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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동 님의 서재입니다.

저세계의 공주가 나를 찾아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하기동
작품등록일 :
2023.01.06 10:52
최근연재일 :
2023.02.10 07:5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15
추천수 :
79
글자수 :
163,990

작성
23.01.17 11:36
조회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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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서용주

DUMMY

1985년 왕십리

용주는 자기 방 책상에 앉아서 구슬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구슬은 구슬치기용 왕 구슬 보다는 좀 더 커 보였는데 속이 하얗고 은은한 빛이 났다.

왜 이 구슬을 그 공주라는 애한테 안줬는지 죄책감이 들었다.


“안 준게 아니라 못 준거야.‘


용주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계속 못 준거라고 되뇌었다.

이걸 왜 안 줬는지 자신의 행동도 이해가 안 갔다.

이걸 팔아서 돈을 구할 만큼 자신의 도덕심이 형편없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용주 발밑으로 목걸이가 굴러와 멈추자 얼른 줏어들고 공주한테 목걸이 여기 있다고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혀가 안으로 말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이 순간만 넘기면 목걸이는 네 차지가 될 거라는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은 게 울려왔다.

모두가 깡패들과 공주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용주는 자기도 모르게 구슬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전설이 있는 구슬인데 우리 황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거야”


공주가 어제 성주에게 한 말이 귀 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런데 막상 집에 가져와 이렇게 살펴보니 그냥 여자애들 장신구로 문방구에서 파는 그런 시시껄렁한 장난감 같기도 하였다.

이게 뭐라고 후회될 짓을 했나 싶었다.


‘아니, 어차피 걔한테도 그리 귀중한 게 아니라서 신경도 안쓸거야.’


그런데 귀중품이고 그 애가 집에 가서 애타게 찾는 거라면?

정말로 그 애가 말 한대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도 된다면?

아까의 그 무시무시한 무사가 이걸 찾으러 다시 와서 자길 도둑놈이라고 하면서 때리려고 한다면?


용주는 겁도 나고 짜증도 났다.

괜히 이상한 물건을 손에 넣게 되어 머리만 아파졌다.

방바닥에 벌렁 누워서 구슬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전설이 있는 구슬인데 우리 황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거야”


'내가 그런 엉터리 같은 말에 혹해서 이 구슬을 안 돌려, 아니 못 돌려줬나?‘


용주는 구슬을 쥔 손을 이마에 대고 눈을 감았다.


주변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창문이 열렸나’


눈을 뜨고 팔을 내렸다.

용주는 넓은 들판에 누워 있었고 하늘에는 시커먼 구름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얼른 일어나 앉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 방에 누워 있었다.


'꿈이다’


꿈속에선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또렷이 꿈이라고 인식되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저기서 다가오는 용은 어떻게 설명이 되겠는가?


"너는 우리 종족인가?“


용이 용주에게 물었다.

아니 용주는 그렇게 말했다고 느꼈다.

용주는 꿈속이라 그런지 덜 무서웠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네 애비 애미중하나가 우리와 같은 용이냐고 묻는 거다.“


"아니오, 우리 아버진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닌 괴산 분이신데 지금 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아니라는 소리를 길 게도 하는구나.“


용이 한번 몸을 틀어 하늘로 향했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용주 코앞까지 다가와 얼굴을 마주했다.


"이상하구나. 너는 용족도 아니면서 여의주를 들고 있고 원래 주인이어야 할 용족은 이 세상에선 느껴지지도 않으니······.“


용주는 뜨끔하였다.


'내가 훔쳤다고 생각 하는 건가? 하지만 난 훔치진 않았어. 걔가 놓고 갔을 뿐이라고’


"용족이 없는 세상에 있는 여의주라······.

내가 무슨 벌을 받아 이런 고립무원 황천에 버려진 것인가?“


용이 화가 나는 듯 용틀임을 하더니 구름 속으로 날아가 한 바퀴 휘졌듯 날 고는 다시 용주에게로 내려 왔다.


"어쨌든 지금 여의주의 임자는 너이니 선택을 하여라.“


"선택이요?“


"신명을 다 바쳐 하늘과 땅과 수목에 빌어 여의주가 응당 있어야 할 세상으로 가기를 기원하여 네가 죽기 전이라도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네 후대는 크게 복을 받아 길하게 되는 길이 하나 있다. “


무당이 되어 평생 여의주를 위해 굿이라도 하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또 다른 길은 뭔가요?“


"용족이 없는 세상에 있다고 내가 아무 일도 안하고 여의주속에서 잠만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가 여기 있는 동안은 네 소원을 이루어 주마. “


"그게 좋겠어요."


"내가 삼 만년을 살아오면서 구천의 하늘과 땅을 다녀 온갖 사람을 만나 보았지만 모두가 그 소원만 말하는구나. “


"앞의 길이 더 좋은 거였나요?“


"먼저 말해준 길은 너 혼자가 아닌 누대에 걸쳐 자손들의 영화가 보장되고 너의 영혼 또한 밝아지는 길이며 아무런 동티가 나지 않고 무엇보다 내가 고마워해야할 길이지“


"두 번째 길은 안 좋은 점이 있나요?“


"두 번째 길은 너 하나에서 소원이 끝나고 혹시라도 내가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다면 그 소원이 더 커져서 산을 이룰 건지 모래바람처럼 사라질 건지 나는 확답을 해 줄 수가 없다“


용주가 말없이 구슬과 용을 번갈아 보았다.


"자, 어느 선택을 하겠느냐?“


"저..엄마랑 상의 좀 해보고 나중에 말하면 안될까요?“


"그것도 상관은 없지. 근데 너와 내가 다시 만날 때가 내일이 될지 100년 후가 될지 이 세상이 티끌이 되어 사라져서 영원히 못 만나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두 번째요 두 번째! “


용주가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부자가 되고 싶어요! 자가용도 있고 자가용 운전수도 있고 정원사도 있고 요리사도 있는 그런 부자가 되고 싶어요.“


"예? 꼭 부자로 만들어 주세..“


눈이 떠지자 용주의 방바닥이었다.




달리는 차 안의 십리 토건 사장 양변수는 기분이 썩 좋질 않았다,

이번 토지 입찰 건에서 난데없는 검찰의 담합의혹 조사로 입찰도 못해보고 물 먹은 데다 조직의 두목격인 나상태 역삼건설 회장이 공갈 및 폭행 치상 혐의로 구속까지 된 탓이었다.


'그 꼴 날 줄 알았어. 짜식이 세상 변한 줄도 모르고 양아치 시절 마냥 오도바이 체인이나 휘두르고 있었으니..“


그래도 나상태 구속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기에 다행이지 조직이 드러나 범죄단체 구성으로 엮여서 양변수 자기까지 줄줄이 구속될 수도 있었던 걸 천운으로 조직이 드러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입찰 받아서 건설회사에 넘기기만 해도 100억은 보장되는 노른자 땅이 검찰 수사로 엉망진창이 되고 처음 들어보는 중소 건설회사인 삼용 기업이란 곳이 낙찰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 검찰에 들쑤신 놈이 삼용기업이 확실해 보였다.

서울시 빽까지 동원한 자기네 조직을 이렇게 초토화 시키고 낼름 삼킨 놈들이 누군지 궁금하기도 했고 손도 봐 주려고 어렵사리 그 쪽 사장하고 줄이 닿아서 이렇게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만나면 적당히 어르고 달래서 떡 고물을 챙기고 다음 사업부턴 양변수도 숟가락을 얹어 볼 심사였다.

차가 강변호텔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룸도 아니고 중국집이 뭐여? 사업 초짜로 하는 놈 아니어?‘


약속 장소를 자신들이 흔히 만나는 름싸롱이 아니라 호텔 중식당으로 잡은 거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짜식이 내가 동네 건달인줄 아나? 짜장면으로 때우려 하네?‘


웨이터가 안내하는 방으로 들어서니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녀석이 혼자 짜장면을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 오셨군요. 미안합니다. 내가 아침을 못 먹고 와서 먼저 실례 했습니다,“


'진짜 짜장면을 처먹고 있네?‘


"거, 손님 대하는 태도가 썩 맘에 들지가 않는구먼? “


양변수가 앉자마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시비조로 나갔다.


"나가 짜장면이나 먹자고 여기까지 온 줄 아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는데, 이번 건으로 먹은 거중에서 얼마나 토해낼레?"


용주가 냅킨으로 입을 닦더니 빙긋 웃었다.


"웃어? 이 자식이 백주 대낮 호텔에서 대가리가 깨져봐야 정신을 차릴라나?“


양변수가 대가리를 깰 재떨이를 찾았다.

금연이었다.

대신 물 컵이 있었는데 영 폼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용주가 미동도 않고 냅킨을 한쪽으로 내려놓으며 말했다.


"거기 메뉴 첩 열어 보시고 뭐 드실지 먼저 정하시지요?“


쫄지 않고 차분히 대응하는 상대를 보면서 약간 당황한 양변수가 메뉴 첩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내가 지금 밥이나 처먹자고 여길..“


메뉴 첩을 집어 던지려다 메뉴 첩 안에 뭔가 있음을 순간 깨닫고 메뉴 첩을 자기 앞으로 당겨 펼치기 시작했다.


'내가 성격이 너무 급해서 안 돼. 이 자식이 그래도 예의 있게 이 안에 넣어 놨구만’


메뉴 책자를 펼치자 무슨 서류가 있었다.

수표 정도를 기대했던 양변수는 찡그리며 서류를 살펴보았다.

서류에는 '역삼파 조직현황도'라고 제목이 쓰여 있고 구속된 나상태 회장의 얼굴사진을 중심으로 몇몇 중간 보스들 사진과 설명 그리고 나상태 사진에서 굵은 직선 아래로 쭉 그어 자신의 사진이 있었고 그 밑에 자기 신상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양변수가 순간 당황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다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인상을 쓰며 서류가 든 메뉴 첩을 상대에게 던졌다.


"이 새끼가 뭐하자는 수작이야?“


용주가 메뉴 첩을 받아서 자신 앞에 펼쳤다.


"보자...양변수씨..조직의 부두목이고 두 건의 상해사건의 용의자이시고 세 건의 공갈 협박, 뇌물, 범죄단체 구성으로 엮여서 들어가시면 최소 20년은 햇빛을 못 보시겠네요? “


당황한 양변수가 삿대질 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야, 이, 이 새끼야, 어디서 협박 질이야?"


용주가 메뉴 첩을 닫으며 빙긋 웃었다.


"협박인지 아닌지 오늘 밤 당장 확인 시켜 드려요?

검찰 수사관이 오늘 밤 댁을 방문 하시면 협박이 아닌 거겠죠?“


양변수가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씩 씩 대며 앉아 있었다.


"이번 입찰 사태 보고도 그렇게 몰라요? 세상 돌아가는 거?“


'그래 이놈이다. 이놈이 검찰을 사주해서 이번 입찰을 엉망으로 만들고 나회장을 집어 넣은 것이다.‘


'이 자식은 도대체 무슨 빽이 있길래 검찰을 동원할 수 있는 거지?‘


"내가 양사장님을 뵙자고 한 거는 뭐, 협박이니 그런 짓 하자는 게 아니고요.“


양변수는 코가 꿰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도 건설업에 몸을 담아 보니까 처리해야 할 지저분한 일이 워낙 많더라고요?“


"그래서 양사장님과 좋은 협조 관계를 가지면 좋겠다 싶어서 이렇게 초대한 거고요."


"아 물론 대가는 넉넉히 드려야죠.“


"우선 이번 입찰 건을 우리 회사가 직접 시공할건데, 아시죠? 온갖 잡견들이 뭐하나 얻어먹으려 몰려드는 거.“


용주가 식탁보 아래에서 007가방을 올렸다.

가방을 눕히더니 두 손으로 양변수 앞으로 밀었다.


"이번 공사에 잡견들 얼씬 못하게 해주시는 조건으로 드리는 거고요“


"앞으로도 서로 협조할 일이 많을 겁니다.“



양변수가 007가방의 잠금쇠를 딸깍하고 열자 5만 원권이 다발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용주가 손을 깍지 끼며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사장님?“


양변수가 가방을 닫았다.

긴장한 얼굴로 일어서서 용주를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상반신을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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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여의주1 23.02.08 61 2 12쪽
26 의룡대군 23.02.07 61 2 12쪽
25 성빈 23.02.06 61 1 12쪽
24 유장혁 23.02.03 57 2 12쪽
23 조직의 재건 23.02.02 58 2 12쪽
22 응급실 23.02.01 61 2 13쪽
21 적룡부위 23.01.31 62 2 12쪽
20 결투 23.01.30 60 2 12쪽
19 새 계약 23.01.27 72 2 12쪽
18 역삼파 23.01.26 65 2 12쪽
17 십리파 23.01.25 72 2 12쪽
16 신천파 23.01.24 73 2 12쪽
15 삼용그룹 소동2 23.01.23 72 2 12쪽
14 삼용그룹 소동1 23.01.21 78 2 12쪽
13 차원 교집합3 23.01.20 79 2 12쪽
12 차원 교집합2 23.01.19 79 2 12쪽
11 차원 교집합1 23.01.18 85 2 12쪽
» 서용주 23.01.17 91 2 11쪽
9 흑표2 23.01.16 85 2 12쪽
8 흑표 1 23.01.13 106 2 12쪽
7 압구정 23.01.12 113 4 15쪽
6 금호 맨션 23.01.11 122 4 12쪽
5 다시 서울로 23.01.10 139 5 12쪽
4 환궁 23.01.09 134 5 12쪽
3 1985년 왕십리 23.01.08 181 5 13쪽
2 통천각 23.01.07 258 5 12쪽
1 재회 23.01.06 443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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