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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님의 서재입니다.

S.N.L (Save and L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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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작품등록일 :
2018.11.17 15:37
최근연재일 :
2019.07.16 14:09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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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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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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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SNL - 31

DUMMY

“아까 저한테 재능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재능을 말하는 거죠? 콩 심는 재능?”


김윤아가 고랑에 불린 콩을 묻으며 물었다. 재영은커녕 본인조차 웃지 않는 시답잖은 농담은 덤이었다.


“대지의 정령을 부리는 재능이요.”


김윤아의 움직임이 살짝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평범함의 화신 같았던 자신에게 그럴듯한 재능이 있다고 하니 놀란 것이다. 물론 김윤아는 아직까지 재영의 말을 온전히 믿고 있지는 않았다.


“이름만 들어서는 굉장히 멋질 것 같은 능력이네요. 그런데 당신이 저한테 재능이 있는 걸 어떻게 알죠? 아니, 애초에 저를 특정하고 찾아온 거 같은데 제가 정화자인 건 어떻게 안 거예요?”

“그냥······ 직감압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저한테는 타인의 재능이 보이는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사이엔 과거에 작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당신의 존재를 알 수 있었던 겁니다.”


적당히 둘러댔지만 김윤아는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을 찾아 이 시골구석까지 온 사람이니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우연히 깡촌을 방문해서 우연히 정체를 숨긴 정화자를 발견한다? 그런 가능성보다는 모든 걸 알고 찾아왔다는 게 훨씬 설득력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가 의문이지만 김윤아는 재영도 정화자라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정화자는 신비에 싸인 존재였으므로 어떤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재능을 어떻게 계발하죠?”

“당신에겐 지금까지 쌓은 업으로 대지의 정령을 불러낼 자격이 있을 겁니다. 필요한 것은 대지의 정령에게 형상을 부여하는 것과 정령을 부르는 간절함이죠.”

“업? 형상과 간절함······?”


재영 역시 알고 있는 것은 이론뿐이었다. 전생에서는 정령과 일말의 인연조차 없었고, 혼돈의 정령인 마고는 워낙 특이한 존재라 일반론으로 채택하기 힘들었다. 마고처럼 정령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는 친화도가 엄청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는 특이케이스였다.


“업이란 대상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긴······ 농사꾼이 땅이랑 친하지 않을 수 없겠죠.”

“먼저 해야 할 것은 형상화입니다. 정령은 정신체이기 때문에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인간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형상을 취해야 하죠. 그 형상을 부여하는 것은 대개 인간의 몫이고요. 땅 전체가 하나의 생명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세요.”

“이거 무슨······ 창의력 테스트 같은 건가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흥미가 동했는지 김윤아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바닥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으음, 땅의 모습이라······. 커다란 산 같은 느낌인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형상화에만 몇 개월이나 몇 년씩 걸리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재영은 김윤아를 믿었다. 전생에서 스스로 대지의 정령술을 습득한 김윤아였기에 약간의 길만 제시해주면 알아서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진 김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명확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지 바닥에 엎드려 땅을 끌어안는 자세를 취하다가, 이내 흙을 한 움큼 쥐어서 입안에 집어넣기도 했다.

죄다 헛짓거리였지만 재영은 참견하는 대신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엣, 퉤퉤! 으, 이건 아닌가······.”


여러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김윤아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중단했던 콩 심기에 다시 정신이 팔린 그녀는 슬금슬금 재영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파종을 오늘 내로 끝낼 계획이었는데 작업진척도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느렸다. 이 속도라면 내일까지 해야 할 지도 몰랐다.


“저기, 죄송한데 형상화는 조금 이따가 다시 할게요. 지금은 이걸 마무리해야 해서······.”

“지금 콩 심는 게 중요합니까!”


호통에 놀라 김윤아는 들고 있던 호미를 떨어트렸다.


“왜, 왜 그렇게 급해요? 당장 누가 죽기라도 해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길게 잡아도 열흘. 안 그러면······ 적어도 수백 명이 다치게 되겠죠.”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자세히 설명 좀 해봐요. 그러고 보니 뭣 때문에 이렇게 성화인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네.”

“수도권 인근의 지하에 거대한 괴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십 동의 건물을 어렵지 않게 무너트릴 수 있는 놈이죠. 이놈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실은 당장 사흘 뒤에 균열이 열리지만, 그건 말할 수 없었다. 괴물이 지하에 숨어있는 걸 알고 있는 것과 균열이 언제 어느 때 발생하는지 미리 아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수백 명이 다친다는 거죠? 정전위인가 뭔가 하는 쪽의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이 전문가 아니에요? 공권력은 뭘하고 있길래 자력구제에 그렇게 목을 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은 모릅니다. 안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도 않을 테고요.”

“그러니까······ 당신이랑 나, 단 둘이서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요?”


재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윤아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건의 스케일이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한적한 산중에서 자라온 그녀에겐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다.


“알았어요.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할게요. 하지만 나한텐 콩 심는 것도 중요해요. 그러니 내가 형상화에 집중하는 동안 내 작업을 당신이 대신 해줘요. 당신 지금 딱히 할 것도 없죠? 방법은 알려줄게요. 어렵지 않아요.”


김윤아가 불린 콩이 들어있는 소쿠리를 내밀었다. 재영은 군말 없이 소쿠리를 받아들었다. 김윤아의 일상을 흩트려놨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 조금이나마 공평하리라.




재영은 이곳에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 집주인인 박덕자는 젊은이의 방문이 마냥 즐겁기만 한지 재영의 체류를 흔쾌히 허락했다. 균열 때문에 시골을 떠난 노인들이 많아 인근에 체류할 수 있는 빈집이 많긴 하지만, 전기도 수도도 끊긴 까닭에 재영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이튿날, 재영은 전날의 콩에 이어 온갖 모종을 심었다. 오이, 토마토, 호박을 비롯해 5월에 심을 수 있는 작물은 죄다 심는 것 같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농사일이지만 재영은 주어진 몫을 꿋꿋하게 해냈다.

해가 질 때 쯤, 하루종일 형상화에 집중했던 김윤아가 질문했다.


“제가 상상한 게 제대로 된 형상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죠?”

“정령이 만족할 만한 형상이면 그들을 불렀을 때 그쪽에서 당신을 초대할 겁니다. 느낌이 괜찮은 형상이 있었나요?”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시도해볼만 한 것 같아요.”


김윤아가 떠올린 형상은 땅강아지였다. 밭에서 호미질 몇 번만 해도 쉽게 만날 수 있어서 굉장히 친숙한 이미지였고, 자세히 보면 은근히 귀엽게 생기기도 했다. 그렇기에 땅에 거하는 요정을 생각했을 때 땅강아지의 형상이 가장 강렬하게 떠올랐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제가 준비해놓을 테니 밤에 시작하죠. 지금은 보는 눈이 있으니까요.”


달이 가장 높게 뜬 시각, 재영은 곤히 잠든 김윤아를 깨웠다. 재영이 김윤아를 이끈 곳은 주인을 잃고 잡초만 무성한 휴경지였다. 밭 한가운데에는 사람 키 깊이의 구덩이가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부스스한 기색이었던 김윤아는 구덩이를 보자 몸을 떨었다. 졸음이 싹 달아난 그녀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재영을 쳐다봤다.


“아니죠······?”

“생각한 게 맞을 겁니다.”

“저를 저 구덩이에 묻는다고요? 저, 정말 이 방법 밖에 없나요?”

“방법이야 많습니다. 하지만 시도할 기회는 많지 않죠. 그러니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겁니다.”

“······.”


재영은 어느 정도 반발을 예상했으나 김윤아는 생각보다 순순히 계획을 따랐다. 조용해진 김윤아에게 재영이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부터 의식을 치를 겁니다. 의식 동안 당신이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형상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간절하게 대지의 정령을 부르세요. 만약 그들이 부름에 응한다면 당신을 초대할 겁니다. 그들의 세계로.”

“그들의 세계로 초대받으면 어떻게 되죠? 제가 이곳에서 사라지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몸은 이곳에 두고 정신만 그쪽으로 가게 됩니다.”


마고와의 조우 당시 재영은 육체까지 정령계로 넘어가버렸지만 그건 특수한 경우였다. 그러한 특수성 때문에 재영은 마고가 정령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결코 방심하지 마세요. 말 그대로 ‘그들의 세계’입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이방인이며 한없이 나약한 존재에요. 그들은 당신이 계약하기에 적합한 인간인지 어떤 방식으로든 시험하려 할 거예요.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정령 중에는 괴팍한 녀석이 많지만, 못 푸는 문제를 시험으로 낼만큼 악하진 않으니까요. 못 견딜 것 같을 땐 가장 소중한 걸 떠올려 보세요. 조금이나마 힘이 될 겁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죠?”

“일반적으론 정령계에서 추방당하고 계약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라면 당신의 영혼은 사라지고 육체는 정령에게 빼앗기게 되겠죠.”


정령 친화도가 높을수록 몸을 빼앗길 가능성도 높았다. 계약을 맺기는 싫지만 다른 정령에게 주기는 아까우니 육체를 차지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계약의 기회를 잃든 육체를 빼앗기든, 재영에게 실패의 종류는 큰 의미가 없었다. 실패는 곧 불러오기를 의미했고, 불러오기를 하면 모두 없던 일이 되므로 어떤 식으로 실패하든 똑같은 결과일 뿐이었다.


“그, 그럼 죽는 건가요?”


재영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김윤아는 어렵지 않게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죽는 거군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그만 두어도 좋습니다. 억지로 권해서 될 일이 아니니까요. 각오가 되지 않았다면 하지 않는 게 당신과 저 모두에게 좋습니다.”

“······.”

“어떻게 하시겠어요?”

“한 번 해볼게요.”


제법 의지를 굳게 다졌는지 김윤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잠시 뒤 김윤아는 재영이 시키는 대로 최소한의 의복만 갖춘 채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재영은 김윤아의 정수리에 흙을 뿌렸다.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중대한 의식인 만큼 조심스럽고 섬세한 움직임이었다.


“흙 알갱이 하나하나가 피부에 맞닿는 걸 느끼는 거예요.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수많은 생명을 느껴봐요.”


김윤아는 허벅지까지 흙에 묻혔다. 정령이라는 미지에 대한 공포와 산채로 매장당하는 두려움 때문에 김윤아의 호흡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그렇다고 얕보지도 않는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부르는 겁니다. 당신의 간절한 의지는 세상의 경계를 넘어 그들에게 전달될 겁니다.”


어깨까지 흙에 잠겼을 때쯤, 김윤아의 감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의 파장이 심상치 않았다.

김윤아가 정령의 부름을 받았다는 신호였다. 지금부터가 중요한 순간이었다. 몇 분이 걸릴 수도,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재영은 김윤아의 성공을 기원하며 자리를 지켰다.


김윤아의 정신이 정령계로 떠난 지 5분가량 지났을 무렵, 제법 쌀쌀한 밤공기에 재영은 몸을 떨었다. 두터운 내공으로 몸을 감싸서 추위를 차단할 수 있기는 하지만 굉장히 비효율적인데다가 그럴 필요를 느낄 정도로 춥지는 않았다. 옷을 좀 더 두껍게 입을 걸 그랬나 후회하는 와중에 머리만 땅밖으로 내놓은 김윤아에게서 이상한 징후가 나타났다.

김윤아는 파들파들 머리를 흔들다가 기절한 사람이 정신을 되찾듯 번쩍 눈을 떴다. 그리곤 신음을 흘리더니 뱃속의 내용물을 힘차게 게워내기 시작했다.


“으, 으으윽. 우웨에엑······.”


목 아래로 몸이 땅에 묻혀있었기에 지면과 얼굴이 가까웠다. 그 상태로 구토를 하자 토사물이 얼굴에 튀고 역한 냄새가 여과 없이 코로 들어갔다. 그 바람에 더 많은 구토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괜찮나요? 계약은 어떻게 됐습니까?”


김윤아는 자신의 토사물 한 가운데에서 어푸어푸 거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뭔가를 만나긴 했는데······ 그게 대지의 정령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들은 저를 시험을 하지도 않았어요. 아직 부족한 게 있다면서······ 저를 그냥 되돌려 보냈어요.”

“실패했다고요?”

“그. 글쎄요.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하던데 일단은 실패인 걸까요? 그보다······ 저 좀 꺼내주지 않을래요? 흙 속에 오래 있으니 얼어 죽을 것 같거든요.”


흙을 모두 거둬내자 김윤아가 덜덜 떨면서 땅속에서 기어 나왔다.


“하아, 하아······. 일단은 따뜻한 물로 씻어야겠어요. 온통 흙투성이에 토까지 했으니······. 정말 대지의 정령이 싫어지는 밤이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많이 부족해서······.”

“괜찮습니다.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요.”


김윤아는 나중에 이 짓을 또 해야 하나 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재영의 속마음은 달랐다. 아무리 오랫동안 밭을 가꾸고 흙을 만졌다지만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그것만으로는 정령과 계약할 만한 계기가 되기 힘들다. 역시 무난한 방법으로 특수능력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무언가 더 특별한 계기가 필요했다. 예를 들면······


‘균열.’


만약 김윤아에게 부족한 것이 간절함이라면, 충분히 간절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다. 물론 김윤아의 비극을 지켜보기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악독해지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균열이 김윤아에게 충분한 자극이 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진심이었다.




새벽에 있었던 계약의 의식이 실패로 돌아간 탓에 재영과 김윤아는 하루 종일 힘이 빠져있었다.

재영은 균열 이전에 김윤아가 정령과 계약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사실상 손을 놓았다. 농사일을 돕기보다는 하루 뒤에 나타날 균열을 대비해 장비와 몸 상태를 체크하며 근방의 지형지물을 숙지했다. 전날처럼 다급하게 굴 필요가 없어졌기에 그 반작용으로 살짝 늘어진 상태였다.

김윤아는 모처럼 받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실망감으로 풀이 죽어있었다. 정령과 계약한다고 나름 열심히 했는데 실패하고 나니 허탈감이 몰려온 것이다. 의욕이 식은 탓에 그녀는 오전 내내 멍청한 표정으로 외양간 앞에 쭈그려 앉아 소의 콧잔등만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오후가 돼서야 정신을 차리고 밭일을 다시 시작했다.


모처럼 평화로웠던 하루는 금세 저물었다. 평소처럼 일을 마친 뒤 씻고 밥을 먹는데, 말수가 적은 박덕자가 문득 입을 열었다.


“뭔 일이 있간디······”


밥을 먹고 소에게 여물을 주러 나가려던 김윤아가 멈칫했다.


“네?”

“뭔 일이 있간디 뽑아놓은 솔멘치로 축 처졌다냐?”


평범한 물음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날카로웠다. 박덕자는 무뚝뚝한 얼굴로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지만 그 시선은 김윤아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별 일 아니에요, 할머니.”

“스울 학생도?”


박덕자의 질문은 재영에게도 날아왔다. 김윤아를 볼 때만큼이나 깊은 시선이 재영에게 향했지만 재영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 했다.


“예.”

“······그라믄 다행이고.”


그것을 끝으로 박덕자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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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SNL - 57 19.07.10 44 1 14쪽
57 SNL - 56 19.07.04 66 1 16쪽
56 SNL - 55 19.06.28 75 1 16쪽
55 SNL - 54 19.06.22 61 1 11쪽
54 SNL - 53 19.06.16 98 1 14쪽
53 SNL - 52 19.06.10 77 1 18쪽
52 SNL - 51 19.06.04 61 1 11쪽
51 SNL - 50 19.05.30 109 1 12쪽
50 SNL - 49 19.05.24 87 1 18쪽
49 SNL - 48 19.05.18 109 1 17쪽
48 SNL - 47 19.05.12 97 1 15쪽
47 SNL - 46 19.05.06 112 1 19쪽
46 SNL - 45 19.05.02 95 2 12쪽
45 SNL - 44 19.04.28 112 1 13쪽
44 SNL - 43 19.04.24 111 1 17쪽
43 SNL - 42 +1 19.04.20 125 3 18쪽
42 SNL - 41 19.03.04 147 2 15쪽
41 SNL - 40 19.02.24 167 3 18쪽
40 SNL - 39 19.02.16 188 3 17쪽
39 SNL - 38 19.02.10 158 3 17쪽
38 SNL - 37 19.02.06 173 3 14쪽
37 SNL - 36 19.01.30 160 5 11쪽
36 SNL - 35 19.01.24 169 4 15쪽
35 SNL - 34 19.01.22 192 2 17쪽
34 SNL - 33 19.01.18 191 3 14쪽
33 SNL - 32 19.01.16 214 4 17쪽
» SNL - 31 19.01.14 236 5 16쪽
31 SNL - 30 19.01.12 238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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