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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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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498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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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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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63. 기적의 치유사(3)

DUMMY

“이쪽이에요. 아저씨.”


“그래그래.”


난 콜라를 사준 아이의 말에서 의심쩍은 기분을 느끼고 본 수도원의 건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가면을 쓴 인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내가 알고 있는 그 인물일 것이란 보장이 없기는 하다. 그래도 하필 딱 지금 시기에, 내가 이 수도원에 있는 타이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런 인물이 흘러들어왔다고 하면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에 더 없이 적합한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그 이상한 가면 아저씨가 쓴 가면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알려줄 수 있니?”


“어...웃으면서 웃는 가면이었어요? 표정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짓는거 같은...조금 무서워보였어요.”


설명이 자세하진 않긴 했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직관력이 굉장히 잘 담겨있는 설명이었다. 이 설명을 들으니 내가 생각하는 그 남자일거란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다 왔어요.”


“여기구나.”


수도원 부지에 해당하는 여러 부속 건물들은 한번씩 둘러본 나였지만 막상 이 수도원 건물까지 오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저씨. 저도 같이 들어갈까요?”


“아니. 여기까지 데려다 준 것만 해도 고맙지.”


만약 정말로 가면의 남자가 내가 생각하는 그 녀석이 맞다면, 이 아이를 데려가는 것은 절대로 안될 일이다. 무슨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수녀장님이 평소에 어디 계시는지만 혹시 알려줄래?”


“수녀장님은 이 건물의 가장 최상층에 있는 커다란 방에 계세요.”


방의 자세한 위치까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층수만 들어도 대략적인 정보는 알 수 있었다.


“너는 잠시 다른 곳에 가 있을래? 아저씨가 나중에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줄게.”


“정말요?”


“그래. 나는 바깥에서 온 사람이니까 네가 알지 못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지.”


“그래놓고 동화 이야기 해주면 화낼거에요. 이미 동화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질렸거든요.”


“알겠어.”


어차피 난 동화 이야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간단한 동화같은 것들은 알고 있긴 했지만 그건 내가 동화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 그냥 언뜻 들은 내용들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해줄 자신도 없었다. 그냥 내 나름대로 상상력을 가미해서 적당한 내용의 썰들을 풀어주면 나름대로 재밌어 하지 않을까. 물론 이건 단순한 내 상상에 불과했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아니였다.


수도원 건물로 발을 들이니 1층은 수상하리만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2층에서부터 무언가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1층에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커다란 소리의 근원지인 2층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2층의 중앙 복도에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막아서고 여러 사람이 빙 둘러선 채로 무언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들 가운데에는 아까전 내가 깨어났을 때 옆에 앉아있었던 그 남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엇. 남재현씨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 남자는 이제 막 2층에 올라온 나를 알아보고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내 앞에 다가왔다. 어차피 숨길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이곳 수도원 사람들에게는 말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곳으로 이상한 가면을 쓴 남자가 오지 않았었습니까?”


“남재현씨가 그걸 어떻게 아는거죠?”


남자를 비롯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수도원의 사람들은 내가 가면 쓴 남자의 이야기를 꺼내자 곧바로 반응했다. 아이가 잘못본 게 아니었구나.


“그 얘기는 조금 나중에 해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지금 어디로 갔죠?”


“그 남자라면 지금 위로...”


“잠깐. 우선은 그 남자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부터 이야기해주십쇼. 남재현씨가 한중일 연합의 명령을 듣고 일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수도원 사람도 아닐뿐더러 믿을만한 사람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마냥 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죠.”


남자는 내가 믿을만한 사람인지가 의심스럽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남자의 정보를 발설하는 것을 차단했다.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 남자의 대응이 굉장히 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혹시라도 내가 한중일 연합으로 위장한 제 3의 세력이고 안젤라라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전력에게 해를 입히려 하는 불순한 종자라는 것을 견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맹점은 내가 안젤라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오늘 알았다는 것이지만 믿어줄 리도 만무했다.


“하아...그러면 빠르게 설명해드릴테니 잘 들으십쇼. 두 번은 말 안합니다.”


결국 난 시간을 허비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그 가면을 쓴 남자와 내가 만났던 일에 대해서 전반적인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수도원 사람들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굳어갔다.


대부분 건실하게 살아가는 수도원 사람들로서는 가면의 남자가 벌인 행각을 받아들이기가 굉장히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정상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나를 막아세웠던 남자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남재현씨와 같은 팀의 일원분들을 해치려 했던 가면의 남자와 오늘 이곳에 찾아온 가면의 남자가 같은 인물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아닐겁니다.”


남자는 조금 고민하는 듯 하면서도 내가 한 말을 단번에 부정했다. 나로서도 당연히 확실하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이렇게까지 부정할 근거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 가면의 남자가 이곳 수도원에 찾아온 것은 확실히 오늘이 처음이지만, 이전부터 저희 수도원과 접점은 여러번 있었습니다. 저 가면의 남자는 저희 수도원에 정기적은 후원금을 여러번 보내주던 의문의 남성이란 것을 확인했거든요.”


“후원금이라구요?”


“네. 항상 익명의 이름으로 꽤나 높은 금액의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인물이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가면을 쓴 그 남자가 찾아와서는 대뜸 자신이 그 후원금을 보낸 장본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당연히 확인을 위해서 여러 수단을 통해서 검증을 했고 검증 결과 그 남자와 후원을 해준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으음...”


그러면 정말 자신의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 그냥 이상한 가면을 쓴 마음씨 좋은 후원자일까? 하지만,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 시기가 잘 들어맞는데다가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 왜 다들 이러고 있던겁니까? 그렇게 좋은 사람이 온 것치고는 다들 굉장히 걱정스러운 태도였는데요.”


잠깐 걸리는 마음을 가지고 난 모두에게 질문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막아선 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던 이 사람들이 풍긴 분위기는 절대로 축하나 감사 같은게 아니라, 우려의 감정이 가득 담겨 있는 상태였다.


정적이 흘렀다. 내가 질문을 한 지 무려 30초나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무도 대답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눈알은 마치 총알처럼 빠르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서로 눈빛으로 대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길고 긴 침묵을 깨고서 누군가가 고개를 들며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다가 다시 고개를 푹 내려버린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이 사람들아. 내가 언제 혼낸다고 했어요? 그냥 궁금한 것 좀 물어보겠다잖아요. 하다못해 말하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라고요.


“대답하기 싫으면 그냥 올라가게라도 해주세요.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니까요.”


“꼭 가셔야겠습니까?”


내가 그냥 곧바로 계단으로 올라가겠다고 하자 나를 간호해주던 남자가 날 붙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가?


“사실 그 가면을 쓴 남자가 수녀장님을 뵈러가면서 저희들에게 말하더군요. 혹시라도 수녀장님과의 만남 도중에 다른 사람의 방해가 있다면 더 이상 수도원에 후원금은 주지 않겠다구요. 그 사람이 후원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수도원을 운영하는데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이제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부분의 혜택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지금과 같은 서비스는 점차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을겁니다. 저희도 땅을 파서 일하는건 아니니까요.”


사실상 그 가면의 남자가 이 말도 안되는 수도원 운영자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소리로군. 무슨 소리인지는 잘 알아들었다.


“제가 이 수도원을 책임질 수 있겠냐고 묻고 싶은거겠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남자에게 그렇게 물었고, 남자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내가 이 정도로 머리가 잘 돌아갔나?’


안젤라에게 치료를 받아서 몸 상태가 괜찮아진 뒤로 단순히 신체 능력만이 아니고 머리까지 쾌적해지고 두뇌순환이 더 빨라진 느낌이었다. 어쨌든 지금 이야기의 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책임은 못집니다. 지금 하는 일이 돈을 좀 벌긴 벌지만 병원에 식당에 운동시설까지 운영하는 이곳을 어떻게 개인이 감당해요. 제가 재벌이라도 되나요?”


“그러면...”


“그런데 말입니다. 애초에 수도원이 꼭 그런 것들을 해야하는 곳입니까?”


“예...?”


“수도원이 병원비 내기 힘든 사람들이나, 밥도 제대로 먹기 힘든 사람들을 챙겨줄 수는 있죠. 그런데 여기가 자선사업소도 아니고 이렇게 큰 규모로 계속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냐는 말입니다. 능력이 안된다면 그만큼 규모를 줄이면 되는 일 아닙니까? 세상에 힘든 사람들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이곳밖에 없어요?”


“.....”


내 물음에 남자를 비롯한 모든 수도원 사람들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애초에 남의 돈을 받아서 그대로 소비만 해서 베풀려고 하는 것은 옳은 선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안젤라씨야 뭐 본인이 지닌 능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도우면서 늘 허심탄회한 태도로 헌신을 하지만, 제가 본 수도원 여러분들은 그렇게까지 힘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앙심을 가지고 선한 마음을 품고 사는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회사원을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목적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관도 다른 까닭이다. 내가 남을 위해서 죽도록 헌신해본 적이 없으니 이 사람들을 평가할 권한도 어찌보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직접 안젤라에게 치료를 받아본 입장으로써, 오늘 하루만이지만 이 수도원의 건물들을 직접 돌아본 입장으로써 보자면 이 사람들은 절대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만으로 여기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신앙심이야 내가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 외에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씨를 보고 판단하자면 이들은 안젤라는커녕 다른 봉사기관에서 일하는 봉사자들과 비교해도 투철한 봉사정신 같은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말이죠. 이곳이 나름대로 좋은 건물들이 여러개 있는건 알겠는데, 그 가면 쓴 남자가 얼마나 커다란 금액을 주는지는 몰라도 이 수도원을 운영하는 건 안젤라씨가 정부에게서 받는 돈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안젤라는 나와의 대화에서 수도원에 있는 사람들에게 쓰기 위해 정부 인사들에게 상당액수의 금전을 받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들의 상처나 병을 치료하는 대가로 받는 돈, 그것도 미국 정도나 되는 나라의 유명인사들이 절대 액수를 적게 쓸 리도 없다.


사실상 이들은 이 수도원의 핵심이 되는 안젤라에 대한 걱정보다는 그냥 자신들에게 떨어질 돈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만 계속 걱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걸 이렇고 몸소 느끼고 있으려니 썩 좋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정말 더 큰일 벌어지기 전에 그냥 비키는게 좋을겁니다.”


난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눈빛과 위압감을 뿜어내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계속 막아선다면 억지로 뚫고 나가는 것도, 이들이 반응하기 전에 그냥 지나가버리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냥 이들이 정말 단순히 돈만을 바라고 이곳에서 일하는건지, 안젤라처럼 뭔가 다른 사람들인지 확실하게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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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8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5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7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4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7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5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5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5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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