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713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01 17:10
조회
243
추천
7
글자
7쪽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DUMMY

검은 손들이 일제히 허공에 멈췄다.

"허어. 언령 마법인가? 특이하군. 내 모든 손들을 한번에 멈출 정도로 정교한 언령 마법이라. 이런 사례는 들어본 적 없는데. 만들어진 마법사라 그런지 아주 특이해."

사제의 눈이 기분 나쁘게 휘었다.

"역시 넌 나와 함께 가야 겠다."

사제의 손들의 힘이 더 강해졌다. 나는 언령으로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점점 밀리고 있다.

"크윽...!"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지 코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사제도 그런 나를 봤는지 손들에 불어넣은 마력을 일부 회수했다.

"이런! 죽으면 안 되지. 몸이 엉망인 모양이구나. 글렘이 멍청한 짓을 했어. 성공작을 저런 몸으로 내버려두다니. 쯧!"

사제는 잠깐 고민하듯 턱을 만지작 거렸다. 이미 내 언령에서 신체가 자유로운 모양이다. 젠장.

"그럼 이렇게 하자. 만약 네가 자발적으로 나를 따라와준다면 남은 아이들은 살려주마. 그 이상 마법을 억지로 썼다가는 얼마 못가 죽게 될 거다. 운이 좋아서 죽지 않는다 해도 폐인이 될 테지. 그럼 곤란해. 자, 나와 함께 가자."

사제가 손들을 거둬들였다. 그의 말은 진실인 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긴장을 거두지 않았다. 저 사제가 마음만 먹으면 방심한 나 따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니까.

'어떡하지? 어차피 싸워봤자 질 거야. 그렇다고 여기서 다 같이 죽고 싶지는 않아. 결국 같이 갈 수밖에 없나?'

나는 짧은 시간동안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1초가 마치 1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놓치고 있는게 있나?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 요소들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이지?'

"얘야. 어서 결정해라. 나는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란다. 자, 어서. 선택해."

젠장.

나는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 일부러 천천히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내가 걸어나오자 그는 기뻐하는 듯 입고리가 찢어졌다.

'생각. 생각. 생각. 그래! 그거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나는 돌연 걸음을 멈췄다.

'시간을 끌어야해. 최대한 최대한 시간을 끌면 그들이 올 거야.'

내가 걸음을 멈추자 사제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그가 어떤 반응을 하기 전에 빠르게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이마에 가져다댔다.

"그게 무슨..."

"위대한 멸망이시어. 부디 이땅에 강림하시어 천지를 멸망으로 물들여주소서."

"이건...멸망의 기도문?"

"위대한 멸망이시어. 하늘을 태우고 땅을 찢으며 바다를 삼켜, 당신의 어린 백성을 멸망에 들게 하소서. 멸망은 곧 창조를 뜻하고 창조는 멸망을 뜻하니, 이 위대한 순환 속에 당신의 백성이 들게 하소서."

"위대한 멸망이시어!"

사제는 손을 공손히 모아 외쳤다. 역시 멸망교 사제라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기도는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역시 쓸데없이 신실하다.

나는 계속해서 기도문을 외웠다. 회귀 전 매일 아침마다 외우던 기도문인지라 모두 정확하게 외우고 있었다.

몇 시간동안 이어진 내 기도문 낭송이 끝나자 사제가 눈에 띄게 기뻐하며 말을 걸었다.

"너, 아니, 자네. 설마 우리 교인이었는가? 아니. 자네는 필시 우리 교인이야. 이 긴 기도문을 모두 외고 있는 자는 교인들 밖에 없을 테니!"

나는 말 없이 끄덕거렸다. 젠장. 내가 다시 교인 행세를 하다니. 자괴감이 턱끝까지 가득 차올랐다.

"그렇다면 글렘 그 작자가 심한 짓을 했군 그래. 감히 우리 교인을 데리고 인체 실험을 하다니! 이는 멸망에 대한 모독이야! 모든 교인의 생명은 멸망의 것이거늘. 어찌 오만방자하게 멸망의 백성에게 손을 대는가! 아아. 참아줄 수가 없군."

사제는 미친 사람처럼 흥분하여 발을 굴렀다. 그러고는 성큼 걸어와 내 손을 잡았다. 아주 눈물까지 글썽이는 게 역겨웠지만, 나는 참아야만 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지금껏 자네가 받은 그 고통이 모두 멸망께서 내려주신 시련이었다 생각하게나. 마음 같아선 글렘의 시체를 손수 찢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가치조차 없는 위인이지."

"..하하..네."

"갑자기 어떻게 성공작이 나왔나 했더니 모두 멸망께서 축복하여 주셨던 거야. 자네는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네! 자네의 생명을 멸망께서 친히 직접 보존해주셨다는 것이니."

사제는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만큼 말이 많았다.

"흠...어찌되었든 자네는 나와 함께 가야겠어. 물론 자네의 안전은 내가 보증하겠네. 멸망교는 교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자네도 멸망교인이라면 알고 있을 테지?"

내가 13주교였는데, 저 말은 거짓말이다. 내가 직접 죽인 교인만 해도 10명이 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미소지었다.

"물론이지요."

"좋아. 그럼 나와 같이 가세."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지금은 그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미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살 수 있으니까.

아이들은 나를 황망한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나는 눈으로 그들을 안심시켰다. 특히 크네히트는 무엇이 그리도 억울한지 눈물까지 흘렸다.

'이거 마음 약해지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내 생각이 맞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이곳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가는 도중에는 만나겠지. 확신은 없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젠장. 회귀 전에는 원래 이쯤 나타났었는데. 제발.

"멈춰라!"

부서진 출입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강직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렇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 목소리의 주인은 내가 기다리던 왕실 기사단원의 목소리이다.

"거기 당신. 당신이 글렘인가? 대답하라!"

그녀가 검을 겨누며 말했다.

'기다렸어요! 누나!'

"아니. 복장을 보아하니 설마...멸망교 사제인가."

'맞아요! 이 새끼 나쁜 광신도 새끼예요! 여기 오자마자 어린애 8명을 죽였어요!'

기사단을 마주한 사제의 표정은 똥 씹은 듯 썩어들었다. 그걸 직관한 나의 표정은 반대로 활짝 펴졌다.

'꼬시다!'

"기사단이 여긴 무슨 일이지. 아니, 물을 필요도 없이 글렘이겠지. 글렘은 이미 죽었다. 그러니 여기서 서로 물러나는 것은 어떤가?"

"들을 필요도 없는 제안이군. 멸망교의 사제가 고작 글렘보다 몸값이 낮았던가?"

"쯧. 젠장. 설마하니 기사단, 그중에서 차기 용사 후보라 불리는 그레이즈가 직접 올 줄이야. 어쩔 수 없겠어."

그는 작게 읊조리더니 갑자기 나를 들어올렸다.

"..어?"

"멈춰라! 더 이상 다가오면 이 아이의 목을 꺾어버리겠다."

? 뭐야. 키운다며! 교인이라고 같이 가자며! 이 줏대없는 자식!

나는 사제의 인질이 되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중요 공지-간장공장장 입대합니다 +8 21.05.12 160 0 -
34 34. 시비(1) 21.05.22 64 2 8쪽
33 33. 힘법사 연구회(2) 21.05.21 54 3 7쪽
32 32. 힘법사 연구회(1) +1 21.05.20 64 2 8쪽
31 31. 실험체(2) +1 21.05.19 74 2 7쪽
30 30. 실험체(1) +1 21.05.18 82 3 7쪽
29 29. 공부를 합시다(3) 21.05.17 89 2 8쪽
28 28. 공부를 합시다(2) 21.05.16 99 3 7쪽
27 27. 공부를 합시다(1) 21.05.15 106 3 8쪽
26 26. 옴 학파(4) 21.05.14 120 2 8쪽
25 25. 옴 학파(3) 21.05.13 122 4 7쪽
24 24. 옴 학파(2) 21.05.12 143 2 8쪽
23 23. 옴 학파(1) 21.05.11 158 5 8쪽
22 22. 심연(3) 21.05.10 168 5 9쪽
21 21. 심연(2) 21.05.09 186 5 8쪽
20 20. 심연(1) 21.05.08 210 5 8쪽
19 19. 마탑으로(3) 21.05.07 226 5 8쪽
18 18. 마탑으로(2) +2 21.05.06 235 5 7쪽
17 17. 마탑으로(1) 21.05.05 235 6 7쪽
16 16. 구출(3) 21.05.04 221 8 7쪽
15 15. 구출(2) 21.05.03 236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3 7 7쪽
»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4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5 6 7쪽
11 11.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2) +1 21.04.29 267 6 7쪽
10 10.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1) +1 21.04.28 278 8 8쪽
9 09. 폭동과 점령(4) +1 21.04.28 282 7 8쪽
8 08. 폭동과 점령(3) +1 21.04.27 288 5 8쪽
7 07. 폭동과 점령(2) +2 21.04.26 335 7 8쪽
6 06. 폭동과 점령(1) +1 21.04.25 329 7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