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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동 님의 서재입니다.

저세계의 공주가 나를 찾아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하기동
작품등록일 :
2023.01.06 10:52
최근연재일 :
2023.02.10 07:57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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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5
추천수 :
79
글자수 :
163,990

작성
23.01.11 09:08
조회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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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금호 맨션

DUMMY

밤.

금호동 금호맨션

퇴근하는 승용차 한 대가 맨션 입구로 미끄러져 왔다.


‘지금 시간에 주차할 데가 있으려나.


항상 주차난에 시달리는 이 맨션은 초저녁만 지나도 주차할 자리가 없어 동네를 뺑뺑 돌기 일쑤였다.

맨션과 담벼락 사이에 주차 공간이 보였다.


‘오, 예!’


운전자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차를 몰아갔다.

갑자기 전방에서 커다란 말이 나타났다.

놀란 운전자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추었다.

커다란 말의 엉덩이가 차를 향해 서 있었다.


금호맨션201호

성빈의 집

성빈의 처와 딸은 아직 호텔 뷔페식당에서 오질 않았다.

성빈이 손수 차린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친 성빈과 남명, 공주가 식탁에 모여 앉았다.

남명이 공주를 따라 이 세상으로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다.

사연을 경청하던 공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숙부가 그런 의도가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어요.”


“아까 불개를 보시고서도 못 믿으시겠습니까?

불개는 왕실에서 키우는 맹수입니다.

그런 맹수가 왜 공주마마를 쫓아 왔겠습니까?“


고개 돌려 성빈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봐, 여기도 아까 네가 본 그런 맹수가 살고 있나? “


“매, 맹수는 살고 있지만 낮에 본 그런 생물은 나도 처음 보는 거고..

더구나 아프리카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그런 맹수가 있다는 이야긴 들어 본 적도 없고..”


말 하면서도 살짝 기분이 나빴다.

성빈 나이 이제 막 50이었다.

남명은 아무리 많이 쳐 줘도 20대 후반에서 30도 안 돼 보였다.

그런 녀석이 말끝마다 반말이다.

여기서 지나온 세월은 인정해 줘야 할 것 아니냐고.

그런데 낮에 남명이 도리깨로 괴물을 쳐 죽이던 광경을 떠올리면 차마 그 말은 입 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런데 너도 그날 목걸이 같은 거 생각나는 거 없니?”


공주가 물었다.


얘도 반말이다.

그래, 공주라니까 이해해 주자.


“아니, 워낙 오래전이기도 하고...

그날 난 저 친구가 깡패들 두들겨 패던 거 하고

갑자기 동그라미가 생기더니 너희 둘이 그 안으로 사라진 것만 생각나.

그리고 깡패들 깨어나기에 겁이 나서 집으로 뛰어 갔었지.

바닥에 뭐가 있었는지 알 수도 없었어."


“요!”


남명이 소리치자 성빈이 움찔하며 뭔 소린가 싶어 남명을 쳐다보았다.


“없었어요! 이놈이 공주님께 말하는 게 영 버르장머리가 없네."


“어..그래도 내가 연장자인데..”


“이자식이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리겠나?”


남명이 손을 올리자 성빈이 반사적으로 손을 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부장, 지금 그 것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여의주의 기운은 아까 그 근처에서 느껴졌는데 기운이 아주 약했어요.

그리고 거기는 전에 잃어버린 곳과는 많이 떨어 진 것 같았는데..”


“그래······.요.

여기도 30여 년 전에 재개발 되어서 예전 골목길은 사라졌어....요.

이 집 근처가 예전 골목길이었고 아까 괴물들 설치던 곳은 동대문 쪽이라 여기서 많이 떨어진 곳이거든······.요“


“그 때 같이 있던 동생과 친구에게 물어 보면 어떨까?”


공주가 물었다.


“그, 그래보자······.구요

동생 성주는 여기서 한 시간 정도 가야 되는 곳에 살고 있어....요.

그리고 친구 용주는..“


성빈은 말을 흐렸다.

용주는 지금 재벌급의 부자라 자신과 연락이 끊어진지 20년 가까이 되었다.

연락처도 모를뿐더러 만나자고 해도 만나줄지 몰랐다.


“그리고 우리에겐 40년 전의 일인데 그 쪽에겐 어제 일이라니 누가 믿어 줄지도 모르겠고..”


“그게 중요해? 임마! 공주님의 여의주를 찾는 게 급선무지!”


“아니 그러니까 그걸 찾으려면 우리도 뭐가 앞뒤가 맞아야 하는데..”


“이 자식은 뭐든지 부정적이야!

찾고자 하면 찾을 것이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 했어!”


성빈으로선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그래, 잠시 기운을 차린 다음에 성주네 집에 가서 물어 보자꾸나”


공주가 일어나 소파 쪽으로 가더니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누웠다.


“마마, 어디가 편찮으시옵니까?


“아니오, 부장. 내 오늘 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좀 지치는구려.”


“알겠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쉬시옵소서.


말을 마친 남명이 성빈을 쳐다보았다.


“?”


성빈은 영문을 모른 채 남명을 같이 쳐다보았다.


“여기는 술 같은 거 없냐?”


“술?”


“녀석아, 술이라도 한잔 해야지 피곤이 풀리고 기운이 날 것 아니냐!”


“아, 아.. 뭘 좋아해....요? 막걸리? 소주?”


“아무거나 가져와 봐”


성빈이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소주병을 꺼내서 남명 앞에 놓았다.

그리고 소주잔을 찾으려 싱크대로 돌아서는 순간 남명이 병 채로 소주를 입에 다 털어 넣었다.


“뭔 술이 이렇게 싱거워?

이게 물이지 술이냐?

더 없어? “


“아, 알겠어······.요.

편의점가서 사올게······.요“


성빈이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남명이 공주를 보니 잠이 들어 있었다.

남명은 방 주위를 살폈다.

담요가 눈에 띄어 그 것으로 공주를 덮어 주었다.


성빈이 고량주와 싸구려 양주 등 도수 높은 술을 사서 맨션으로 돌아오는데 누군가 자기를 보고 소리쳤다.


“아저씨~ 여기 이 말 주인 누군지 알아요?”


성빈이 돌아보니 어떤 성깔 있게 생긴 사람이 차량 라이트로 남명의 말 궁둥이를 비춘 채 말 뒤에서 화난 목소리로 물어 보고 있었다.


“아,,그 말이요? 저희 집에 손님이 타고 온 말인데요.”


“뭐라고요? 손님이 말을 타고 와?”


성깔 있게 보이는 사나이는 황당하다는 듯 다시 한 번 말을 보더니 성빈에게 소리 질렀다.


“지금 차 댈 데도 없는데 망아지 새낄 데려다 놓으면 어쩌자는 거요?

빨리 치워요!”


“아니, 그게..”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공주님 깨시겠네."


남명이 맨션 입구에서 나오며 씩씩 거렸다.


“당신이 말 주인이야?”


“넌 뭔데 남의 말 가지고 소란이냐?”


“너? 방금 너라고 했냐?”


사나이는 인상 쓰면서 남명에게 다가왔다.

성빈은 가슴이 쫄렸다.


‘아..또 소동이 나겠네. 어쩌면 좋아..’


사나이가 남명에게 가까이 와서 봤다.

남명이 자기보다 머리 하나가 컸다.

얼굴에 수염을 길렀고 덩치는 우락부락했다.

복장을 보아하니 사극 엑스트라 같았다.

쫄렸다.

사나이는 쫄지 않기 위해 가슴을 내밀며 소리 쳤다.


“차도 아니고 말을 가지고 오는 게 어디 있어!

말은 축사에 갔다 놔야지 엉?”


사나이가 말을 하면서 말을 향해 삿대질을 하다가 돌아보니 말이 안 보였다.

사나이는 일순 당황했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말이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 자식이 말을 곱게 해야지 언제 봤다고 반말지거리야.”


남명의 말에 사나이가 발끈했다.


“뭐? 이 자식? 임마, 내가 이 동네에서 ”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남명이 사나이의 뺨을 후려갈겼다.

사나이가 옆으로 풀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뻗었다.


“술 사왔냐?”


뻗어있는 사나이를 보던 성빈이 화들짝 놀라 남명을 보았다.


“어? 예.. 뭐가 좋을지 몰라 이거 저거 섞어서..”


“됐어, 들어가자”


성빈은 주춤거리며 남명을 따라가면서도 뻗어있는 사내가 걱정이 되어서 자꾸 뒤돌아보았다.


집안

남명은 술을 병나발 불고 있고 성빈은 휴대폰으로 동생과 통화 하고 있었다.


“그래,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야, 공주하고 그 때 그 덩치 큰 사람하고 같이 왔어”


“마! 공주님! 그리고 남부장!”


“공주님하고 남부장님”


“그래..지금 공주가..아니 공주님이 잠들어 있는데 깨는 대로 너희 집으로 갈게”


성빈이 통화를 마칠 무렵 현관 잠금장치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성빈의 처와 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늦게라도 오던지 안 올 거면 집안 정리라도 해놓고······.”


신발을 벗으며 잔소리를 시작하던 아내는 고량주병을 입에 대고 들이 붓는 남명을 보고 놀라서 일시 정지했다.


“어마, 저 아저씬 누구야? 그리고 소파에서 자는 저 애는 또 누구고?”


딸도 놀라며 거실로 들어왔다.

그 소리에 공주도 잠을 깨고 눈을 비비며 앞을 보았다.


“얘기 하자면 긴데 이쪽은 남명부장님, 저 분은 공주마마셔”


“당신네 회사 부장님이야? 근데 공주마마는 또 뭐야?”


“공주님이니까 공주마마지, 그런 것도 몰라!”


남명이 성빈 처를 향해 꽥 소리 질렀다.


“어머나 놀래라. 이 양반이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당신 이 사람들 다 뭐에요?”


“으응 지금 갈 거야, 남 부장님, 공주마마 일어나시지요.

성주네 집으로 갈 겁니다.”


“이상한 사람들 데리고 고모 댁은 왜 간데?”


“사정이 있다니까 그러네.


성빈은 남부장과 공주를 앞세워 서둘러 문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 맨션 현관에 이르자 구급차와 경찰차가 와 있었고 아까 뻗어 있던 남자가 구급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앉아 있었다.

성빈은 겁이 덜컥 났다. 경찰까지 와 있는 것이다.

성빈이 애써 사내를 외면하면서 자신의 차로 가서 운전석에 들어갔다.

남명은 터벅터벅 자신의 말로 다가가 공주를 먼저 태운 뒤 자신도 안장으로 올라갔다.

사내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남명이 탄 말 근처로 뛰어 왔다. 뒤따라 경찰과 구급대원도 따라 왔다.


“이봐! 너지! 너야! 날 이 꼴로 만들고”


“경찰! 이 녀석이 날 쳐서 기절 시킨 놈이오.

그래 이 말! 주차장에 말을 끌고 와선,”


사내가 말하면서 무심코 말의 엉덩이를 툭 치자 말이 뒷발질하여 사내를 허공으로 날렸다.

사내는 말 뒷굽에 가슴을 맞고 붕 떠서 주차된 차의 지붕에 떨어졌다.

충격으로 차의 지붕이 찌그러지고 차유리가 박살이 났다.

놀란 구급대원들이 사내에게 달려가고 경찰이 남명의 말에게 달려왔다.


“이봐요, 멈춰요, 사람이 다쳤잖아”


“내가 쳤어?

저 병신이 말을 건드려서 말한테 맞은 거잖아.”


남명은 그대로 말고삐를 쥐고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성빈은 겁먹은 얼굴로 운전석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사태를 보고 있었다.


“뭐해! 빨리 가지 않고!”


남명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성빈은 변속레버를 움직이고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 시켰다.

남명이 말을 몰아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 뒤로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따라 왔다.


“거기 말 탄 사람, 빨리 멈추세요.”


‘큰일 났다’


성빈은 겁이 덜컥 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명은 도리깨를 꺼내들어 성빈의 차를 퉁퉁 쳤다.


“야 빨리 달려!”


성빈이 속도를 내자 말도 속력을 내어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선 경찰차가 왱왱거리면서 쫓아 왔다.


“앞의 검은 말 주인, 말을 멈추시오.”


성빈의 차가 사거리에서 신호 무시하고 우회전하여 동호대교 방면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경찰차가 잠시 뒤 사거리에 도착해서

차내의 경찰이 좌우를 살폈다.


“얼루 간 거야?”

“글쎄?”


우측 저 멀리 달리는 말이 있었지만 경찰들에겐 검은 안개에 가려져 형체가 보이질 않았다.

성빈의 차는 경찰에게도 보였지만 그들의 추적 물은 말이므로 관심 밖이었다.

운전석의 경찰이 허탈한 표정으로 사이렌 스위치를 내렸다.


강변도로에서 말과 함께 나란히 달리면서 성빈은 연신 백미러로 경찰이 쫓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경찰은 안 따라 오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속도를 내어 달리던 흰색 소나타 한 대가 자기 옆으로 말이 달리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바싹 따라오던 뒤차가 소나타를 들이받고 두 차가 도로에 빙글 돌며 멈췄다.


그 여파로 다른 차들이 연이어 급정거하고 추돌하였다.

강변도로가 마비됐다.

소나타 운전자가 황당한 얼굴로 나와 부서진 자기 차를 본 후 멀리 말이 달려간 곳을 보았다.

어둠속에 말은 보이질 않았고 구형 아반떼 한 대가 털털 거리며 시야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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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성빈 23.02.06 61 1 12쪽
24 유장혁 23.02.03 58 2 12쪽
23 조직의 재건 23.02.02 58 2 12쪽
22 응급실 23.02.01 61 2 13쪽
21 적룡부위 23.01.31 62 2 12쪽
20 결투 23.01.30 60 2 12쪽
19 새 계약 23.01.27 72 2 12쪽
18 역삼파 23.01.26 66 2 12쪽
17 십리파 23.01.25 72 2 12쪽
16 신천파 23.01.24 73 2 12쪽
15 삼용그룹 소동2 23.01.23 72 2 12쪽
14 삼용그룹 소동1 23.01.21 78 2 12쪽
13 차원 교집합3 23.01.20 79 2 12쪽
12 차원 교집합2 23.01.19 80 2 12쪽
11 차원 교집합1 23.01.18 86 2 12쪽
10 서용주 23.01.17 91 2 11쪽
9 흑표2 23.01.16 85 2 12쪽
8 흑표 1 23.01.13 107 2 12쪽
7 압구정 23.01.12 113 4 15쪽
» 금호 맨션 23.01.11 123 4 12쪽
5 다시 서울로 23.01.10 139 5 12쪽
4 환궁 23.01.09 135 5 12쪽
3 1985년 왕십리 23.01.08 181 5 13쪽
2 통천각 23.01.07 258 5 12쪽
1 재회 23.01.06 444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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