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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669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4.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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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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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01. 회귀

DUMMY

인류 최후의 보루라 불리던 알타 제국과 연합군이 패전하여 무너진지 7년째 되던 어느 화창한 날 오후. 갑작스레 하늘에 먹구름이 소떼처럼 몰려들더니 하늘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오오...! 위대한 멸망이시여!"

""위대한 멸망이시여!""

검은 사제복을 입은 자들이 검은 하늘의 중심이 되는 곳에 서서 기도문을 격정적으로 읊었다. 그들은 검붉은 웅덩이에 서 있었는데, 웅덩이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는 그들 주변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부디 이 땅에 강림하시어 천지를 멸망으로 가득하게하소서!"

""가득하게하소서!""

"하늘을 태우고 땅을 찢으며 바다를 삼켜, 당신의 어린 백성을 멸망에 들게 하소서! 멸망은 곧 창조를 뜻하고 창조는 멸망을 뜻하니, 이 위대한 순환 속에 당신의 어린 백성을 들게 하소서. 위대한 멸망이시어!"

""위대한 멸망이시어!""

기도문만 들으면 사이비 같지만, 하늘을 덮은 어둠과 그들을 둘러싼 강대한 힘을 접한다면 그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아마 저들이 진짜 멸망의 사도로 보이지 않을까? 보다보면 정말 멸망이란게 위대하게 느껴질지도?

다만 이 기묘한 행렬 속의 일원으로서 제1 주교가 하는 말의 끝자락만 앵무새마냥 되풀이하고 있는 내 생각에는,

'역시 이 단체는 사이비야.'

맨날 기도한답시고 검은 보따리 뒤집어 쓸 때부터 알아봤다. 진즉에 이직했어야 했는데...하필 용사를 죽여서 인류의 주적이 되는 바람에. 뭐 그게 이유의 다는 아니지만.

"위대한 멸망이시어!"

나는 입으로는 주교를 따라하면서 열심히 딴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제 어떡하지? 일단 이 단체 소속이라 의식 치르는 건 도와줬는데. 설마 진짜 멸망이 강림하진 않겠지. 그럼 큰일인데. 만일 멸망이 강림하면 세상이 멸망한다고 경전에 써 있었는데...설마 그럴려고. 종교 경전답게 뭔가 은유적인 표현이겠지.'

그때 어디선가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와장창!

주교는 기도문 외는 것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곳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멸망. 멸망이시다. 우리의 기도에 멸망께서 이곳에 강림하셨다! 우오오오!!"

주교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미친 사람처럼 격하게 소리쳤다. 미친 사람이 다시 미치면 정상이 될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 만도 않았다.

"진짜였네. 조졌다."

나는 중얼거리며 구멍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그 안은 심연과도 같이 어두웠다. 구멍은 조금씩 유리 깨지는 소리를 내며 커졌다. 마침내 구멍이 커지는 것을 멈추고 그곳에서 시커먼 잉크 같은 액체가 울컥 차올랐다.

"사제들이여 마침내 우리가 이곳에 도달하였다! 저게 바로 멸망의 심장이다!"

"우오오! 멸망! 멸망이다!"

"드디어! 멸망에 도달했다! 멸망!"

멸망교 사제들은 소녀팬들처럼 발을 구르며 좋아했다. 나는 그런 사제들과 동화되지 못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난, 난 여기서 나가겠어!"

나는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틀었지만, 누군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이보게, 제13주교. 자네 어딜 가려는 겐가. 설마 멸망을 앞에 두고 '두려움'이라도 느끼는 건가? 그래서 도망이라도 치려고?"

제7 주교였다. 그의 입가는 옅게 경련하고 있었는데, 마치 나를 비웃는 듯 했다. 혹은 의식에 성공해서 흥분했거나.

"제가 설마 그러겠습니까? 주교님께서는 제가 누군지 아시지 않습니까. 저 파울입니다. 아니면 설마 제7주교님께서는 제 신앙심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나는 옅게 미소지으며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제7주교는 흠칫 몸을 떨었다.

"내, 내 실언을 했군. 멸망께서 강림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자네가 설마 도망이라도 치려고. 용사 살해자라 불리는 자네가 그럴리가 없지. 암."

그는 다급하게 내 손을 잡았다. 의식을 치르느라 힘들었는지 제7주교의 손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것을 마주잡은 내 입장에 매우 불쾌했다. 손을 쳐내려는데 그보다 그의 말이 한박자 빨랐다.

"오! 이봐. 저길 보라고. 멸망이야!"

"예?"

나는 하늘의 구멍을 올려보았다. 그곳에는 진득하게 차오르던 검은 액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거 설마...? 여기로 떨어지는 거야?"

구멍 바로 아래서 의식을 치르던 우리 위로 떨어졌다.

"아. 조졌.."

쿵!


***


세상이 멸망했다. 사실 그건 잘 모르겠고 내가 멸망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세상이 멸망하는 걸 확인하기에 내가 제일 먼저 죽었다.

억울하다. 대체 내가 왜 죽어야하지? 나는 그저 멸망교의 일원으로서 성실히 일했을 뿐인데. 심지어 자의로 입교한 것도 아니다. 그저 쫓기는 몸이다 보니 몸을 의탁한 건데, 그대로 코가 꿰이게 됐다.

젠장! 그때 인간만 아니었다면 이런 개죽음은 없었을 텐데!

내 인생은 불행했다. 멸망교 입교 전과 후 가릴 것 없이 불행했다. 악의 종교단체는 기본적으로 헌신을 요구하기에 제대로된 보수도 받지 않는다. 또한, 기본적으로 미친놈들 투성이라 목숨도 초개처럼 버리는데 그런 환경에서 나도 헌신적으로 일해야 했다.

아. 생각해보니까 더 억울해! 내가 왜! 거길 들어가서 이런 개고생 후에 뒤져야해?! 멸망교 교리 중 하나가 순결이라 여자도 못 만나봤는데! 난 신앙심도 없는데!

이대로 죽기 싫어!

제발. 제발 한번만. 살려줘.


***


멸망이 강림하면 세상이 멸망과 하나가 된다던데 나도 그렇게 된 걸까? 온몸이 욱신거리고 배가 찢어질 듯 아팠다. 목은 타오르는 듯 바싹 마르고 입에선 바람 빠지는 소리만이 세어 나왔다.

역시 멸망은 두렵..

"야. 이 새끼 깼는데?"

응? 뭐야. 멸망이 말도 하나?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나는 슬며시 실눈을 떴다. 멸망이라 그래서 무슨 불지옥 정도를 상상했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몸 상태가 엉망인 정도이다.

"야. 얘 깼다니까!"

"그래? 그럼 다시 재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피딱지가 눌러붙은 벽과 철장, 그리고...몽둥이?

퍼억!

'아악!'

"....!"

나는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을 굴렀다. 너무 아파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내 목에선 바람 빠지는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야야. 그 쬐깐한 놈 하나 기절 못 시키냐? 나와."

"어? 이상하다. 어젠 한방에 기절했는데."

"이런 건 무식하게 힘만 쎄다고 되는 게 아니야. 기술이지. 내가 하는 거 잘 봐. 정확하게 후두부를 그냥...!"

빠악!

'어억!'

"....!!"

또 입에서 비명이 나오지 않고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렸다. 마치 목에 생선 가시라도 걸린 듯 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왜 기절을 안 하지?"

"그치? 이상하지?"

둘은 지들끼리 쑥덕거렸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왜 눈 뜨자마자 몽둥이 질을 하는데. 그리고 목소리는 왜 안 나오고...?'

나는 이상한 위화감에 주위를 급하게 둘러보았다. 피가 묻은 벽돌. 녹슨 쇠냄새. 나오지 않는 목소리.

'여기 느낌이 내가 어릴 때 갇혀지내던 인체 실험실인데? 그리고 나 어릴 때 실어증이 있었잖아.'

나는 내 손을 들여다보았다. 빼빼마른 손가락에 거죽만 겨우 걸쳐져 있는 전형적인 실험체의 손이었다. 그 외에 특이한 건 그나마 손이 어린 아이의 것처럼 매우 작고 덜 여물었다는 정도?

'설마...설마?! 여긴. 과거...'

빠악!

나는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의식을 잃었다. 귓가에 어렴풋이 들리는 "아싸!" 소리를 들으며.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5분 뒤 2편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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