봐?”


누군가 흑표의 식탁에 양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짧게 깍은 머리에 양팔엔 문신을 한 어린놈이 흑표를 빤히 보며 말했다.

이 세상의 예법은 몰라도 이 어린놈이 하는 행동이 자신을 얕보고 조롱하는 것임은 느낄 수 있었다.


‘신경 쓰지 말자’


지금은 자신이 맡은 임무에 온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여기선 배만 채우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수육 여러 점을 젓가락에 들고서 입에 넣은 뒤 주인에게 술을 더 달라고 하였다.

어린놈은 흑표가 아무 반응이 없자 고개를 숙여 흑표 얼굴 앞에 바싹대고 말하였다.


“어이 형씨, 말이 안 들려? 촬영 중이냐고?”


흑표는 쳐다도 안보고 술을 따라 마셨다.


“이 칼좀 보게, 날은 세운거야?”


어린놈이 환도의 칼집을 건드렸다.

흑표가 그 놈의 손목을 잡았다.


“건드리지 말게나."


“뭐야? 씨발, 말 할 줄 알잖아? 난 벙어리 새낀줄 알았지. 이거 안 놔?”


흑표도 욕은 안다.

욕먹어 가면서 참을 일은 아니었다.

흑표가 앉은 채로 어린놈의 손목을 비틀었다.

뼈마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어린놈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어린놈이 손목을 잡고 계속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구르자 그 일행인 듯한 아까의 사내 무리가 일어서서 흑표 쪽으로 다가 왔다.


“뭐야?”


주인이 황급히 일행과 흑표 사이로 끼어 들었다.


“아이구 손님들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가게에서 이러지들 마십시오.”


흑표가 일어서서 품에서 전대를 꺼냈다.

전대를 기울이자 이빨만한 조그만 금덩이 하나가 떨어졌다.


“주인장 이거면 되겠는가?”


주인이 금덩이를 집어 들면서 말하였다.


“이게 뭡니까?”


“금이다. 보면 모르나?”


“예?”


주인이 보기에도 순금 같았다.

그래도 금방에 가서 감정을 해야지 사람 말만 믿고 받을 수 없지 않냐고 말 하려는 순간,

사나이 무리 중에 중간급으로 보이는 깍두기머리가 흑표 앞으로 나섰다.


“어이 이봐 형씨, 지금 우리 막내한테 뭔 짓을 한거여?”


“그 녀석에게 물어 보게나”


흑표가 환도를 허리춤에 차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이 새끼가 물어 봤으면 대답을 해야지.”


가게 밖, 깍두기가 주먹을 쥐고 뒤에서 흑표의 뒷목을 노리고 내려쳤다.

흑표가 그대로 몸을 숙여 주먹을 피하더니 빙글 돌아 깍두기 앞으로 돌아서면서 한 손으로 깍두기의 목을 잡고 그대로 일어섰다.

깍두기가 자기 목을 쥔 흑표의 팔을 양손으로 필사적으로 붙잡았지만 흑표는 그대로 깍두기 목을 쥔 채 한 손으로 번쩍 들었다.

깍두기는 숨이 막혀와 꺽 꺽 대며 허공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모두가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에 정신이 나가 깍두기가 숨이 막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때 일행 중 장발이 정신을 차리고 회칼을 들고 흑표의 가슴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

흑표가 얼른 깍두기를 방패삼아 칼을 막았다. 칼은 깍두기의 등을 찌르고 칼을 찌른 장발이 당황할 때 흑표가 두 손가락을 펼쳐 장발의 눈을 찔렀다.

장발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흑표가 깍두기를 패대기 치고 손바닥의 두 눈알을 땅 바닥으로 던졌다.

그 것을 신호로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왔는지 사나이, 아니 깍두기 패거리들은 가게 앞에 주차되어 있는 검은 벤츠의 트렁크를 열더니 야구 배트, 일본도, 쇠파이프 등을 나누어 들고 흑표를 에워쌌다.

흑표는 침착하게 손가락에 묻은 피를 옷에 닦으며 자신을 둘러 싼 무리들을 쳐다보았다.


‘낭패다. 지금 내가 이런 시정잡배들하고 한가하게 쌈질이나 할 때가 아니거늘’


갑자기 불개가 무리 뒤에서 솟구치더니 깍두기중 한 놈의 머리통을 물고 흔들어 댔다.

다른 깍두기들이 놀랄 새도 없이 불개는 물고 있던 깍두기의 머리를 뽑아 물고 으르렁 댔다.

불개의 눈에서 시뻘건 빛이 일렁이고 피가 뚝 뚝 떨어지는 입에선 비명횡사한 깍두기의 머리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한 편에선 등에 칼을 맞고 신음하는 깍두기와 눈알이 뽑혀 비명을 지르는 장발이 있고 이 모든 걸 무심하게 바라보는 검은 무사 복을 입은 사나이가 서있었다.

24시 설렁탕집 앞 골목길은 공포로 얼어붙었다.

모두 칼과 몽둥이 파이프 등은 들고 있으나 이미 공포로 덤빌 기운 없이 넋 나간 눈으로 앞만 보고 있었다.

그들 중 가장 깡다구가 세다고 정평이 난 칼잽이 정구가 쌍욕을 하면서 일본도를 들고 달려 들었다.

그러나 칼잽이 정구가 검은 무사복의 사나이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뭔가 번쩍 하더니 정구의 칼든 팔이 잘려나가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나이는 천천히 환도를 들어 깍두기들을 겨눴다.


‘다음은 어느 놈이냐?’


깍두기들 몇몇은 주저앉고 몇몇은 얼어 붙었다.


흑표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노숙할 필요는 없겠군.


* * *


24시 설렁탕집에서 멀지않은 강남대로를 검은색 벤츠 한 대가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그 뒤를 검은색 무사 복을 입은 사나이가 검은 말을 타고 천천히 뒤따르고 있었다.

말 옆으론 말과 크기가 엇비슷한 개같이 생긴 검은 동물이 따라가고 있었다.

뒤 따르던 차들은 그 광경이 무서워 속도를 늦추어 그들 과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가까이 다가가면 또 보였다.

놀란 운전자는 선팅 탓을 하며 얼른 브레이크를 눌러 다시 거리를 유지했다.

반대편 차선 쪽의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에겐 말과 무사 개가 보이질 않았다.

차선과 같은 쪽의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 몇몇에겐 그 들이 보였다.

그러나 조금만 거리가 떨어지면 다시 보이 질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 자체가 신기하거나 놀랍거나 할 일이 아닌 아무것 도 아닌 것으로 잊혀졌다.

말 앞을 가고 있는 벤츠에선 깍두기들의 행동대장인 유장혁이 전화로 바빴다.


“그래서, 기계에 팔이 잘린 거라니까 더 이상 묻지도 않고 봉합 수술 들어간다고? 경찰도 안 부르고? 뭐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에게 나쁠 것도 없지 뭐..

장발은 결국 장님 되는 거여?

눈은 안 붙여진데?

짜식, 안됐네. 그래 정구 머리도 봉합이 안 된다고? 그래 막내는 복합골절이라 수술해야 하고 셋째는 봉합 수술만 하면 된다고..그래 수고했다. 머리 뽑혀 죽은 정구는 안됐지만 어떡하겄냐 내가 회장님께 말씀드려 섭섭지 않게 정구네 본가에 챙겨 보낼 테니까 시신이나 잘 챙겨 화장시켜야지, 그래 계속 수고해라 잉. “


차가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어둑한 골목길을 유흥업 네온사인만이 밝혀 주는데 깍두기 머리 십여 명이 한 룸살롱 입구에 도열해서 차를 맞았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행동대장 유장혁이 내리자 일제히 허리 숙여 인사 했다.


‘내가 지금 안녕하게 생겼냐. 이 병신들아’


차 옆으로 말이 서고 흑표가 말없이 유장혁과 장혁의 부하들 그리고 주변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유장혁이 다가와 흑표를 안내했다.


“여기가 우리들 숙소이니 어서 들어오시오.”


흑표가 내려서 언월도를 어깨에서 끌어 내리더니 말안장 옆에 메어 놓았다.

그리곤 환도 한 자루를 안장 옆에서 꺼내 허리춤에 걸었다.


“이 말하고 저 개는 우리 부하들이 잘 보살 필 것이니 걱정 마시고 절 따라 오시랑께요.”


유장혁이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이 녀석들의 숙소가 지하에 있나 보군’


지하는 적의 공격에 불리하여 군영에선 절대로 숙소로 삼지 않는 법이었다.

흑표의 짐작대로 이들은 그저 무뢰배일 뿐 제대로 된 군사들이거나 그 비슷한 무리도 아닌 것이다.


계단이 끝나는 곳의 문을 열자 어지러운 형형색색의 조명이 복도를 밝히고 있었고 많은 문들이 있었다.

유장혁이 박수치며 유쾌하게 소리쳤다.


“아그들아~귀한 손님 오셨응께 싸게 싸게 나와서 얼릉 모시지 않고 뭣들 하냐!”


그러자 근처 방에서 여자들이 우르르 나오며 흑표를 에워쌌다.

흑표는 순간 당황했다.

여자는 그가 능숙히 다루는 그 어떤 것이 아니었다.

교태를 부리며 한 여자가 흑표의 얼굴을 만졌다.

흑표의 얼굴이 일순 붉어졌다.

짙은 향기를 내는 다른 여자가 장갑 낀 손으로 흑표의 코를 만졌다.

잠시 후 흑표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잠깐 휘청거렸다고 느낀 순간 후두부에 강한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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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성빈 23.02.06 61 1 12쪽
24 유장혁 23.02.03 57 2 12쪽
23 조직의 재건 23.02.02 58 2 12쪽
22 응급실 23.02.01 61 2 13쪽
21 적룡부위 23.01.31 62 2 12쪽
20 결투 23.01.30 60 2 12쪽
19 새 계약 23.01.27 72 2 12쪽
18 역삼파 23.01.26 65 2 12쪽
17 십리파 23.01.25 72 2 12쪽
16 신천파 23.01.24 73 2 12쪽
15 삼용그룹 소동2 23.01.23 72 2 12쪽
14 삼용그룹 소동1 23.01.21 78 2 12쪽
13 차원 교집합3 23.01.20 79 2 12쪽
12 차원 교집합2 23.01.19 79 2 12쪽
11 차원 교집합1 23.01.18 86 2 12쪽
10 서용주 23.01.17 91 2 11쪽
9 흑표2 23.01.16 85 2 12쪽
» 흑표 1 23.01.13 107 2 12쪽
7 압구정 23.01.12 113 4 15쪽
6 금호 맨션 23.01.11 122 4 12쪽
5 다시 서울로 23.01.10 139 5 12쪽
4 환궁 23.01.09 135 5 12쪽
3 1985년 왕십리 23.01.08 181 5 13쪽
2 통천각 23.01.07 258 5 12쪽
1 재회 23.01.06 443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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