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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게임을 클리어하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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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케레스
작품등록일 :
2019.11.0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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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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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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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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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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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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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3쪽

마탑

DUMMY

결국, 속절없이 지렁이의 존재가 들키고 말았다.


마탑의 대마법사 안토니우스는 지렁이를 가볍게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비늘과 발톱을 살짝 뜯어보고, 마나 파형을 찍어 기록 보관용으로 남기는 수준의, 지렁이의 생명에 위해가 되지 않는 수준의 실험 정도로.


“그걸 저희가 어떻게 믿어요?”


유린이 의심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앨런은 언제든 지렁이를 데리고 탈출할 태세를 취한 상태였다. 어차피 안토니우스는 유린과 지렁이의 연결고리를 모르니, 만약 극적인 상황이 된다면 앨런이 탈출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지렁이는 용(龍)다운 현명한 판단력으로 앨런의 품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세련된 중년 신사 안토니우스가 느긋하게 일렀다.


“마법사의 심장은 마나에 건 맹세 앞에선 언제나 결백하지.”

“마나에 건 맹세요?”

“그래. ‘계약’이라는 방식이네.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군.”


안토니우스가 어떤 종이를 꺼냈다.

앨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종이였다.


“이 종이에 대고 ‘계약’을 하지. 나는 새끼 용과 당신들의 신변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것으로, 당신들은 새끼 용의 생명, 성장에 지장에 가지 않는 수준의 관찰과 실험을 허락하는 것으로.”

“솔직히 안토니우스 님께서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이유라.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자네들에 대한 배려지. 알다시피 나는 이 도시 안에서 강력한 권력자에 속하는 사람이네. 하지만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자네들에게 이렇게 제안하는 이유는 내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유린이 신중하게 고민했다.

앞뒤 상황을 보자면 안토니우스의 말은 백번 맞다. 그가 원했다면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렁이를 빼앗아 가려고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그거 하나만 믿고 저 마도사 안토니우스의 홈그라운드(Home ground)로 쏠랑쏠랑 들어가자니 너무 리스크가 컸다.


유린의 생각이 길어지자 안토니우스가 덧붙였다.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마법사라네. 좋은 마법사는 무지(無知)를 벗어날 기회를 천금과 같이 생각하는 법이야.”


거절해봤자 소용없다는 얘기다.


잠자코 듣고 있던 앨런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 다이크 아세요?”

“약속의 마법사 다이크를 말하는 거라면, 잘 알지. 재기 넘치는 청년이야.”

“그 종이, 다이크가 준거죠?”


안토니우스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다이크에 대해 꽤 잘 아는가 보군?”


앨런은 대답 대신 유린에게 말했다.


“적어도 계약은 믿어도 될 것 같아. 다이크의 ‘계약’은 절대적이니까.”

“저 대마법사한테도 절대적일까?”


아마도?

걱정하는 유린의 말에 앨런이 어깨를 으쓱였다.


“안 절대적이면 어쩔 거야.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데. 저 아저씨가 좋게 말할 때 그냥 넘어가자. 나쁜 의도는 없어 보이잖아?”


안토니우스가 사람 좋게 웃었다.


“젊은 사이보그 친구가 현명하군.”


--


마탑 614층


마탑의 거주지역은 어지간한 전시회장이나 박물관만큼이나 거대한 공간이었다.


“우와! 이건 뭐에요?”

“그건 마나 인지 감각을 잠깐 교란시키는 장치라네. 캐스팅 캔슬을 목표로 만들어본 작품이지. 마법사의 전투 호흡에 맞춰 가장 적절하게 사용하면, 최대 마나 역류를 일으켜 심장을 터뜨려 사망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는 작품이지.”

“마나 역류로 심장이 터진다고요?”

“그렇네.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가능하다네. 하지만 재능 있는 마법사라면 이 장치를 사용하더라도 잠깐 마법의 진행을 방해하는 수준으로 끝날걸세. 개인적으로 조금 더 파고 들어가 보고 싶은 작품인데, 영 영감이 떠오르질 않더군.”


앨런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안토니우스의 설명을 들었다.

유린이 기가 차서 물었다.


“왜 갑자기 학구열에 불타냐? 안 어울리게.”

끼아아.


지렁이도 어이가 없는 듯한 울음을 내었다.

앨런이 고개를 팩 돌려서 유린을 쳐다보았다.


“나 원래 이런 거 엄청 좋아하거든? 혹시 알아? 나중에 써먹을 곳이 있을지.”


마탑 거주지 10층. 안토니우스의 공방은 그의 발명품 전시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연구 결과들이 널브러져 있는 곳이었다.


“이거! 이건 뭐에요?”

“하하. 앨런이라고 했나? 호기심이 많군. 보기 좋아.”

“아하하. 제가 좀.”


앨런이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었다.

안토니우스는 앨런을 기특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호기심이란 마도(魔道)를 걷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재능이지. 비단 마도(魔道)를 걷지 않더라도, 문명을 발전시키거나 체계의 변화를 이루는 혁명가들역시 그렇지. 그들은 뜨거운 가슴과, 부당함에 대한 질문과, 굳건한 정신으로 무장한 채 이상으로 나아간다네.”


어우,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앨런이 두 배로 머쓱해져서 코 밑을 쓰윽 긁었다.


“아무튼, 이 기계는 방금 보았던 마나 인지 교란 장치와 같은 목적, 그러니까 대(待) 마법사전을 고민하면서 만든 장치라네. 진공 상태의 공간에 다른 공기들이 이동하는 성질이 있는 것처럼, 마나도 마나 진공 상태의 공간에 들어가려는 성질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장치인데, 순간적으로 일정 범위의 마나를 빨아들여 마나 진공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기계지. 전투 시에 이 버튼을 누르고 투척하면, 상대방의 마법이 마나 진공 상태에 빠진 공간으로 강제 유도되는 거야.”

“오오오! 굉장히 실용적일 것 같은데요? 말씀대로만 된다면요”


안토니우스가 약간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실용적이지는 못하네.”

“역시 유도가 잘 안 되나요?”

“아니. 유도는 잘 돼. 하지만 너무 비싸네. 저 기계 하나 만드는데 황금이 마차 세 대 분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믿겠나?”

“컹쓰.”


앨런이 저도 모르게 코 먹는 소리를 냈다. 마차 세 대 분량의 황금이라니. 저 조그만 기계가. 기가 차는 노릇이다.

테이블 위에 먹다 남은 초콜릿처럼 여기저기 흐트러져있는 기계들.

아마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한 결과물인 듯싶었다.


‘괜히 마법사는 돈 먹는 벌레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진짜였구나.’


유린이 지렁이를 안아 든 채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실험은 언제쯤 하나요?”


신이 나서 앨런에게 자신의 발명품을 설명하던 안토니우스가 잠깐 설명을 끊고 유린을 보았다.


“아! 실험실은 저 방이네. 잠깐만 기다려주겠나? 앨런 군에게 아직 설명해주지 못한 게 있어서 말이야. 이거 하나만 가르쳐 주고 바로 실험을 진행하지. 앗, 앨런 군. 이건 말이야···.”


세련된 정장 미중년 대마법사 안토니우스는 자기 발명품에 대한 팔불출 끼가 강한 사람이었다.

유린이 지렁이를 안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우와아아앗! 여기 있는 거 중에 제일 멋있게 생겼어요! 아저씨! 이건 뭐에요!?”

“잠깐 잠깐 잠깐! 그건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네!!”


앨런이 보고 놀란 안토니우스의 발명품은 앨런의 몸체 세 배의 질량 정도 되어보이는 기계 장갑이었다.


앨런이 놀라서 굳었다.

안토니우스는 발명품에 손을 대지 않은 채 꼼꼼히 살펴보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휴 숨을 내쉬었다.


앨런이 안토니우스를 보았다.


“예전 기신 도시에서 일어난 거인의 난에 대해 알고 있나?”

“음.. 예전에 헤세드에서 일어난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오, 맞네. 맞아. 기신 도시 헤세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지.”


앨런이 유린을 보며 자랑하듯 어깨를 폈다.

뭐. 뭐 어쩌라고. 확 씨.


유린과 앨런 사이에 의미 없는 눈싸움이 오가는 사이에 안토니우스가 설명을 이었다.


“이 주먹은 헤세드에서 난동을 피운 세 거인 중 하나, 육중의 아킨페프의 팔을 극도로 압축시킨 물건이라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질량을 머금고 있지.”


설명을 듣던 앨런이 고개를 기우뚱했다.


“제가 알기로는, 그 거인의 난에 주모자 거인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한테 시간 역행 당해서 존재가 소멸했다고 들었는데.”


안토니우스가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소멸했지. 하지만 소멸당하기 훨씬 전에, 참철의 육극신이 아킨페프의 팔을 일격에 베어냈었거든.”

“아, 맞다! 그랬었구나!”


앨런이 저도 모르게 이마를 탁 쳤다. 참철의 육극신. 작금 사이보그 검객 중에 최정점으로 치는 인물이다. 거인의 팔을 단 한 번의 참격으로 베어낸 사건은 예소드에서도 꽤 크게 회자 되었었다.

안토니우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사건이 있었을 때 마침 내가 헤세드에 있었다네. 이거다 싶었었지. 갖은 노력을 다해서 팔을 압축시켜 공방에 들이고, 아킨페프의 팔에 대해 연구를 하다보니 왠지 어디까지 압축시킬 수 있을까 호기심이 들더군. 그래서 최대한 압축을 시켜서 지금 이 모양을 만들었다네.”


앨런이 갸웃했다.


“압축시키니까 원래 아킨페프의 존재와 괴리감이 생겨서 같이 시간 축이 안 돌아가고 남은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닐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세 거인을 시간 역행으로 소멸시키기로 했다는 소문을 들었어. 아마 내가 팔을 가져가서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이야. 그는 이해심이 깊은 로봇이라네. 내가 상심하지 말라고 정보를 흘려줬던 것 같아. 난 인생에서 가장 공들였던 이 ‘작품’을 그대로 포기할 수가 없어서 나름대로 날고뛰면서 방법을 찾아 헤맸지. 그리고 당시 유적 도시의 미궁에서 발견되었던 빨리 감기 태엽을 입수했다네.”


미궁의 가장 큰 매력은 시공간이 뒤틀려서 별의별 물건이 다 나온다는 것이다. 별천지랄까. 앨런이 들어갔을 땐 깡통 기사 자식들만 가득했지만.


안토니우스가 그때를 회상하는 듯 황홀한 표정으로 ‘거인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많은 공정을 거쳐 24시간 이렇게 거대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만 건드려도 공정이 풀려 하루 중 단 5분만 실체 할 수 있는 상황이라네. 나머지는 빨리 감기 태엽 모양의 손목시계로 남지. 소리를 질렀던 건 그런 이유에서야. 미안하네.”

“아뇨. 제가 죄송하죠. 괜히 흥분해가지고.”

“이 건틀릿은 ‘그’ 아킨페프의 엄청난 질량을 마법으로 보존하고 있는 상태인 거지. 알고 있나? 육중의 아킨페프가 강력한 거인이었던 이유는 말 그대로 그 육중한 질량에서 비롯됐다네.”


앨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먹을 휘두르면 공간 왜곡 현상이 생겨날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막으면 막은 부위가 그대로 날아갔다고.”

“실제로 주먹을 휘둘러보진 않았지만, 아마 공간 왜곡 현상의 절반 정도는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네. 아무튼, 내 추억이 깃든 물건이야.”


듣고 있던 유린이 불쑥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렇게나 널브러뜨려도 괜찮아요? 누가 훔쳐 가면 어떡해요?”


안토니우스가 웃었다.


“훔쳐 가? 하하하. 농담도 잘 하는군. 내가 이 10층의 주인이 되고 나서 마탑에 도둑이 들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네. 이사 오고 난 초기엔 함정 마법을 꽤 공들여서 만들었었는데 오히려 서운할 정도더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마탑의 모든 방비와 내 함정 마법들을 모두 뚫고 들어와서 훔치는 데 성공한다면, 난 그냥 줄 생각도 있네. 용기가 가상하지 않은가?”

“와우. 통이 크시네요.”

“통이 큰 게 아니라 그냥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라네. 하하. 아 참, 내 신나서 앨런 군과 이야기하느라 시간이 꽤나 지체됐군. 실험하러 들어가세!”


안토니우스가 유린을 끌고 실험실로 향했다.


앨런이 우두커니 서서 생각했다.


안토니우스가 10층에 배정받은 이후로 그 누구도 뚫은 적이 없다.

흠.

훔쳐 가는 데 성공만 한다면, 훔쳐 간 물건을 돌려받지 않을 용의가 있다.

와우.


달칵.


“여기가 실험실이라네. 생각보다 비인도적으로 보이지는 않지?”


안토니우스가 먼저 실험실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려던 유린이 멈칫, 앨런을 돌아보았다.


“앨런?”


앨런이 화들짝 놀라서 유린을 마주 보았다.


“어?”

“아니지?”

“뭐가?”

“하면 너 진짜 미친놈이야.”


달칵.


실험실 문이 닫혔다.


앨런이 중얼거렸다.


“아니었던 적 있어?”


작가의말

개똥철학가 안토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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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콜로세움 아틀란타 +2 20.02.12 497 13 12쪽
38 콜로세움 아틀란타 +1 20.02.10 502 16 13쪽
37 콜로세움 아틀란타 +1 19.12.11 524 16 12쪽
36 콜로세움 아틀란타 +2 19.12.10 539 16 11쪽
35 콜로세움 아틀란타 +2 19.12.06 543 17 12쪽
34 콜로세움 아틀란타 +1 19.12.05 536 17 12쪽
33 콜로세움 아틀란타 +1 19.12.04 537 18 12쪽
32 콜로세움 아틀란타 +3 19.12.03 569 17 11쪽
31 빅토리 루마니(수정) +1 19.12.02 550 19 15쪽
30 빅토리 루마니 +1 19.12.01 539 16 13쪽
29 빅토리 루마니 +1 19.11.30 565 17 13쪽
28 빅토리 루마니 +1 19.11.29 569 16 13쪽
27 마탑 +1 19.11.28 565 20 13쪽
26 마탑 +3 19.11.27 580 17 14쪽
» 마탑 +4 19.11.26 589 20 13쪽
24 마탑 +4 19.11.25 597 19 13쪽
23 성룡(聖龍)의 알 +1 19.11.24 606 17 13쪽
22 성룡(聖龍)의 알 +1 19.11.23 614 18 14쪽
21 성룡(聖龍)의 알 +3 19.11.22 655 21 15쪽
20 성룡(聖龍)의 알 +1 19.11.21 646 20 13쪽
19 약속의 마도사 다이크 +1 19.11.20 655 20 14쪽
18 개판 +1 19.11.19 649 29 13쪽
17 개판 +1 19.11.18 660 22 14쪽
16 개판 +2 19.11.17 671 22 13쪽
15 개판 +1 19.11.16 694 21 14쪽
14 개판 +4 19.11.15 767 20 15쪽
13 도시 전설! +1 19.11.14 773 21 13쪽
12 도시 전설! +3 19.11.13 791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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