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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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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677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15 18:40
조회
104
추천
3
글자
8쪽

27. 공부를 합시다(1)

DUMMY

이 둘은 나를 앉혀놓고 인형 놀이를 하듯 갖고 놀았다.

"너 너무 예쁘게 생겼다~ 후배~"

"꺄아아! 이 새하얀 머리칼 좀 봐~ 헤헤 신기해. 네 머리 한번만 묶어봐도 되니?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길어서 잘 어울릴 것 같아!"

"......"

"와아아! 선배, 그거 엄청 좋은 아이디어다! 얼른 해 보자. 머리끈, 머리끈이 어디있더라? 아, 저기 연구실에 있네. 야, 글래스. 너 할일 없으면 나 머리끈 좀 갖다줘. 빨리."

나는 글래스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그는 싱긋 웃으며 연구실로 향했다.


***


이 신종 괴롭힘은 잠을 못 자 피곤한 위트니가 코피를 쏟을 때까지 지속됐다.

"수고했다. 신입."

글래스가 애잔하게 내 등을 토닥였다.

"...수고가 많긴 했죠. 선배."

나는 양갈래로 묶인 머리칼을 정돈하며 말했다. 에밀리는 위트니를 방으로 데려다주러 같이 가 이제 이곳에는 남정네 둘 만 남았다.

"저 선배들은 원래 저런 가요?"

"어."

단호한 대답이다.

"그렇군요."

"......"

"......"

우리 둘은 오늘 처음 만났지만 빠르게 동료의식이 싹트며 묘하게 가까워졌다.

"에밀리 선배한테 대략적인 설명은 다 들었지?"

"네."

"이제 내가 세부적인 설명을 해줄게. 혹시 마탑에 도착한 지는 얼마나 됐니?"

"3달 정도 됐는데, 그 중 2달 넘게는 병실에 누워있었어요."

"그럼 마탑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겠네. 마탑은 모험가 길드의 마법사 판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둘의 차이점은, 모험가 길드는 의뢰를 위한 곳이지만 마탑은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야."

"뭐 그것도 다 옛말이지만. 최근에 배틀메이지가 마법사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학술적인 연구는 뒷전이고 다들 강력한 마법 익히기에만 급급하거든. 뒷전으로 밀린 학파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여기 옴 학파야. 언령 특성상 어쩔 수 없기는 한데. 역시 아쉽지."

나는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런지 몇년동안 신입이 없었는데, 네가 와줘서 정말 좋다. 입단 희망자도 드물지만 우리 학장님도 깐깐하신 분이라 맘에 안 차면 바로 내쫓아버리셨거든. 덕분에 우리만 죽어나가지만."

글래스의 눈은 '너도 우리 중의 일부란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넌 신입이니까 연구에 바로 투입되지는 않을거야. 교육도 받아야하고. 오늘은 이만 가도 좋아. 교육은 내일 있을 예정이고. 첫 날은 학장님께서 직접 가르치실 거야. 그럼 내일 보자."

글래스도 피곤한지 설명하다 말고 나를 내보냈다. 나는 그의 깊은 다크서클과 충혈된 흰자위를 보았다. 나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저렇게 갈리지 말아야지.'


***


다음날 나는 학장 바르고와 1대1 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어제 에밀리가 제대로 설명해줬는지 모르겠다만. 그 녀석이 워낙 푼수라. 그래도 재능은 뛰어난 아이니 제대로 선배 취급은 해주거라."

"이제부터 나는 네게 언령에 대해 가르칠 것이다. 언령 마법이란 무엇이냐?"

바르고는 엄격한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시작부터 참 곤란한 질문이다. 본격적인 교육 전에 기를 죽여놓기 위함인가?

"언령 마법은 마나를 지배하는 마법입니다."

내 단순한 대답에 바르고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이지?"

"굳이 언령이 아니더라도 3조건을 만족하는 마법사라면 외부의 마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세밀한 작업임에 틀림없죠. 그렇기에 언령으로 그 작업을 대신하는 겁니다."

실제로 단순히 외부의 마나를 조작해서 마법에 간섭하는 것보다 언령을 통하여 마나에 명령을 내림으로서 마법에 간섭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그렇기에 언령은 외부의 마나에 영향력을 효율적으로 행사하여 그 마나를 자신의 통제 아래에 놓는 마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르고는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흥미로운 대답이지만, 그것은 반쪽 짜리다. 아무래도 너는 배틀메이지인 모양이군. 사상이 꽤나 과격해. 마나를 지배한다니. 마탑의 그 누구도 감히 그런 말을 입에 담지 못하거늘. 건방져."

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흘려댔다.

"파울. 너는 우리가 왜 옴 학파인지 아느냐?"

"모릅니다."

"네게 옴(auṃ)에 대해 말해주마. 옴(auṃ)이라는 단어는 완전한 단어이다. 고작 한 글자에 불과하지만 이 안에 창조, 파괴, 무(無)를 담고 있지. 이 한 단어 안에는 우주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옴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완성을 띄고 있지.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바르고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는 듯 소년의 얼굴이 되었다. 저렇게 황홀해하는 얼굴이라니, 이 아저씨 역시 변태가 맞다. 학파 굴러가는 꼴을 보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보니까 더 변태군.

"크흠. 어쨌든 저런 연유로 우리 학파 이름이 옴인 거다. 그리고 옴 학파의 목표 또한 저기서 기원했지. 한 글자에 완성이 담겨있는 옴과 비슷한 마법이 현실계에 존재한다. 너도 알테지. 유명하니까. 그건..."

"...용언."

"그래. 용언이지. 용언은 드래곤이 사용한다는 언령 마법이다. 한 음절만으로도 세상 모든 마법을 담을 수 있다지. 우리는 그것을 '진리를 해석하는 언어'라고도 부른다. 우리 학파의 최종 목표는 용언을 해석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거창한 발언 앞에 침묵했다.

광오하다. 아니, 광오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인간이 용언을 해석한다니. 그것은 신성력을 지닌 인간이 신이 되고자 도전한다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그만큼 말도 안 된다. 용언은 단순히 용이 사용하는 언어나 문자가 아니다. 그것은 드래곤이 사용하는 모든 마법의 근본이자,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의 원류가 되는 언령이다.

그것을 고작 인간이 해석하겠다는 것은 정말로 광오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비웃지 않았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목표이기에 더욱 가치있는 목표도 있는 법이니까. 나는 언령 마법사이기에 그 목표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이해했다. 그러나 다른 마법사는 아니겠지.

다른 마법사들은 분명 이것을 비웃을 것이다. 이들의 거창한 목표에 기꺼이 침을 뱉을 것이다. 용언이란 그런 것이다. 아니, 이제는 드래곤마저도 그렇다.

"하지만 드래곤은..."

"이미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지. 그것도 700년 전에. 물론 이것도 추정이지만."

"그런데 어떻게 용언을 연구하겠다는 겁니까?"

나도 모르게 말이 공격적으로 나갔다. 용언이란 단어에 놀란 탓이다.

"글쎄.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자료 또한 전무하지. 애초에 언령이란 마법 자체도 연구가 부족한 학문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용언을 연구하겠나?"

"그럼 용언 해석이란 건 그냥 공동의 꿈일 뿐이란 건가요?"

"아니. 그것이 꿈이기는 하지만 닿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시기상조일 뿐이지.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러니까 계속 연구해나가야지. 그럼 언젠가는 닿을 것이다."

바르고는 열기가 담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눈빛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네가 들어온 옴 학파란 그런 곳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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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옴 학파(3) 21.05.13 121 4 7쪽
24 24. 옴 학파(2) 21.05.12 142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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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구출(2) 21.05.03 235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2 7 7쪽
13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2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3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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