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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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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714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07 17:10
조회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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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19. 마탑으로(3)

DUMMY

내가 남몰래 긴장하고 있을때 자신을 글렘의 스승이라고 소개한 베르베르는 내게 허리를 숙였다.

"미안하다. 네가 글렘의 실험체였다는 이야기는 전해들었다. 한 때 글렘의 스승이었던 자로서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다오."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니 그를 암살자 정도로 오해한 나는 머쓱했다.

"아뇨. 괜찮아요. 아저씨 탓이 아닌걸요."

나는 손을 내저었다. 베르베르는 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아귀힘이 약한 것을 보니 확실히 연금술사이다. 가까이에서 맡으니 약초 냄새가 더 강렬해졌다.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맙구나. 보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내 성심성의껏 진료해주마. 실력 하나만큼은 믿어도 좋다. 널 완벽하게 치료할 테니!"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는 미소로 화답해줬다.

"좋아. 그럼 진료를 시작하지."


30분 후.

"대체 이 몸으로 용케 살아있구나. 흥미로워. 마음 같아선 해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야."

나는 해부라는 단어에 흠칫했다. 글렘에게 자주 들었던 단어인 탓이다. 그런 나를 보고 그는 다급히 말을 이어붙였다.

"농담! 농담이다. 얘야. 얼마 전까지 실험체 신세였다는 사실을 내가 배려하지 못했구나. 미안해. 그냥 그 정도로 네 몸이 신기하다는 말이다. 보통 사람, 아니 마법사였다해도 이미 전신의 마나가 뒤틀려 온몸이 폭사했어야 하거늘."

끔찍한 말을 참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군. 듣는 사람 겁나게 시리.

"현장에서 온 글렘의 마나액은 진즉에 분석이 끝났다. 샘플은 몇 개 없었지만. 그런 걸 사람 몸에 직접적으로 주사해놓고 실험이라니. 무식하기 짝이 없어. 나는 글렘을 이렇게 멍청하게 가르친 적이 없거늘."

자꾸 말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이 사람도 글렘처럼 말이 무척 많아 보인다. 특히 진료(실험) 중일 때는 더더욱.

"크흠. 아무튼 회복에는 좀 걸리겠더구나. 몸이 유리 조각 같아서 영약도 못 쓰겠고. 약은 기본적인 기력 회복 수준에서 처방하고, 그보다는 재활이 중요하겠어."

"재활이요? 예를 들면 어떤..."

"신체적인 재활은 아닐거다. 마나를 통한 재활을 조금씩 진행해야지. 마나 로드가 뒤틀리고 몇몇 부분은 터져버리기까지 했으니. 서클도 늘어나 있고. 천천히~ 살얼음 걷듯이 조금씩~ 순수한 마나를 흘려줘야겠지."

그는 품에서 준비해온 물약을 꺼냈다.

"일단 이것 좀 먹어보거라. 정제된 마나액인데. 굉장히 극소량의 정순한 마나를 추출해낸 마나액이란다."

나는 순순히 물약을 받아먹었다.

꿀꺽-

"마시면 서클에 약간의 이질적인 마나가 느껴질 거야. 워낙 정순한 마나여서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어때? 느껴지지?"

끄덕끄덕

"그럼 이제 그 마나를 천천히 마나 로드로 순환시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의 말을 따라 마나를 운용하자 내 몸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산 속의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푸른 빛을 띄었다. 몸과 정신, 서클까지. 모두 정화되는 것 같은 신비한 기분이다.

이 물약을 먹으니 알 것 같다. 이 사람은 진짜다. 글렘 그 덜떨어진 반푼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연금술사다.

"쓰으읍...하아아..."

숨을 내뱉자 끈적한 녹색 마나가 배출되었다. 몸에 침투되어 있던 글렘의 마나액의 잔재가 배출된 것이다. 기분이 오묘했다. 둥실둥실한 것이 마치 시원한 안마와 목욕재계라도 한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지?"

"흐아아...네..."

"그럼. 기분 좋을 거야. 이 약이 한 병에 얼마짜린데. 왠만한 마법사가 3달은 돈을 모아야 만질 수 있는 그런 가격이란다."

"아, 예. 감사합니다?"

"아하하. 부담갖지는 말고. 원래는 이 정도 약이 지급되지는 않는데 네가 글렘을 직접 처리해줘서 주는 거야."

"...네?"

"아. 놀랐구나? 마탑주님께 들었거든. 내가 이래뵈도 직급이 좀 높아서 말이야. 물론 글렘이 내 제자였어서 특별히 말씀해주신 거기도 하고. 음음. 그리고 나는 마탑에서 포로의 심문을 담당하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다 나으면 저 밑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베르베르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솔직히 성격 같아선 그의 팔을 걷어치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때는 솔직하게 다 말해줘야 된다? 멸망교에 대해서 말이야. 안 그럼 다른 약을 한 병 먹게 될 지도 몰라. 그리고 그 약은 이것처럼 비싸지는 않을 거야."

"......"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 했다.

"그럼 네가 다 나을 동안 잘 부탁해. 나는 내일 3시에 다시 올게. 그럼 이만~"

그는 자리를 떠났다. 그런 그의 뒷통수를 나는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제자에 그 스승이잖아. 시발."

호랑이 굴의 출구가 사실은 드래곤 레어의 입구였단 말인가. 젠장. 이번 생은 망했다.


***


베르베르의 집중 치료로 몸 상태는 빠르게 호전되었다. 그러나 몸이 회복될수록 내 마음은 초조해져갔는데 멸망교와 나의 관계에 대한 변명 때문이다. 아직 어떻게 설명할지 결정해두지 못했다.

'어떡하지?'

저번에 멸망교 사제를 만났을 때부터 자꾸 '어떡하지'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나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닌데. 쉬발.

"오늘 살펴보니까 다음주면 몸이 웬만큼 회복되서 일상생활이 가능하겠구나. 아, 물론 마법사로서의 일상생활을 말하는 거란다."

"아. 그렇군요."

"그래. 너도 기분 좋지? 나도 기분이 좋구나."

뿌듯해하는 그에게 차마 '그런데 저 일어나자마자 심문실로 가는 거 아니죠?' 하고 물어볼 수가 없다. 물었다가 '응! 그럼. 당연하지.' 라는 대답이 돌아올까봐.

아. 골 때리네. 이거 변명을 어떻게 해야 멸망교도로 몰려서 죽지 않을까? 설마 죽이려나? 쓰읍.

나는 베르베르의 안색을 살펴봤다.

"?"

죽이겠네. 이거. 조졌다.


***


병실에서 퇴원하고 내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베르베르가 말했듯 저 아래의 심문실이었다. 심문실이라고 해서 무슨 고문실 같은 것을 상상했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단지 검은색 원단을 쓴 나무 의자와 몸을 결박할 사슬 정도만 있었다.

다시 보니가 고문실 같은데?

내 긴장한 기색을 읽었는지 베르베르가 나를 안심시켰다.

"걱정 말게. 고문 같이 야만적인 행위는 일정 없을 테니. 설마 우리가 자네 같이 어린애를 고문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럼 좀 실망인데."

그곳에는 마탑주도 있었다.

"...마탑주님은 저번에도 저한테 위해를 가했었잖아요."

"아니. 그거는! 참내. 내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곤란했는지 아느냐! 아직 그때 보좌관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젠장. 오해를 푸느라 대체 얼마나 걸렸는지. 쯧."

마탑주가 그때를 회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하. 하긴 그때는 마탑주님께서 조금 심하셨습니다. 어찌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를 그렇게 대놓고 핍박하시다니요. 끌끌."

"자네는 조용히 하게."

"하하하."

"웃지 말라니까."

"크흠."

둘은 스치듯 서로를 마주 봤다. 그러고는 베르베르가 품에서 물약을 하나 꺼내들었다.

"이 약을 마시면 진실만을 말하게 된다네. 허나 이건 매우 독한 약품이라 한번 마시면 죽어버리지."

심문실의 공기가 얼어붙을 듯 차가워졌다. 그의 손에 들린 물약에 은근히 신경이 집중되었다.

"그러니 내가 이것을 자네에게 먹이지 않도록 하게. 기껏 고쳐놨더니 하찮게 죽어버리지 말란 말이네. 마탑주님. "

베르베르가 눈짓하자 마탑주가 나의 손목을 잡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자. 이제 대답하게. 자네는 멸망교와 무슨 관계인가?"

마탑주가 물었다. 그의 물음에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상념이 번뜩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중 쓸만한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아. 젠장. 어쩔 수 없지. 사실대로 말하자.

"저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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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심연(1) 21.05.08 210 5 8쪽
» 19. 마탑으로(3) 21.05.07 227 5 8쪽
18 18. 마탑으로(2) +2 21.05.06 235 5 7쪽
17 17. 마탑으로(1) 21.05.05 235 6 7쪽
16 16. 구출(3) 21.05.04 221 8 7쪽
15 15. 구출(2) 21.05.03 236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3 7 7쪽
13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4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5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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