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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깹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의 무한 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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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깹
작품등록일 :
2022.05.11 14:53
최근연재일 :
2022.08.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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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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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893

작성
22.05.1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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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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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 한강희씨의 첫 활약.

DUMMY

이삭은 궁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이삭은 본인이었다. 전생 회귀도 아니며, 빙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말에서 떨어졌다 원래의 기억을 찾은 후 그 이전의 기억은 그냥 기억일 뿐이었다. 기억을 찾은 후에 보고 듣는 것은 그야말로 새롭기 그지없었다. 당장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고, 와 닿는 것도 달랐다.


이삭의 말을 들은 이지는 호위무사를 붙여주었다. 이지로서도 누군가가 궁 밖의 일을 보고 알려주면 좋은ㄴ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동생인 이삭이 전하는 소식은 왕에게 좋은 것만 말해주려는 사람들보다는 나으리라.


이삭은 소율희와 함께 뒤에 호위무사 넷을 대동하고 나갔다. 궁 밖은 생각보다 활기찼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폐경제가 도입되었다. 8도 중 5도를 잃고 명과 왜 사이에 끼어버린 나라가 된 조선이지만 우습게도 그것이 조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명과 왜 모두 은을 화폐로 쓰는 나라였다. 또한 전통적인 문화국가이자 생산국가이면서 북방과 서방의 나라, 민족, 부족들과 교역을 하는 명과, 나름 여러 물자를 독자 생산하고 멀리 유럽과도 교역을 하는 왜였다. 명과 왜의 교역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조선이 낀 것이었다. 의도치않게 중계무역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더 위태롭기도 했다. 명이나 왜나 서로가 조선의 남은 부분을 원하지만 또한 상대국이 조선의 남은 부분을 가지는 것은 원치 않기에 그 균형의 추가 맞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 뿐이었다. 지금도 조선 국경에서는 소요사태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소율희와의 데이트(?)를 겸한 궁 밖 구경을 하고 올 때였다.


“저긴 뭐냐?”


이삭이 묻자 호위 무사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연기청입니다.”

“아... 연기청...”


연기청硏器廳. 양곶노리가 영종에게 의견을 내어 만든 기관이었다. 조선 병사들의 무기는 물론 각종 이기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며 생산하는 종합시설이었다.


‘여기가 어머니가 만든 곳...’


그렇게 생각이 들자 새삼 달라보이는 곳이었다. 이삭은 연기청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왁자지껄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칼칼하니 귀에 잘 들리는 소리들이 있었다.


“이 사람아. 칼 좀 더 줘.”

“더 없사옵니다.”

“없긴 내 자네 능력을 잘 아는데.”

“아는데 그러시는지요?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더 만들겠사옵니까?”

“술 사줬잖나. 술도 음식이야.”

“새벽에 사 준 모주 한 사발이 뭐 대단하다고... 그리고 칼을 주면 그냥 쓰기나 할 것이니 왜 그리 갈아대시는지요? 그 좋은 칼 다 망가뜨리고 뭐 하자는 것이옵니까?”

“뭐하긴. 칼의 옆면은 모름지기 평평해야...”

“그러면 약해진다고 몇 번을 말 합니까! 왜도란 말입니다.! 왜도! 조선 철로 만든 조선검이 아니라 왜국의 철로 만든 일본도!”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삭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이 항왜삼절 중 한 명인 완귀정碗歸正이로구나.”


항왜삼절 칼장수 완귀정. 조선에 귀순할 당시 완귀정은 하나의 찻잔을 소중히 들고 있었다고 했다. 조상 때부터 내려온 가보였다고 했다. 이에 완碗씨 성을 내렸는데 다만 완盌의 속자로 썼다.


‘뭐 이런 건 알 것 없고...’


완귀정의 원래 이름은 안야간신暗夜岩心. 그리고 서머젯은 일본도 소환. 다만 이 일본도는 말 그대로 일본도였다. 별 다른 것이 없는 사람 손으로 쇠를 두드리고 접어 만들어 연마를 한 그 일본도. 그래도 명색이 서머젯이라 일본에서 말하는 명검 중 명검이지만 몬스터를 상대로는 어림도 없는 칼이었다. 아마 21세기에 저런 능력이라면 무능력한 서머너로 낙인찍혔을 것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완귀정의 경우 먹어야 왜도를 소환한다는 것이었다. 이론적으로는 먹어서 배만 부르다면 계속 칼을 소환할 수 있다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이론일 뿐이었고..


또 한 가지. 완귀정이 소환하는 서머젯은 단절 서머젯이었다. 서머너와의 연결이 단절되는 서머젯. 즉 한 번 소환되면 그것을 끝이었다. 보통의 경우 서머젯은 소환한 서머너만이 사용과 통제가 가능했지만 완귀정이 소환하는 서머젯인 왜도는 소환 순간 그냥 왜도일 뿐이었다. 당연히 아무나 쓸 수 있고, 소환 해제도 되지 않았다. 21세기라면 하등 쓸모없는 능력이지만 지금의 시대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칼 한 자루 만드는데 드는 수고와 시간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날로 얻는 것이 아닌가?


“어머나. 대군 나리.”


언성을 높이며 싸우던 완귀정이 이삭을 발견하고는 급히 달려왔다. 이전부터 알고는 지낸 사이니 아는 척은 당연한 것이었다.


“몸은 다 쾌차하셨는지요?”

“으, 응...”


역시 외국어를 배울 때는 누구에게 배우냐가 중요했다. 외모나 목소리는 소도 통째로 구워 먹을 산도적 두목이건만...


“아! 이것 받으시옵소서.”


완귀정이 뭔가를 건넸다. 일견하기에도 화려한 일본도였다. 완귀정의 실력이 올라가며 좀 더 화려한 장식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물론 배는 더 꺼지지만...


“항시 강건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치는 것이옵니다.”

“아니 이 사람아...”


뒤에서 뭐라고 하려 하지만 대군에게 바치는 것을 뭐라 걸고 넘어질 수 없으니 더 말을 못 하고 입맛만 다시는 것이 보였다. 어쨌든 뭔가 이리저리 장식된 것이 많아 싸움에 사용하기 껄끄러울 것같은 칼을 받고 돌아갈 때였다.


“이봐. 왜놈들이 또 난리를 쳐댔다며?”

“그러게.”

“또 소산대방小山大房인가?”

“그 놈이 아니면 누구겠어? 왜 조정에서도 명과 사달이 날까 말리지만 말을 안 듣는다고 하더구만.”

“글세 말을 마시게. 조선 쯤이야 제놈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만 해도 멸망한다느니, 조선을 멸망시켜 감히 중전마마를 첩시로 두겠다느니. 그런 소리를 해댄다는 게야.”

“”그런! 어찌 그런 무엄한 말을...“

”그런데 우리로서는 그런 놈에게 항의조차 못 한다는 게지.“

“허어... 우리 조선이 몰락했기로서니 일개 변방의 왜장 따위가...”


담장 너머에서 내관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호위무사가 급히 그들을 담장을 넘으려 하자 이삭이 손을 들어 말렸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그 소산대방인가? 그 놈도 서머너였던 것으로 압니다만?”

“예? 예. 그리고 소산대방 밑의 부장이 둘 있는데 그들도 모두 괴자입니다.”

“소산대방이야 내 기억에는 우박으로 알고 있고... 나머지 둘은 뭐였죠?”

“한 놈은 정호평일正虎平一이란 자로 그 자의 능력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알리는데 왜인지 알리고 있지 않습니다. 또 한 자는 호정성귀虎井星鬼이라는 자로 요괴를 소환합니다. 이름이... 흑소부령黑小部鈴이라고 합니다. 흑이야 검어서고 소부령은 한자로는 무슨 의미는 모르지만... 아무튼 소산대방은 그 둘을 소산쌍호라고 부릅니다.”

“소산쌍호인지 소산쌍욕인지는 모르겠고... 그 놈 요괴 소환한다는 그 놈은 그 요괴를 뭐라 부릅니까?”

“쿠로고부린이라고 합니다만...”

“그래요?”


‘한마디로 또라이새끼가 검은고블린을 부린다는 것이지?’


서머너가 각성했을 당시 사람들은 서머너가 소환하는 서머젯을 여러 분류로 나누었었다. 자연계, 에너지계, 몬스터계, 동물계, 식물계 등등... 하지만 서머너가 소환하는 서머젯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았고, 분류하기 애매모호한 것도 많았다. 결국 분류는 포기였다. 그저 일부 덕후들만 자신들 기준대로 분류하고는 서로 싸울 뿐... 하지만 그렇게 많은 종류의 서머젯이 있으면서도 서머젯이 서로 겹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몬스터에서 많았다. 물론 같은 종류의 서머젯이라도 서머너의 능력에 따라 위력은 달랐다.


“재미있네요.”


이삭은 씩 웃었다. 재미있었다. 자신이 각성한 후 가장 먼저 싸운 상대도 검은 고블린이었다.


‘일단... 애들... 아니지. 이번에는 나구나. 나 옷 좀 입혀야지.’


이제 옷값을 벌 시간이었다.


* * *


임진왜란 때 조선의 궁은 이리저리 훼손이 되었다. 이삭이 아닌 한강희 시절의 역사에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왕에 대한 분노로 백성들이 불을 질렀으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왜놈들이 훼손시킨 것이었다. 물론 곧바로 금지가 되기는 했다. 조선의 땅을 영지로 받으면 바로 그 경복궁에 들어가 살아야 할 텐데 어디 감히 영주님 살 집을 훼손하냐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당시 훼손된 상처는 다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그 말은 궁 담장에는 여기저기 개구멍이 많다는 것이었다.


“으갸갸갸! 왜놈들. 뚫어 놓으려면 좀 잘 뚫어놓지...”


이삭은 궁을 탈출했다. 조선의 상황을 기억한 이삭은 분노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느 정도 사람 꼴을 만들어야 누구에게라도 선을 보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실전이 필수인데 누가 왕의 동생을 전장에가게 하겠는가?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게 누구냐!”


어디선가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나, 나와라! 나의 군대!”


이삭은 한강희 한 명을 소환하고는 냅다 도망쳤다.


“놔, 놔라! 도와주게! 웬 벌거벗은 미친 놈이 날 껴안고 있어! 으악! 기분 더러워!”


멀리 궁 주변을 순찰하던 병졸의 외침이 들렸다.


“내 기분은 더 더러워!”


이삭은 뛰어가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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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 첫 게이트 공략. 22.05.19 530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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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3. 한강희씨의 첫 활약. 22.05.17 564 15 11쪽
» 3. 한강희씨의 첫 활약. 22.05.16 667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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