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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킹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악당이 인성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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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공장장
작품등록일 :
2021.03.22 14:02
최근연재일 :
2021.05.22 18: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670
추천수 :
173
글자수 :
112,675

작성
21.05.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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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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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0. 실험체(1)

DUMMY

나는 데미안과 마탑 내의 식당에서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데미안과는 입단식에서 만난 이후 이렇게 종종 함께 식사를 하는 밥 친구가 되었다. 마탑 내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이건 너무 한 거 아니야? 어떻게 실기가 하나도 없냐고."

"하하. 이론 공부만 10개월 동안 시키는 건 좀 심했네. 그래도 너무 마음 쓰지마. 실기를 가르치지 못하는 건 네가 뛰어나기 때문이니까."

데미안이 나를 심심하게 위로했다. 덕분에 답답한 기분이 좀 풀렸다.

"흐음. 뭐,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도 뭐 하나 배우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이론도 중요해. 그리고 하다보면 알아서 학장님께서 가르쳐주시겠지. 유능하신 분이잖아."

"데미안, 넌 너무 모범생이야."

"하하. 그런 얘기 자주 들어."

데미안이 시원하게 웃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 멋쩍어 하는 모습조차 조각상 같았다.

'이런 애가 왜 나 말고 친구가 없을까?'

이해가 안 된다. 이렇게 잘생기고. 성격 좋고. 마법 성취도 월등히 뛰어난 녀석이 아싸라니. 심지어 데미안은 마탑주의 손자이다. 본인은 숨기려고 했지만 그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마탑의 주요 인사들과 안면이 있었고 주요 인사들은 데미안에게 정중하게 대했다. 그것을 본 동기 마법사들은 그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에게 특별한 뒷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런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 왜 친구가 없을까?

나는 그 이유를 금방 알게 되었다.

아까부터 이쪽을 힐끗힐끗 쳐다보던 마법사 무리가 식판을 들고 다가왔다. 여성 마법사 3명으로 이루어진 무리였다.

"혹시 같이 합석을 해도 될까요?"

대표로 데미안에게 말을 건 마법사가 수줍게 물었다. 내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은 것을 봐서 목표는 데미안인 듯하다.

'이거 곤란하게 됐네. 합석하면 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자기들끼리 데미안 중심으로 떠들텐데. 이럼 간만에 학파에 나와서 데미안이랑 식사한 의미가 없잖아.'

그래도 성격 좋은 데미안이라면 승낙하지 않을까? 그러나 데미안의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그는 얼굴을 정중하게 굳히더니 단호하지만 예의있는 어투로 합석을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제 친구하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다음에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해주시겠습니까?"

데미안이 이렇게 딱딱하게 나오자 그들도 민망했는지 힘빠진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저쪽 구석에 자리잡았다. 이렇게 단호한 모습이라니. 의외이다. 평소에는 친절하고 이해심 깊은 모습만 봤었는데. 금방 봤던 그의 얼굴은 마치 가면이라도 쓴 듯 정중했다.

"아하하...내가 낯을 많이 가려서. 잘 모르는 사람이랑은 뭘 같이 못하겠더라고.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가 웃으며 변명했다. 지금은 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친구가 좀 있어야하지 않나? 냠."

나는 점심으로 나온 미트볼을 찍어 먹으며 말했다. 미트볼 주제에 꽤나 쥬시한 것이 제법 맛있었다.

"글쎄. 내가 딱히 친구가 필요한 성격은 아니라서. 그리고 너도 친구 없잖아."

이번엔 샐러드를 포크로 찍어 먹었다. 아사삭. 라임 소스가 매우 내 취향이었다.

"우물우물. 나는 어리잖아. 친구 없어도 돼."

"나이가 어리면 더더욱 친구가 있어야지. 안 그래?"

"뭐 그렇긴 한데, 어차피 여기서 나랑 친구하려는 사람은 없을걸?"

"왜 그렇게 생각해?"

"꿀꺽. 나 실험체 출신이라고 소문 다 났잖아. 대체 이런 소문은 어디서 퍼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날 여기로 데리고 왔던 일행 쪽에서 흘러나왔겠지."

데미안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두운 표정도 잘 어울리는 그의 얼굴을 감상하며 샐러드를 씹었다. 라임 소스가 너무 맛있다.

"아삭. 그래도 전에는 어린 천재 소리를 좀 들었는데, 이제는 저것들이 나보고 뭐라는지 알아? 호문쿨루스래. 플라스크 속 작은 난쟁이. 아예 그냥 인조인간이라고 짓지. 하여간 배운 것들이라 그런지 유식한 체하고 싶어서 참지를 못해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난쟁이라는 말이 좀 짜증나긴 하더라. 차라리 인조인간이라고 할 것이지."

저쪽에서 아까 데미안에게 거절당한 여마법사들이 쑥덕대는 것이 보인다. 거절한 건 데미안인데 나를 보고 입을 놀리는 것이 내 욕을 하는 듯했다. 왜 하필 자리도 내쪽에서 훤히 보이는 곳에 잡아서는. 노린건가?

"어머어머. 저거 눈 좀 봐. 지금."

"설마 지금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거야? 어우, 소름끼쳐."

"아, 쟤만 아니었으면 지금 데미안님이랑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굳이 듣지 않아도 미묘하게 들렸다. 하여간 역겨운 것들. 나는 그들을 향해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었다. 저쪽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더 커졌지만 내 알바는 아닌 듯 하다.

"풋! 그러니까 더 미움받는 거 아니야? 크큭."

데미안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너도 좋으면서 뭘 그래. 그리고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나중에 화병 걸린다?"

"하핫! 넌 정말 재밌어. 최고야."

데미안은 은근히 나의 이런 과격한 언사를 좋아했다.

"그보다 너 일반 마법사로 승급했다며?"

"아아. 맞아. 저번 주에 승급했어."

"대단하네. 그럼 이번 신입 중에 네가 1등으로 신입 딱지를 뗀 거네?"

"뭐. 그렇지. 근데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야. 승급은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 내가 조금 일찍 한 거 뿐이지."

왠지 평소엔 지켜만 보던 것들이 굳이 다가와서 말을 걸더라. 그 외에도 평소보다 주변의 시기질투의 시선이 진해졌다. 하여간 저열하기는.

데미안과 나는 소문의 중심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종류는 사뭇 다르다. 나는 혐오와 경멸 혹은 동정의 대상이었다면 데미안은 동경, 시기, 질투 혹은 열애의 대상이었다. 나는 진짜 아싸, 데미안은 자발적 아싸.

내가 혐오의 대상인 이유는 실험체 출신이라는 배경과 옴 학파라는 변변잖은 소속. 그리고 내 외모 탓이 크다. 나는 실험의 여파로 머리칼이 모두 흰색이었고, 동공의 색 또한 회색에서 조금더 색이 빠진 듯한 모습이다. 또한 못 먹고 못 자라서 마르고 왜소한 체형이고 그와 대조되는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다.

내가 너무 인형 같아서 소름끼친다나 뭐라나. 세상에, 예쁘다고 욕을 처먹다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그에 비해 데미안은...그냥 사람이 너무 완벽해서 재수가 없다. 근데 처신은 또 단호하게 잘 해서 다가가기도 어렵고. 그래서 그냥 몇몇 소문이 좀 악의적으로 난 것 뿐이다. 그보다는 좋은 소문이 더 많다.

이런 우리 둘이 같이 다닌다는 것이 새로운 루머를 생성해내고는 있지만 신경쓸 가치는 없다.

저 멀리서 우리 둘을 감상하며 꺄아악! 거리는 여자애들이 몇몇 보였지만. 그 와중에 우릴 보며 뭔지 모를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마, 별 거 아니겠지.


작가의말

벌써 30화까지 연재했네요. 독자분들과 함께해서 그동안 즐거웠습니다.(아직은 연중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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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힘법사 연구회(2) 21.05.21 53 3 7쪽
32 32. 힘법사 연구회(1) +1 21.05.20 63 2 8쪽
31 31. 실험체(2) +1 21.05.19 72 2 7쪽
» 30. 실험체(1) +1 21.05.18 81 3 7쪽
29 29. 공부를 합시다(3) 21.05.17 88 2 8쪽
28 28. 공부를 합시다(2) 21.05.16 98 3 7쪽
27 27. 공부를 합시다(1) 21.05.15 104 3 8쪽
26 26. 옴 학파(4) 21.05.14 119 2 8쪽
25 25. 옴 학파(3) 21.05.13 121 4 7쪽
24 24. 옴 학파(2) 21.05.12 142 2 8쪽
23 23. 옴 학파(1) 21.05.11 157 5 8쪽
22 22. 심연(3) 21.05.10 167 5 9쪽
21 21. 심연(2) 21.05.09 185 5 8쪽
20 20. 심연(1) 21.05.08 209 5 8쪽
19 19. 마탑으로(3) 21.05.07 224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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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마탑으로(1) 21.05.05 234 6 7쪽
16 16. 구출(3) 21.05.04 220 8 7쪽
15 15. 구출(2) 21.05.03 235 6 7쪽
14 14. 구출(1) +1 21.05.02 241 7 7쪽
13 13.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4) +1 21.05.01 242 7 7쪽
12 12.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3) +1 21.04.30 253 6 7쪽
11 11.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2) +1 21.04.29 265 6 7쪽
10 10. 위기 후엔 새로운 위기(1) +1 21.04.28 277 8 8쪽
9 09. 폭동과 점령(4) +1 21.04.28 280 7 8쪽
8 08. 폭동과 점령(3) +1 21.04.27 287 5 8쪽
7 07. 폭동과 점령(2) +2 21.04.26 334 7 8쪽
6 06. 폭동과 점령(1) +1 21.04.25 328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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