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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님의 서재입니다.

S.N.L (Save and Load)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러아님
작품등록일 :
2018.11.17 15:37
최근연재일 :
2019.07.16 14:09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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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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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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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SNL - 43

DUMMY

장소는 3년여 전 처음 만난 윤슬과 대화를 나눴던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첫 만남 이후로도 재영과 윤슬은 종종 이곳에서 만나곤 했다. 특히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윤슬이 재영에게 부탁을 해야 할 때 이곳에서 만났다.

적당히 시끄러워서 누군가 엿들을 염려가 없었고, 무엇보다 윤슬의 지갑을 털어먹는 재미가 쏠쏠해 재영은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이 됐을 떄 윤슬을 항상 이곳으로 불러냈다. 윤슬은 이곳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데다가 가격도 비싸서 영 꺼리는 눈치였지만, 그렇기에 재영은 더더욱 이곳을 약속장소로 잡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윤슬을 괴롭히는 게 재밌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정말 못됐다니까.”


윤슬도 바보가 아니라서 실실 쪼개는 재영이 자길 괴롭힐 목적으로 이곳에 불러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탁해야하는 입장인지라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어야 했다.

양손으로 턱을 괸 윤슬이 티본스테이크를 우물거리는 재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맛있니?”


고기를 씹느라 입을 열지 못하는 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 그래, 맛있어서 다행이네. 비싼 돈 내고 먹는 건데 당연히 맛있어야지. 맛없으면 화나서 이 가게를 저주해버렸을 지도 몰라.”


사감(私憾)이 진하게 느껴지는 투덜거림이었다.


“아무튼 먹으면서 들어. 오늘 보자고 한 건 두 가지 때문이야. 하나는 네게 알리고 싶은 게 있어서고, 다른 하나는 네게 의뢰할 게 있어서야.”


재영은 육즙이 흐르는 소고기와 잘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한입에 욱여넣었다. 먹느라 바빴지만 그 와중에도 귀는 제대로 열어두고 있었다.


“지금부터 말하는 건 정전위의 대외비야. 너라서 말하는 거니까 어디 가서 퍼뜨리지 마.”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고작 17살인 윤슬이 정부조직의 대외비를 알고 있다니. 윤슬이 생각보다 훨씬 유능하거나 나라가 망할 징조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뭐, 전자겠지.’


무능했다면 14살 때 마고와 접촉하기 위해 파견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로인해 재영과 만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조모인 김순례가 자경단 내에서 꽤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데 그런 사람의 혈육을 아무 생각 없이 위험지역에 보냈을 리 없다. 위험을 스스로 해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맡겼던 것이리라.


“정부는 정전위를 개편하고 싶어 해. 그리고 현재 정전위의 인력수급제도를 징병제로 전환하길 바라고 있어.”


‘벌써 그 단계인가.’


시기는 다르지만 정화자를 강제징집하기 위한 움직임은 전생에도 있었다.

현재 정전위는 정부가 정화자의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설립된 조직이었다. 그래서 강제력이 부족하고 정전위의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따랐다. 그러한 단점들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인력부족. 지금 정전위에 정화자가 몇 명인지 알아?”


재영은 고기를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뉴스에서는 108명이라던데.”

“맞아. 하지만 그건 등록된 인원의 수야. 자경단원을 제외했을 때 현재 정전위의 가용인원은 76명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말인즉슨 32명의 정화자가 전투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구성원의 1/4 이상이 써먹을 수 없는 인력이라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재영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이나 전투 후의 PTSD. 혹은 그냥 무서워서 작전참여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겠지. 수십 년 동안 일반인으로 지내온 사람들을 갑자기 최전선으로 밀어 넣으면 결과는 뻔하지.”


재영은 위상 충돌 당시 자신에게 총구를 겨눴던 장형섭 휘하의 병사와 싸움이 싫다며 자신을 거부했던 김윤아의 사례를 떠올렸다. 비록 SNL로 없던 일이 되었지만 그 기억들은 아직도 재영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잘 아네. 그렇다고 못 싸우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싸움터로 내몰 수도 없는 일이야. 도움이 되기는커녕 동료의 발목만 붙잡을 테니까. 자칫해서 죽기라도 하면 더 큰일이지. 정화자의 죽음은 단순한 인력손실이 아니야.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몰고 오니까 말이야. 때문에 실질적인 가용인력은 말 그대로 한줌밖에 안되는데, 문제는 그 한줌의 정화자로 전국을 커버해야 한다는 거야. 그에 반면 정전위에 자원하는 정화자는 턱없이 부족해. 그게 바로 정부가 정전위를 징병제로 전환시키려는 이유야. 심지어 그들은 자경단에 단원 명부를 넘기길 요구하고 있어.”

“제3자경단은 비밀주의를 포기한 거 아니었어?”

“포기했지. 그러니 정부와 접촉하고 있는 거고. 하지만 그건 단체의 존재를 드러낸 거야. 수찬 오빠나 대용 오빠처럼 적극적으로 정전위에 가담한 사람은 별로 없어. 자경단원 293명 중 신분을 드러낸 사람은 100명도 되지 않아. 자경단원 대부분은 특별한 능력을 가졌을 뿐 각자의 일상이 있는 소시민들이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있지.”

“너는?”

“나도야. 아직은 평범한 학교생활을 계속 하고 싶거든.”


재영이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듣고 있을 테니 계속 말하라는 의미였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이 너무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정화자의 힘은 도검이나 총포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위험한데, 그런 개인이 특정되지 않은 채 사회에 퍼져있어. 정부 입장에선 당연히 불안요소일 수밖에 없어.”


범죄자가 정화자가 된다면? 혹은 철없는 어린아이나 정신질환자가 정화자가 된다면? 자칫하면 괴물이 아닌 정화자에 의해서 균열에 버금가는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국가권력이 통제되지 않는 힘을 방관하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기에 이는 징병제에 대한 또 하나의 명분이 되었다.


“지금 정부에서 가장 걱정하는 건 정화자들이 사적으로 집단을 결성하거나, 자금이 있는 단체에서 정화자를 고용하는 거야. 뭐가 됐든 다수의 정화자가 공권력에 대항할 경우 골치가 아파져. 그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징병제를 추진할 거야. 변수를 통제 하에 두겠다는 거지.”


아직까지 정화자들이 단체행동을 한 적은 없지만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바로 제3자경단이었다. 비록 정부에 협력하고는 있지만 징병제를 탐탁지 않아하는 등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권력자들에게는 당연히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여론도 나쁘지 않아. 전시에 버금가는 상황이니까 징병제를 실시해도 이상할 게 없는데다가 일반인에게 정화자 징병제는 해는 없고 득만 있는 제도니까 반대할 이유도 없지. 안 그래도 요즘 정화자가 일으키는 범죄가 발생하면서 그들을 통제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무리하게 징병제를 실시할 경우 일반인과 정화자 간의 형평성이라든가 법적 정당성 문제가 뒤따를 수 있었다. 하지만 권력자가 여론을 등에 업으면 형평성 따윈 무시하고 법리 해석에 영향을 끼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윤슬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네 생각은 어때?”

“시기가 시기다보니 징병제 자체는 추진할 수 있고 생각해.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왔잖아? 이번에도 그런 경우 중 하나겠지. 하지만 나는 내뺄 거야. 군대놀이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거든. 강제로 징집하고 싶으면 해보라지. 누가 정화자인지 어떻게 알고 징집하겠다는 건데?”


전생에서도 정화자임을 밝혀낼 수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재영과 처음 만났을 때의 김윤아처럼 막 각성한 상태거나 각성한지 얼마 안 된 얼뜨기라면 힘을 줄줄 흘리고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위상충돌로부터 반년 넘게 흐른 지금, 바보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숨어사는 정화자들은 자신의 힘을 숨기는 방법을 터득한 상태였다.

기감을 극도로 단련한 베테랑이거나 감지에 특화된 능력이 있다면 숨긴 힘도 꿰뚫어볼 수 있다. 하지만 전생에서는 그런 능력자가 나오는 데까지 3년이 넘게 걸렸다. 그렇기에 3년 차가 되기 전의 징병제는 힘을 숨길 줄도 모르는 얼뜨기들만 채가는 제도에 불과했다.


“얼마 전에 발견됐어. 정화자를 감지해낼 수 있는 특수능력의 소유자가.”

“뭐?”


전생에 감지능력자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등장하는 건 시기상 지금보다 훨씬 나중의 일이었다. 반년 만에 그런 능력자가 나타났다는 건 전생에 비해 오차가 커도 너무 컸다.


“혹시 그 능력자의 이름을 알고 있어?”

“한지현이라고 하던데,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속으로 이를 갈았다. 재영은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한지현은 감지 능력을 가진 정화자였다. 그녀와는 적지 않은 인연이 있었는데, 1년 정도 파트너가 되어 수배된 정화자 범죄자를 추포하는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지방에 숨어든 범죄자를 잡으러 내려갔을 때 모텔방에서 처음 살을 섞은 뒤로는 같이 활동하는 동안 서로의 업무파트너 겸 섹스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재영에겐 많은 섹스파트너가 있었지만 1년 가까이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 그렇다고 특별한 관계까지는 아니었는데, 원래 정화자들은 동료들끼리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늘 사선에 걸쳐있어서 지금 즐기자는 마인드가 강한 탓이었다. 그녀와 관계를 오래 유지했던 건 단지 성격이 조금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김윤아의 특수능력이 달라진 것처럼 한지현은 각성시기가 달라진 건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재영이 한지현의 생김새와 기척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감지능력의 범위가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므로 저쪽에서 먼저 발견하기 전에 자리를 피하면 큰 탈 없이 넘어갈 수 있다.


“그 능력은 정화자가 아닌 자경단원은 찾아내지 못하나봐. 감지능력의 메커니즘이 정화자와 우로보로스 간의 연결을 감지하기 때문이라나? 아무튼 그것 때문에 정부는 더더욱 자경단 명부를 넘기라고 압박하고 있어. 정화자를 통제할 단초를 마련했으니 자경단도 통제 아래 두길 바라는 거지.”


스테이크를 다 먹은 재영이 식기를 내려놓았다.


“높으신 분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니, 꽤나 귀찮게 됐네.”

“징병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라면 여론전도 마다치 않을 것 같아. 미등록 정화자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반대로 등록 정화자는 이전보다 더욱 영웅시해서 사기를 북돋으려는 계획도 있는 듯해.”

“그렇군. 이 정도면 내게 알리고 싶은 건 거의 다 나온 거 같은데, 얘기를 듣다보니 의뢰의 내용도 대충 감이 오네.”


윤슬의 의뢰를 대부분 거절해온 재영이지만 전부 퇴짜를 놓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세 번을 받아들였는데, 세 번 모두 제3자경단의 공식적인 요청이 아닌 윤슬의 개인적인 부탁이었다. 의뢰의 내용 또한 퇴마행을 나서는 윤슬의 근접경호처럼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집단과 엮이는 것을 꺼리는 재영이기에 사적인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굳이 따지면 김순례가 윤슬을 매개로 재영에게 의뢰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영이 사적인 일로 선을 긋는 것은 제3자경단에 깊게 관계되고 싶지 않음을 누차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재영은 대가를 받지도 않았다. 그저 윤슬에게 밥 한 번 얻어먹는 게 전부였다. 그래야 상대방이 과한 걸 부탁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보수를 받는다? 그러면 적어도 보수만큼의 일을 시키려 들 것이다. 남을 부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랬다. 10을 줘놓고 15, 20만큼의 성과를 바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골치를 썩이는 녀석이 하나 있어. 처음엔 이매망량의 짓인 줄 알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정화자인 걸 알게 됐어. 말했지? 정부가 정화자 범죄를 강조하면서 징병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고. 이 사건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파장이 꽤 클 거야. 그러니······ 다른 사람이 알기 전에 네가 처리해줬으면 해.”

“청소부 노릇인가.”

“극단적인 방법을 쓰라는 게 아니야. 나나 너나 이제 겨우 17살이야. 사람을 죽이라는 부탁을 하겠어? 그냥 적당히 때려눕힌 다음 포박해서 데려오면 족해. 물론 난이도는 그게 더 높겠지만.”

“흐음······.”


재영이 턱을 긁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의뢰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아보이진 않지만 정화자를 상대하는 건 아무래도 괴물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귀찮을 게 분명했다. 영 내키지 않는 의뢰였다.

하지만 천둥벌거숭이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바람에 징병제의 빌미를 준다고 생각하니 놈의 낯짝을 한번 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두들겨 맞아서 퉁퉁 부은 낯짝을 말이다.


“어때? 할래? 너 요즘 딱히 하는 것도 없잖아.”


윤슬은 재영이 이번 주에만 4개의 균열을 처리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중 셋은 우로보로스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대처했고, 나머지 하나는 전생과의 오차가 커서 SNL을 사용해야했다. 그렇게 해서 처리한 괴물이 바로 헬릭슬러그였다.

불러오기를 하기 전의 헬릭슬러그는 시내로 진입한 뒤 지하철로 들어가 피해를 확산시켰다. 단순한 움직임밖에 하지 못하는 헬릭슬러그지만 피할 곳이 마땅찮은 좁은 지하철로에선 충분히 위력을 발휘했다. 강인한 맷집과 우수한 돌파력이 합쳐지면서 재산피해는 물론 다수의 인명피해까지 생겼었다.

비단 헬릭슬러그 뿐 아니라 재영이 처리한 균열은 모두 전생에서 큰 피해를 발생시킨 것들이었다. 피해가 커진 원인은 다양했다. 정전위의 대응이 늦을 때도 있었고, 대응은 빨랐으나 괴물이 예상보다 강하거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처치가 까다로워 시간이 끌린 경우도 있었다. 보통 보육원 인근의 균열에만 개입하는 재영이지만, 그런 균열에 한해서는 먼 곳에 발생하더라도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재영이 책임진 곳에 한해서는 균열로 인한 피해가 전무했다. 괴물들은 이 땅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몰살당했으므로 재영 본인을 제외하면 그곳에 균열이 열렸는지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러니 윤슬이 재영의 노고를 알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덕분에 식충이 취급을 받았지만,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섭섭할 건 없었다. 오히려 들키지 않고 깔끔하게 일처리를 해왔다는 사실에 재영은 만족했다.


“뭐, 얻어먹었으니 밥값은 해야겠지. 녀석은 내가 맡을게.”


윤슬의 안색이 밝아졌다.


“고마워.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해서 손을 쓰기 어렵던 참이었어.”

“고마울 것까지야. 설마 감사인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귀찮은 일을 떠맡긴 건 아니겠지? 그런 거라면 재고해봐야 할지도······”

“자자, 그러지 말고 이거부터 받아.”

“이게 뭔데?”

“녀석에 대한 자료야.”


서류봉투에 적어도 수십 장은 될 듯한 A4용지가 들어있었다. 이름과 외모 등의 신상정보는 물론이고, 개인사부터 시작해 대상이 일으킨 사건의 정보까지 포함되어있었다.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며 자료를 훑던 재영의 눈에 의아함이 어렸다.


“흐음? 멀쩡하게 잘 살던 놈이 갑자기 이런 미친 짓을 한다고? 잘도 연쇄범죄를 저질러주셨네. 이 놈 굳이 살려야 돼? 까딱해서 정체가 외부에 알려지면 난리 날 텐데?”

“내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거든? 왜인 줄 알아? 괴물이랑 이매망량한테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야. 그러니 내 앞에서 사람 죽인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말아줄래?”


윤슬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재영을 나무랐다.

요 근래 윤슬은 몹시 피곤해보였다. 피로로 눈 밑에 다크서클이 드리워졌고 머리카락과 피부는 푸석푸석했다. 현재 자경단원 중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일손이 부족했고 균열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 더군다나 영매인 윤슬은 이매망량 쪽 일까지 신경 써야했다.

이 상태로 학교생활까지 소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윤슬은 내색 하나 없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냈다. 유능할 뿐만 아니라 성실하고 책임감까지 있었다. 아직은 미성년자라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지만, 인류의 존망이 위태로운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될 재목이었다.


‘그런데 왜 이름을 알리지 못했을까?’


전생의 많은 것들이 해결할 수 없는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특히나 윤슬을 비롯해 자경단에 대한 것들은 의문투성이였다.

당장은 무리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제3자경단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깊게 엮이는 것은 원치 않지만 어찌됐건 자경단은 미래를 함께 해쳐나갈 전우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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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SNL - 56 19.07.04 66 1 16쪽
56 SNL - 55 19.06.28 75 1 16쪽
55 SNL - 54 19.06.22 61 1 11쪽
54 SNL - 53 19.06.16 98 1 14쪽
53 SNL - 52 19.06.10 77 1 18쪽
52 SNL - 51 19.06.04 61 1 11쪽
51 SNL - 50 19.05.30 109 1 12쪽
50 SNL - 49 19.05.24 87 1 18쪽
49 SNL - 48 19.05.18 109 1 17쪽
48 SNL - 47 19.05.12 97 1 15쪽
47 SNL - 46 19.05.06 112 1 19쪽
46 SNL - 45 19.05.02 94 2 12쪽
45 SNL - 44 19.04.28 112 1 13쪽
» SNL - 43 19.04.24 111 1 17쪽
43 SNL - 42 +1 19.04.20 125 3 18쪽
42 SNL - 41 19.03.04 147 2 15쪽
41 SNL - 40 19.02.24 166 3 18쪽
40 SNL - 39 19.02.16 188 3 17쪽
39 SNL - 38 19.02.10 158 3 17쪽
38 SNL - 37 19.02.06 172 3 14쪽
37 SNL - 36 19.01.30 160 5 11쪽
36 SNL - 35 19.01.24 169 4 15쪽
35 SNL - 34 19.01.22 192 2 17쪽
34 SNL - 33 19.01.18 191 3 14쪽
33 SNL - 32 19.01.16 214 4 17쪽
32 SNL - 31 19.01.14 235 5 16쪽
31 SNL - 30 19.01.12 238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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