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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게임을 클리어하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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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케레스
작품등록일 :
2019.11.03 00:29
최근연재일 :
2020.04.19 00:28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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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14
추천수 :
1,779
글자수 :
606,829

작성
19.12.11 11:35
조회
524
추천
16
글자
12쪽

콜로세움 아틀란타

DUMMY

뻐억.


“끄르륵.”


15번째 검투사가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죽지는 않았다. 다르게 말하면 딱 주지 않을 정도의 강도였다.


새삼스럽게 쓰러지는 검투사에게(검투사 자신의 입장에선 처음이겠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 앨런이 손등을 털었다.


“히이익.”


타다다다다다닷.


시작에 앨런의 목표로 지명되었던 광대 호아킨은 아직도 살아남아 도망치고 있었다.


“참, 도망 하나는 기깔나게 잘 치네. 아저씨 밖에서 직업이 혹시 도둑이었어?”


타닷.


앨런이 쫓았다.

휘둘러지는 팔이 호아킨의 옷깃에 닫는 듯했다.


“우앗!”


괴상한 비명과 함께 호아킨이 기어코 몸을 빼냈다.


“와. 진짜 대박이다. 혹시 아니었으면 해봐. 먹고 살기는 충분할 것 같은데.”


결국, 앨런이 몸을 돌려 16번째 검투사를 쫓았다.


“으아아앗! 오지마! 오지마! 오지마!”


당연하지만, 어느 순간 이후로는 모든 검투사들이 앨런에게서 도망 쇼를 벌이는 중이었다.


“뭘 오지마! 싸울라고 나온 거면서!”

“으아아악!”

“안 죽이잖아. 시원하게 좀 덤벼 봐라. 좀.”

“으아아아악!”

“이익! 이 아저씨는 또 왜 이렇게 빠른 거야.”


하향된 신체 상태 때문에 하나하나 잡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게 된 앨런이었다.

그냥 화끈하게 붙어보자고. 아우! 속 터져!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콜로세움 아틀란타의 왕. 니콜라스.

그의 눈빛이 침중했다.


그는 쓰러져있는 검투사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관객들도.


앨런의 전력이 너무나 압도적이었기에 평소의 18 서바이벌과는 다른 경기 양상이었다.

설명하자면, 앨런의 무술 시연회에 온 느낌이었다. 혹은 공연이라던지.


앨런은 우아하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움직임으로 다른 검투사들을 제압했다.

어떤 관객들은 불만을 품었지만, 몇몇 관객들은 그의 움직임에 매료되었다.


“끄으으.”


널브러져 있는 검투사들이 꿈틀거렸다.


대전장은 평소보다 70 데시벨 정도 조용한 것 같았다.


뻐억


“끄아아악!”


도망치는 검투사의 등허리에 앨런의 주먹이 꽂혔다.

중심을 잃은 검투사.


곧 도망치기 글렀다는 판단을 해낸 검투사가 앨런에게 검을 휘둘렀다.


‘궤도에 걸리는 건 오른 어깨, 목, 왼쪽 광대까지겠군.’


착실히 분석한 앨런이 오른손을 뻗어 지면과 수평을 그리게 휘둘렀다.

앨런의 손등 또한 검투사가 휘두른 검등과 수평을 이룬다.


땡그랑.


이제는 앨런의 시그니처 스킬이 된 손등으로 칼날 쳐내기.


순식간에 들어난 허점에 앨런이 다시금 왼손을 뻗는다.


쾅!


“쿠헤엑.”


철그랑


괴상한 비명과 함께 16번째 검투사가 철창에 부딪친다.

일어나지 못하는 16번째 검투사.

하지만 먼저 쓰러진 다른 검투사들과 마찬가지로 죽지는 않았다.


니콜라스가 생각했다.

아마 이번 경기에선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니콜라스가 그리는 콜로세움 아틀란타의 미래 경기 양상이었다.


니콜라스의 시선이 다시 앨런에게로 향했다.


그의 싸움은 격정적이라기보다 차분했고, 거칠다기보다 우아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보는 맛이 있었다.


니콜라스가 기억을 되짚었다.


‘트레이, 애슐리, 영이 만약 죽지 않고 성장했다면 이런 느낌이 될 수도 있었겠군.’


“아저씨! 이리와. 이제 더 도망칠 곳도 없다 그지? 나도 아저씨만 잡으면 끝나. 우리 쉽게 쉽게 가자!”

“히이이이익!”


니콜라스가 이번엔 도망치는 광대, 호아킨을 보았다.


‘저렇게 호들갑 떨면서 잘 도망치는 건 우루사 녀석이 일품이었는데. 도살자 히카르도에게 붙잡혀 팔다리가 뽑혀나갔지만.’

‘오주커는 큼직큼직한 동작으로 경기를 호쾌하게 만드는 법을 잘 알지.’

‘잔인성은 아주로 녀석을 따라잡을 녀석이 없었는데. 다만 너무 약해서 경기 몇 판 더하면 죽어나가겠지만.’

‘쿠로해시처럼 아슬아슬하게 이길 줄 아는 녀석도 어딘가 있겠지? 그 녀석 경기는 항상 쪼는 맛이 있어서 좋았는데 말이지. 아참. 토시를 잘 키우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군.’


니콜라스의 머리 속에서 현 콜로세움 아틀란타에 출전하는 여러 검투사의 모습이 사진처럼 지나갔다.


거대 규모의 콜로세움인 아틀란타에는 하루에도 몇십 명의 검투사가 죽어 나가고, 또 새로 들어온다.


니콜라스는 직접 관람한 경기에 등장한 검투사는 거의 잊지 않는 편이었다.

그것은 그가 검투사였을 적 몸에 새겼던 습관 때문이었는데, 본능적으로 그들을 언젠가 자신과 맞붙을 경쟁상대라 여겨 관찰하고 정보를 뇌에 박아놓는 것이다.


그리고 이 능력은 그가 콜로세움의 진행자로서 흥미로운 매치업을 만들어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결국, 능력을 인정받아 콜로세움에 검투사가 아닌 경영자로서 왕이 될 때까지 말이다.


꾸욱


니콜라스가 난간을 움켜쥐었다.


“이제 변할 때가 되었어.”


지금은 니콜라스가 콜로세움 아틀란타의 경영자로서 왕으로 인정받고, 집권했던 그 어떤 시절보다 입지가 탄탄한 시점이었다.

니콜라스의 눈이 이젠 경기장이 아닌 허공을 했다.

이제 그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미래에서 콜로세움 산업은 혈투가 아닌, 교양있는 스포츠였다.

검투사는 목숨값을 피로 빚어내는 야만인이 아니라, 정당하게 계약을 하고 경기를 치루는 프로였다.


앨런과 같은, 아프로와 같은, 그리고 자신과 같은 스타들이 등장할 터였다.

그리고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명으로 콜로세움의 대전장들을 전전하겠지.


그러다 보면 어떤 어린이들은 콜로세움의 스타를 꿈꾸게 될 것이다.

어른들도 검투사를 보며 눈을 찌푸리거나 혀를 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때, 검투사는 부끄럽지 않은 직업이 될 수 있으리라.


--


“승자! 앨런!”

“우와아아아!”

“작작 나와라! 재미가 없다!”

“우린 약자를 핍박하는 경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고!”

“차라리 3룰 대전을 해라! 그리고 뒤져!”

“꺼져라 앨런!”


이제 앨런은 아틀란타의 관객들에게 명실상부한 빌런이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틀란타의 규칙을 따라 신체 능력 지수를 맞춰도, 압도적인 전투능력으로 승부를 상수처럼 가져가버리는 앨런이었다.

결과가 뒤집힐 거라는 기대는 다섯 살배기 어린 아이도 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앨런이 나오는 경기는 베팅이 열리지 않았다.

당연했다. 베팅이 열릴 수가 없었다.

승리가 상수 취급을 받는데, 억에 하나에 가까운 가능성에 베팅을 하는 사람은 머저리다. 물론 그 머저리라고 불리는 수요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도박사 입장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결국 도박판이 열리질 않았다.


여기에 더해 역대 최악의 팬서비스까지.

관객의 입장에선 당연히 앨런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따.


하지만 반대로 검투사들에게 앨런은 별이었다.

구원이었고, 빛과 소금이었으며, 메시아였다.


경기에서 상대방을 죽이지 않는다.


기존의 검투사들에겐 보이지 않았던 유리 천장이 깨지는 경험이었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이래도 되는구나.


앨런이 살려준 검투사들끼리의 대전에 무사상자가 등장하는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앨런과 전혀 상관없는 경기에서도 그런 일이 늘어나고, 또 유행처럼 번지기까지 했다.


설상가상으로 콜로세움 아틀란타의 경영진이 경기 진행에 대해 묵과하니 경기장의 분위기는 점점 변해갈 수밖에.


“또 뵙는군요! 이젠 확실한 컨셉! 검투사들의 빛! 관중들의 어둠! 혼돈 그 자체! 그러면서도 폭력 그 자체! 명실상부 현 콜로세움의 최강자! 앨런입니다!”


싫어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앨런은 계속 출전했다.


현 콜로세움 아틀란타의 최강자는, 사회자가 말했듯 누가 뭐래도 앨런이다.

티켓 파워는 당연히 수위급이다.

경제 논리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콜로세움 아틀란타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는 앨런을 말릴 이유는 없었다.


그가 관객들에게 익숙해질 무렵, 심지어는 그의 경기가 소프트해서 좋다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기존의 경영진들이 예상하지 못한 수요층의 발생이었다.


여하간 경기는 계속됐고, 앨런은 이겨나갔다.

많은 검투사가 앨런과 친해지고 싶어하고, 앨런은 그들과 친해졌다.


플레이어들과도, NPC들과도.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불쌍한 사정. 억울한 사정. 야망. 명예. 재물.

이 콜로세움의 철창 뒤편에는 온갖 이야기가 섞여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앨런의 눈을 번쩍였다.

그의 코에 달콤한 업적 냄새가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


마침내 관중들이 그렇게도 원하던 앨런의 3룰 경기가 잡혔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앨런을 끝장내 줘!”

“제발! 소원이다!”

“죽어라 콜로세움의 악!”

“우와아아아아아아!”


등장하기도 전부터 앨런에 대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사회자가 외쳤다.


“콜로세움 아틀란타의 관객 여러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3룰 매치업이 드디어 성사되었습니다. 강자들의 성소. 3룰 대전장! 그리고 충격적인 역사! 9연승의 주인공. 아틀란타의 왕자 아프로를 꺾었던 충격적인 빌런 앨런! 일반 대전에 매진하던 그가 드디어 3룰 커리어 2연승의 포부를 안고 도전자를 받았습니다. 자,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사이보그. 앨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언!”

“죽어! 죽어!”

“죽여라! 죽여라!”


앨런이 빙글빙글 웃으며 등장했다.

이제는 야유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앨런이 이 소리가 왠지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회자가 도전자를 소개했다.


“아시다시피, 이미 9연승의 역사를 가진 아프로를 꺾은 검증된 초강자 앨런과 맞붙일 강자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이 검투 도시에서 가장 유서 깊고 전통 있는 콜로세움! 아틀란타 아니겠습니까! 영업 관리부가 발에 땀이 나도록 뛰며 섭외했습니다. 유적 도시의 5강 중 일익(一翼)! 늑대무리의 떠오르는 신예! 추정 무력순위 3위! 강철 늑대 용병단의 단장! 소개합니다. 강철! 늑대! 토오오오오오오오오레스!”


콰앙!


늑대 문양이 새겨진 강철 대검이 육중한 무게감을 드러내며 땅을 내리쳤다.

그리고 철창문이 열렸다.


익숙한 얼굴의 등장에 앨런이 눈을 크게 떴다.

앨런도 토레스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워낙 풀이 큰물이다 보니 언젠가 등장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은 해왔던 인물이었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이 부분만큼은 정말 의외였다.


“앨런. 이런 곳에 숨어있었구나.”


토레스가 사납게 웃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이제야 알아낸 게 부끄러울 지경인데. 놀리는 건가?”


앨런이 싱긋 웃었다.


“응. 머저리 같잖아?”


토레스도 마주 웃었다.


두 사람의 기파(氣波)가 경기장을 저릿저릿하게 울리는 듯했다.


앨런은 오랜만에 풀 컨디션(Full Condition)으로 경기장에 서니 기분이 끓어오름을 느꼈다.

이게 어떤 기분이냐면. 뭐랄까. 놀리고 싶달까? 막 짜증 나게 만들고 싶은 느낌? 무슨 짓을 해도 뒷감당할 자신이 있는 그런 기분.


앨런이 악동의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왜 따라온 거야? 변태같이.”

“글쎄. 우리 단원 목숨값이 네 생각만큼 싸지가 않아서 말이야.”

“아, 정말? 금시초문인데. 언제 죽였지? 난 기억에 없는데. 아하. 너무 약해서 기억이 안 나는 건가? 혹시 내가 대충 휘두른 팔에 맞아 죽은 건 아니지?”

“걱정하지마. 곧 기억 날 테니까”


사회자가 외쳤다.


“경기이이이이이! 시작합니다!”


콰앙!


둘의 신형이 번개처럼 격돌했다.


작가의말

휴. 넣을지 말지 했던 내용 그냥 넣었습니다. 

 왜 고민했는지는. 아마 다음편에..? 음.. 다다음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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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용 사냥꾼 앨런 +1 20.02.14 495 16 11쪽
40 콜로세움 아틀란타 +1 20.02.13 487 15 11쪽
39 콜로세움 아틀란타 +2 20.02.12 497 13 12쪽
38 콜로세움 아틀란타 +1 20.02.10 502 16 13쪽
» 콜로세움 아틀란타 +1 19.12.11 525 16 12쪽
36 콜로세움 아틀란타 +2 19.12.10 539 16 11쪽
35 콜로세움 아틀란타 +2 19.12.06 543 17 12쪽
34 콜로세움 아틀란타 +1 19.12.05 536 17 12쪽
33 콜로세움 아틀란타 +1 19.12.04 537 18 12쪽
32 콜로세움 아틀란타 +3 19.12.03 569 17 11쪽
31 빅토리 루마니(수정) +1 19.12.02 551 19 15쪽
30 빅토리 루마니 +1 19.12.01 539 16 13쪽
29 빅토리 루마니 +1 19.11.30 565 17 13쪽
28 빅토리 루마니 +1 19.11.29 570 16 13쪽
27 마탑 +1 19.11.28 566 20 13쪽
26 마탑 +3 19.11.27 580 17 14쪽
25 마탑 +4 19.11.26 589 20 13쪽
24 마탑 +4 19.11.25 598 19 13쪽
23 성룡(聖龍)의 알 +1 19.11.24 606 17 13쪽
22 성룡(聖龍)의 알 +1 19.11.23 614 18 14쪽
21 성룡(聖龍)의 알 +3 19.11.22 655 21 15쪽
20 성룡(聖龍)의 알 +1 19.11.21 646 20 13쪽
19 약속의 마도사 다이크 +1 19.11.20 655 20 14쪽
18 개판 +1 19.11.19 649 29 13쪽
17 개판 +1 19.11.18 660 22 14쪽
16 개판 +2 19.11.17 671 22 13쪽
15 개판 +1 19.11.16 694 21 14쪽
14 개판 +4 19.11.15 767 20 15쪽
13 도시 전설! +1 19.11.14 773 21 13쪽
12 도시 전설! +3 19.11.13 791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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