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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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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작품등록일 :
2018.11.17 15:37
최근연재일 :
2019.07.16 14:09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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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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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0,692

작성
19.05.0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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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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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SNL - 45

DUMMY

“일어나세요.”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일어나서 이것 좀 보세요.”


목소리는 몽롱한 정신을 잡아 찢고 강상욱을 꿈에서 강제로 끄집어냈다.


“흐어억!”


막 깨어난 탓에 강상욱은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허우적거렸다.

그런 강상욱에게 방 형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의 얼굴엔 기쁨과 환희의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아이 같은 순수한 감정의 표출이었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 감정을 드러내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 무슨 일이야?”

“이것 좀 보세요.”

“뭔데 그······”


강상욱은 방 형사가 가리킨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한 쌍의 남녀였다. 온몸이 꽁꽁 결박되고 눈가리개와 재갈이 물려진.

내가 아직 잠이 덜 깬 걸까. 마른세수를 하고 눈꺼풀을 문질러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강상욱은 방 형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꺄! 이게 무슨 일인지 빨리 설명해!”

“아이 참, 진정하세요. 당연히 이번 사건의 용의자지 않겠습니까. 취조하려고 포박해놓은 거죠.”

“취조는 무슨 얼어 죽을 취조야!”

“이미 여러 번 해오지 않았습니까? 똑같아요. 취조하고, 진술을 받아내고, 범인을 잡아내야죠.”

“이런 곳에서 취조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릴 미행하는 놈이 있는데 뭐가 됐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고 봐야죠.”

“말도 안 돼! 뭔가 이상하잖아! 왜 그렇게 당연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건데!”

“선배님이야말로 이상한데요. 오늘따라 왜 그리 별나게 구는 겁니까? 늘 해오던 일인데.”

“늘 해오다니, 그게 무슨······ 으윽!”


강상욱은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숙취로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에 많은 공백이 있었다. 강렬한 현기증이 일며 위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쓰러진 강상욱에게 방 형사가 다가왔다. 그는 강상욱을 일으킨 뒤 손목을 잡고 강상욱의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괴뢰인형이 조종당하는 것처럼, 방 형사의 의도에 따라 강상욱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 형사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전해졌다. 강상욱은 방 형사가 이끄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포박당한 남녀 앞에 서서 술 취한 사람처럼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잠시 겁에 질린 남녀의 모습을 감상한 그는 여성을 끌어와 옷을 벗겼다.


“우으읍!”


여성이 재갈을 문 채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지만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재갈 없이 소리를 질렀어도 어차피 올 사람이 없는 곳이다. 우연히 지나치는 누군가가 있다고 해도 평범한 인간 따위는 그에게 위협이 될 수는 없었다.

그는 여성의 재갈을 풀어주기 전에 귓가에 자그맣게 속삭였다.

시끄···


“시끄러우니 닥쳐.”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냉혹한 목소리에 여성이 숨을 들이켰다. 비명소리는 멈췄으나 울음은 멈추지 않아서 어깨가 계속 들썩였다. 그는 그것까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자, 이제부터···


“자, 이제부터 나는 너를 심문할 거야. 내가 원하는 답을 들으면 너를 놓아주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네 몸에서 어느 한 부위를 못 쓰게 만들 거야. ······왜 대답이 없어? 대답! 대답해!”

“흐끅!”


울음과 딸꾹질을 동시에 해대느라 과호흡 직전임에도 여성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말해. 범인은 누구지? 그리고 날 미행하는 놈은 누구야!”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흐흑,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이에요.”

“그럴 리 없어. 그게 아니라면 이런 외진 곳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아, 아니에요. 저는 시내 한복판에 있었어요. 눈 떠보니 이곳으로 납치된 거예요. 제발 믿어주세요. 무슨 범인을 찾는 건지,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단 말이에요. 으흐흑.”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좋게 말해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원하는···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야! 계속 발뺌을 하겠다 이거지? 그래, 나한테도 생각이 있어. 봐, 이게 뭔지 보여?”


그가 여성의 눈앞에 들이민 것은 싸구려 낚싯줄이었다.


“이걸로 뭘 할까? 별 거 아냐. 네년의 팔다리 중 하나를 골라 묶는 거야. 한 4, 5일 정도 말이야.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피가 안 통해서 살이 시커멓게 썩기 시작하지. 참 보기 좋겠지? 너에게 다행인 점은, 묶을 부위를 고르는 건 너라는 거야. 자, 그럼 선택을 해보자고. 어디가 좋을까?”


그는 손가락으로 여성의 오른다리를 쿡 찔렀다.

여기···


“여기?”


덜덜 떨던 여성이 몇 초 후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여기?”


왼다리를 찌르자 여성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이어서 오른팔, 왼팔, 그리고 손가락과 발가락, 귀와 코 등 여러 부위를 찌르며 물었지만 여성은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화가 난 그가 발을 쾅쾅 굴렀다. 시멘트 바닥에서 커다란 망치로 바닥을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이 일었다.

늘 똑같아···


“···늘 똑같아! 죄다 아니라고만 하지! 기회를 줘도 선택을 못해! 미련한 것들 같으니······.”

“어, 어, 어떻게 제가 그걸 골라요······ 어흐흑! 제, 제발!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에요!”

“못 고르겠다고? 아냐, 그래도 골라야해. 왜냐하면 그게 묘미거든. 안 골랐다간 내가 골라줄 수도 있어. 그리고 그건 높은 확률로 여기일 테니까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그는 여성의 목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 죽일 생각은 없어···


“너무 무서워하지 마. 죽일 생각은 없어. 그리고 마취를 할 거니까 아프지도 않을 거야. 그저 쓸모없는 부위 하나 잘라낸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차피 사지 멀쩡해도 제대로 쓰지도 않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목을 졸라버리기 전에! 어서 네가 원하는 부위를 골라!”


계속되는 윽박에 여성은 왼다리를 골랐다.

잘했어. 진작 그렇게 했으면 얼마나···


“···잘했어. 진작 그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아.”


혈류를 완전히 차단할 정도로 압박하면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육체적 고통은 목적이 아니기에 그는 먼저 여성에게 마취를 했다. 그 다음 무릎 위 부분을 낚싯줄로 동여맸다. 여성은 처음엔 격하게 발버둥 쳤지만 애초에 몸이 결박당한 상태인 데다가 마취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되면서 곧 얌전해졌다.

여성의 뒤를 이어 똑같은 짓을 당하게 된 남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항은 여성보다 격렬했지만 안면에 주먹질을 두세 번 당한 뒤로는 저항이 약해졌고, 약기운이 돌자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작업이 끝나자 그는 남녀를 폐건물 한쪽 구석에 던져두고 저체온으로 몸이 상하지 않게끔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 자신은 드럼통에 피워놓은 모닥불로 몸을 녹였다.


이 불은 누가 언제 피워놓은 것일까. 미행자 때문에 이곳에 숨어든 거라면 이렇게 불을 피워서는 안 된다. 하지만 미행자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는 태연하게 불을 쬐었다.


재킷 안주머니에서 힙 플라스크를 꺼내자 내용물이 찰랑거리는 게 느껴졌다. 술은 아까 다 마셨는데 누가 채워놓은 것일까? 어······? 이 힙 플라스크는 내 것이던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이던가? 무슨 상관이랴. 술만 있다면 그만이다.


그는 입가에 술을 가져다댔다. 한 모금 마시려는 찰나, 드럼통의 불길이 크게 일렁였다.

드럼통을 기준으로 그의 반대편엔 낯선 존재의 그림자가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복장에, 검은 필름을 붙인 보안경과 검게 칠한 방진마스크로 신원을 감춘 괴한이 그곳에 있었다.

뭐지? 미행 같은 게 있을 리 없는데···


“···뭐지? 미행 같은 게 있을 리 없······ 잠깐, 미행이 없다면 난 왜 이곳에 있는······ 아으윽!”


그가 바닥에 쓰러져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괴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괴로워하는 그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구석에 묶여있는 한 쌍의 남녀를 발견하고는 뭐라고 중얼거렸다.


“미ㅊ······ 얼ㅁ나······ 희생···를······”


결코 작게 말한 게 아니지만 그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귀를 틀어막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하는 것처럼 청각정보의 상당부분이 누락돼있었다.


괴한은 더 두고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몸을 날려 왔다. 분명 3m이상 떨어져있었는데 괴한이 가볍게 발을 구르자 둘의 거리는 거짓말처럼 가까워졌다.


피할까, 맞받아칠까. 그의 선택은 후자였다. 무기라곤 맨주먹뿐이지만 그건 괴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언제 괴로워했냐는 듯이 괴한에게 주먹을 날렸다. 공격은 헛방으로 돌아갔다.

괴한은 슬쩍 상체를 트는 것만으로 공격을 회피했고, 이어서 그의 겨드랑이를 강하게 타격했다.

급소인 겨드랑이를 맞은 타격으로 그의 움직임이 일순간 마비되었다. 기절할 것 같은 통증이 엄습해왔지만 그는 특유의 맷집으로 고통을 견뎌냈다. 이깟 아픔 따위는 허리 부상으로 모든 걸 잃었을 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죽여버리겠···


“···죽여버리겠어!”


오래도록 형사 생활을 한 몸이었다. 호신술을 비롯해 몸을 놀리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팔다리에도 위협적인 힘이 담겨있었다. 빗나간 주먹이 콘크리트 벽을 후려쳤는데 부서지는 것은 주먹이 아닌 벽이었다.


그가 내보인 괴력에도 불구하고 괴한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가해지는 공격을 물 흐르듯 피해내고는 치밀하게 반격을 해오는데 그 중에 치명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인중, 겨드랑이, 명치, 배꼽, 낭심. 하나같이 급소를 노리는 공격의 연속이었다. 어중간한 타격으로는 그가 쓰러지지 않자 괴한의 손속이 점점 독해지고 있었다.


괴한에게 턱을 얻어맞은 그는 휘청거리다가 쓰러졌다.

끔찍한 고통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고통이 완화되고 몸이 다시 제 기능을 발휘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지금까지 열 번 가까이 다시 일어섰다. 공격하는 쪽에서도 질릴 정도의 끈질김이었다.


하지만 육체는 회복된다 해도 정신적 피폐함은 쌓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싸우고 싶다고 생각한 찰나, 강렬한 목소리가 그의 행동을 지배했다.

죽인다···


“죽인다······!”


그가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상처 입은 짐승 같은 기세였다.

그에 맞춰 괴한의 기세도 일변했다. 괴한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자세를 잡았다. 괴한의 오른 주먹으로 미증유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의 신형과 괴한의 정권이 충돌했다.


일격. 단 한 번의 주먹질로 그는 가슴이 함몰된 채 건물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싸움이 벌어진 폐건물 3층에서 1층으로 추락한 그는 갈비뼈와 척추가 모두 박살난 채였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를 쫓아 3층에서 뛰어내린 괴한의 착지지점은 그의 다리였다. 슬개골과 그 주변 근골이 모두 파괴되었고, 두 다리는 끊어지지 않고 몸통에 계속 붙어있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어지간한 정화자라 할지라도 죽음에 이를 정도의 타격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지경이 되어서도 꿈틀거렸다. 부러진 뼈가 붙고 끊어진 근육이 이어지면서 육체가 다시 기능을 되찾고 있었다.


“염······ 이제······ 좀 쓰ㄹ······!”


고통으로 눈앞이 깜깜한 와중에도 그는 괴한이 무언가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인식했다. 그러나 여전히 괴한의 말은 중간중간 끊겨서 들렸다.

괴한이 그의 이마를 감싸 쥐었다. 손을 통해 강맹한 기운이 쏟아져 들어왔다. 뇌가 익어버리는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하면서 그가 몸부림쳤다.

고통 덕분일까. 그의 머릿속을 흐리게 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 아니, 강상욱은 일순간이나마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괴한의 목소리가 온전히 귀에 들어왔다.


“작작하고 이제 좀 쓰러져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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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SNL - 58 19.07.16 41 1 14쪽
58 SNL - 57 19.07.10 44 1 14쪽
57 SNL - 56 19.07.04 66 1 16쪽
56 SNL - 55 19.06.28 75 1 16쪽
55 SNL - 54 19.06.22 61 1 11쪽
54 SNL - 53 19.06.16 98 1 14쪽
53 SNL - 52 19.06.10 77 1 18쪽
52 SNL - 51 19.06.04 61 1 11쪽
51 SNL - 50 19.05.30 109 1 12쪽
50 SNL - 49 19.05.24 87 1 18쪽
49 SNL - 48 19.05.18 109 1 17쪽
48 SNL - 47 19.05.12 97 1 15쪽
47 SNL - 46 19.05.06 112 1 19쪽
» SNL - 45 19.05.02 95 2 12쪽
45 SNL - 44 19.04.28 112 1 13쪽
44 SNL - 43 19.04.24 111 1 17쪽
43 SNL - 42 +1 19.04.20 125 3 18쪽
42 SNL - 41 19.03.04 147 2 15쪽
41 SNL - 40 19.02.24 166 3 18쪽
40 SNL - 39 19.02.16 188 3 17쪽
39 SNL - 38 19.02.10 158 3 17쪽
38 SNL - 37 19.02.06 173 3 14쪽
37 SNL - 36 19.01.30 160 5 11쪽
36 SNL - 35 19.01.24 169 4 15쪽
35 SNL - 34 19.01.22 192 2 17쪽
34 SNL - 33 19.01.18 191 3 14쪽
33 SNL - 32 19.01.16 214 4 17쪽
32 SNL - 31 19.01.14 235 5 16쪽
31 SNL - 30 19.01.12 238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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