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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동 님의 서재입니다.

저세계의 공주가 나를 찾아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하기동
작품등록일 :
2023.01.06 10:52
최근연재일 :
2023.02.10 07:57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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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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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3,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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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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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시 서울로

DUMMY

호위청

대청마루에 의자와 탁자가 놓여있고 의자에는 호위총관이 지휘봉을 한손에 잡고 위엄 있게 아래를 노려보고 있었다.

호위청 마당에는 남명이 상의가 벗겨진 채 결박당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남명의 좌우로는 호위청 무사 둘이 각각 사람 키만 한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고 주위로는 호위청 무사들이 창을 들고 서있었다.


“종5품 근위도감 부장인 주제에 허가 없이 함부로 통천각을 출입한 죄, 거기다 통천각 수위무사를 다치게 한 죄, 이는 죽어 마땅한 중죄를 지은 것이니 이에 합당한 벌을 내릴 것이다.”


남명은 표정 변화 없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죄인 남명은 할 말이 있는가?”


남명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호위총관을 똑바로 보며 말을 시작하였다.


“총관마님, 죽을죄의 판결은 황상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궁궐에서 일어난 장형 이상의 죄는 황상의 입회하에 국청이 국법인바 소인은 국청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저런, 죽일 놈을 봤나. 죄인 주제에 감히 국청을 요구하다니!”


말은 바른 말이었다,

자신을 장형으로 감하던지 죽이려면 국청을 해야 하는 것이 국법이었다.

남명은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품고 있는 의문은 황상 입회하에 다 밝혀야겠다고 결심했다.

국청이 벌어지면 공주의 통천각 출입을 은밀히 알선한 의룡대군, 공주가 인간계로 나간 뒤 공주의 귀환을 확인하지 않고 닫혀진 문, 거기다 빗장 까지 걸은 일 등등을 낱낱이 밝히고 설사 결과가 남명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론 지어지고 남명의 목이 떨어지더라도 의혹을 제기 한 것만으로도 그는 목적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무사의 길을 걷기로 정한 다음부터 남명은 자신의 생사에는 초연했다.

무사는 전장에서 목숨을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 목숨이 아까우면 문과의 길을 걸었거나 장사치가 되었을 터.

국본 자리를 놓고 의혹이 일어난 이 순간 그 것을 밝히고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또한 가치 있는 죽음이라 여겼다.


호위총관이 화난 얼굴로 대답했다.


“오냐, 국법이 그러하다니 내 사헌부에 상주하여 국청 여부를 묻겠노라. 그 전까지 저 죄인을 옥에 처넣고 감시하거라”


“잠깐 멈추시오”


모두 뒤돌아 관문을 바라보았다.

도승지가 첩지를 들고 들어서고 있었다.


“황상의 첩지가 계시니 모두들 예를 갖추어 첩지를 받드시오.”


순간 호위청에 짧은 술렁임이 일어나고 모두들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하였다,

도승지가 두루마리를 펴서 읽기 시작했다.


“죄인 근위도감 부장 남명은 금지 통천각을 무단 침입하고 통천각 수위를 해한 죄 크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주마마의 안위를 위하여 한 일로 사료된다.

또 이를 위하여 적법한 절차를 밟기에는 촌각을 다투는 일로 여겨지는바

죄인의 사정이 이해되며 이를 공주와 의룡대군이 증언하였다.

이에 죄인을 근신 보름에 처하여 보름간 외출을 막는 것으로 형을 가름하고자 한다.

황제페하 만만세“


“황제폐하 만만세”


모두들 황제페하 만세를 외쳤다.

호의총관은 떨떠름하였으나 황제의 명이 그러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보름간의 근신이라니, 이건 뭐 잘했다고 훈장 주는 격 아닌가?


“황제폐하의 어진 명을 받들어 죄인을 죄인의 처소에 감금하고 보름 근신에 처한다. 데려 가거라.”


호위청무사 둘이서 밧줄에 묶인 남명을 부축해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역시 공론화는 부담스러웠나 보군’

남명이 속으로 생각했다.



황제의 처소에선 공주와 의룡대군이 함께 앉아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바마마 감사합니다, 부장 남명에게 인자한 조치를 취해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아니다. 나는 일벌백계로 다스릴 생각이었다만 의룡대군도 사정을 참작하여 용서해 주기를 간청하니 딸과 동생의 부탁을 어찌 거절하겠느냐?”


“황상의 인자로움은 우리 세상의 빛이옵니다.”


의룡대군이 미소 지으며 형님 황제에게 고개 숙였다.


“그래, 우리 공주는 인간계에 다녀온 소감이 어떠하던가? 흥미가 있었나?”


“짧은 시간이라 큰 경험은 못하여 뭐라 드릴 말씀은 없으나 매우 어수선하고 인심이 흉흉하여 도처에 무뢰배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허허 인간계는 변치가 않았구나. 내 젊은 시절에 가 봤을 때만 해도 굶주려 죽는 이들이 산천에 널려 있고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전쟁이 끊이질 않았는데..”


“그래도 맑고 착한 아이들도 만났고 굶어 죽는 이들이나 전쟁은 보질 못하였습니다.”


“그러하다니 다행이구나. 콜록 콜록”


황제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 아바마마 괜찮으시옵니까?”


“황제폐하 너무 무리 하신 것 같사옵니다. 그만 침소에 들어 쉬소서."


“괜찮아, 괜찮아. 어쨌건 공주는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구나.

그러나 들어보니 근위도감 부장이 뒤따르지 않았다면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 하니 부디 행동을 진중히 하여 경거망동 하지 말길 바란다.”


“예, 아바마마”


“대군은 비록 공주의 부탁이라도 내 허락 없이는 통천각의 출입을 금하도록 하시오”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그럼 이만들 물러 가거라. 내 건강이 오래 이야기할 짬조차 주질 않는구나.


공주와 의룡대군은 예를 표하고 황제의 접견실에서 나왔다,

복도에서 공주는 의룡대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숙부께서 저를 도운 남명 부장에게 가벼운 징계를 주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요, 의당 해야 할 일이었죠.”


“그리고 저 때문에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하여 송구합니다.”


“공주마마, 제가 공주마마의 숙부인데 하나 밖에 없는 조카를 위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또 가시고 싶으시면 아무런 부담 없이 은밀히 부탁만 하십시오. 삼촌으로서 그 정도도 못하겠습니까?”


의룡대군이 싱긋 미소 지으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비룡공주도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의룡대군의 팔에 매달렸다‘

“고마워요 숙부”


그날 밤

남명이 처소에 갇혀 여러 가지 걱정에 잠이 안 와 뒤척거리기만 하던 시각

별궁의 공주의 처소에는 아직도 불이 밝았다.


“다시 한 번 차근히 생각해 보시지요.”


채상궁이 근심어린 얼굴로 공주를 보았다.


“틀림없어, 인간계에 갔을 때 잃어버린 거야.

오늘 아침에도 분명 차고 있었거든“


공주가 걱정스런 얼굴로 생각을 더듬었다.


“그래, 그 무뢰배가 내 목걸이를 빼앗으려 했을 때 땅에 떨어진 거야.

지금 가면 거기에 그대로 있을 거야“


“공주마마, 오늘 그런 소동을 겪고도 다시 인간계로 가신다는 말씀이옵니까?”


“목걸이는 아바마마께서 직접 주신 보물이에요.

잃어 버렸다면 아바마마의 낙담이 클 것입니다.”


‘낙담 정도가 아니겠지요’


상궁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목걸이에 걸린 여의주는 이 나라 황실의 적자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었다.

그것은 황실의 권위를 상징하고 황실이 용의 적자임을 나타내는 전설의 보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황상이 연로하시어 건강이 나빠지자 따로 공주를 불러 직접 목에서 끌러 물려주신 것이었다.

그런 귀중품을 인간계에서 잃어버리고 왔다는 것을 알면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후계자 공주를 마뜩치 않아 하는 반대파 대신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었다.

여의주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그것도 인간계에 가서 경솔히 행동하다가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반대파 대신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채상궁, 내가 숙부님께 부탁하여 한 번 더 인간계를 다녀올까 해요.”


“아니 되옵니다. 공주마마.”


“걱정마세요, 금방 다녀 올 테니까”


행동이 앞서는 공주였다.

공주는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 어두운 밖으로 나섰다.

나인 둘이서 얼른 등을 켜서 공주 앞에서 불을 밝혀 길을 밝혔다.

채상궁이 공주를 말리러 따라 오다가 멈추었다.

어릴 때부터 봐온 공주의 성격상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잠시 주춤하다가 한 생각이 떠올라 공주와 다른 방향으로 급히 움직였다..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노릇이었다.

자기 생각이 맞는다면 의룡대군은 공주를 내 치고 황위를 노리는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단지 일개 부장인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상대는 황제의 동생인 대군이고 그의 주변에도 많은 세력이 있다,

경솔하게 행동한다면 역모를 밝히지도 못할뿐더러 음해 죄로 자신의 목이 먼저 달아날 것이다.

아니, 자신의 죽음이야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공주님의 안위를 지키지 못하면 헛된 죽음이 아닌가?

죽음은 두렵지 않으나 헛된 죽음은 두려웠다.

무장으로 태어나서 제대로 충성한 번 못하고 헛되이 죽는 다면 구천에서 조상님을 무슨 낯으로 뵐 것인가?

오만 생각에 뒤척이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부장..남명부장 주무시는가?”


채상궁의 목소리였다.

남명이 얼른 일어나 문을 살며시 열었다.

채상궁이 주위를 살피며 얼른 방으로 들어왔다.


“야심한 시각에 어쩐 일로? 경비는 어떻하셨습니까?”


“근신 경비야 형식적이지 않은가? 내가 몇 푼 줘서 주막으로 갔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아무래도 부장이 한 번 더 인간계에 다녀와야 겠네.”

“예?”



같은 시각 의룡대군과 비룡공주는 불 밝혀 주는 나인도 없이 통천각을 향해 걷고 있었다.


“뭘 잃어버리신 것 같다니요?

웬만하면 이 숙부가 구해 줄 수 있으니 인간계로 굳이 가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저······.그게······.”


“귀중한 노리개라도 되나요?

그런 거는 이 숙부가..”


“여의주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의룡대군이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그걸 차고 가셨습니까?”


“저도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차고 가서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어허······.이건 큰일이군요. 그 곳은 이곳과 흐르는 시간이 다르다고 하던데...

가신다고 해도 금방 찾을 수 있겠습니까?”


“여의주가 저를 찾을 거예요.”


의룡대군이 잠시 놀란 눈으로 공주를 응시했다.


“그러하지요.

여의주는 용의 적손들의 보물,

여의주가 공주님을 찾으실 겁니다.”


대군과 공주가 어둠을 뚫고 통천각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통천각이 바라보이는 나무 뒤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조용히 다가와 나무와 하나가 되었다.

남명이었다.

통천각 정문에 보초가 없었다.

남명이 보초가 없음에 의아해 하며 정문으로 달려 나갈 준비를 하는 데 문이 열리며 의룡 대군이 나왔다.

남명이 순간 움찔하며 다시 나무에 붙었다.

정문을 나온 대군이 날카로운 눈길로 주변을 살피더니 한 쪽 방향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검은 말을 탄 검은 옷을 입은 무사 한명이 불개 두 마리를 앞세우고 나타나 소리 없이 전각으로 빠르게 다가와 대군을 지나 전각 안으로 사라졌다.

대군은 그가 전각 안으로 사라지자 스스로 전각문을 닫고 걸어 나갔다.


남명은 당황했다.

이건 자객을 보낸 게 분명했다.

불개 두 마리에다 기병이라니?

어린 여자애 하나 상대로는 너무 과한 병력이 아닌가?

남명으로선 그 이유를 알수도 없었고 알려고 지체할 수도 없었다.

기병을 상대하려면 그도 말이 있어야 했다.

얼른 근위도감 축사 쪽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통천각의 보초병들이 다시 돌아와 전각문 앞에서 자세 잡고 보초를 섰다.

아까 대군의 명으로 잠시 전각을 비운 뒤 다시 돌아와 보초를 서는 것이었다.

전각을 비우라니 참 이상한 명도 있다 하면서도 높은 사람들 하는 것에 일일이 토다는 게 아니라면서 둘이 실실 대는데 어디선가 빠르게 달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어둠을 뚫고 말 한 마리가 달려 들었다.

놀란 보초병들이 손 쓸 새도 없이 말은 정문을 박차고 전각 안으로 달려갔다.

넘어진 보초병들이 일어나 전각 안을 보니 푸른 옷의 근위도감 무사 한명이 말을 타고 계단을 내려 지하로 향하는 게 보였다.


남명이 지하에 도착하여 말고삐를 당기고 둘러보자 8개의 대문중 하나가 활짝 열려있고 아지랑이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위에서 보초병들의 외침이 들렸다.


“멈춰라 거긴 금지구역이다!”


“이랴!”


남명이 박차를 가해 말을 몰아 아지랑이 속으로 돌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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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의룡대군 23.02.07 62 2 12쪽
25 성빈 23.02.06 61 1 12쪽
24 유장혁 23.02.03 58 2 12쪽
23 조직의 재건 23.02.02 58 2 12쪽
22 응급실 23.02.01 61 2 13쪽
21 적룡부위 23.01.31 62 2 12쪽
20 결투 23.01.30 60 2 12쪽
19 새 계약 23.01.27 72 2 12쪽
18 역삼파 23.01.26 66 2 12쪽
17 십리파 23.01.25 73 2 12쪽
16 신천파 23.01.24 73 2 12쪽
15 삼용그룹 소동2 23.01.23 72 2 12쪽
14 삼용그룹 소동1 23.01.21 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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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차원 교집합2 23.01.19 80 2 12쪽
11 차원 교집합1 23.01.18 8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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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흑표2 23.01.16 85 2 12쪽
8 흑표 1 23.01.13 10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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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호 맨션 23.01.11 123 4 12쪽
» 다시 서울로 23.01.10 140 5 12쪽
4 환궁 23.01.09 135 5 12쪽
3 1985년 왕십리 23.01.08 181 5 13쪽
2 통천각 23.01.07 25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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