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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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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726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17 18:40
조회
89
추천
2
글자
8쪽

29. 공부를 합시다(3)

DUMMY

위트니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푹신한 소파에 드러누웠다. 마나 고갈과 더불어 마치 하얗게 불태우기라도 한 모습이다.

"이건 사기야. 이건 사기야!"

"...뭐가요."

그녀의 외침에 살짝 찔린 나는 소심하게 말했다.

"넌 신입이잖아! 난 경력있는 일반이고! 넌 10살이잖아, 난 23...아차 이건 넘어가고. 어쨌든 이건 사기야. 말도 안 된다고! 어떻게 내가 질 수가 있지?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그녀의 말이 맞다. 이건 사기다. 나는 10살이 아니고, 경력으로 따지면 신입도 아니다. 오히려 베테랑에 가깝지. 그러므로 그녀의 의견은 타당하다.

그래서 나는 진심을 담아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선배...괜찮아요."

"파울아..."

"선배가 못하는게 아니라 제가 특별한 거니까요. 너무 낙심하지-"

"이 재수 없는 자식!"

"끄아악-!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애써 위로해줬더니."

"이게 무슨 위로야?! 이 재수없는 녀석! 10살에 예쁘게 생기지 않았으면 방금 넌 죽었어!"

위트니는 소파에 누운 채로 날 끌어당겨 품안에 속박했다. 나는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개미지옥에 들어선 개미처럼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숙히 붙들려 종국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반성의 의미로 이대로 낮잠자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농담이시죠?"

"진심인데? 이대로 잘 거야."

"저 안 졸려요."

"너 말고 내가 잘거야. 이대로. 빠져나가지마."

그 말마따나 그녀는 언령 마법을 스스로에게 걸어 즉시 잠들었다.

「나는 잠이 든다.」

스르륵

그녀는 잠이 들었다. 금방의 언령 게임으로 마나가 다 떨어진 나는 어쩔 수없이 그 상태로 15분 동안 잡혀있어야 했다. 15분인 이유는 마나가 약간 회복되자마자 품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역시 좀 딱딱해. 말라서 그런가?"

위트니가 들었다면 이번엔 진심으로 화낼 발언이었지만, 그녀는 지금 자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인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남은 시간 동안 이론 공부나 더 해야겠다."

시간은 없고 과제는 많으니까.


***


적색 마탑의 꼭대기 77층에는 마탑주의 사무실. 그곳에는 베르베르와 마탑주 아벨이 진지한 몸가짐을 한 채 파울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벌써 그 아이가 마탑에 들어온 지 반년이 흘렀군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마탑주는 동의하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나이를 먹어가는 입장에서 시간의 흐름은 항상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주제이다.

"그동안 저희 그림자에서 그를 지속적으로 감시했지만 이렇다 할 특이사항은 찾지 못했습니다. 단지, 그가 옴 학파에 입단한 것과 그곳에서 꽤나 빠른 속도로 가르침을 습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림자는 마탑의 비밀 부서로서 대외적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이를 테면 심문이나 암살, 최면과 조작 등의 일을 하는 부서이다. 그림자의 책임자는 베르베르이다.

"그 말인즉. 배움의 습득 속도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흠...이해할 수 없군. 참으로 곤란하게 되었어. 이래서는 섣부르게 어떤 처지를 할 수 없지 않겠나."

"그렇지요.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냥 지켜봐야겠습니다. 어차피 아직 어린 아이지 않습니까.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하! 어린 아이라고 방심하지 말게. 그는 멸망교와 연관된 인물이야. 멸망교는 항상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나.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베르베르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차라리 처음 심문했을 때 죽였더라면, 아니 하다못해 마탑에서 추방시켰더라면 이렇게 번거로운 짓은 하지 않아도 됐는데. 쯧!"

본래 마탑주의 성격과 지금껏 마탑이 취해온 방침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사실 마탑이 멸망교와 관계되어있다고 증명된 인물을 내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탑주님께서 직접 그 아이를 확인하시지 않았습니까?"

"내 마법은 참, 거짓만 거려낼 수 있다네. 세부적인 사항은 최면이라도 걸지 않는 이상 무리야.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는가. 자네가 배합한 약으로 망가진 인간이 한 둘이 아닐진데."

"파울. 그 아이도 원래는 그랬을 운명이었지요. 그분의 만류가 아니었다면 필시 폐인을 만들어서라도 진실을 뽑아냈을 겁니다."

베르베르는 파울을 심문할 때 들었던 말들을 떠올렸다.

"한 때 멸망교인이었다라. 어설픈 이야기지만 진실이었지요. 그러나 완전한 진실은 아닐 겁니다. 멸망교는 그렇게 만만한 단체가 아니니까요. 지금이라도 제대로 심문하는 것은 어떨지요? 당장이라도 납치할 수 있습니다."

아벨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배는 떠나갔다. 지금에 와서 굳이 파울을 심문하는 것은 득이 될 것이 없다. 또한, 이것은 그분의 명령에 거스르는 짓이기도 했다.

"하아. 정말 그 분의 의중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탑주님께서는 그 분의 이야기를 전부 믿으십니까?"

"믿지. 믿을 수밖에. 자네도 직접 보지 않았나. 그 분의 찬란한 번개를. 그 뿐만인가? 그 분은 용언까지도 지니고 계셨어.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그 분의 말대로 이루어졌지. 마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허어. 회귀자라니. 어찌 그런..."

아벨은 눈을 질끈 감고 그때를 회상했다. 평소와 다름 없이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작스레 돌변한 눈빛과 기질. 그 때 자신이 마주한 눈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자신 또한 대마법사이건만, 그와 같이 심유하고 깊은 심연을 지니지는 못했다.

"왜 하필 그여야만 했는가."

아벨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래. 그것은 모두 멸망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멸망이 없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아니, 모두 없었던 일이 될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그가 회귀자라면.

"그러기 위해서라도 멸망교를 없애버려야 한다."

아벨은 그 분의 말씀에 따라 특별한 명령이 없을 때까지 파울을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대체 왜 그 분은 파울을 신경 쓰는 것인가. 아벨은 자신의 위장을 돌아다니는 세균을 방치하듯 속이 천천히 썩어들어갔다.

'나도 이제...너무 늙은 것인가.'


***


옴 학파에 들어온 지 벌써 10개월이 넘는 기간이 흘렀다. 나는 그동안 꽤나 바쁘게 지냈지만, 그 모든 시간이 유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개월간 나는 학장을 고작 3번 대면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그동안의 성취를 테스트할 목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간단한 시험을 보게 하는 식으로 만났다. 나는 모든 시험을 만족할 만하게 통과했고, 바르고는 시험이 끝나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개인 연구실로 돌아가버렸다.

나는 이론 공부만 10개월을 했다. 실기는 따로 가르칠 게 없다는 위트니의 말처럼 배운 것이 전무하고 오직 에밀리와의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마저도 대부분의 시간을 독학과 과제로 때운 이론 공부만 했다.

이론은 지금껏 내가 사용했던 마법의 바탕과 전개 과정, 결과값 등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어떻게 보면 재밌기도 한 영역이지만 이제는 슬슬 지겨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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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시비(1) 21.05.22 64 2 8쪽
33 33. 힘법사 연구회(2) 21.05.21 54 3 7쪽
32 32. 힘법사 연구회(1) +1 21.05.20 65 2 8쪽
31 31. 실험체(2) +1 21.05.19 74 2 7쪽
30 30. 실험체(1) +1 21.05.18 82 3 7쪽
» 29. 공부를 합시다(3) 21.05.17 90 2 8쪽
28 28. 공부를 합시다(2) 21.05.16 99 3 7쪽
27 27. 공부를 합시다(1) 21.05.15 106 3 8쪽
26 26. 옴 학파(4) 21.05.14 121 2 8쪽
25 25. 옴 학파(3) 21.05.13 122 4 7쪽
24 24. 옴 학파(2) 21.05.12 143 2 8쪽
23 23. 옴 학파(1) 21.05.11 158 5 8쪽
22 22. 심연(3) 21.05.10 169 5 9쪽
21 21. 심연(2) 21.05.09 187 5 8쪽
20 20. 심연(1) 21.05.08 211 5 8쪽
19 19. 마탑으로(3) 21.05.07 227 5 8쪽
18 18. 마탑으로(2) +2 21.05.06 236 5 7쪽
17 17. 마탑으로(1) 21.05.05 236 6 7쪽
16 16. 구출(3) 21.05.04 222 8 7쪽
15 15. 구출(2) 21.05.03 237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3 7 7쪽
13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4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5 6 7쪽
11 11.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2) +1 21.04.29 267 6 7쪽
10 10.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1) +1 21.04.28 278 8 8쪽
9 09. 폭동과 점령(4) +1 21.04.28 282 7 8쪽
8 08. 폭동과 점령(3) +1 21.04.27 288 5 8쪽
7 07. 폭동과 점령(2) +2 21.04.26 336 7 8쪽
6 06. 폭동과 점령(1) +1 21.04.25 330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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