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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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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729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13 18:40
조회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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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7쪽

25. 옴 학파(3)

DUMMY

"그, 그래도 학장님. 이게 얼마만에 들어온 신입인데 이렇게 보내시면..."

"허. 신입이래봤자 무성향이라 억지로 온 거 아니냐. 이미 서류는 다 받았다. 심지어 이런 꼬맹이라니. 쯧. 난 보모가 아니야. 어차피 여기 있어 봤자 걸리적거리기만 할 거, 썩 나가라."

학장은 손을 휘휘 저었다. 나는 그의 뉘앙스에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아십니까?"

"뭐?"

"어떻게 아시냔 말입니다. 제가 걸리적거릴지 아닐지."

"뻔하지. 내가 네놈 같은 무성향 찌그래기들을 한두번 본 줄 아느냐. 어차피 갈 곳이 없어 의욕도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찾아온 거 겠지. 이곳에는 그런 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 알아들었으면 썩 꺼져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해했습니다."

내 순순한 태도에 학장은 그럼 그렇지 라는 태도였고, 상급 마법사는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어진 나의 말에 태도가 바뀌었다.

"그러니까 저는 여기서 나갈 수 없습니다."

학장은 눈섭을 찡그리며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설명하라는 압박이다.

"저는 학장님께서 말씀하시는 무성향 찌끄래기가 아닙니다. 또한 저는 자의로 이곳, 옴 학파를 선택한 겁니다. 방금 전 제게 하신 말씀을 철회해주십시오."

학장의 눈썹이 꿈틀댔다.

"모양새 때문에 그런 거라면 걱정할 필요없다. 내가 담당자에게 잘 말해놓을 테니. 어차피 이런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어서 담당자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거다."

학장이 한 걸음 물러났다. 저 정도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이리라.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자의로 이곳에 왔습니다. 저는 옴 학파에 입단하고 싶습니다. 저를 받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래서 학장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성미에 맞지 않는듯 입가가 일그러지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뜻밖에도 무표정이었다.

"좋다. 너를 받아주지. 단, 조건이 있다. 너는 자의로 이곳에 온 거라고 했지. 그러나 자의로 오든 타의로 오든 그건 중요치 않다. 우리는 무성향 찌끄레기를 받을 생각이 없어."

학장은 손 위에 작은 구체를 마나로 조합하여 나에게 건냈다.

"그러니 너는 증명해야 할 것이다. 네가 찌끄레기가 아니란 사실을. 자, 그건 간단한 술식 퍼즐이다. 5분 뒤에 폭발하도록 설정되어 있지. 술식을 분석하여 폭발 마법을 해제해라. 이정도는 기초이니 할 수 있겠지."

학장이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의 시선을 무시하고 구체에 집중했다. 세밀하게 마나를 흘려보내며 술식의 윤곽을 가늠했고, 마법을 구성하는 학장의 마나 성향을 분석하여 모방했다. 이것으로 나는 대략적인 술식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거 제한시간이 5분이 아니라 3분이잖아? 너구리 같은 인간이군. 재밌어.'

나는 마법에 몰입하여 마나를 정밀하게 짜내어 침투시켰다.

'하아. 이번 신입도 물 건너갔구나.'

상급 마법사 에밀리는 젊은 인력이 떠나가는 것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옴 학파가 어떤 곳이던가. 언령이라고 하는 미지의 마법을 연구하는 학파가 아닌가.

미지라고 하는 것은 언듯 듣기 매력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직접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머리 아픈 것이 아니다. 제대로된 연구를 하려면 토대가 되는 자료와 이론이 있어야 하는데, 언령이란 분야는 그것의 대부분이 존재하지 않아 하나하나 직접 해봐야 한다. 다시말해 인력이 무지막지하게 들어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옴 학파의 인력이라고는 고작 해야 4명. 학장과 상급 마법사인 나. 그리고 일반 마법사 2명. 이 막대한 크기의 신대륙을 탐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이 참에 새로 갈아넣을 인력 좀 확충하나 했더니. 쳇! 망했어. 난 이대로 노처녀로 늙어 죽을 거야. 아니 그 전에 과로사 할 걸.'

에밀리는 불만스럽게 파울의 손에 들린 구체를 쏘아봤다.

'이제 막 신입이 된 애가 저걸 어떻게 풀라는 거야. 정말. 기초 좋아하시네. 저건 숙련된 일반 마법사 정도는 되야 3분 안에 풀어낸다고. 바보 학장님.'

기초라고 굳이 말한다면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저 마법을 풀어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특별한 마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단순히 외부의 마나를 조작하는 능력과 그를 통해 마법을 분석해내는 통찰력, 이를 통해 마법을 파쇄해내는 힘이다.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신입이 그런 능력을 갖췄을 리가 없지. 저 아이는 재능이 있어 보이지만 그래봤자 어린애고. 아쉽다.'

에밀리는 고개를 절래절래 젔더니 아예 눈을 돌려버렸다.

"3분이 모두 지났군."

학장이 말했다.

'그럼 그렇지.'

"통과다."

'역시 통과....응?'

"옴 학파에 입단한 것을 축하한다. 나는 학장 바르고다. 그리고 옆에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이 녀석은 상급 마법사인 에밀리라고 한다. 이봐, 에밀리. 어서 인사하지 않고 뭐하나?"

"아. 저, 저기 그...그럼 진짜로 합격한 거에요?"

"뭐?"

학장의 눈썹이 꿈틀댔다. 살짝 쫄은 에밀리는 움찔했다.

"아, 아니...그게 3분이 다 지났잖아요오..."

"허. 자네는 대체 정신머리를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건가? 3분이 지났으니까 그가 합격한 거지. 당연한 거 아닌가?"

"네?"

"3분이 지났는데도 구체가 안 터졌잖아!"

"아하."

"아하는 무슨! 상급 마법사라는 녀석이 신입 앞에서 참 잘하는 짓이다."

"헤헤. 죄송합니다."

"됐어. 가서 신입 학파 설명이나 해줘."

학장이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감싸쥐며 손을 휘저었다. 학장의 반응에도 에밀리는 기죽지 않고 뻔뻔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파울."

"아, 네."

에밀리는 학장이 나왔던 연구실로 직진하려 했다.

"에밀리, 거긴 내 연구실이잖아! 아직 연구도 덜 끝났고. 다른 데로 데려가야지!"

학장 바르고가 버럭했다. 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에밀리는 곧장 방향을 틀었다.

"아하하...죄송합니다-"

"어휴. 머리 아파. 저런 걸 제자라고..."

멀리서 바르고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에밀리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아까도 그렇지만 상당히 뻔뻔하다.

에밀리는 나를 데리고 학파 내부에 대해 소개했다.

"자, 여기는 저희가 토의를 진행하는 회의실이에요. 그리고 저기는 연구실1, 그 옆에는 연구실2 랍니다. 저 두 곳이 저희 옴 학파의 제자 마법사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에요. 참고로 아까 거긴 학장님 개인 연구실인데 함부로 들어가면 위험하니까 주의해요."

"어떻게 위험한가요?"

"어...주로 학장님 연구는 실험적인 게 많아서 정돈되지 않은 언령들이 공기 중을 막 떠돌아다닌다거나 해요. 아니어도 들어가면 학장님이 화내셔서 위험하고요~"

그런데를 신입이랑 같이 들어가려 한 건가?

나는 에밀리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에? 왜 그렇게 보세요?"

머리에 나사가 하나 빠진 여자가 틀림없다.

"엥? 뭐지? 이상하게 귀가 간지럽네. 헤헤헤."

정말 틀림없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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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공부를 합시다(2) 21.05.16 99 3 7쪽
27 27. 공부를 합시다(1) 21.05.15 106 3 8쪽
26 26. 옴 학파(4) 21.05.14 121 2 8쪽
» 25. 옴 학파(3) 21.05.13 123 4 7쪽
24 24. 옴 학파(2) 21.05.12 143 2 8쪽
23 23. 옴 학파(1) 21.05.11 159 5 8쪽
22 22. 심연(3) 21.05.10 169 5 9쪽
21 21. 심연(2) 21.05.09 187 5 8쪽
20 20. 심연(1) 21.05.08 211 5 8쪽
19 19. 마탑으로(3) 21.05.07 22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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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마탑으로(1) 21.05.05 236 6 7쪽
16 16. 구출(3) 21.05.04 222 8 7쪽
15 15. 구출(2) 21.05.03 237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3 7 7쪽
13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4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5 6 7쪽
11 11.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2) +1 21.04.29 267 6 7쪽
10 10.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1) +1 21.04.28 278 8 8쪽
9 09. 폭동과 점령(4) +1 21.04.28 282 7 8쪽
8 08. 폭동과 점령(3) +1 21.04.27 288 5 8쪽
7 07. 폭동과 점령(2) +2 21.04.26 336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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