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672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4.29 18:05
조회
265
추천
6
글자
7쪽

11.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2)

DUMMY

내가 깨어난 후 처음으로 한 일은 글렘의 연구일지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흐음. 딱히 유의미한 내용은 없네."

나는 본래 제 3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글렘의 연구일지 <파울>편의 초기 부분을 읽어보아도 내게는 제3조건이 없다고 나온다. 그러나 실험 결과 내게 제 3조건이 형성됐다. 이건 회귀 전에도 그랬고, 회귀 후인 지금도 그렇다.

"다른 실험체한테는 이런 사례가 없어. 하긴 각방의 실험체마다 다른 마나액을 배합해 투여했으니까. 결과가 다를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크네히트의 연구일지를 살펴봐야 한다. 나와 같은 방에 있어 동일한 마나액으로 실험됐으니 아마 나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사락사락.

"역시 그렇군. 어느 기점부터 크네히트의 마나 제어력이 눈에 띄게 상승했어. 물론 원래 모든 조건을 만족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던거야."

나는 연구일지에 적힌 배합 마나액의 특성을 살펴봤다. 크네히트와 내가 맞은 마나액은 마수 중 드래곤 아종 계열의 마수의 부산물을 배합한 특수 마나액이다.

글렘 녀석 돈 좀 깨졌겠는걸.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왔지? 도망자 신세인 글렘이 저 모든 돈을 마련했을 리는 없는데. 어디서 후원이라도 받고 있나?

"드래곤. 드래곤이라. 회귀 전에는 어떻게 제3조건을 각성했더라?"

나는 기억을 뒤졌다.

회귀 전에는 나도 꽤 암울한 인생을 살았다. 이곳에서 구출된 뒤에 시골 변두리의 작은 성당으로 보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날 나를 눈여겨 본 귀족 영애가 나를 시종으로 데려갔는데 미친년이었던지라 죽이고 도망갔다. 그 때 마법을 각성했다. 귀족 영애가 흥분한 채로 내 목을 조르던 그 때.

"흔한 소설처럼 목숨이 위험해지니까 각성한 건가? 아니야. 그럼 실험 받을 때 진즉 각성했어야 해. 그럼 뭐지?"

아가사 드래건. 가학적인 취미를 가진 미친년. 드래건 가문의 막내 딸. 드래건 가문? 거기는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기사 가문인데...

"그렇군. 피였어. 드래건 가문의 주장이 사실이었던 거야."

생각해보면 그때 아가사가 내 목을 조르기 전에 자신의 팔에 상처를 내어 내 입에 강제로 물렸다. 그렇다면...뭐 일단 이건 보류하도록 하자.

나는 글렘이 만들어놓은 마나액을 챙기고 연구실의 모든 자료를 폐기했다. 이대로 놔두면 왕실 기사단이 회수할 테고 같은 실험이 반복될 것이다. 회귀 전에도 그랬고, 회귀 후인 지금은 나라는 성공 사례가 있으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파울-! 크네히트가 밥 먹으래-"

"아. 시끄러! 조용히 좀 말해. 무슨 드래곤 피어라도 쓰냐? 귀청 떨어지겠네."

"빨리 급식소로 와- 안 그러면 밥 없어!"

크네히트가 아이들을 해방한 이후 우리는 점령한 실험실에서 하숙하듯 살고 있다. 어차피 다들 납치되거나 팔아넘겨진 아이들이기에 이곳을 떠나 어디 갈 곳도 없다. 다만, 크네히트가 집 주인 행세를 하는데 그게 조금 베알이 꼴리기는 했다.

"참내 무슨 거지 새끼들도 아니고."

급식소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허겁지겁 밥을 퍼먹고 있었다.

"누가 보면 며칠 굶긴 줄 알겠네."

"...굶었잖아. 실험체였던 때는."

"아. 깜짝이야!"

크네히트였다.

"너도 와서 밥 먹어. 내가 요리했어."

"하. 요리는 무슨 그냥 보존식 데워 먹는 거면서."

"...남이 해준 음식 먹을 때는 불평하는 거 아니야."

"그래그래."

"대답은 한 번만 해. 안 그럼 밥 없어."

"...그래."

끄덕

크네히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내. 야 이 거지 자식들아. 저리 좀 비켜. 나도 좀 먹게! 뭐야? 벌써 이것 밖에 안 남았어?"

"우물우물. 그러니까. 꿀꺽. 빨리 오랬잖아. 남는 거 없다고."

"아놔. 이 거지들 진짜."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대열에 합류해 밥을 퍼먹었다. 오늘 메뉴는 볶음밥이었다.


***


며칠이 지났다.

아이들과 크네히트는 앞으로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듯 했다. 나에게도 자주 의견을 물으러 찾아왔지만 어차피 기사단이 이곳에 도착할 거라는 사실을 아는 나는 축객령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바보 파울>이라는 멸칭을 얻었지만 게의치 않았다. 그보다는 개인 요양에 신경썼다. 사실 내 몸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엉망이다. 마나 로드는 부분부분이 찢어져있고, 서클은 헐렁하게 늘어난 상태다.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그보다 기사단 놈들 엄청 안 오네. 여기 하나 찾는데 얼마나 걸리는 거야. 이러니까 왕국이 멸망하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유달리 목청이 큰 아이, 젠이 사람이 찾아왔다며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아이들은 모두 긴장했다. 실험실에 찾아오는 인간은 실험 관계자들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긴 생뚱맞게 기사단이 여길 찾아왔다고 믿는 것도 좀 이상하지.'

나는 편한 마음으로 집합했다.

"분명 실험 관계자 일거야. 어떡하지?"

아이들이 불안에 떨었다.

"...모두 숨어있다가 한꺼번에 덥치자. 여기 간수들이 쓰던 무기가 많으니까 다들 하나씩 들고 덥치면 이길 수 있어."

크네히트였다.

"안 되면 내가 마법으로 태워버릴게."

나는 아이들을 진정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야야. 걱정하지마. 내가 있잖아. 내가 마법으로 그냥 확! 해치워 버리지 뭐."

내 말에 아이들은 눈에 띄게 안심하는 것이 보였다. 다만, 크네히트만이 눈을 치뜰 뿐이었다.

"너. 몸이 엉망이잖아. 여기서 마법 더 쓰면 죽을 지도 몰라. 안 돼."

눈치는 있는지 아이들이 모르게 소근거렸다.

"에이~ 괜찮아. 까짓 거 죽으면 되지."

"..절대 안 돼."

크네히트가 나를 노려봤다. 조금 무서웠다.

"농담이야. 농담. 하하. 에휴."

그제서야 크네히트는 내게서 눈을 거뒀다.

"젠. 혹시 찾아온 사람이 몇 명인지 확인했어?"

"어. 내가 봤어. 한 명이었어."

나는 깜짝 놀랐다.

"한 명?!"

"왜, 왜 그렇게 놀라?"

잠깐만 기사단에서 파견된 인원이라면 절대 한 명일리는 없는데. 뭔가 이상해.

"너 정확히 본 거 맞아? 진짜 한 명이야? 확실해?"

"어. 내가 똑똑히 봤어. 검정색 로프를 뒤집어쓴 사람 한 명이었어."

"검정색...로프..?"

이런 멍청한! 나는 바보인가?

저건 기사단이 아니다. 그래 기사단 일리가 없지. 나는 머리속에서 여러 가지 정황들을 되짚었다.

고가의 실험 재료. 의문의 후원자. 멸망에 기도하던 글렘. 그리고 실험의 성공작.

"...말도 안 돼. 이건, 이건 젠장! 진짜 조졌는데."

"왜, 왜 그래. 파울? 파울?!"

아이들이 내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똑똑똑.

모두들 소리가 들린 출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어라. 글렘. 성공작을 확인하러 왔다."


이곳에 멸망의 사제가 찾아왔다.


작가의말

오늘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중요 공지-간장공장장 입대합니다 +8 21.05.12 159 0 -
34 34. 시비(1) 21.05.22 63 2 8쪽
33 33. 힘법사 연구회(2) 21.05.21 53 3 7쪽
32 32. 힘법사 연구회(1) +1 21.05.20 63 2 8쪽
31 31. 실험체(2) +1 21.05.19 72 2 7쪽
30 30. 실험체(1) +1 21.05.18 81 3 7쪽
29 29. 공부를 합시다(3) 21.05.17 88 2 8쪽
28 28. 공부를 합시다(2) 21.05.16 98 3 7쪽
27 27. 공부를 합시다(1) 21.05.15 104 3 8쪽
26 26. 옴 학파(4) 21.05.14 119 2 8쪽
25 25. 옴 학파(3) 21.05.13 121 4 7쪽
24 24. 옴 학파(2) 21.05.12 142 2 8쪽
23 23. 옴 학파(1) 21.05.11 157 5 8쪽
22 22. 심연(3) 21.05.10 167 5 9쪽
21 21. 심연(2) 21.05.09 185 5 8쪽
20 20. 심연(1) 21.05.08 209 5 8쪽
19 19. 마탑으로(3) 21.05.07 224 5 8쪽
18 18. 마탑으로(2) +2 21.05.06 234 5 7쪽
17 17. 마탑으로(1) 21.05.05 234 6 7쪽
16 16. 구출(3) 21.05.04 220 8 7쪽
15 15. 구출(2) 21.05.03 235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2 7 7쪽
13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2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3 6 7쪽
» 11.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2) +1 21.04.29 265 6 7쪽
10 10.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1) +1 21.04.28 277 8 8쪽
9 09. 폭동과 점령(4) +1 21.04.28 280 7 8쪽
8 08. 폭동과 점령(3) +1 21.04.27 287 5 8쪽
7 07. 폭동과 점령(2) +2 21.04.26 334 7 8쪽
6 06. 폭동과 점령(1) +1 21.04.25 328 7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