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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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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671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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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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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4. 구출(1)

DUMMY

"...! 이런 비열한! 당장 그 아이를 놔줘."

그레이즈가 외쳤다.

"물론 놓아줘야지. 너와 네 기사단이 길을 비킨다면 말이야."

"크윽. 아이를 인질로 잡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글쎄. 잠시의 창피함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수지맞는 장사가 아닌가. 그레이즈."

둘 사이에 잠시 설전이 오갔지만, 결국 그레이즈는 선택해야만 했다. 인질인가, 임무인가. 내가 기억하는 저 인간 그대로라면 결과는 뻔했다.

"모두들 길을 내어줘라."

"단장님! 그건 불가합니다!"

기사단원들이 반발했지만 그레이즈가 일축했다. 그러자 내키지 않은 듯 단원들이 미적거리며 길을 트기 시작했다.

"자. 길을 텄으니 그 아이를 보내다오."

"하. 나를 바보로 아는가? 기사들이 나를 쫓아오지 못한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이 아이를 풀어주지."

"......"

그레이즈는 비통한 표정으로 작게 성호를 그었다. 내 행운이라도 빌어주는 걸까?

'이단놈들. 멍청한 짓을 하는군. 어차피 이 아이는 멸망교인. 내가 굳이 풀어줄 이유가 없지. 그게 아니더라도 풀어주지 않았을 테지만. 크큭.'

사제는 검은 손으로 나를 들어올려 빠르게 길을 지나갔다. 정확히는 지나가려고 했다. 나는 봤다. 기사단장 그레이즈가 다른 단원들에게 은밀히 눈짓하는 것을.

'그래. 이럴 줄 알았다. 내가 아는 기사단이라면 멸망교 사제를 그냥 보내줄 리가 없지. 설령 인질인 아이가 죽더라도.'

기사들이 일제히 검에 마나를 둘러 사제를 덮쳤다. 정말 인질은 어떻게 되는 상관 없다는 태도였다. 그런 태도에 당황한 것은 사제이다.

"이, 이게 무슨! 『검은 손이여』"

그는 다급하게 검은 손들을 다량으로 소환했지만 기사단들은 낫으로 잡초 베어내는 농부처럼 능숙하게 잘라버렸다. 나는 검기가 허공에 날리는 그 광경을 코 앞에서 직접 보았다. 진짜 코의 앞에서 보았다.

'아. 제발 죽지만 않게 해주세요. 아니, 불구도 싫어요. 누나.'

다행히 내가 다치는 일은 없었다. 사제에 비해 기사들의 실력이 명백한 우위에 있었다. 특히 그레이즈가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

서걱-

그레이즈가 단칼에 사제의 목을 양단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사제는 제대로된 반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떨어진 머리가 짓고있는 표정이 그의 당혹스러움을 대변해줬다.

"얘야, 괜찮니?"

그레이즈가 바닥에 엎어진 내게 다가와 걱정스레 물었다. 가차없이 검을 휘두를 땐 언제고 아주 가증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진심어린 걱정이 묻어났다. 아마 걱정하는 마음은 진심이겠지.

나는 그녀의 물음에 답하려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애써 일어나지 않아도 돼. 우선 여기 앉아있어."

그녀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 몸을 부축해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그녀의 배려 섞인 언행을 마주하니 비로소 안전해졌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저 안에 아이들이 있어요. 아까 그 아저씨한테 당한 아이들이요. 아직 살아있을 지도 몰라요."

"그래. 알았다. 모두들! 저 안으로 진입하여 아이들을 구출하도록!"

""예!""

단원들이 서둘러 실험실 안으로 나아갔다. 개중에는 사제도 있어 아이들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이제 안심해도 좋아. 너희는 안전하니까."

그레이즈는 내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상냥히 말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그녀는 사제를 불러 내 몸을 점검하게 했다.

"...아. 드디어 살았...다..."

팽팽하던 긴장이 풀어지고 나는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


"저 안의 연구자료들은 대부분 회손되어 회수가 불가능합니다."

"...그래. 설마 멸망교의 사제가 그런 짓을 한 걸까?"

"그건 아닙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증언으로는 파울이라는 아이가 모두 파쇄했다고 합니다. 그 외의 연구재료나 기구들 또한 그 아이가 회손시킨 듯 합니다."

"그래. 아까 사제가 인질로 삼았던 아이 말이군. 흠...그 아이는 왜 그런 짓을 한 걸까?"

그레이즈의 시선이 부하 단원에게로 향했다.

"그건 아이들도 잘 모르는 듯 합니다. 추후에 파울이라는 아이가 깨어나면 자세히 들을 수 있겠지만, 저희의 추측으로는 미친 과학자 글렘에 대한 반발심리로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합니다."

"그럼 우리는 이곳에서 제대로 얻은 것이 없는 셈인가."

부하 단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일단 실험체였던 아이 중에 마법사가 두 명이 있답니다."

"마법사가! 그렇다면 글렘은 결국 실험에 성공했단 말이야?"

그레이즈는 깜짝 놀랐다. 만일 저 말이 사실이라면 글렘은 어마어마한 업적을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글렘의 연구자료들의 훼손은 뼈 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에휴. 이걸 보고서로 제출하면 엄청나게 털리겠군.'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상부의 고지식한 꼰대들이 자신을 얼마나 시기질투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렇게 늦게 실험실에 도달한 겐가? 조금 더 서둘러 도착했다면...'

'대체 얼마나 여유를 부렸으면...'

'아이들도 많이 죽었다지? 용사 후보라고 지금 일을 대충하는...'

벌써부터 귀에서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용사 후보가 다 뭐라고. 그녀는 우울해졌다.

"한 명은 본래 마법사의 조건을 만족한 아이지만, 나머지 한 명 그 파울이라는 아이가 실험의 성공 케이스인 듯 합니다. 또한 그 아이가 글렘과 나머지 인원을 죽인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파울이라는 아이가 깨어나면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래. 알았어. 이제 그만 가봐. 애들 잘 챙겨주고."

"네!"

단원이 자리를 비우자 그레이즈는 깊은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쉬었다.

"일이 생각보다 꼬였네. 확실히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에휴."

아이들도 죽지 않고, 실험자료도 확보했을 텐데. 문득 자괴감이 차올랐다. 내가 더 서둘렀더라면. 내가 더 유능했더라면.

그녀는 굳은 살이 가득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직무상 이런 일을 상시로 마주하지만, 도통 무뎌지지가 않는다. 보고 상으로 여기서 실험으로 죽은 아이들만 50명이 넘는다는데.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레이즈는 눈을 감고 성호를 그었다.

"신이시여. 불쌍한 당신의 어린양을 평온함으로 인도하소서."

멸망교 사제에 의해 죽은 8명의 아이들 또한 부디 좋은 곳으로 잘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단장님! 그 아이가 깨어났습니다."

"음?"

"파울 말입니다. 이곳의 유일한 성공 사례인 그 아이 말입니다."

"좋아. 그럼 어서 가자고."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마 저 아이를 만나면 알 수 있을 듯 하다.


작가의말

오늘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 마음 아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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