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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님의 서재입니다.

무능력 회귀자의 패닉바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용어
작품등록일 :
2021.05.12 17:02
최근연재일 :
2021.09.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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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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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제0장. 프롤로그.

DUMMY

제0장. 에필로그.


“안되~에! 안돼! 안된다.”

고풍스러운 한옥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규모의 저택에 어울릴법한 고집스러운 목소리였다.

“아들. 그런 결정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단다.”

칼날 같은 서늘한 여인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휴~우.”

눈을 떠 보니 이 꼴이었다.

보통의 가정에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밥상머리 훈계의 시간.

하지만 이곳은 일반적인 곳이 아니었다.

왜냐고?

지금 상석에서 재건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꾸짖고 있는 인물은 말 한마디로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노인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에 한마디 덧붙인 여인은 세계 최강의 가문 하씨 가문을 이끌어 나가는 하 지민. 즉, 불만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꼬나 보고 하 재건의 엄마였다.

게이트 생성과 함께 튀어나온 인간이 아닌 기기괴괴한 온갖 존재들을 때려잡고 세상의 혼란을 바로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하씨 가문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말을 무시할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

그들의 말은 곧 법이었다.

“싫은데요?”

하지만 그들의 직계 후계자인 재건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혈족 내 유일의 무능력자.

하씨 가문의 혈족들이 훨훨 날아다니며 능력을 펼치는 동안 각종 패악을 부리고 다니며 하씨 가문 얼굴에 연신 똥물을 껴얹는 짓을 벌여오던 못난 탕아인 재건.

유독 깨물어 아픈 손가락인 그는 외모부터가 일반적으로 연예인 싸다귀 후려칠 외모의 다른 혈족 인물들과는 달랐다.

왜소한 체격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어깨, 그리고 음험하고 어두운 기운이 가득한 썩은 눈, 대부분 밝은 세상과는 거리가 먼 자들이 가진 눈빛이었다.

깊은 어둠 안에 잠식된 그 눈빛은 범죄자의 눈빛과 닮았고 어찌 보면 세상사를 등진 은둔자의 눈빛과도 같았다. 도저히 하씨 집안의 남자들에게서 보이는 총기 넘치는 눈빛과 비교는커녕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힘든 외모였다.

열성인자? 뭐 그런 것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재건의 기행은 도를 넘어섰다. 유흥가에서 벌어진 도를 넘는 행패로 인해 칼을 맞고는 사경을 헤매다 1개월여 만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하씨 가문 사람들, 특히 세계 최강이라는 하 만호와 철혈의 여제 하 지민의 간절한 바람 때문일까?

그가 어느 순간부터 여전히 썩은 눈빛이었을 망정 똑바로 자신들을 응시하며 엉뚱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갈 겁니다.”

그리고 그 요구가 문제였기에 두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게이트에 입대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엄마는 그런 위험한 곳으로 너를 보낼 수 없다.”

이럴 거면 차라리 과거 망나니짓을 계속하는 것이 더 나을 지경이었다.

그가 요구한 게이트군 입대라는 것은 한마디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지옥으로 뛰어들어 가겠다는 이야기였다. 과거 그들이 게이트가 열리며 튀어나온 괴물들을 막아내며 했던 고생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튀어나온 끔찍한 존재들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를 그런 지옥 불구덩이로 쳐박는 짓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팔불출로 소문난 그들의 모습은 그저 손자 걱정에 안달 난 노인네와 치맛바람이 태풍급인 극성 엄마의 야단법석으로 보일 뿐 재건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었다.

지금 재건의 육신을 꿰차고 있는 내용물은 실상 기존의 재건이라는 인물이 아닌 과거 인간 유일의 절대자 위치까지 올랐던 한 영웅의 혼이었다.

신의 멱살을 잡고 흔들 정도로 절대적이었던 인간을 넘어섰던 존재가 보기에는 그저 한심하기 그지없는 촌극일 뿐이었다.

실상, 재건이라는 이 육신의 주인을 향한 둘의 애정은 편집증에 가까워 보였다.

이 썩어 빠진 육신의 주인을 위한 행동들이겠지만, 썩어가는 화초에 계속 물을 들이 부은 꼴이었고 그 덕에 그 나약했던 재건의 영혼은 자신의 육체마저 팽개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덕에 그의 영혼이 안착하게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주변의 환경은 그에게 심각한 방해가 될 뿐이었다.

‘팔불출이 따로 없군···’

어쨌거나 지금의 그는 저들이 바라보고 있는 자가 아니었다.

세상 다시 없을 끔찍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했고 눈을 떠 보니 이 몸뚱이를 차지하고 있는 과거 끝없이 위대했던 영웅의 혼은 한시라도 바삐 자신의 복수를 이루어야만 했다. 신의 농간으로 시간을 거슬러 고르고 고른 저주받은 이 몸뚱이에 좌절할 틈이 없었다.

“하아. 두분 잘 들으세요.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이 가문을 물려받아야 할 상황이죠?”

재건은 호들갑을 떠는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꺼냈다.

“당연하지.”

“아들은 정당한 하씨 가문의 후계야. 네가 아니면 누가 우리 하씨 가문을 물려받는다는 거니?”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니까요?”

과보호를 받은 이들의 전형적인 거만함과 오만방자함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재건의 말투. 어차피 과거 그도 예의 좋은 인물은 아니었기에 그저 입에 붙은 말을 뱉어냄에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투는 언제나 그랬든 조건반사적으로 두 사람이 주춤거림을 끌어냈다.

“그게 왜 문제냐. 우리 손자가 하씨 가문을 이어받는다는데 뭐라 할 놈이 있다면 이 할애비가 박살을 내 버릴 테다.”

“그런 녀석들은 모두 매장을 시켜주마. 아들. 이 엄마만 믿으면 돼.”

“손자야. 잘 들어라. 우리 가문으로 말할 거 같으면 말이다.”

“아들. 이 엄마는 말이야. 너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짝!

흥분한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재건은 손뼉을 마주쳐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하아. 정말 사람이 말하면 좀······. 들으시라고······.요.”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내는 재건의 얼굴이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눈을 떴을 땐 이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몸뚱이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였다. 가느다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집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저 두 사람을 필두로 온갖 호들갑이 다 떨어 대는 통에 정말로 육신과의 끈을 놓칠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전 생에서 누렸던 완벽을 넘어선 그의 육체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고 심장에서 넘쳐나던 마나의 원천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간신히 눈을 떴었다.

이제 이곳에 눈을 뜬 것도 두 달이 넘어가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저 둘의 호들갑은 절대 익숙해질 수 없었다.

결국, 재건은 자신의 윗도리를 훌러덩 벗어 보이며 자신의 몸에 난 거대한 상처를 보였다.

“이거 보이시죠?”

거대한 흉터가 흉물스럽게 그의 흉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신의 농간인지 이 육신의 주인을 치워버리기 위함인지 습격을 받은 상태는 정말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재건은 어떻게든 이 몸뚱이의 숨을 붙여놓기 위해 육신 밑바닥에 깔린 얼마 되지 않는 선천 진기마저 모조리 끌어와 발악해 간신히 살아남았다.

가뜩이나 형편없는 육신이었지만 이제는 정말로 텅텅 비어버린 냉장고보다도 못한 최악의 몸뚱이가 되어버렸다.

그가 아는 한 이 육신은 조그만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아직도 밤마다 욱신거려요. 이대로 가문이라도 덜컥 이어받는다면 어찌 될까요? 안 그래도 테러당해서 죽다 살아난 거 아니에요. 스트레스 때문에도 못 견뎌요. 온 가족이 저를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고 언제든 잡아먹으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뭘 아무도 못 건드려요. 못 건드리기는······. 난 죽기 싫다고요.”

“아들. 많이 놀랐다는 건 알고 있다. 이 엄마가 다 잘못했어. 하지만 그래도 절대 게이트로 임관하는 것은 아니야. 거기에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아들은 이제 엄마랑 연이라도 끊겠다는 거니? 흐흐흑.”

철혈의 여제. 누가 봐도 청초한 외모와는 달리 그 손 속에 있어 피도 눈물도 없다는 이 중년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누가 봐도 재건이 천인공노할 패륜아로 보일 장면.

하지만 두 달여를 정도 같이 지내다 보니 이 또한 그녀가 가진 강력한 무기임을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적어도 재건 앞에서는 언제라도 눈물을 쏟아 낼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가 범인을 찾아내어 잔혹할 정도로 박살을 내놓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세계 최강이라는 하 만호보다는 오히려 하 지민의 냉철함이 세상에 더욱 유명했다.

“어휴. 이놈의 집구석.”

재건의 입에서 자연스레 한탄성이 흘러나왔다.

차라리 평범한 집에서 환생했으면 이렇게 머리가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씨 가문의 어마 무시한 능력은 그들 스스로는 내력이라고 불렀지만, 그것이 모두 신을 통해 마나를 빌어다 쓰는 것임을 재건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아직, 마나에 대한 체계가 정리되지 않은 시기. 그렇기에 하씨 가문이 아직 세계 최강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시기였다.

과거 마나의 지배자가 되어 지고지순한 위치에 올라섰던 그였기에 그 정체를 모를 리 없었고 하씨 가문의 최악의 최후를 모두 알고 있었다.

그 마나라는 것이 얼마나 고약한 것인지 알고 있는 인간은 아마 자신이 유일할 것이다.

‘독이란 언제나 달콤하고 매혹적인 법.’

집안 곳곳에서 마나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고 보는 사람마다 면면에서 그 기운이 느껴졌다.

재건에게 있어 마나라는 존재는 세상 고약한 것이었기에 짜증이 났다.

마나라는 것은 신에게 빌려 쓰는 사채와도 같다.

그에게 있어 신이란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사채업자보다 지독한 존재였고 결국 종장에 가서는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놀던 원수였다.

어찌 이런 곳에서 속편히 지낼 수 있겠는가?

할 일도 많았고 시간도 없었다.

이곳은 방해만 될 뿐이었다.

게다가 이놈의 육신은 마나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다.

과거 마나를 컨트롤의 끝을 보았고 그 한계마저 넘어선 그였지만 그것을 능력으로 치환하는 것은 이 쓰레기 같은 육신으로는 할 수 없었다. 그 치환을 위한 중요한 부위가 이 육신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과거처럼 마나를 휘두르며 힘을 쓰다가는 몸이 터져나가고 말 것이다.

벗었던 상의를 주섬주섬 주워 입으면서 재건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입대 지원서 제출했고, 온갖 방송에서 떠들만큼 다 떠들었어요. 인제 와서 안 간다고 하면 가문의 이미지에 먹칠 하는거에요.”

“그딴 이미지 따위 필요 없다. 그 누가 우리 가문을 향해 손가락질한단 말이냐!”

노인네가 기력도 좋은지 하 만호는 버럭 소리쳤다.

능력이라고는 한 줌도 없는 재건을 하 지민이 보호하지 않았다면 피를 토하며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빠! 미쳤어요? 애 잡으려고 그래요? 무슨 짓이에요?”

하 지민이 날 선 목소리로 하 만호에게 따졌다.

그녀는 화들짝 몸을 돌려 재건을 끌어안으며 울부 짖었다.

“흐흑. 아들. 네가 게이트로 가면 이 엄마는 어떻게 하라는 거니.”

그렇지만 그녀의 체취에 섞여 풍겨오는 마나의 기운은 재건의 속을 다시 한 번 뒤집혔다.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올라 목구멍을 비집고 올랐지만, 간신히 참아낸 재건은 그녀를 밀치며 몸을 빼냈다.

“아. 그만 좀 하세요. 제 결정을 뒤집을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하 지민은 벚어 나려는 재건을 더욱 옭아매며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좀 놔주시죠. 제 팔다리라도 부러트려 못 가게 하시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사늘한 재건의 목소리에 미진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흐흑. 아들이 어떻게······.”

누가 보면 천하에 몹쓸 인간으로 보이게 만드는 모습이었지만 재건은 되지도 않는 쇼를 하는 두 부녀를 뒤로하고 냉정히 방을 나섰다.

그들이 재건에게 애정을 무차별 폭격한다 해도 어차피 그의 가슴에는 와 닿지 않았다.

차라리 잘되었다.

말은 저리해도 체면에 죽고 사는 족속들이었다.

그가 게이트로 간다면 적어도 그냥 시궁창에 처박히게는 하지 않을 터였다.

재건은 그곳에서부터 다시 길을 찾아 기어 올라올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단단히 이용해 먹을 든든한 배경도 있지 않은가?

과거에 비참하게 몰락했다고?

뭔 상관인가?

그가 그리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그 원흉이었던 원래 이 몸의 주인은 이미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으드득. 그래.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가 너를 아주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마. 전지전능하신 신이여.”

허겁지겁 가주실을 빠져나오며 이가 부러질 듯 바득거리며 자신의 맹세를 씹어 삼키는 재건의 얼굴은 흉악 살신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


그래서 뭐?

생각해봐야 이가 갈릴 뿐인 전생의 기억이었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게이트의 출현과 몬스터의 등장. 각종 이종족과의 다툼.

현실의 세상이 더는 현실이 아니게 되어버린 혼돈의 세상을 구했다.

스스로 힘으로 세상을 구하고 세상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세상은 사랑하였다.

멸망의 위기에 맞서 온갖 역경과 고난을 헤치며 이겨낸 그의 업적은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았다.

모든 환상적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그는 주변의 사람들을 지켜내었고 그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엔딩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잘 살아갔다.

“......는 개뿔! 소설 속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겠지.”

모든 것이 다 망상과도 같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신이라는 빌어먹을 존재가 앞에서 히죽거리며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신이라도 된 줄 알았겠지.”

쫙 찢어진 눈으로 초승달을 만들고 이죽거리는 면상이라니 가래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지만 이미 눈이 멀고 귀가 먹고 입이 막혔다. 팔다리는 언제 없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신의 손짓 한 번에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세상이 지워졌고. 그의 삶의 궤적이 모조리 날아갔으며 그의 흔적조차 지워졌다. 그리고 그토록 어렵사리 지켰던 모든 것이 허무하리만큼 어처구니없이 사라져 버렸다.

“즐거웠어?”

모든 것을 지워 버린 체 자신을 한껏 조롱하는 성스러운 존재의 모습이 보였다.

눈과 귀가 사라졌음에도 신의 존재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인식이 되었다.

삐에로를 연상시키는 익살맞은 외형의 신이 자신을 가운데 놓고 뱅뱅 돌았다.

화려했던 과거의 편린들이 깨어진 유리처럼 온 공간에서 번쩍이며 명멸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좌절에 괴성이라도 질러보려 했으나 신은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세상을 부숴버릴 수 있을 것처럼 넘쳐나던 그의 힘과 능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에 한없이 무력하게 그저 있을 뿐이다.

“허전해? 나의 힘을 빌려 그렇게 유세를 떨다 그 모든 게 사라지자 허전하겠지.”

고개를 쭉 내밀어 눈코입이 뭉그러져 버린 그의 얼굴에 다가가 장난스럽게 입김을 불었다.

“재미있어. 미천한 존재가 넘치는 힘을 가지고 우쭐대는 모습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주지.”

아니라고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는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답답함에 심장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그래 심장이라도 대신 울부짖어라!

“케헤헤헤. 역시 너는 재미있는 존재야. 반항적이고 꺾이지 않으려 하는 그 하찮은 자존감이 나의 쾌감을 자극하지. 멈춰라!”

신의 손가락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몸뚱이의 가슴께를 살짝 건드리자 요동치던 심장이 거짓말처럼 멈춰버렸다.

몸속의 피가 멈추며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이 소름 돋게 생생했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의식이라도 꺼져버렸다면 포기라도 될 텐데 정신은 너무도 또렷했다.

“그리고 난 그런 녀석이 싫지 않아. 이루었다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씩 뺏어 갈 때 느껴질 너의 좌절. 그 좌절하는 모습이 나의 즐거움이 될 테니 말이야. 케헤헤헤.”

‘죽여! 죽이라고. 이럴 거면 그냥 죽이고 나를 지워버려. 너 같은 게 신이라면 그딴 신을 깔끔하게 잊어주겠어. 죽여!’

아무것도 못 할지라도 그의 의지가 강력하게 뿜어졌다.

이 상황에서도 절대 꺾이지 않은 그의 의지. 그것은 신이라 할지라도 결코 지워버릴 수 없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 가는 지금도 그의 의지는 한낱 원혼이 된다 할지라도 아니 원혼마저 남지 않는다 할지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호오. 좌절하지 않는군. 절망하지도 않아. 꺾이지 않는 것. 사라지지 않는 것. 그것들은 나를 불쾌하게 만들지. 이래 봬도 나는 신인데 말이야.”

신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불쾌함이었다.

신은 그를 지우려 했다.

모든 것을 지우고 깨끗이 만들어 자신의 유희를 다시금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신조차도 결코 할 수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신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지만, 영혼이 만들어낸 의지는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우습게도 그 영혼을 다스릴 수는 있지만, 그 부산물을 건들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군. 이대로 지워버린다면 너무 시시하지. 나의 유일한 유희가 망가져 버려.”

신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발로는 벌레 같은 몸뚱이를 슬슬 굴리며 생각에 빠졌다.

이대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생각해 냈다.

“좋다. 리트라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너의 모든 조건을 빼앗아주지. 무슨 짓을 해도 결코 주인공은 되지 못할 테지. 그렇게 다시 한 번 되새겨봐라. 나를 따분함에서 구해주길 바라마.”

신이 손가락을 튕겼다.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띤 체······.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


작가의말

부디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글을 올려 봅니다.

자격도 없이 불평하기보다는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 후 고민을 하겠습니다.
이제 연재를 시작하는 저에게 고민은 사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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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29장. 네가 갓슬레이어다. 21.06.04 39 1 15쪽
29 제28장. 아테나의 각성. 21.06.03 69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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