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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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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718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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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2. 힘법사 연구회(1)

DUMMY

"미안하지만 우리는 네 지원서를 받을 수 없다."

라고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지원서 담당자가 말했다.

"왜요?"

"그건....."

그는 말을 길게 끌었다. 답변을 이제서야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순수하게 그가 어떤 멍청한 답변을 내뱉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의 답변은 매우 훌륭했다.

"네가 지나치게 어리기 때문이다. 이곳은 배틀메이지를 위한 연구회이고 그것은 위험하지. 위험한 마법으로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한다는 말이다. 네 몸을 보렴. 너는 너무 어리고 연약해."

그는 자신의 답변이 퍽 마음에 든 듯하다. 나의 지원을 거절하면서도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내보였으니 이 얼마나 훌륭하고 완벽한 답변인가! 나는 그의 답변에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다.

내 안전을 걱정한다니?! 그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 걸까? 이곳은 마탑이다. 그리고 나는 마법사이다. 물론 신입이긴 하지만. 그런데 내 안정을 핑계 삼아 지원서를 거절하다니.

"하지만 저는 마법사인데요?"

"글쎄. 내가 네게 더 해줄 말은 없을 듯 하구나. 미안하지만 이만 돌아가다오."

그는 정중한 체하며 말했다. 정작 그의 눈은 전혀 정중하지 않았지만. 정중한 사람은 그렇게 혐오감을 눈에 담지 않는다. 나는 아까 보았다. 내 지원서를 받을 때 일부러 손끝으로 종이를 잡은 것을.

".....좋아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나는 그에게 인사하고 작성해놓은 리스트를 따라 이동했다. 더는 저 불쾌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연구회도. 다다음 연구회도. 그리고 연달아 방문한 모든 연구회에서는 비슷한 의견을 주며 나를 거절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마탑은 나에게 적대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나는 이때까지 나를 중심으로하는 소문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옴 학파의 선배들도 내 소문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나 또한 크게 신경쓰지 않은 탓이다.

"허허. 이 새끼들 선 넘네?"

이쯤되니까 슬슬 열받는다. 그래. 내가 지금껏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런 차별의 이유는 전부 내가 실험체 출신인 탓이다. 물론 외보 보정도 살짝있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마법사에게, 특히 마탑의 마법사에게 실험체라는 것은 그정도의 인식을 준다.

"하여간 마법사 새끼들. 엘리트 주의에 쩔어가지고.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네. 전생에는 눈도 못 마주치고 개발리던 자식들이."

전생에 무너뜨렸던 마탑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때는 적색마탑주였던 크네히트를 제외하고는 다 별 볼일 없었는데. 언령이 마법 캔슬에 특화된 마법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전생의 크네히트가 왜 그렇게 표정이 없어졌는지 알겠군."

실험체 출신으로 최연소 마탑주가 되다니. 확실히 역대급 재능이란 말이지. 걔는 잘 지내려나? 오랜만에 보고 싶기도 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정해놓은 연구회를 찾아갔다. 여기는 엄밀히 따지면 실전 마법 연구회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차선책으로는 괜찮다고 판단하여 리스트에 넣었다.

<힘법사 연구회>

강인한 육체와 마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곳이다. 내가 사용하는 마법 계열이 언령이다보니까 직접적인 물리력이 딸린다. 그래서 전생의 나는 주로 육체를 단련하여 검으로 상대방의 멱을 따는 식으로 싸웠다. 대상에게 도달하는 과정에 언령 마법이 보조적으로 쓰였다.

그래서 나는 마법사의 천적이다. 왠만한 마법은 언령으로 전부 캔슬이나 간섭이 가능하니까.

"젠장. 여기서도 안된다 그러면 진짜 혼자 수련해야지."

전생에는 멸망교의 후원이 있어서 그냥 수련만 하면 됐는데. 마탑이 멸망교보다 못하다니. 어이가 없다.

똑똑똑.

나는 연구회의 문을 두드렸다. 왠지 섬세하게 생긴 마초가 문을 열고 나왔다. 어깨가 떡 벌어진 것이 확실히 여기가 <힘법사 연구회>가 맞았다.

"얘야. 네가 문을 두드렸니?"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만큼 피지컬에서 오는 위압감이 있는 탓이다. 내가 좀 작기도 하고.

"네. 힘법사 연구회에 지원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이거 받아주세요!"

나는 힘차게 지원서를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꼼꼼히 읽어봤다. 나는 그가 읽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불안했다.

'이번에도 거절하려나? 그럼 진짜 혼자 훈련해야하는데. 그래. 거절하겠지. 마탑놈들이 다 그렇지 뭐. 에휴. 그래, 거절해라 어차피 나도-'

"좋아."

"네?"

"귀 먹었니? 좋다고. 네 지원서 받아줄게."

"정말요?"

"그럼 당연히 정말이지."

"왜요?"

"왜라니?"

그는 이상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 의아한 얼굴이다.

"거절할 이유가 딱히 없으니까 받은 건데. 왜 싫으니?"

"아, 아뇨! 감사합니다!"

나는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하하. 괜찮아. 이정도 가지고 뭘. 감사하기는 우리가 감사하지."

"네?"

"요즘 우리 애들은 하나 같이 우락부락해서 키우는 맛이 없거든. 그건 신입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너는...."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기분이 좀 오묘하고 소름이 돋았다.

"키우는 맛이 있겠네. 후후."

그가 아랫입술을 핥았다. 이상하게 그 모습이 잘 어울렸다.

"자. 들어와. 연구회 설명해줄테니까. 아참, 내 이름은 벤 프로딘이야. 편하게 벤이라고 불러."

벤이 내 어깨를 잡고 나를 이끌었다. 그의 강인한 손길에 나는 힘 없이 딸려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시큼한 땀내음이 내 후각을 자극했다. 나는 코를 막고 싶었지만 그러면 실례일 것 같아서 참았다.

안에서 하체를 조지고 있던 듬직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형님. 거기 그 여리여리한 꼬마는 누굽니까?"

"아아. 신입이란다. 그것도 파릇파릇한. 신.입."

"신입이라구요? 이 꼬맹이가?"

남자는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부담스러웠지만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리고 크게 외쳤다.

"이것들아! 여기 신입 왔다-!"

목청이 얼마나 큰지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사내의 외침에 저 안에서 덩치가 산 만한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개중에 여자도 몇몇 끼어있었는데 그건 소수에 불과했다.

"뭐야? 저 애가 신입이야?"

"그러게 비리비리 하잖아?"

"엄청 작은데."

"어머. 근데 쟤 엄청 예쁘게 생겼다~"

"그러게. 척 봐도 근육 붙이는 맛이 있겠는데."

"그치?"

생쥐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그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나는 고양이를 마주친 생쥐처럼 쫄아야했다.

그 때 한 여성이 앞으로 나서서 내게 말을 걸었다.

"반갑다. 나는 이곳 '힘법사'의 회장을 맡고 있는 아델리아라고 한다. <힘법사 연구회>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녀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네. 반갑습니다. 저는 파울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악수를 하며 예의있게 인사했다.

단순히 악수를 한 것임에도 손이 얼얼한 것이 악력이 상당했다. 물론 악력 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근력이 상당할 듯한 균형잡힌 탄탄한 몸과 맞으면 부러질 듯 길고 튼실한 다리가 눈에 띄었다. 피부도 그을린 것이 운동에 진심인 여인이라는 느낌이었다.

"우리 '힘법사'에는 입부 전통이 있다. 파울. 너도 이곳의 일원이 될 거라면 이 전통에 기꺼이 통참해줬으면 좋겠구나."

그녀는 딱딱하지만 진중하게 말했다.

"네. 물론이죠."

나는 간단하게 수긍했다. 전통이라는데 뭐.

"그래. 그렇다면 옷을 벗어라."

"네?"

"이게 우리 전통이다. 애들아-!"

""우오오오-!""

아델리아가 손을 들어올리자 함성이 울려퍼진다. 그때 그녀가 큰소리로 외쳤다.

"등짝!"

그러자 그에 호응하듯 함성이 터져나왔다.

"등짝을 보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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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시비(1) 21.05.22 64 2 8쪽
33 33. 힘법사 연구회(2) 21.05.21 54 3 7쪽
» 32. 힘법사 연구회(1) +1 21.05.20 65 2 8쪽
31 31. 실험체(2) +1 21.05.19 74 2 7쪽
30 30. 실험체(1) +1 21.05.18 82 3 7쪽
29 29. 공부를 합시다(3) 21.05.17 89 2 8쪽
28 28. 공부를 합시다(2) 21.05.16 99 3 7쪽
27 27. 공부를 합시다(1) 21.05.15 106 3 8쪽
26 26. 옴 학파(4) 21.05.14 121 2 8쪽
25 25. 옴 학파(3) 21.05.13 122 4 7쪽
24 24. 옴 학파(2) 21.05.12 143 2 8쪽
23 23. 옴 학파(1) 21.05.11 158 5 8쪽
22 22. 심연(3) 21.05.10 168 5 9쪽
21 21. 심연(2) 21.05.09 187 5 8쪽
20 20. 심연(1) 21.05.08 211 5 8쪽
19 19. 마탑으로(3) 21.05.07 227 5 8쪽
18 18. 마탑으로(2) +2 21.05.06 235 5 7쪽
17 17. 마탑으로(1) 21.05.05 235 6 7쪽
16 16. 구출(3) 21.05.04 221 8 7쪽
15 15. 구출(2) 21.05.03 236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3 7 7쪽
13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4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5 6 7쪽
11 11.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2) +1 21.04.29 267 6 7쪽
10 10.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1) +1 21.04.28 278 8 8쪽
9 09. 폭동과 점령(4) +1 21.04.28 282 7 8쪽
8 08. 폭동과 점령(3) +1 21.04.27 288 5 8쪽
7 07. 폭동과 점령(2) +2 21.04.26 335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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