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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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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728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11 18:40
조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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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23. 옴 학파(1)

DUMMY

「자네들은 오늘 막 입단식을 치루지만 그 본질은 결국 마법사. 무슨 일이 벌어져도 자아의 유혹에 잡아먹히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자네들 꼴을 보라. 고작해야 자기 하나 감당 못해서 평정심을 잃고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


마탑주의 발언에 신입 마법사들은 무거운 침읍을 흘렸다. 신입 마법사들 중 아까 그 일을 제외하고도 지나치게 흥분하여 폭주하는 자들이 종종 있었다. 그들은 자괴감이 어린 표정으로 저마다 고개를 떨구었다.

본래 마법사란 족속들은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지만, 그들이 이런 성격을 가질 수 있는 뿌리는 그들의 능력이다. 그들은 유능함을 추종한다. 유능하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일 수 있고 자기중심적일 수 있는 것이다. 재능은 그들의 존재 전부이다. 만일 유능하지 않은, 무능한 인간이 저런 성격을 지닌다면 그것은 단순히 인간 쓰레기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방금 자신의 무능함을 마주했다. 그것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마법사, 특히 신입 마법사들에게는 뼈아픈 실책이다.

그에 비해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입단식을 끝낸 마법사들은 기가 살았는지 뻣뻣하게 목을 세웠다. 마탑주도 그것을 보았다.

「허허. 고작 이런 단순한 마법 하나 통과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꼴이라니. 어리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입단식이다. 입단식을 치루는 것조차 버거워 겨우겨우 버텨내 심지어 그것을 자랑스러워 하다니. 송사리로구나.」


마탑주의 말에 나머지 신입들의 안색도 눈에 띄게 굳었다. 그들 중 몇몇은 마탑주의 말에 신경도 않쓰며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개중 진정으로 실력이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자네들은 고작해야 송사리로 남기를 바라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 마법사들이라 그런지 차분했다. 멸망교였으면 그냥 "아닙니다!" 하고 열번은 합창했을텐데.


「그래. 그렇지 않겠지. 마탑은 송사리를 키우지 않아. 정확히는 그들을 위한 먹이는 여기 존재하지 않는다. 몸집을 불리고 싶거든 스스로 쟁취하여 성장하도록. 자네들은 이제 마법사이니까.」


마탑주는 여기까지 말하고 자리를 비웠다. 말은 신랄했지만 마법사로서의 태도를 신입들에게 보여주는 나름대로 괜찮은 연설이다. 연설이 효과가 있었는지 주위의 마법사들의 표정이 꽤나 살아나는 것이 보였다. 이전까지는 자만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던 반면 지금은 의기가 살아있는 청년의 얼굴이 되었다.


"꽤나 마법사다운 연설이네. 대마법사라 그런가? 아니, 그보다는 그냥...확실히 그는 마법사군."

그때 누군가 불쑥 끼어들었다.

"하하.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외모가 수려한 금발의 미소년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듯 활기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14살 전후로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하긴 나보다 나이가 적은 마법사가 여기 있을리가 없지. 난 9살인데.

"아. 내가 갑자기 말 시켜서 놀란 모양이구나."

그는 아이를 어르듯이 말했다. 몸이 꼬맹이라 저런 꾸며낸 말투를 계속 들어야 한다는 것은 참 매스꺼운 일이다.

"확실히 마탑주님은 대마법사이시지. 그러나 그의 놀라운 점은 실력이 하나가 아니야. 마탑주님은 마법적 사고에 능통하신 분이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마법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그런가요? 저는 아직 마탑주님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하하. 하긴 너는 아직 너무 어리지. 마탑주님은 마법계에서 엄청 유명하신 분이란다. 우리가 체험한 입단식의 마법도 그분께서 고안하고 제안한 마법이야. 우리에게 주었던 종이의 문장도 그분께서 직접 적으신 거지."

"종이는 저도 받았어요. 무척 오묘하고 철학적인 문장이던데."

"그렇지? 나도 아직까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정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깨달음에 이르겠지. 마탑주님처럼."

뭐지? 마탑주 신봉잔가? 종교를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 좀 매스꺼운데.

"마탑주님을 많이 존경하나봐요? 그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세히 잘 알고 있고."

그러자 미소년은 쑥쓰러운 표정으로 뒷목을 매만졌다. 잘생겨서 그런지 보기에는 좋았다.

"그게...이건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알았지?"

"...? 예, 뭐."

"사실 내가 마탑주님의 손자거든."

"네?"

"하하. 그런 반응이 나올 것 같아서 내가 말 안 하려고..."

"쓰읍. 별로 안 닮았는데. 마탑주님 손자라기엔 너무 잘 생겼-"

"응?"

"앗."

나는 말 실수 했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러자 미소년은 재밌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거 신선한 반응인데? 너 재밌는 애구나. 신기하다."

"아, 아니...뭐. 그게..."

"하하. 신경 쓰지마. 재밌었으니까. 내가 좀 잘생기기는 했지? 후후."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턱에 손을 갖다댔다. 재수 없게 잘생겼다.

"그런데 너도 만만치 않게 잘생겼어. 특히 그 하얀색 머리. 특이하게 잘 어울리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려진 후로 사람들이 자꾸 내 머리를 쓰다듬는데 짜증나지만 이제는 해탈하기로 했다. 한두번도 아니고.

"너한테 말 걸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마탑에 들어온 게 신기해서 접근했더니. 월척이었어. 그래. 이름이 뭐니?"

그가 악수를 청하며 물었다.

"파울이요."

나의 그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좋아. 파울. 나 이름은 데미안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데미안은 유쾌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 광경을 코앞에서 목격한 내 감상은.

'하. 뭐야. 더럽게 잘생겼네. 심지어 성격도 좋고. 재수 없어.'


***


데미안과 내가 잡담을 나눌 때, 단상에 다른 중년의 마법사가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신입 마법사 여러분. 입단식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신입들이 숨을 들이쉬며 긴장했다.

「아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시험이 아니고 당신들은 이미 마탑의 마법사이니까. 다만 신입이 마탑에 머물기 위해서는 스승과 학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당신이 입단식을 치루는 동안 그에 대한 분석을 마쳤습니다.」

「일단 학파별로 나눌테니 그 학파에서 여러분이 스승이 선택하시면 됩니다. 지금부터 학파와 이름을 호명할 테니, 신입들은 이에 맞춰 이동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자, 그럼 에반. 스노우 학파. 칼 토벤. 이프리트 학파. 지크레인...」

호명에 따라 신입들이 이동했다.

「데미안. 스테로페스 학파.」

"내 차례네. 그럼 나 먼저 가볼게. 나중에 보자. 파울."

데미안은 번개를 주속성으로 다루는 학파에 배정되었다.

'아직 내 차례는 멀었나?'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 모든 신입이 호명될 때까지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뭐지? 설마 누락됐나? 아니면 마탑주가 아직도 내가 멸망이랑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배제했다거나...'

불길한 가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이상으로 신입 배정을 마치겠다.」

뭐야? 진짜 이대로 끝난다고?

나는 재빠르게 손을 들었다.

"선배님! 아직 제가 호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제서야 내 존재를 알았다는 듯이 안경을 고쳐썼다.

"이런, 내 실수로 누락됐나보군. 자네 이름이 뭐지?"

"파울입니다."

"파울이라...흠, 크흠. 자네에게는 학파가 배정되지 않았네. 이건 좀 이상하군. 학파가 없다니. 이건...내가 위에 따로 건의드려볼 테니 기다리도록 하게."

그렇게 말하고 마법사는 돌아가버렸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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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힘법사 연구회(2) 21.05.21 55 3 7쪽
32 32. 힘법사 연구회(1) +1 21.05.20 65 2 8쪽
31 31. 실험체(2) +1 21.05.19 74 2 7쪽
30 30. 실험체(1) +1 21.05.18 82 3 7쪽
29 29. 공부를 합시다(3) 21.05.17 90 2 8쪽
28 28. 공부를 합시다(2) 21.05.16 99 3 7쪽
27 27. 공부를 합시다(1) 21.05.15 106 3 8쪽
26 26. 옴 학파(4) 21.05.14 121 2 8쪽
25 25. 옴 학파(3) 21.05.13 122 4 7쪽
24 24. 옴 학파(2) 21.05.12 143 2 8쪽
» 23. 옴 학파(1) 21.05.11 159 5 8쪽
22 22. 심연(3) 21.05.10 169 5 9쪽
21 21. 심연(2) 21.05.09 187 5 8쪽
20 20. 심연(1) 21.05.08 211 5 8쪽
19 19. 마탑으로(3) 21.05.07 227 5 8쪽
18 18. 마탑으로(2) +2 21.05.06 236 5 7쪽
17 17. 마탑으로(1) 21.05.05 236 6 7쪽
16 16. 구출(3) 21.05.04 222 8 7쪽
15 15. 구출(2) 21.05.03 237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3 7 7쪽
13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4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5 6 7쪽
11 11.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2) +1 21.04.29 267 6 7쪽
10 10.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1) +1 21.04.28 278 8 8쪽
9 09. 폭동과 점령(4) +1 21.04.28 282 7 8쪽
8 08. 폭동과 점령(3) +1 21.04.27 288 5 8쪽
7 07. 폭동과 점령(2) +2 21.04.26 336 7 8쪽
6 06. 폭동과 점령(1) +1 21.04.25 330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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