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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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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737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4.28 18:05
조회
278
추천
8
글자
8쪽

10.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1)

DUMMY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크네히트는 파울이 맡긴 간수 둘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고민하는 그녀의 눈은 저녁 상에 올릴 닭을 바라보는 사람의 것과 같다. 저녁상에는 올려야겠고 그런데 막상 직접 닭을 잡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 느낌.

"저, 저기...얘야? 설마 우리를 해치려는 건 아니지?"

그때 간수1이 말을 걸었다.

"설마 그럴리가. 넌 착한 아이잖니. 제발. 우리를 구해주렴."

간수1이 곧장 눈물이라도 떨굴 기세로 말했다.

"착한 아이? 내가?"

크네히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왜 착한 아이일까? 그녀는 순수하게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 넌 착한 아이야. 그동안 우리 말도 잘 듣고, 실험도 성실하게 받았잖아. 그러니까 제발...파울 그 악마에게서 우릴 구해줘. 부탁이야."

그녀는 간수1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자신이 왜 착한 아이일까. 약하기 때문이다. 약하기에 반항할 수 없었고 실험체로서 실험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했다. 착한 것은 약하다는 의미이다.

"...파울은 악마가 아니야."

"미, 미안해! 내가 말실수를 했어. 파울은 악마가 아니지. 그럼."

"그리고 난 착한 아이가 아니야."

"아냐! 그렇지 않아! 넌, 넌 착한 아이야. 그러니까 내 말을..."

화륵-

크네히트의 손 위에서 불꽃이 발화했다. 저번에 파울에게 보여준 것보다 확연히 큰 불꽃이다.

"난 착한 아이가 아니야."

크네히트는 불꽃을 조작하여 원의 형태로 만들어 간수에게 건넸다. 불덩이는 천천히 둥실거리며 날아가더니 쾅-! 터졌다.

"......"

크네히트는 활활 타고 있는 간수들의 시체를 지켜봤다. 불꽃이 탐스러워 꽤 마음에 들었다. 크네히트는 자신이 피워낸 불꽃을 처음으로 자세히 눈에 담았다.

"마법이란 이런 거구나. 예쁘다."

시체의 불꽃이 마침내 사그라들고 크네히트는 파울에게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했다. 뒤에서 낯선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크네히트는 일단 몸을 숨겼다.

저벅저벅.

발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이것은 명백한 어른의 무거운 발소리이다.

"이봐! 여기 시체가 있어!"

"젠장. 다 타버렸잖아? 침입자라도 들어온 건가?"

"그럴리가. 입구는 우리가 계속 지키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 시체는 뭐지?"

"...실험체들이다. 실험체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다."

사내는 시체를 손으로 살짝 만져보았다.

"시체를 보니 마법을 쓸 줄 아는 놈이야. 위험해. 이봐! 가서 전부 들어오라고 해! 마법사라 해도 어차피 어린애. 우리가 한번에 덥치면 힘도 못 쓰고 죽을 거다."

전투원들이 모두 모였고, 그들은 실험실을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마나로 몸을 강화한 채로 달려 크네히트의 눈으로는 쫓기 어려울 정도였다.

'실험실로 가면 파울이 있을텐데. 파울이 위험해! 어서 가서 도와야...'

크네히트는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의 전투원을 상대하는 것은 파울이나 자신이 힘을 합치는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굳이 도우러 가봤자 파울과 함께 죽음을 당할 것이다.

"나는...약해."

크네히트는 고개를 떨궜다. 아마 곧 있으면 파울이 저들에 의해 죽고 자신은 실험체로서 다시 감금당할 것이다. 그건 모두 내가 약한 탓이다.

그때 복도 저 너머에서 강한 마나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 마나는 무엇일까? 무척이나 거칠고 난폭한 마나. 그러나 어딘가 조금 익숙한 마나였다.

크네히트는 고개를 들고 문 밖으로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나 곧장 이어진 강한 바람에 얼굴을 다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 바람은 뭐지?"

크네히트는 바람을 타고 얼굴에 무언가 묻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손으로 쓱 훑었다.

"...피?"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크네히트는 바람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복도로 나가봤다.

"이, 이건..."

우욱!

그녀는 헛구역질을 했다. 그만큼 복도의 상황은 심각했다. 그곳에는 아까 지나갔던 전투원들의 시체가 갈기갈기 찢겨 나뒹굴고 있었다. 크네히트는 살면서 이정도로 끔찍한 광경은 처음 목격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이런 끔찍한 짓을...

크네히트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복도를 걸었다. 복도 너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울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야 했다.

그녀는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걸었다. 시체를 밟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복도 너머로 가고 싶지도 않았다. 이 참상에 대한 공포가 마음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야만 했다.

걸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형태가 온전한 시체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파울!"

크네히트는 당장 뛰어갔다. 다른 시체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은 그딴 것보다 파울이 중요하다.

크네히트는 파울의 앞에 무릎 꿇고 파울의 몸을 점검했다. 전신이 피로 가득했다. 그녀는 쿵쾅대는 심장을 뒤로 하고 파울의 코에 손가락을 대봤다. 다행히도 숨은 쉬고 있었다.

"다행이다...다행이야. 살아 있어서 정말..."

파울의 뺨에 눈물 몇 방울이 떨어졌다. 눈물은 파울의 피와 섞여 피눈물처럼 흘러내렸다.


***


파울이 깨어난 것은 그가 쓰러지고 3일이 흐른 뒤이다.

'...여긴 어디지?'

"......"

목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다시 목이 망가진 건가? 마나로 살펴보니 그런 건 아니다.

'그럼 마법의 후유증이겠군. 확실히 한번에 마나를 너무 과하게 썼어. 어쩔 수 없었지만.'

나는 몸을 일으키려했다. 그러나 전신이 너무 아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하긴 마나액을 그렇게 박아넣었는데 몸이 멀쩡하면 내가 드래곤이지. 그보다 여긴 어디지?'

나는 눈알을 굴러 주위를 살폈다. 익숙한 천장과 소독용 알코올 냄새. 실험실인가? 그런데 누워있는 곳이 침대인 것을 보니 그건 아닌 듯 했다. 마침 옆에 사람 한 명이 앉아서 졸고 있었다.

나를 감시하던 중인가?

나는 손가락을 튕겨 그를 깨웠다.

"쓰으읍...뭐야. 어..어? 깨어났다. 깨어났어! 우와아아. 드디어 깨어났다!"

목소리를 보니 어린애이다. 왜 어린애가 나를 감시하고 있던걸까?

"크네히트-! 파울이 깨어났어-!"

언령이라도 쓸 줄 아는 걸까? 목소리가 매우 크군. 귀청 떨어지겠다.

아이가 부른 지 얼마되지 않아 크네히트가 찾아왔다.

"...정말 살아있구나."

눈 뜨자 마자 듣기에는 재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크네히트를 올려보며 설명을 요구했다.

"네가 전투원들을 모두 해치우고 나서 내가 널 여기로 옮겼어. 몸 상태가 엉망이더라고. 그 후에 갇혀있던 다른 아이들을 꺼내주고 여길 완전히 점령했어. 글렘이랑 살아있는 다른 어른들은 모두 묶어서 다른 방에 가둬놨어. 대부분은 죽었지만."

크네히트는 말하며 조금 들뜬 듯 보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만일 내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전투원이나 다른 인원들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사실 나도 내가 마법을 쓴 직후 바로 기절할 줄은 몰랐다. 역시 아직 어린아이의 몸이라 그런지 허약했다. 물론 영양 상태랑 기본적인 몸 상태가 엉망이긴 했지만.

"...잘..했...어..."

나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그리고 곧장 잠들었다. 눈이 반달처럼 예쁘게 휘어진 크네히트의 얼굴을 감상하면서.


작가의말

오늘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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