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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님의 서재입니다.

S.N.L (Save and Load)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러아님
작품등록일 :
2018.11.17 15:37
최근연재일 :
2019.07.16 14:09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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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0,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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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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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SNL - 51

DUMMY

전투 가능 인원은 습격이 막 시작된 때와 비교해 2/3에 불과했다. 그나마 전투가 가능했던 정화자 4인 중 한 명은 괴물에게 살해당한 뒤였고, 남은 3명, 신공석과 한주영, 최수영은 내상 때문에 빠르게 힘이 빠져 이전과 같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담장을 넘는 괴물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전투력 우위는 괴물 쪽으로 기울어졌다.


“더 이상 못 버텨! 후퇴해야 돼!”

“별관에서 농성한다! 모두 물러나!”


이대로 가다간 포위당해 몰살당하기에 연병장의 전투인원들은 모두 별관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최후미에서 아군을 엄호하던 최수영이 고립되고 말았다. 최수영은 방어와 회피에 전념하며 길을 뚫으려했지만 주변을 둘러싼 괴물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한주영은 최선두에서 별관으로 향하는 후퇴로를 지키느라 지원할 수 없었으므로 최수영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신공석과 군인들밖에 없었다. 신공석과 몇몇 군인이 그녀를 도우려했으나 그들과 최수영 사이를 가로막는 괴물은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었다.


최수영은 퇴각을 포기했는지 염력으로 인근의 사물들을 그러모아 자신을 감싸는 구형의 보호벽을 만들었다. 흙과 바위, 콘크리트 조각, 사람과 괴물의 시신까지 이용해 만든 방벽은 염력으로 강화된 내구력으로 최수영을 보호했다.

최수영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그녀에게 괴물의 시선이 분산된 덕분에 그녀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별관 내부로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었다.


별관 내부에 피신해있던 사람들은 전선이 본인들 코앞까지 후퇴하면서 한층 겁에 질렸지만 건물 내부로 피신한 덕에 군인과 정화자들에겐 한시름 돌릴 여유가 생겼다.

한주영이 출입구 하나를 전담해 괴물의 진입을 차단하는 동안 신공석은 소수의 병력을 차출해 최수영을 구조할 계획을 세웠다. 남은 수류탄 류를 모조리 쏟아 부어 퇴로를 확보하고 조금이나마 체력을 회복한 신공석이 길을 여는 계획이었다.

괴물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최수영의 방벽을 두들기고 있었다. 방벽이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었으므로 최대한 빨리 구조해야했다.

신공석이 구조계획에 자원한 일부 군인들의 도움을 받아 계획을 실행하려 했을 때, 그의 앞길을 막는 이가 있었다. 난리통에 흐트러지지만 않았다면 단정했을 정장차림의 중년 사내였다.


“당신이 정화자 신공석 맞습니까?”

“제가 신공석 맞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정장남이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명함을 건네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두 부류였다. 영업사원, 혹은 정치인. 정장남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다만 정치인 본인은 아니고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이었다.


“보좌관께서 무슨 일이시죠?”

“혹시 지금 저 아수라장을 뚫고 최수영 정화자를 구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만?”


보과관은 다소 과장되게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굉장히 안타깝지만, 지금 이곳 상황도 그렇게 좋지 못하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신공석씨의 숭고한 동료애는 이 자리의 모두가 높게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 때문에 수백 명이 위험해지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정재계 인사들과 연예인, 일반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혼재된 자리였다. 그들 앞에서 일개 보좌관이 이처럼 당당하게 나서기란 쉽지 않다. 보아하니 모시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다른 주요 인사들의 뜻까지 대변하는 낌새였다.

신공석은 별관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훑었다. 그들로부터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신공석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들의 태도에 슬쩍 부아가 치밀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지금 수영이를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겁니까?”


충격파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지만 신공석이 내뿜는 위압감은 여전히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보좌관은 안색이 파랗게 질리면서도 끝내 하려던 말을 모두 꺼냈다.


“제, 제 말을 곡해하지 마십시오. 최수영 씨 하나를 구하자고 다 죽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저라고 좋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얼마나 중요한 분들인지 안다면 감정에 휩쓸리는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신공석씨께 이곳의 지휘권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역겹지만 정론이었고 대승적으로 옳은 말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른바 ‘높으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고, 정전위의 초대를 받은 동료 정화자들의 친인척도 있었다. 무엇보다, 따로 마련된 패닉 룸에 피신해 지금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 대통령도 있었다. 신공석이 제멋대로 위험을 강제해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언쟁을 하는 시간조차 아까웠기에 신공석은 보좌관을 무시하려했지만 이번에는 그를 도우겠다고 했던 군인들이 망설임을 보였다. 군 통수권자의 안전을 걸고 위험을 감수한다는 게 군인들로서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그럼 나 혼자 가겠습니다. 당신네들은 안전한 이곳에서 버티다가 구조를 받든 다 같이 죽든 하십시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습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당신 자유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가벼이 취급하는 방종입니다!”

“입 닥쳐! 조금만 더 떠들면 당신이랑 저 괴물들이 똑같아 보일 것 같으니까!”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새로운 목소리가 언쟁에 끼어들었다.


“잠시 진정들 하시지요.”


다양한 매체로 접해 상당히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패닉 룸에 있어야 할 대통령, 함진영이었다.

역대 최연소인 50대 중반에 당선된 그는 1년도 되지 않은 요 사이 80줄을 바라보는 국회의장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일만큼 늙어있었다.


“군 통수권자로서, 저는 얼마든지 신공석 씨를 도울 용의가 있습니다. 정화자는 재난이 닥쳤을 때 국가의 부름에 자발적으로 응해준 애국자들입니다. 애국자를 위해서라면 모든 여력을 다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필요하다면 이곳을 방어하는 인원 일부를 차출해서라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들의 생명권을 지켜야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발언의 뉘앙스가 묘하게 변하자 다급해진 신공석이 외쳤다.


“수영이도 국민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묻겠습니다. 전문가인 신공석씨는 최수영씨 구출작전의 성공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부디 솔직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신공석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결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니었다.

20퍼센트? 잘하면 30퍼센트 쯤 될까? 사실대로 말했다가 도와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지?

온갖 상념이 신공석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사, 삼십······ 아니 사십 퍼센트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공석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결여돼있었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보좌관이 나섰다. 사실 일개 보좌관이 나서기에는 부적절한 자리였다. 대통령이 대화하는 자리였으니까. 그러나 그는 자신이 유리해지자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당장 자기 목숨까지 걸린 상황이니 흥분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신공석 씨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지켜보던 시민들까지 저마다 목소리를 내면서 장내가 혼란스러워졌다. 나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혼란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람들은 더더욱 흥분했다.

그때 한주영이 있는 곳에서 굉음이 일지 않았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주영이 굉음을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잠시 주의를 돌리게 하면서 소요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누군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자기들은 안전한 곳에 숨어 입방아만 찧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신공석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는 걸 잘 알겠습니다.”


함진영이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최수영씨를 도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 가능성이 설사 삼사십 퍼센트보다 낮더라도 말입니다. 우리는 지켜지기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정화자 최수영 씨가 괴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듯 우리도 최수영 씨를 지켜야합니다. 우리는 싸울 수 있습니다. 여기엔 군대를 갔다 온 분들도 많습니다. 부상당한 군인의 총을 쥐고 빈자리를 메꾸는 정도는 나이 먹은 저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반대쪽에 무게를 싣는 것 같았던 함진영의 의견이 갑자기 찬성으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연막작전이었다. 극적인 반전을 통해 상대편이 반박할 틈을 주지 않고, 신공석이 궁지에 몰리자 시민들이 느끼는 동정심과 죄책감을 이용한 것이었다.

약자인 시민들에게 스스로를 희생해 강자인 정화자를 돕는 건 어찌 보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실상 이 상황에 강자와 약자는 없었다. 죽으면 다 같이 죽고 살면 다 같이 사는 것 뿐. 썩 내켜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대놓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었다.


“최수영씨 구출을 성공하한다면 우리가 이곳에서 버티기도 더 용이해질 겁니다. 방금 패닉 룸에서 우리들을 구출하기 위해 군대가 투입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면 우리의 승리입니다.”


노회한 정치인답게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분위기는 신공석에게 유리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저, 저도 대통령님의 의견에 도, 동의합니다.”


여린 목소리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축하공연을 위해 초청된 여성아이돌그룹 RGB의 멤버였다. 그녀의 매니저가 깜짝 놀라 퉁방울만한 눈으로 그녀를 만류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감이 없을지언정 의견을 철회하진 않았다. 아까 최수영 덕분에 목숨을 구한 그녀는 최수영을 포기한다는 의견에 죄책감을 느끼던 중이었다. 그녀를 필두로 찬성하는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출작전이 결정되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총을 한 번이라도 쏴본 이들은 부상병 대신 총을 들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부상자를 돌봤다.

신공석은 기회를 준 함진영에게 눈인사를 한 뒤 작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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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SNL - 57 19.07.10 44 1 14쪽
57 SNL - 56 19.07.04 66 1 16쪽
56 SNL - 55 19.06.28 76 1 16쪽
55 SNL - 54 19.06.22 61 1 11쪽
54 SNL - 53 19.06.16 99 1 14쪽
53 SNL - 52 19.06.10 77 1 18쪽
» SNL - 51 19.06.04 62 1 11쪽
51 SNL - 50 19.05.30 109 1 12쪽
50 SNL - 49 19.05.24 87 1 18쪽
49 SNL - 48 19.05.18 110 1 17쪽
48 SNL - 47 19.05.12 97 1 15쪽
47 SNL - 46 19.05.06 112 1 19쪽
46 SNL - 45 19.05.02 95 2 12쪽
45 SNL - 44 19.04.28 112 1 13쪽
44 SNL - 43 19.04.24 111 1 17쪽
43 SNL - 42 +1 19.04.20 126 3 18쪽
42 SNL - 41 19.03.04 147 2 15쪽
41 SNL - 40 19.02.24 167 3 18쪽
40 SNL - 39 19.02.16 189 3 17쪽
39 SNL - 38 19.02.10 159 3 17쪽
38 SNL - 37 19.02.06 173 3 14쪽
37 SNL - 36 19.01.30 160 5 11쪽
36 SNL - 35 19.01.24 170 4 15쪽
35 SNL - 34 19.01.22 193 2 17쪽
34 SNL - 33 19.01.18 192 3 14쪽
33 SNL - 32 19.01.16 215 4 17쪽
32 SNL - 31 19.01.14 236 5 16쪽
31 SNL - 30 19.01.12 239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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