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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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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711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4.30 18:05
조회
254
추천
6
글자
7쪽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DUMMY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떻해야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지?'

나는 빠르게 고민했지만 답이 나올리 없었다. 저게 정말 멸망교 사제라면 지금의 내가 이길 수 있을리 없다. 크네히트의 힘을 빌리더라도 그건 마찬가지다.

'젠장! 젠장! 내가 멍청했어. 글렘을 죽이고 빠르게 여기서 벗어났어야 했는데. 과거 기억에 의존하다니!'

내가 말이 없자 크네히트는 아이들에게 눈짓하여 모두의 손에 무기를 하나씩 쥐어들게 했다. 아까 말했던대로 한꺼번에 덥칠 생각인 듯하다.

'아니야. 소용없어. 그정도로는 멸망교 사제에게 흠집하나 낼 수 없다고. 생각해내야해. 생각을. 제발...!'

똑똑똑

다시금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군. 평소였다면 용병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어야 하거늘. 또한 내가 직접 찾아온다고 연락했을 텐데 나를 마중하지 않다니. 이상해."

킁킁.

"피냄새가 나는구나. 짙은 피냄새가. 평소에도 피냄새가 진동하던 곳이지만 그건 어린 희생양들의 연한 피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른의 짙은 피내음이 나는구나. 이상해. 이건 조사를 해봐야겠어."

쿵! 쿵! 쾅!

사제가 주먹으로 문을 부쉈다. 설마 그럴 줄은 몰랐던 아이들은 깜짝 놀라 급하게 사제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사제는 아이들의 공격 아무렇지 않은 듯 몸으로 받아내며 한 명씩 걷어치웠다. 아이들은 그 모습에 자신의 공격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두려움에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젠장! 확실해. 저건 멸망교의 사제야. 다행히 높은 직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조무래기도 아니야. 이건...이길 수 없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크네히트는 양손에 불덩이를 생성하고 있었다. 내가 저번에 봤을 때보다 확연히 커지고 강한 화력이었다.

"호오. 저건 마법. 네가 글렘이 말했던 성공작인가?"

"...죽어."

"그건 맨몸으로 받기엔 조금 위험해 보이는군."

사제는 로프에서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크네히트는 사제가 로프에 손을 넣자마자 바로 불덩이를 던졌다. 이글거리는 불이 빠르게 날아가 폭발했다. 그에 그치지 않고 크네히트는 빠르게 작은 불덩이를 폭격하듯이 난사했다.

콰과광!

"허억..허억..."

크네히트는 지친 듯 숨을 몰아쉬며 무장을 풀었다. 주변 아이들도 사제가 죽었다고 확신한 듯 긴장을 늦추었다. 그러나 나는 알 수 있다. 저 정도로 멸망의 사제가 죽을리가 없다는 것을.

매캐한 연기가 가시고 우리는 사제가 서 있던 곳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는 기다란 검은 손들은 볼 수 있었다. 검은 손 중 몇 개는 불꽃에 재가 되어 흩날렸지만, 대부분의 손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스르륵

검은 손들이 뱀처럼 물러나고 그 안에서 멀쩡한 모습의 사제가 걸어나왔다.

"휴우. 조금만 늦었으면 로브가 불탈 뻔 했다. 애야, 불장난하면 혼난다고 부모에게 못 배웠나? 하긴 배웠을 리가 없지. 너는 부모에게 팔려왔으니까. 크네히트."

사제가 뚜벅뚜벅 여유롭게 다가왔다. 그가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는 아이들은 검은 손이 알아서 처지했다.

"보고서로 읽어봤지. 이곳에 마법사의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있다고. 마법사를 만들 목적의 실험에 마법사가 걸려들다니. 아이러니해. 처분할까 했지만 재밌어서 그냥 두었던 기억이 있구나."

"...그래서?"

크네히트가 창백한 얼굴로 표독스럽게 반문했다.

"뭐 중요한 얘기는 아니야. 중요한 건 너는 성공작이 아니라는 사실이지. 성공작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흠...파울. 그래, 파울이라고 했지. 크큭. 좋아."

사제는 검은 손을 이용해 쓰러진 아이들의 목을 잡고 하나하나 들어올렸다. 아이들은 숨이 막히는 듯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파울. 인상착의는 보고서로 받지 못했으니 난 널 모르지만 어쨌든 재밌는 제안을 하나 할 거다. 여기 아이들이 몇 명인지 보이나?"

그의 손에 들린 아이들은 모두 8명이다.

"까아악!"

그때 검은 손이 재빠르게 크네히트의 발목을 잡고 끌고 갔다.

"이제 9명이다. 9초 기다려주마. 9초에 맞춰 이들의 목은 꺾일 거야. 그전에 질식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운이 없었다 생각해. 하하. 그전에 내 앞으로 걸어나와라. 지금부터 숫자를 세지."

이미 모두를 제압한 상황에서 굳이 저렇게 행동하다니. 역시 멸망교 교인들, 특히 사제들은 미친놈들 뿐이다.

나는 그가 숫자를 세기 전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나가나 않 나가나 어차피 뱀 앞의 쥐 신세인 것은 변함이 없으니. 그러나 그는 나를 봤음에도 굳이 숫자를 셌다.

"하나."

우득-

후드득.

"아아악!"

발목을 잡힌 크네히트를 제외한 모두의 목이 일시에 꺾이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크네히트만이 발목을 잡힌 탓에 목이 멀쩡할 수 있었다. 대신 발목이 부러져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야 했다.

으득-

'저 자식. 분명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일부러 죽였어.'

씨익

그는 기분이 좋은 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 이런~ 조금 더 빨리 나오지 그랬니. 내가 숫자를 세기 전에 말이야. 그럼 네 친구들은 살았을 텐데. 어린애가 벌써부터 참 비정하구나. 쿡쿡."

"......"

"그래도 뭐. 좋아. 숫자를 세기 전에 나왔으니 상으로 크네히트는 살려주도록 하마."

털썩.

크네히트를 잡고 있던 손이 그녀를 놓아주었다.

저벅저벅.

그는 천천히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그저 한가지만 말해주면 된단다. 너희의 모습을 보니 글렘이랑 나머지 쓰레기들은 모두 죽었을 텐데. 네가 전부 죽인 거니?"

사제는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했다.

"...맞아요."

"오오. 그래그래. 잘했구나. 아주 장해."

그는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네가 성공작이 맞겠어. 좋아. 그럼 혹시 연구자료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도 알고 있니?"

"아니요. 연구자료는 이미 모두 파쇄됐어요."

사제의 눈이 처음으로 경직됐다.

"허어. 그렇단 말이지. 곤란한데. 설마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테지?"

"..."

사제의 검은 손의 손바닥 부근에 눈알이 하나씩 돋아났다. 손들은 제각기 이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정말이군. 글렘의 시체도 발견했고 말이야."

글렘이 죽었나? 언령으로 지혈해놨던 것이 내가 기절하면서 풀린 모양이다.

"하아. 안타까워. 이 실험에 들이부은 돈이 얼만데. 하긴 뭐, 그래도 이렇게 성공작이 하나 나와줬으니 괜찮겠지."

사제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너는 나랑 같이 가 줘야 겠다. 파울. 뭐 나머지 애들은 쓸모도 없으니."

히죽

"여기서 처분할까?"

검은 손들이 일제히 아이들을 향해 채찍처럼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는 움직이려 했다.

『멈춰.』

내가 명령하기 전에는 말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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