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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님의 서재입니다.

S.N.L (Save and Load)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러아님
작품등록일 :
2018.11.17 15:37
최근연재일 :
2019.07.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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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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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SNL - 48

DUMMY

재영이 정신을 차렸을 땐 카운트가 3초 밖에 남지 않았지만 3초면 몸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순간적으로 방출된 내공이 몸을 덮었다. 1차 위상충돌 때와 비슷한 충격파라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을 만한 호신강기였다.

그리고 잠시 뒤 카운트가 0을 가리켰다.


충격파가 당도했을 때, 재영은 자신의 예상이 모조리 엇나갔음을 깨달았다. 충격파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고, 1차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재영의 입으로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호신강기를 둘렀음에도 체내의 내공이 흔들려 내상을 입은 것이다. 위중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내공운용에 있어서 제법 제약이 될 정도의 내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재영의 내상이 아니었다. 재영이 내상을 입을 정도면 다른 정화자나 자경단원들의 피해는 막심할 게 분명했다. 충격파만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 당장 재영의 곁에 있던 손세정만 하더라도 바닥에 쓰러진 채 눈코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재영은 자신의 내상을 돌보는 것보다 먼저 손세정의 맥을 살폈다. 1차 충돌 때 박수찬이나 전대용이 입었던 내상은 별 거 아닐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혈도를 짚어 날뛰는 내공을 진정시켰으나 손세정의 상태는 여전히 위중했다.

보유한 내공이 어중간한 사람들은 모두 이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재영처럼 외부의 충격에도 흔들림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만큼 내공의 깊이가 깊든가 반대로 내공이 없다시피 하면 괜찮겠지만, 둘 모두 아닌 탓에 피해가 커진 것이다.


근처에는 마고의 촉수가 모두 역소환되면서 봉인에서 풀린 강상욱도 있었다. 그 역시 충격파에 피해를 입고 입으로 꾸역꾸역 피를 쏟는 중이었다. 충격파에 이매망량이 소멸했는지 불길한 기운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탓에 재생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개 같은······.”


욕이 절로 나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1차 때와 같은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이제 곧 균열이 무더기로 열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전위와 자경단의 대다수가 무력화되었다면 1차 때 못지않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군대도 균열에 대비를 해왔기에 어느 정도 대응은 하겠지만 그야말로 민간의 피해를 군의 피해로 치환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많은 군인들이 죽거나 다치리라. 그동안 균열처리를 정전위에 떠넘겨온 군이기에 뻔한 예상되는 결과였다.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우선적으로 보육원에 돌아가야 했다. 보육원의 안전을 확보한 뒤에야 뭐라도 시도할 여유가 생길 터였다.

재영은 손세정과 강상욱을 한쪽 어깨에 한 명씩 들쳐 메고 손세정의 차로 갔다. 조수석에 손세정을, 뒷좌석에 강상욱을 눕히곤 차키를 찾아 시동을 걸었다.

소요시간만 따지면 보육원까지 일직선으로 달리는 게 더 빠르지만, 내상을 입은 둘을 방치하고 갈 수는 없어서 차량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비록 운전을 못 한지 오래되긴 했지만, 전생에서 미숙하나마 헬리콥터 조종까지 가능했던 재영에게 경차 운전은 어려울 게 없었다.


도로에 드문드문 보이는 차들이 모두 속도제한을 무시한 채 달리고 있었다. 1차 위상충돌 때처럼 우로보로스의 경고메시지가 일반인들에게도 간 모양이었다. 모두들 안전한 곳을 찾아서, 혹은 가족을 만나러 필사적으로 엑셀을 밟는 중이었다.


재영은 보육원 인근에서 차를 세웠다.

이매망량에 빙의된 상태였다고는 해도 범죄를 저지른 강상욱을 데리고 보육원에 갈 수는 없었다. 굳이 강상욱이 아니더라도 손세정에게 자신에 대한 단서를 줄 수 있으므로 재영은 보육원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균열이 발생하면 기감에 미숙한 이라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파장이 발생한다. 재영 쯤 되면 킬로미터 단위에서 균열의 발생유무를 알 수 있다. 다행히 보육원 인근에서 균열은 감지되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균열이 몇 개 열리긴 했으나 당장 보육원에 위험이 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손세정과 강상욱 둘 모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재영은 하는 수없이 최소한의 조치로 강상욱을 포박 해놓고 그들을 차 안에 놔둔 채 균열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가장 가까운 균열은 도심 한복판에 발생해있었다. 균열은 경우에 따라 순식간에 열릴 수도 있고, 아지랑이 같은 전조증상이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존재할 때도 있었다. 이 균열은 후자였기에 주변이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민간인들은 인근의 대피소로 모습을 감춘 뒤였고, 진압방패와 권총, 소총 등을 장비한 무장경찰 네 명만이 주변에 대기하고 있었다. 소형 균열이므로 그들만으로도 감당이 되긴 하겠지만 재영은 다른 균열을 처리하러 가기 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잠시 후 균열이 완성되고 모습을 드러낸 건 혼 울프 네 마리였다. 등장과 동시에 무장경찰들이 일제히 사격을 가했지만 혼 울프들은 재빠른 회피기동으로 화망을 벗어났다. 가만히 놔두면 지지부진 시간이 끌리거나 혼 울프를 놓칠 가능성이 높기에 재영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재영의 손에는 손세정의 작두칼이 들려있었다. 소유주가 기절해있는 까닭에 허락도 받지 않고 들고 온 거였다. 남의 무기를 함부로 쓰는 건 대단히 큰 결례지만 긴급 상황이니만큼 재영은 비난을 각오하고 작두칼을 손에 들었다.

다행히 겉모습만 그럴듯한 예식용 도구가 아닌 실전용 무기였고, 작두도 기본적으로 연장의 일종인 덕분에 전쟁장인의 효과가 제대로 발동됐다.


재영은 혼 울프와 경찰들의 대치상황에 뛰어들어 작두칼을 휘둘렀다. 가장 먼저 벤 건 경찰의 넓적다리를 문 혼 울프였다. 놈은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며 일격에 죽임을 당했다.

남은 혼 울프들이 재영을 보고 으르렁거렸다. 혼 울프는 날렵하고 거칠게 생긴 외견과 달리 겁이 많아 궁지에 몰리면 도망가기 일쑤건만 지금은 어째선지 위협을 하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영은 나머지 혼 울프들도 차례로 두 동강 냈다.

마지막 남은 혼 울프는 혼 울프치고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였다. 끝까지 투쟁심을 불태운 것이다. 녀석은 도망치는 대신 고개를 쳐들고 긴 하울링을 했다.


오오오오─


동료를 부르는 것일까? 허나 사령탑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한 괴물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동족끼리는 서로 돕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균열을 통해 나타나는 괴물의 종은 대체로 뒤죽박죽이었고, 인간에 대한 끝없는 적개심 때문에 얼마 없는 동족의식마저 가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영은 깊게 생각하는 대신 단순한 이상현상으로 치부하고 마지막 혼 울프를 죽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도 저절로 닫혔기에 이곳의 문제는 전부 종결되었다.


“저, 정전위에서 오신 분입니까?”


움직임이나 복장으로 보아 일반인은 절대로 아니었으므로 경찰들은 재영을 정전위 소속으로 오해했다. 재영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쪽은 끝났습니다. 내가 다른 곳의 균열도 정리할 테니 당신들은 12번지 쪽으로 가서 시민들을 보호하십시오.”


12번지는 주택밀집지역인 동시에 보육원과 가까운 곳이었다.

재영을 정전위 정화자라 여긴 경찰들은 명령을 따라주었다. 정전위라고 해도 경찰에 명령권을 가지고 있진 않으나 관계기관들은 가급적 정전위의 요청에 응하는 편이었다. 괜히 따르지 않았다가 피해가 확산되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비판여론이 확산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재영의 말에 일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들을 비교적 안전한 후방으로 이동시키는 명령이었기에 반대가 나올 리 없었다.


“잠깐!”


갑자기 재영이 경찰들을 멈춰 세웠다.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다른 균열이 발생한 방향으로부터 재영이 있는 이곳으로 괴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적의 수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6개의 균열에서 나타난 40여 마리의 크고 작은 괴물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괴물들의 행동원리는 최대한 많은 인간을 죽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점으로 모이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흩어져 피해를 늘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괴물들이 이쪽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제가 처리할 테니 안전한 곳으로 숨으십시오.”

“혼자서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싸우는 건 쉽지만, 지키면서 싸우는 건 어렵습니다. 그러니 잘 숨으셔야 합니다.”


재영의 요청대로 경찰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피했다.

홀로 남은 재영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현상에 불길함을 느꼈다. 전생에 존재하지 않았던 2차 위상충돌에, 괴물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움직임까지.

다른 이들에겐 전에 한 번 일어났던 위상충돌이 또 일어난 것에 불과했다. 비록 커다란 위기이기는 하나, 일어났던 사건이 재발한 것일 뿐이었다.

반면 전생자인 재영에겐 느껴지는 위기감이 완전히 달랐다.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2차 위상충돌이 충격파나 균열 발생 말고도 어떤 재난을 수반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다.


괴물들이 몰려들었다. 어지간한 베테랑 정화자라도 맞서 싸우기보단 후퇴를 고려할 정도의 공세였다.

일사불란하게 모여드는 움직임이 마치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노린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럴 리는 없다. 악마공에 준하는 상위종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하급괴물들이 전술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괴물이 나타나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일렀다.


‘그러면 우연이란 말인가?’


단지 혼 울프의 하울링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그건 너무 낙관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고민하는 중에 괴물 무리가 당도했다. 재영은 무심하게 작두칼을 휘둘러 오는 순서대로 저세상으로 보내버렸다. 혼 울프뿐 아니라 자이언트 엘리펀트 급의 중형 괴물도 있었지만 두툼한 작둣날 앞에서는 크고 단단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저쪽에서 몰려와주니 잡스럽게 추격할 필요가 없는 것 하나만큼은 편했다.

차근차근 작두칼로 도륙하다 보니 10분 쯤 지났을 땐 40여 마리의 괴물이 모두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밖이 조용해지자 숨어있던 경찰들이 나왔다. 그들은 시체더미 한 가운데에 서있는 재영을 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최악의 경우 괴물과의 사투까지 상정하고 있다가 구원을 만났으니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환희 그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

“정화자 만세!”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자 대피소에 숨어있던 시민들이 하나 둘 밖을 살피러 나왔다. 그들은 재영의 특이한 복장을 보고 놀랐다가 산처럼 쌓인 시체를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시민들은 놀라움에서 벗어나자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그들을 뒤로 하고 재영은 빠르게 장소를 이탈했다. 찍혀봐야 득은 없고 실만 있는데 괴물의 체액을 뒤집어쓴 채로 SNS용 피사체 노릇까지 하는 건 사양이었다.


건물 위를 뛰어다니며 일대의 균열이 모두 닫힌 것을 확인한 재영은 손세정과 강상욱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한 시간 정도 지났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맥이 많이 안정되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깨어난다고 당장 전력으로 써먹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눈앞에서 윤슬의 지인이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위상충돌이 끝난 직후 슬퍼하던 윤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차 안에서 재영은 핸드폰 DMB로 긴급재난방송을 틀었다. 어느 정도 규모의 사태인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2차 위상충돌과 함께 전국적으로 균열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는······

국방부는 1차 위상충돌 이후 처음으로 데프콘2를 발령했으며, 데프콘1로 격상할 지를 두고······

동원소집령의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정부는 섣부르게 예비군을 동원하는 대신, 우선은 대피소 등 안전지역에서 안전을 확보하길 당부······

지역 별 균열발생 건수가 집계되고 있습니다. 서울 37, 경기 44, 인천 31······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성례신도시에 전에 없던 규모의 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인근 거주민들께서는······


전국이 난리였다. 정부의 대응은 1차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속하고 정확했지만 재난의 규모 역시 1차와 비교할 수 없었다. 1차 위상충돌 때 전국에 열린 균열이 78개였다. 반면 현재는 파악된 균열만 300개가 넘었다. 균열에서 튀어나온 괴물은 적게 잡아도 3,000마리 이상일 터였다.

그 와중에 동원령을 내리지 않은 건 좋은 판단이라 할 수 있었다.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고 도처에서 크고 작은 습격이 이뤄지는 현재로써는 예비군소집 시 상당수가 부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개죽음을 당할 확률이 컸다.


잠시 뒤 핸드폰화면에 헬리콥터에서 찍은 성례시의 영상이 나타났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성례시의 모습은 참담했다. 거리마다 시신이 즐비하고 사방에 괴물들이 뛰어다녔다. 도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물론, 아직까지 저항이 이어지고 있는지 간간히 총성까지 들렸다.

그때 영상이 갑자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메라맨과 리포터의 비명이 들리고 헬기는 균형을 잃은 채 회전하며 추락했다. 카메라에 마지막으로 잡힌 화면은 헬기 동체의 외부였다. 날개 달린 괴물이 헬기를 붙잡고 흔드는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1차 위상충돌 이후 여태까지 나타난 적 없는 비행형 괴물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리포터로부터 신호가 끊어지자 방송사는 빠르게 화면을 전환했다. 당황한 앵커가 말을 더듬었지만 그 누구도 그를 비판할 수 없었다.


“스, 슬이가······.”


손세정이 작게 중얼거렸다. 언제부터 깨어있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재난방송의 내용을 들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고통스러워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속에서 날뛰는 내공이 진정된 것뿐이지, 내상 자체는 그대로였다. 말 한 마디 하는 것조차 폐를 쥐어짜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터인데도 그녀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슬이가··· 성례시에 있······ 준공식에······. 슬이를······ 도와주···세요······. 제발······”


요 며칠 세간을 떠들썩하게 달군 뉴스 중 하나가 정전위 본부의 준공식이었다.

정전위가 워낙 갑작스럽게 발족한 기관인 탓에 정전위는 지금까지 정부청사의 일부를 빌려 쓰고 있었고, 실질적인 전투요원의 거주와 훈련은 인근 군부대의 지원을 받는 형편이었다.

그러다가 정전위의 규모가 커지고 역할도 중요해짐에 따라 모든 기능을 통합한 전용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렇게 해서 정전위 본부 신축계획이 잡혔고, 본부의 소재지는 여러 후보 중 서울의 위성도시인 성례신도시로 결정되었다.


준공식에는 유명한 정화자들은 물론, 정재계 거물과 연예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추첨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열린 자리였고, 언론은 특별편성으로 준공식을 실시간 중계하고 있었다.

헬기촬영을 통해 성례시의 참상이 보도될 수 있었던 것도 헬기가 위상충돌 전부터 행사를 중계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랬던 행사장이 지금은 끔찍한 학살의 한복판에 놓였다.


재영은 윤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번의 시도 끝에 가까스로 신호가 연결됐다. 이전의 통화처럼 연결되자마자 소음이 시끄럽게 들려왔다. 기대와 활기에 차있던 환성이 아닌 고통과 절망으로 변질된 비명의 소음이었다.


“슬아! 슬아, 괜찮아? 거기 상황은 어때?”

─재영아! 주변이 시끄러워서 무슨 말인지 잘 안 들려! 여긴 갑자기 난장판이 됐어. 정화자들은 거의 다 쓰러졌고, 경호원이랑 군인들이 괴물과 싸우고 있어. 놈들이 끝도 없이 밀려······ 거기! 조심해요! 피해! 제길······!


윤슬의 외침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목소리로 전해지는 다급함만으로도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 그려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정하고 모여드는 거 같아. 나는 아직은 괜찮아.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적이······ 적이 너무 많아. 재영아, 듣고 있니! 재영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구하러 갈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남아!”

─뭐라고? 잘 안 들려! 재영······


통화가 끊겼다.

재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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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SNL - 57 19.07.10 44 1 14쪽
57 SNL - 56 19.07.04 66 1 16쪽
56 SNL - 55 19.06.28 75 1 16쪽
55 SNL - 54 19.06.22 61 1 11쪽
54 SNL - 53 19.06.16 98 1 14쪽
53 SNL - 52 19.06.10 77 1 18쪽
52 SNL - 51 19.06.04 61 1 11쪽
51 SNL - 50 19.05.30 109 1 12쪽
50 SNL - 49 19.05.24 87 1 18쪽
» SNL - 48 19.05.18 110 1 17쪽
48 SNL - 47 19.05.12 97 1 15쪽
47 SNL - 46 19.05.06 112 1 19쪽
46 SNL - 45 19.05.02 95 2 12쪽
45 SNL - 44 19.04.28 112 1 13쪽
44 SNL - 43 19.04.24 111 1 17쪽
43 SNL - 42 +1 19.04.20 125 3 18쪽
42 SNL - 41 19.03.04 147 2 15쪽
41 SNL - 40 19.02.24 167 3 18쪽
40 SNL - 39 19.02.16 189 3 17쪽
39 SNL - 38 19.02.10 159 3 17쪽
38 SNL - 37 19.02.06 173 3 14쪽
37 SNL - 36 19.01.30 160 5 11쪽
36 SNL - 35 19.01.24 169 4 15쪽
35 SNL - 34 19.01.22 192 2 17쪽
34 SNL - 33 19.01.18 191 3 14쪽
33 SNL - 32 19.01.16 215 4 17쪽
32 SNL - 31 19.01.14 236 5 16쪽
31 SNL - 30 19.01.12 239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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