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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님의 서재입니다.

S.N.L (Save and L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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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작품등록일 :
2018.11.17 15:37
최근연재일 :
2019.07.16 14:09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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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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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0,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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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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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SNL - 50

DUMMY

···정전위 위원장 구석환님의 인사말에 이어, 대통령님의 축사가···

···가수 윤종환 씨와 아이돌그룹 R.G.B의 축하무대가 있겠습니다. 모두 커다란 박수로···

···모두 함께 셋, 둘, 하나를 외쳐주시면 그에 맞춰 축포를···


평범한 기념행사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사람들은 환호했다.

무대 위의 정화자들은 병풍처럼 서있을 뿐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열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인류의 보루가 될 정화자들이 당당하게 서있는 모습만으로도 관객들의 가슴 속에 불가해한 열망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전위 출입권한이 있는 기자가 아니면 연예인이나 정치인보다도 실물을 보기 힘든 부류가 정화자였다. 그런 정화자가 이곳에만 수십 명이 있었다. 행사를 위해 비번인 정전위 소속 정화자를 모두 대동한 결과였다. 그 중에는 정화자가 아님에도 요청을 받아 참석한 전대용도 있었다.

사람들은 멀리서나마 정화자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군중 속 한 소녀만큼은 사진기를 드는 대신 두 눈으로 정화자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윤슬이었다.


‘저 사람이 한주영이고 그 옆이 신공석인가. 그러면 저쪽의 여성은 최수영이겠구나. 생각만큼 강해보이진 않네. 하지만 수찬 오빠 말 대로면 다들 상당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그러면 저들이 재영이보다 강할까?’


윤슬로서는 알 수 없었다.

윤슬은 아직까지 재영이 전력을 드러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경호 의뢰를 맡겼을 때에도 적당히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지간한 이매망량은 다가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윤슬은 무술을 배운 적 없는 순수한 무당이기에 타인의 내공의 깊이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없었다. 그녀의 체질은 내공을 쌓기 용이한 ‘그릇’보다는 삼라만상의 기운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통로’에 더 가까웠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특출한 무당이 될 여지는 있지만 무인으로서는 부적합했다.

다만 신통력을 통해 육체가 품은 내공의 기운이 아닌, 영혼이 발산하는 영적 잔향을 감지해 어떤 기질일지 유추하는 것은 가능했다.


‘한주영은 고집불통에 거친 성격일 것 같고, 그나마 신공석은 눈매가 날카로운 걸 빼면 심성은 고요한 편이구나. 만약 파트너를 선택해야한다면 한주영 만큼은 피하고 싶네.’


윤슬도 아직은 어린 소녀였기에 호기심이 왕성했다. 생각하는 방향이 대다수의 군중과 다를지언정 열심히 정화자들을 관찰하는 건 똑같았다. 방금 전 재영과의 통화에서 알게 된 ‘강상욱이 빙의된 정화자’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지금만큼은 뇌리에서 잠시 잊혀졌다.


정화자가 한 명씩 무대 위 단상에 올라 자기소개를 하고 각오를 다지는 순서가 오면서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금전적인 보수, 개인적인 원한, 혹은 대의와 인류애 등 정화자마다 정전위에 투신한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해도 인류를 지키는 투사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그렇기에 설령 돈 때문에 정전위에 가담한 게 알려진 정화자라 할지라도 단상에서 내려올 때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그때 갑자기 주변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히스테릭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단상 위의 정화자와 관람석 가장 앞쪽에 앉아있는 정부요인들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지? 윤슬은 옆자리의 키 큰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키가 큰 그는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갑자기 왜들 이러죠? 무슨 일 있나요?”


안절부절 못하던 남자는 윤슬의 질문에 버럭 소리를 높였다.


“정신을 어따 팔고 다니는 거야? 우로보로스의 메시지도 못 봤어? 두 번째 위상충돌이 곧 벌어진다잖아!”


잠시 생각이 멈췄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두 번째 위상충돌? 우로보로스의 메시지?

윤슬을 제외한 행사장의 모두가 패닉에 빠져있었다. 거짓말은 아니리라.

나는 메시지를 못 받은 거야? 어째서? 그리고 두 번째 위상충돌이라니?

그때,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싹함에 윤슬의 뇌리를 가득 채운 온갖 잡념이 모두 지워졌다.

느껴졌다. 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잠시 후, 거대한 충격파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찌르르 몸이 떨렸다. 단지 살갗뿐 아니라 복부를 가격당한 것처럼 뱃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내공이 없다시피 한 윤슬마저도 코피가 터지고 속이 들끓을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였다. 만약 일정 이상의 기를 몸 안에 축적한 사람이 이런 충격파를 맞게 된다면······


윤슬은 단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피를 토하며 쓰러진 정화자들과 전대용이 보였다. 한주영과 신공석 등 일부 정화자들은 충격을 견뎌냈는지 두 발로 서있기는 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는 못했다. 입가에 흐르는 피와 창백한 안색을 통해 그들 역시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윤슬은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나 박수찬도, 김순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때 기묘한 기운이 윤슬을 스쳐지나갔다. 공간이 어그러지고 찢어지면서 발생하는 기운. 균열의 징조였다. 가까운 곳, 적어도 이 근방에만 수십 개의 균열이 열리는 게 느껴졌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행사장 상공 5m지점에서 여러 개의 균열이 동시발생하며 다종다양한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인파 한 가운데로 뛰어내린 괴물들이 군중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핏방울이 산발하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경호 병력이 응사를 시작하면서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전쟁터가 됐다. 그러나 크고 작은 괴물들이 시민들 사이에 섞여든 탓에 화기 사용에 큰 제약이 있었고, 활약해줘야 할 정화자들은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부분 무력화된 상태였다. 그나마 움직이는 정화자는 신공석을 포함한 네 명뿐이었는데 그들도 상태가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네 명의 정화자는 혼 울프와 같은 소형 괴물들을 도륙하면서 크림슨 빈폴 같은 중형 괴물들이 날뛰는 것을 막아냈다.

그러는 동안 비전투인원과 부상자들은 가까운 본부 건물로 피신했고, 행사가 진행됐던 대형 연병장엔 괴물과 전투가능인원만 남았다. 윤슬도 민간인들 사이에 섞여 몸을 피했다.


다행인 건 정전위 본부가 어지간한 군부대 이상의 방어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분산되어 있던 부서들을 통합하고 첨단기술을 적용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군사시설인 만큼 상당 수준의 방호력을 지니고 있었다.

본부를 둘러싼 높은 담장은 철근콘크리트를 아낌없이 쏟아 부어 만든 것이라 중형 괴물도 쉽사리 부술 수 없었고, 현재 사람들이 피난한 제7동 별관은 사무동인 본관과 달리 정화자들의 훈련을 상정하고 축조된 복합체육관이라 내부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 이상의 뛰어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별관 내부로 피신한 이들 중 철없는 일부가 창가로 다가가 연병장에서의 전투를 구경했다. 안전요원이 위험하니 창가에서 떨어지라고 닦달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정화자의 전투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윤슬도 그 대열에 끼어있었다. 그러나 남들처럼 싸움구경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윤슬은 다른 이들과 달리 연병장에 열린 균열 밖에도 도시 곳곳에 셀 수 없이 많은 균열이 열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시선은 연병장 안쪽보다는 담장 너머를 주시하면서 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면서 연병장 내의 괴물들은 대부분 정리가 되었지만, 본부 밖에 그보다 훨씬 많은 괴물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놈들을 가로막은 것은 담장이었다. 제아무리 괴물이라 해도 4미터 높이의 담장을 쉬이 넘을 순 없었다. 그렇다고 부수자니 어지간한 충격엔 흠집도 나지 않을 만큼 견고했다.

윤슬이 있는 별관 창가에선 괴물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담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모두들 한시름 놓으려는 찰나,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을 지른 여인이 가리킨 곳에는 도로에 버려진 차량들을 담장 옆에 쌓아올리는 괴끼리가 있었다. 신체능력이 중장비에 맞먹는 괴끼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놈은 차량을 차곡차곡 쌓아 계단처럼 생긴 커다란 구조물을 만들었다.

다행히 저 한 놈만 지능이 특출하게 높은 것인지 다른 괴물 중에 그런 행동을 보이는 녀석은 없었다. 하지만 차량 구조물을 밟으면 담장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은 지능이 낮아도 알 수 있는 일이기에, 괴물들이 줄줄이 월담을 성공했다.


차량 구조물의 존재를 모르는 괴물들은 담장을 넘어갈 수단을 찾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들을 본부 쪽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던져진 물체는 대부분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이나 타이어 같은 차량 부속품 등이었다. 담장 밖에서 별관까지의 거리는 가장 짧은 곳도 60미터 가까이 되었지만 투척물 일부는 별관까지 날아와 부딪히기도 했다.

강화유리로 건축된 덕분에 내부의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연병장에서 전투 중인 사람에게선 투척물로 인한 피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괴물들은 담장을 넘어왔고, 방어선이 조금씩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윤슬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핸드폰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확인한 윤슬은 혼란한 와중에도 전화를 받았다.


─슬아! 슬아, 괜찮···


반가운 목소리였다. 정화자와 자경단원들이 쓰러지는 바람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무탈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슬은 천지신명께 감사를 드렸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안전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재영이 계속해서 뭔가 말을 하는데 통화상태가 좋지 않아 잘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재영아! 주변이 시끄러워서 무슨 말인지 잘 안 들려! 여긴 갑자기 난장판이 됐어. 정화자들은 거의 다 쓰러졌고, 경호원이랑 군인들이 괴물과 싸우고 있어. 놈들이 끝도 없이 밀려······”


그때 괴물이 담장 밖에서 승용차 문짝을 뜯어내 힘껏 던졌다, 문짝은 커다란 수리검처럼 회전하며 별관을 향해 날아왔다.


“거기! 조심해요! 피해!”


윤슬이 소리쳤다. 그러나 사람들은 싸움구경에 정신이 팔려있던 터라 반응이 늦었다. 강화유리의 견고함을 믿고 부주의하게 있었던 탓이 컸다.

강화유리 자체는 금만 가고 문짝에 관통되지 않았지만 창틀은 그러지 못했다. 문짝이 박히는 충격으로 창틀 째 떨어져나간 강화유리는 뒤에 있던 사람을 덮쳤다. 불의의 피해자는 아까 윤슬이 무슨 일이 있냐고 말을 걸었던 남성이었다.


“제길······!”


사람들이 달려가 창틀을 치워내고 그를 도우려 했지만 안면이 무너진 그는 얼마 못가 숨을 거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정하고 모여드는 거 같아. 나는 아직은 괜찮아.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적이······ 적이 너무 많아. 재영아, 듣고 있니! 재영아!”

─조금만 기···! 내가 ···게! 무슨 일이 있··· ···아!

“뭐라고? 잘 안 들려! 재영아!”


통화가 끊겼다.

제대로 알아듣기엔 소리가 너무 끊겼지만, 그럼에도 윤슬은 재영이 마지막에 하려 한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기다려. 도우러 갈게.

덕분에 약간이나마 기대를 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재영이 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재영이 강상욱을 제압한 곳에서 이곳 성례시까지는 자가용으로 넉넉잡아 한 시간은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최대한 서두른다 해도 사오십 분은 걸리리라. 그때까지 이곳에서 벼텨낼 수 있을지 윤슬은 확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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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SNL - 57 19.07.10 45 1 14쪽
57 SNL - 56 19.07.04 67 1 16쪽
56 SNL - 55 19.06.28 77 1 16쪽
55 SNL - 54 19.06.22 62 1 11쪽
54 SNL - 53 19.06.16 99 1 14쪽
53 SNL - 52 19.06.10 78 1 18쪽
52 SNL - 51 19.06.04 62 1 11쪽
» SNL - 50 19.05.30 110 1 12쪽
50 SNL - 49 19.05.24 88 1 18쪽
49 SNL - 48 19.05.18 110 1 17쪽
48 SNL - 47 19.05.12 97 1 15쪽
47 SNL - 46 19.05.06 113 1 19쪽
46 SNL - 45 19.05.02 96 2 12쪽
45 SNL - 44 19.04.28 112 1 13쪽
44 SNL - 43 19.04.24 111 1 17쪽
43 SNL - 42 +1 19.04.20 126 3 18쪽
42 SNL - 41 19.03.04 147 2 15쪽
41 SNL - 40 19.02.24 167 3 18쪽
40 SNL - 39 19.02.16 189 3 17쪽
39 SNL - 38 19.02.10 160 3 17쪽
38 SNL - 37 19.02.06 174 3 14쪽
37 SNL - 36 19.01.30 161 5 11쪽
36 SNL - 35 19.01.24 170 4 15쪽
35 SNL - 34 19.01.22 193 2 17쪽
34 SNL - 33 19.01.18 192 3 14쪽
33 SNL - 32 19.01.16 215 4 17쪽
32 SNL - 31 19.01.14 236 5 16쪽
31 SNL - 30 19.01.12 239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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