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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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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673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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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1. 실험체(2)

DUMMY

검은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던 날 세상은 멸망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인류를 지탱하던 영웅들은 모두 멸망교와의 전쟁에 죽음을 맞이했으며 제국은 함락당했다. 인류는 멸망교에게 패배했다. 우리는 멸망할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단 한 사람. '그'를 제외하고.

"세상은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 다만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막을 의무가 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고개 숙인 사람 속에 오직 그만이 고개를 들어 희망을 외쳤다. 인류는 그의 존재에 열광했다. 그는 조난당한 깊은 숲속에서 마주친 등불과 같았다. 우리 모두는 그를 구심점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저항군을 결성했다.

그러나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스스로를 '칸'이라고 칭했고 항상 철가면을 써 자신을 가렸다.

나는 언젠가 그에게 이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칸께서는 어찌하여 스스로를 감추는 것입니까? 만일 칸께서 자신을 드러내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들을 이끈다면 그들은 더욱 안심하고 당신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칸은 담담히 대답했다.

"칸은 특정한 개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칸이 하나의 인물로서 굳어지고 주목 받는다면 언젠가 멸망과의 전투에 제가 죽을 날, 그날 인류는 진정으로 패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칸이고 이 철가면을 쓰고 있는 한 저의 죽음은 하나의 상징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칸은 특유의 맑고 심유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언제나 저 섬세한 눈길 앞에서 크게 감동받고는 한다. 멸망과의 전쟁으로 전사하신 나의 조부와 아버지가 애정을 담아 내게 충고할 때의 눈과 닮았기 때문이다.

"저는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희 해방군 내에서 약하다고 볼 수 있지요. 저는 멸망과의 직접적인 전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칸의 고백에 나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멸망이 해방되던 날, 오직 칸께서만이 고개를 들어 희망을 외치셨습니다! 만일 칸께서 강하지 않다면 대체 누가 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칸은 나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철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단지, 제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죽을 겁니다. 이건 틀림없어요. 저는 약하지만 항상 선봉에 서기 때문이죠."

"......"

"저는 제가 죽은 이후를 생각하는 겁니다. 제가 죽으면 저는 하나의 상징으로 남아야 합니다. 철가면과 칸이라는 이름은 그래야해요. 그때가 되면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칸이 되고자 할 겁니다. 자진해서 철가면을 쓰고 선봉에 나서겠지요. 저는 그것을 원할 뿐입니다."

나는 그의 답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마음 속에 그에 대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사랑이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언젠가 그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나 또한 한명의 칸이 되리라. 그리하여 장렬히 인류를 위해 자신을 바치리라.

그렇게 나는, 우리는 인류에 헌신적인 죽음을 맹세했다.


***


"더는 이렇게는 못 살아."

한결 같은 이론 공부에 지친 나는 결심했다. 더는 이렇게 살지 않기로. 나는 내 불만을 상급 마법사인 에밀리에게 전했다.

"음...그러니까 이제 이론 공부가 지겹다고요?"

끄덕끄덕

"하아. 파울 군. 아직 파울 군이 배운 이론은 전체의 반도 안 되는데 벌써부터 이러시면 곤란해요. 아직 나가야할 진도가 산더미처럼 남아있는데."

"그럼 실기라도 제대로 해주시던가요."

"그렇지만 파울 군이 너무 뛰어나서 실기는 가르칠 내용이 없는 걸 어떡해요. 같이 연구하면 했지 가르칠 수준이 아니란 말이에요. 근데 연구도 이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같이 하는데....저희도 참 곤란하다구요! 저희 인력 부족에 대해 잘 아시잖아요!"

에밀리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귀여운 척하면서 자꾸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데 나한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1년동안 매일 14시간 이론 공부는 너무 하지 않습니까?"

"네? 그게 왜 이상해요? 저희는 다들 그렇게 일하는데."

에밀리가 손가락을 들어 휴게실을 가르킨다.

방금까지 연구하다가 겨우 해방된 글래스가 흐느적거리며 소파에 누워있었다. 누운지 5초만에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며칠 철야를 했나보다.

그것을 본 나는 할 말이 좀 궁색해지기는 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저는 신입이잖아요."

"정확히는 옴 학파의 신입이죠."

"전 아직 어리잖아요. 원래 어릴 때는 뛰어놀아야 키도 크고 건강하게 자라는 거라고요."

"...파울 군. 어리다는 말 듣는 거 엄청 싫어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랬나요? 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리고 실제로 어리잖아요~"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그러나 에밀리의 철판도 만만치 않았다.

"벌써부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니 참 걱정이네요. 저랑 같이 공부하며 머리를 쓰다보면 아마 파울의 부족한 기억력도 회복이 될거에요.(^-^)"

"하하. 설마요. 제 생각엔 지나친 공부로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이거 이 참에 날 잡고 며칠 휴식이라도 취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ㅇ^)"

우리는 웃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결국 백기를 든 것은 에밀리이다. 그녀도 신입을 타이트하게 굴렸다는 것을 인지는 하는지 순순히 포기했다.

"알았어요. 제가 과제는 조금 줄여줄게요."

"진도는요."

"진도오...도 좀 더 천천히 나가도록 노력해볼게요."

"그리고 실기는요?"

"실기는....글쎄. 저도 딱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보시다시피 다들 바쁘고 인력이 매우 부족해서. 함께 훈련하듯이 파울 군하고 시간을 보내기가 좀 어려워요. 이론은 대부분이 과제라 괜찮았던 거지. 저도 나름 바쁘답니다?"

"그래서요."

"그래서 음....사실 파울 군 정도면 학장님께 가르침을 받아야하는데, 신입이라 그건 어렵고. 그러니까 제 생각에, 연구회에 가입해 보는 건 어때요?"

연구회?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연구회 모르세요? 보통은 다들 알고 있는데."

"네. 제가 친구가 없어서."

"아하하....그래요? 어쨌든 마탑에는 사람도 많고 괴짜들도 많으니까 다양한 연구회가 있어요. 거기에 한번 가입해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연구회에는 지정받는 연무장도 있고 연구비도 나오거든요.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경험을 쌓고 훈련하는게 파울 군의 스트레스 발산에도 도움이 될테고. 실기에 대한 욕구도 좀 해소가 될 거에요."

나는 그녀의 조언에 따라 쓸만해 보이는 연구회 리스트를 뽑았다. 그중 가장 끌리는 연구회는 <배틀메이지 연구회>이다. 배틀메이지라니. 실전이라니. 이건 못 참았다. 나는 당장에 지원서를 들고 연구회에 찾아갔다.


그리고 가자마자 입구컷 당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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