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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님의 서재입니다.

S.N.L (Save and L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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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아님
작품등록일 :
2018.11.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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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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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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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SNL - 56

DUMMY

재영은 쓰러진 특수부대원의 시신에서 발라클라바를 벗겨 뒤집어썼다.

차갑게 식은 피와 땀에 절은 발라클라바는 냄새가 나고 끈끈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대다수의 정화자들이 무력화된 지금 주요전력은 사실상 군인, 즉 일반인들이었다. 아무런 초능력도 없이 총 한 자루와 용기만으로 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것이다. 그들이 흘린 피는 비록 차갑게 식었더라도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무언가가 있었다.


신분을 감춘 재영은 전대용을 향해 달려갔다. 윤슬이 바라는 것은 전대용을 설득해 일선에 나서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자경단 사람들의 쇠고집은 그동안 충분히 봐왔다. 당장 윤슬만 하더라도 굳이 행사장까지 재영과 함께 오기를 자청했듯, 전대용 역시 싸우다 죽으면 죽었지 뒤에 숨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재영이 할 일은 전대용을 물리는 게 아니라, 괴물이 전대용을 공격하지 못하게끔 전면에 나서서 괴물을 때려잡는 것이었다.




괴물 하나가 맹금류 같은 발톱으로 한 남성을 찢어발기려 했다.

괴물의 목표가 된 남성은 이 자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매일같이 매스컴에 얼굴을 비치는 터라 모를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바로 대통령 함진영이었다.

안전한 곳에 숨어있어도 되는 신분임에도 함진영은 전방에 견제사격을 가하며 정화자와 군인들을 돕고 있었다. 꽤 오래 전이긴 해도 군대를 다녀온 몸이었기에 쓰러진 군인의 총을 대신 잡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딱히 용감하거나 어떤 대의명분이 있어서 나선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죄다 죽을 판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뿐이다.

누군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칭 사회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은 총에 달린 조정간이 뭔지도 몰라 그저 숨어있기에 급급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용기를 불어넣고 함께 싸우도록 독려하기 위해서 그는 경호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다.


괴물의 발톱이 함진영을 찢어발기려는 순간이었다. 주변에 경호원들이 있긴 했지만, 제아무리 베테랑 경호원이라도 함진영의 신변을 보살피기엔 너무 혼란한 상황이었다.

그때, 예리한 촉수가 괴물을 꿰뚫었다. 심장이 파괴된 괴물은 그대로 절명했다.


구사일생한 함진영은 촉수가 뻗어져 나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껏 정체모를 촉수가 사람들을 돕는 광경을 몇 번 보긴 했지만, 그것들은 어른 몸통만한 사이즈였다. 지금처럼 팔뚝 굵기의 가느다랗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것과는 달랐다.

이번에 그를 도와준 촉수는 다른 것들과 다르게 바닥에서 솟구친 게 아니었다. 정체 모를 인물의 등허리에 옷을 뚫고 자라나있었다. 거무튀튀하고 어쩐지 기분 나쁜 광택이 흐르는 촉수지만, 지금만큼은 그 꿈틀거리는 모습이 마치 수호천사의 날개처럼 보였다.


재영은 양손에 각각 소방도끼와 슬레지해머를 들었다.

소방도끼는 별관 내에 굴러다니던 걸 주운 것이고 슬레지해머는 마고에게 잠시 맡기는 방법으로 재영이 가지고 온 것이었다. 하필이면 장소가 행사장이라 휴대한 채 가지고 올 수 없어서 마고의 세계에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의 세계에 이물이 침입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마고여서 설득하는 데 꽤나 고생해야 했다. 결국 재영의 간곡한 부탁과 다음에 마고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약속을 통해 이번 한 번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관건은 힘 분배였다. 눈앞의 괴물들에게 너무 많은 힘을 쏟았다간 지린다르를 상대할 힘이 부족해진다.

아군의 피해를 줄인다고 혼자서 날뛰어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적당히 정화자와 군인들의 힘을 빌려 괴물을 처리해야 했다.

재영은 가까운 크림슨 빈폴에게 달려갔다.




크림슨 빈폴은 최수영과 십여 명의 군인들에게 공격당하는 중이었다. 최수영의 염력에 당한 크림슨 빈폴은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몸을 계속 비틀고만 있었다. 최수영이 만전의 상태였다면 염력만으로 사지를 비틀어버리는 것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내상 때문에 움직임을 봉인하는 게 고작이었다.

때문에 실질적인 데미지는 최수영을 보조하는 군인들이 가해야했다. 그러나 군인들의 총탄은 크림슨 빈폴의 두꺼운 거죽에 막혀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했다.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눈이나 입, 항문 같은 곳을 공격해야 하는데 쉴 새 없이 버둥거리는 괴물의 약점을 정확히 조준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한계까지 염력을 사용한 최수영은 백지장처럼 창백한 안색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염력을 유지하기 위해 움켜쥔 주먹을 벌벌 떨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더, 더 이상은 못 버텨요! 모두 물러나요!”


최수영의 염력이 해제되자 봉인에서 풀려난 크림슨 빈폴이 고성을 토하며 난폭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최수영은 다른 사람들이 피할 때까지 시간을 버느라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말았다.

크림슨 빈폴의 방망이가 그녀를 내리찍으려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해머에 의해 방망이가 튕겨졌다. 이어서 소방도끼가 놈의 두 다리를 잘라 바닥에 쓰러트렸고, 재차 휘둘러진 슬레지해머는 놈의 머리통을 부쉈다.


“꽨찮나?”


최수영이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발라클라바를 뒤집어쓴 낯선 인물이 넘어지려는 자신을 한 팔로 끌어안아 부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변조된 목소리, 그리고 펑퍼짐한 옷차림 때문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체격으로 보면 남자 같지만 확신하기는 힘들었다.


“······고, 고마워요.”


그런데 누구시죠, 라고 물으려 했으나 한가롭게 사담을 건넬 틈이 없었다. 또 다른 괴물 한 마리가 낯선 인물의 뒤에서 공격을 가해오고 있었다. 최수영이 짧게 소리를 질렀다.


“뒤!”




최수영이 소리 지르기 전부터 이미 재영은 뒤돌며 소방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도끼는 혼 울프의 두개골을 가볍게 두 쪽 냈다.


“이곳은 내가 맡는다. 당신들은 반대쪽을 도와라.”


별관의 출입구는 두 곳 뿐이다. 그 중 한 곳을 혼자 맡는다는 것은 사실상 괴물의 절반을 혼자 감당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가능해요?” 최수영이 걱정스레 물었다.

“불가능하면 여기서 다 같이 죽는 수밖에 없다.”

“······믿을게요. 부탁해요.”


무기를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믿을 건 박동수의 축복이 깃든 연장과 마고의 촉수뿐이었다. 강기는 분명 강력하지만 강력한 만큼 내공을 빠르게 소모시키는 기술이다. 재영의 단전에 엄청난 내공이 쌓여있다 해도 수많은 괴물들에게 일일이 강기를 사용했다간 지린다르를 상대할 수 없게 돼버린다.

하여 재영은 강기 사용을 억제하고 두 특수능력만으로 괴물들을 처리해야 했다. 게다가 반대쪽 출입구도 끊임없이 신경 쓰면서 촉수로 지원해야했다. 이는 여간 어려운 조건이 아닐 수 없지만, 못하겠다, 혹은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일단 하고 난 다음, 성공하든 실패하든 오직 둘 중 하나뿐이었다.


B급에서 E급까지 다양한 괴물들이 몰려왔다. 개인으로선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물량이었으나, 다행이 전생의 기억을 통해 괴물들 각각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출입구에 다가오는 놈들을 차례대로 저승길로 보낼 수 있었다.

한창 괴물들을 때려잡던 중, 곤충형 괴물의 단단한 갑각을 내리찍었을 때 소방도끼의 자루가 부러졌다.


“빌어먹을 싸구려!”


시설에 비치돼있던 소방도끼가 싸구려인 것도 맞지만, 그보다는 강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구도가 금세 깎여나간 원인이 더 컸다.

재영은 자루가 부러진 도끼날을 주워 던져 가까운 혼 울프를 죽인 후 양손으로 슬레지해머를 고쳐 잡고 싸움을 이어나갔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슬레지해머도 오래지 않아 못쓰게 될 터였다. 재영은 어쩔 수 없이 내공을 조금씩 사용하면서 해머의 내구도를 보강했다.


재영을 뚫을 수 없다고 판단한 괴물들이 슬금슬금 물러나 반대쪽 출입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재영 근처에 남은 건 지능이 낮거나 호승심이 강한 몇 마리뿐이었다.

괴물들이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지만 건물 외벽의 철근 콘크리트를 무너트릴 순 없었다. 때문에 반대쪽 출입구에 병목현상이 더 심해졌다.

산왕이나 혼 울프처럼 작지만 날래서 군인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괴물들은 틈을 파고들려다가 압사당했고, 크림슨 빈폴이나 괴끼리 같은 중형 괴물들만 서로 몸을 부대끼며 출입구를 돌파하려고 했다. 좁은 곳으로 서로 비집고 들어오려는 중형 괴물들은 그저 느리고 커다란 표적에 불과했다.

눈과 같은 급소를 노린 집중사격은 치명상을 입힐 확률은 낮지만 괴물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 틈을 노려 정화자 3인과 전대용이 괴물의 숨통을 끊었다. 나쁘지 않은 연계인데다가 재영의 촉수까지 힘을 보태니 그들만으로도 입구 한 쪽을 완전히 틀어막을 수 있었다.


잠시 뒤 괴물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모든 괴물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다리 힘이 풀린 것이다.

환호성은 뒤늦게 터져 나왔다. 절망이 컸던 만큼 생존의 기쁨도 컸다. 생존자들은 본인의 생존을 기뻐함과 동시에 타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재영은 오히려 더 긴장했다. 괴물들이 물러난다는 건 지린다르의 출현이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이제 우린 어떻게 합니까?”

“여기에 계속 있다간 괴물들이 다시 몰려올지도 몰라요.”

“하지만 부상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모두 데리고 빠져나가는 게 가능할까요? 설마 이들을 버리고 가자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다른 곳은 안전하다는 보장이 어디 있죠?”


위기를 넘기자 향후 대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졌다. 그러자 함진영이 나서서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의견을 정리했다.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높다한들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짐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그 대상이 그들과 함께 싸운 함진영이라면 얘기는 달랐다. 함진영이 앞에 나서자 생존자들은 존중의 의미에서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까 전 국방부장관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곳으로 구조대를 파견한다고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곳은 어떻답니까? 모든 곳이 여기처럼 난장판이랍니까?”

“그건 아닌 듯합니다. 현재 성례시에 괴물들의 공세가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싸운 괴물들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밖에 더 많은 괴물들이 있을지 모르니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그건 안 돼.”


기이한 목소리가 함진영의 말을 끊었다. 재영이었다.

전투가 끝나고 지금껏 가만히 있던 재영은 드물게도 사람들 앞에 나서며 반론했다.


“여기 주저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해. 부상자들을 수습한 후 바로 움직인다.”


발라클라바를 뒤집어쓴 재영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하나같이 ‘넌 누구냐?’라는 반응이었다. 외모와 목소리를 감춘 채 갑자기 나타난 인물에게 선뜻 신뢰를 주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을 들여 서로를 소개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사이좋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아까 저를 구해줬던 분이군요.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노회한 정치인인 함진영은 차분하게 감사를 전했다. 단순한 감사인사일 뿐 아니라, 재영이 끼어듦으로써 빼앗긴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는 시도이기도 했다.

재영은 본능적으로 함진영의 페이스에 휘말리면 말로 설득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인사를 받기엔 아직 이르다.”

“아직 뭐가 더 남았다는 말입니까?”

“더 큰 재난.”


함진영의 눈매가 가느다랗게 변했다. 여러 가지 계산이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재영의 말이 불가사의 투성이라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실례라는 건 알지만, 믿기 힘든 사실이군요. 더 큰 재난이라······ 귀하는 그걸 어떻게 아는 겁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아뇨. 그럴 순 없습니다.”


재영의 말을 끊은 사람은 김필규였다.

김필규는 다른 정화자들처럼 중한 내상을 입어 안색이 백짓장처럼 하얬다. 그럼에도 부축도 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 이 자리에 나타났다.


“대통령께서 대화를 나누는 중에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먼저 함진영에게 양해를 구한 김필규는 재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재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정전위 위원 중 한 사람인 김필규라고 합니다. 귀하께서는 성함이 어찌되십니까?”

“마고다.”

“본명은 아니겠군요.”

“순순히 이름을 밝힐 거였으면 복면을 쓰지 않았겠지.”

“묻고 싶은 건 많지만, 지금은 당장 중요한 것만 말하겠습니다. 여기서 철퇴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위상충돌의 여파로 대다수의 정화자들이 무방비로 쓰러져 있습니다. 정전위의 핵심 전력인 그들을 버리고 갈 순 없습니다. 게다가 부상당한 비(非)정화자도 많습니다.”


비정화자.

정전위 소속 정화자들만 사용하는 용어였기에 재영도 전생에서 들었던 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정화자 중심적인 김필규의 성향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단어선택이었다.


“내가 언제 그들을 버리라고 했나?”

“그 말은······?”

“도로에 많은 차량이 버려져있다. 시동이 걸려있는 버스도 꽤 있지. 도로 곳곳이 막혀있긴 하지만 저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그것들을 치워낼 수 있을 것이다.”


재영은 신공석을 비롯한 정화자 3인을 가리켰다. 내상과 연이은 전투로 기진맥진한 그들이지만 차를 밀어내는 정도는 할 수 있을 터였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면 이동속도가 느려질 겁니다. 과연 시간이 되겠습니까? 당신이 한 말 대로면 굉장히 시급한 상황인 것 같은데.”

“내가 남아 시간을 번다.”


김필규의 표정에 미미한 변화가 생겼다. 비단 김필규 뿐 아니라,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모든 이들이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체도 모르는 미등록 정화자가 설마 후위를 자처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한 반응은 가까운 곳에서 재영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윤슬도 마찬가지였다. 재영이 혼자 남겠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으나, 재영의 눈빛을 본 윤슬은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장 결정적인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정체도 모르는 상대의 말에 모두의 운명을 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본인의 의견에 설득력을 부여하려면 자신이 누군지부터 밝히는 게 좋을 겁니다.”


김필규는 끝까지 재영을 믿지 않았다. 그에게 정전위는 일종의 대의(大義)였다. 그렇기에 대의에 합류하길 거부한 미등록 정화자는 불의한 자이며 불신의 대상에 불과했다.


재영 역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희생하겠다는 데도 김필규는 꽉 막힌 태도로 시간을 지체하고 있었다.

전생에 한 편이었을 때에는 자기편을 끔찍이도 아끼던 남자였지만 남남으로 만나자 답답한 꼰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거부한 건 재영 본인의 선택이었다. 자업자득인 면이 없지 않았기에 재영은 최대한 차분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눈앞의 김필규와 말이 안 통한다면 대화상대를 바꾸면 될 일이었다.


“그쪽이라면 내 말을 따르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재영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바뀐 타겟은 흔들리는 눈으로 재영을 쳐다보고 있던 신공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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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SNL - 58 19.07.16 41 1 14쪽
58 SNL - 57 19.07.10 44 1 14쪽
» SNL - 56 19.07.04 67 1 16쪽
56 SNL - 55 19.06.28 76 1 16쪽
55 SNL - 54 19.06.22 62 1 11쪽
54 SNL - 53 19.06.16 99 1 14쪽
53 SNL - 52 19.06.10 77 1 18쪽
52 SNL - 51 19.06.04 62 1 11쪽
51 SNL - 50 19.05.30 109 1 12쪽
50 SNL - 49 19.05.24 87 1 18쪽
49 SNL - 48 19.05.18 110 1 17쪽
48 SNL - 47 19.05.12 97 1 15쪽
47 SNL - 46 19.05.06 113 1 19쪽
46 SNL - 45 19.05.02 95 2 12쪽
45 SNL - 44 19.04.28 112 1 13쪽
44 SNL - 43 19.04.24 111 1 17쪽
43 SNL - 42 +1 19.04.20 126 3 18쪽
42 SNL - 41 19.03.04 147 2 15쪽
41 SNL - 40 19.02.24 167 3 18쪽
40 SNL - 39 19.02.16 189 3 17쪽
39 SNL - 38 19.02.10 159 3 17쪽
38 SNL - 37 19.02.06 173 3 14쪽
37 SNL - 36 19.01.30 160 5 11쪽
36 SNL - 35 19.01.24 170 4 15쪽
35 SNL - 34 19.01.22 193 2 17쪽
34 SNL - 33 19.01.18 192 3 14쪽
33 SNL - 32 19.01.16 215 4 17쪽
32 SNL - 31 19.01.14 236 5 16쪽
31 SNL - 30 19.01.12 239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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