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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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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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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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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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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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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39. 한계돌파

DUMMY

총격전의 여파에서 살아남은 사람중 비교적 가장 침착을 유지하고 있는 조직원에게 다가갔다. 이 자는 평범한 천의 얼굴 조직원들과는 조금 다른 간부의 위치 정도에 있는 인물인 듯 했다.


“무슨 일이야? 얼른 안나가면 다 터져버린다는거 못 들었어?”


조직원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납치할만한 조직의 일원이나 되는 사람이 하는 반응치고는 너무 미적지근한 감이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희는 같은 편이 아니었나?”


속박에서 풀려난 다른 팀의 리더가 조직원의 앞에 나서서 물었다. 괜히 자극하는 말은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는데 왜 끼어드는건지 모르겠다.


“방금 말을 듣고도 모르겠나? 우리는 버림받은거다. 그러게 내가 늘 저 자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보스한테 말했었거늘...”


간부 조직원은 굉장히 자조적인 말투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적이었던 우리에게 보일만한 태도는 아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서둘러서 꺼져라. 너희들을 여기에 묻어버리고도 싶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군.”


나를 포함하여 뒤에 있는 다른 팀의 일원들을 한번씩 흘겨보고는 표정을 찡그린 간부는 고개를 휙 돌리더니 우리에게서 신경을 끄고 다른 조직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혹시나 여기서 다 같이 죽자는 마인드로 덤벼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보낼거 같나? 얌전히 투항해라.”


구출된 다른 팀원들이 느닷없이 천의 얼굴 조직원들에게 총구를 겨누기 시작했다. 총은 압수당해서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죽은 조직원들 옆에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워서 무장한 모양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이 사람들아.’


당장 살아나가는 것도 다급한 상황인데 그렇게도 공훈이 중요한가?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이라 땅에 얼굴을 처박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같은 편끼리도 척을 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리더. 일단은 탈출부터 생각하시죠.”


“그래. 당장은 살고봐야 하지 않겠나?”


간단한 제지라도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그를 막아선 것은 또다른 팀들의 일원과 리더들이었다. 그들도 당장은 업무나 성과같은 것보다 살아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어차피 저들은 나가서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겁니다. 이미 충분히 와해된 것도 같구요.”


나는 이 사람들이 말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서 상황을 정리했다. 그제서야 총을 겨누던 다른 팀의 리더는 혀를 차면서 슬며시 총을 내려놓았다.


아차. 아야카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야카. 괜찮아?”


나는 곧바로 잠금장치가 풀린 나무판자에서 아야카를 풀어주고 상태를 살폈다.


“네. 괜찮은 것 같아요.”


꽤나 세게 붙잡혔는지 양쪽 손목이 멍이 들면서 부어오른 자국이 있었지만 다행히 뼈가 부러졌다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정도의 큰 상처는 없는 듯 했다.


“일단은 빠져나가면서 이야기 하자. 시간이 없어.”


벌써 천의 얼굴의 조직원들도 전부 이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서둘러서 나가야했다.


“아야카. 사람들을 빠져나갈 수 있게 안내해줄래?”


아야카에게 다른 팀들의 대피를 인솔하는 것을 부탁하고서 휴대전화를 꺼내 맹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현이 형! 어떻게 된거에요?


전화를 받은 맹화의 목소리는 굉장히 다급했다. 내가 멋대로 통신장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서 연락이 안되었으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가.


“일단 사람들은 다 구출했어. 그런데 지금 조금 긴박한 상황이라서. 차에 니콜라이 경감의 연락처가 적힌 쪽지가 있는데 그 사람한테 전화해서 서둘러서 이 아지트 주변을 전부 봉쇄하라고 해줄래?”


저 조직원들이 우리와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그냥 간 것과는 별개로 저들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인물들이었다. 이미 그 박사라는 인물이 우리의 정체를 알고 있고 접근하려는 의도까지 파악하고 있는 이상 이전에 박사와 접촉하고 있던 이 조직의 일원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그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으니까.


“할 수 있겠지 맹화?”


-알겠어요 형. 무사히 빠져나오세요.


맹화와의 전화를 끊고서 앞을 바라보자 케롤라인과 아야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두 사람 다 안면을 튼건가? 이게 평범한 상황이라면 조금 더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주었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했다.


“우리도 어서 나가자.”


아야카와 케롤라인의 등을 떠밀면서 서둘러서 뛰기 시작했다.


쿠과광!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이 건물 어딘가에서 설치되어 있던 폭탄이 터진 듯 했다. 이 아지트를 폭파시키겠다고 한 것은 역시 거짓말이 아니었나 보다. 여유를 부렸다간 무너지는 건물 잔해에 깔려서 그대로 저승길에 오를 수 있겠는걸.


“아야카. 너를 상대했던 각성자들은 몇 명이었어?”


“단순히 수만 세어보자면 20명 가까이 된 것 같고 그 중에서 독보적으로 강한 사람이 3명정도 있었어요. 그 보스였던 사람을 포함해서요.”


보스도 각성자였다고? 크라임이라고 하는 녀석에게 너무 허무하게 사망해버렸기에 그냥 지시만 내리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본인도 강했던건가.


“아니 잠깐만. 그 보스랑 아까전에 조직원들을 이끌던 그 녀석말고 한명이 더 있다고? 그 녀석은 어디에..”


의문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내에 풀렸다. 우리가 지나가려는 길목을 가로막고 서 있는 유독 존재감이 튀는 인물이 한명 보였기 때문이다.


“저 녀석이야? 그 강하다는 각성자 조직원이.”


“네. 저 사람이에요.”


일단 수적으로도 아야카가 열세였던 이유도 있겠지만 아야카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한다면 어지간한 각성자라도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현재 아야카는 케롤라인과 같이 의도적으로 내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 뜻은 남아있는 능력의 총량이 적거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겠지. 그래도 저 녀석도 목숨을 사람이라면 목숨을 잃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이봐. 지금 건물에 폭탄이 터지고 있다고. 우선은 나가는게 어때?”


아까 그 자리에 없었다면 지금 이 건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일단은 나가자고 하면서 회유를 한 다음 바깥에서 힘을 합쳐서 제압을 한다면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를 번뜩 정신차리게 한 것은 내 얼굴을 뭉그러뜨리는 묵직하고 단단한 저 녀석의 주먹이었다. 난 그 주먹에 맞고서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케롤라인과 아야카가 내 머리가 바닥에 충돌하기 전에 잘 보호해주었다.


“웃기고 앉았네. 너희들만 함부로 오지 않았으면 우리 보스가 그렇게 될 일은 없으셨다. 여기서 너희들을 묻어주마.”


한 명은 일단 남은 부하들을 챙기는 타입이었고 다른 한 명은 복수를 하는 타입이란건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꽤나 성가시지만 어쩔 수 없다.


“케롤라인. 아야카. 두 사람은 그대로 지나가. 내가 이 녀석을 맡고 있을테니까.”


“재현 오빠! 그렇지만..!”


아야카가 내가 단독으로 저 녀석을 상대하는 것은 조금 걱정이 되는지 나를 말리려고 하였지만 케롤라인이 아야카가 그 이상 말하지 못하게 하며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 자식들이 어딜가려고.”


“방금꺼에 대한 답례를 해줘야겠지?”


아야카과 케롤라인이 지나가려는 것을 방해하려고 하는 간부에게 빠르게 다가가서 턱 주가리를 정확히 올려쳤다. 간부가 무력화 된 틈을 타서 아야카와 케롤라인은 빠르게 길을 지나갔고 이제 이 길목에 서 있는 것은 나와 저 간부뿐이었다.


“네놈 하나 여기 묻어버리고 저 여자들 따라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거라고 생각하나?”


“무슨 소리야. 그 반대로 할건데.”


“실 없는 소리를 하는군. 일단 네놈이 나갈 공간을 완전히 막아놔야겠군.”


간부는 마치 이 상황을 준비하기라도 했다는 듯 무수히 많은 강철들을 생성해서 지나가야 하는 길목의 벽에 걸쳐 촘촘하게 설치했다. 이래서야 빠른 속도로 저 녀석을 따돌리고 지나간다는 방안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내가 왔던 길에도 똑같은 짓을 해놨기 때문에 사실상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강철을 마음대로 생성하고 부릴 수 있는 능력자인건가. 나는 최악의 가정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다시 한번 간부에게 빠르게 접근하여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아프다. 그야말로 철 덩어리에 스스로 자해를 시도한 것 마냥 커다란 고통이 발을 타고 내 뇌까지 전해졌다.


단순히 철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몸 자체가 강철로 변화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빠른 속도를 이용해 몸으로 떼워야 하는 나랑은 굉장히 상성이 좋지 않는 녀석이었다.


‘아야카가 나를 말리려고 했던게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아야카의 능력이 만전이었다면 오히려 이 녀석은 더 수월하게 잡았을 것이다. 아야카는 아마도 우리를 무시한 채 조직원들을 데리고 탈출한 그 간부와 이미 크라임에게 죽어버린 보스에게 밀렸던 것 같다.


“주먹이 솜털 같군.”


“몸이 강철인 녀석이 할 말이야? 양심이 없네.”


“양심이고 뭐고. 더 이상 네 같은 놈이랑 말장난 해줄 시간이 없군.”


촤자작!


바닥과 천장, 벽에서부터 철가시나 철판, 파이프등 온전히 나를 죽이려고 날아드는 철들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저것들을 피하는게 쉬운 건 절대 아니었다. 공간이 좁다보니 오히려 제대로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을 경우 회피한 장소에 새로운 철이 나를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치명상만 허용하지 않았을뿐 이미 나는 여러 유효타를 허용하며 점점 체력이 깎여나가는 중이었다.


푸슉!


“정말로 시시하군. 정말 그 전기를 사용하던 여자와 같은 동료가 맞나? 수준차이가 극심하군.”


간부녀석의 중얼거리는 말과 함께 아래를 쳐다본다. 서늘한 감각. 내 배에 맞닿아 있는 낯선 감각을 느끼며 날카로운 철의 날붙이가 내 배를 꿰뚫은 광경을 쳐다본다. 관통당한 부위에서부터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날붙이를 내 몸에서 뽑아내자 피가 뭉텅이로 한번에 쏟아졌다.


몸에서 힘이 빠져가고 시야는 점점 까매진다. 자세가 무너지고 난 제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당장이라도 바닥으로 쓰러질 것 같았지만 벼랑에 몰린 의식을 간신히 붙잡았다.


희미하게 나에게 등을 보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녀석의 뒤통수가 보인다. 갑자기 다시 몸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분명 피는 많이 흘러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야 할텐데 어째선지 다시 힘이 났다.


녀석이 나에게 날린 수많은 철중 끝부분이 날카로운 철의 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아직 내가 일어난 것을 눈치채지 못한 뒤통수를 노리며 달려나갔다. 이때까지의 내 속도와는 궤를 달리하는, 음속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속도였다. 내달리는 나의 발소리를 듣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난 녀석의 바로 앞에 도달해 있었다.


살을 뚫고 지나가는 부드러운 감각이 아니라 날카로운 금속을 찌그러뜨리고 부순다는 묵직한 느낌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내 창은 정확하게 간부의 몸통을 꿰뚫었다. 강철과 같은 몸에서 흐르는건 여전히 피라는 것이 이질감이 들었다.


녀석은 무언가 말을 남기려고 하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의표를 제대로 찔린 듯 표정의 변화조차 없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


‘이겼다.’


솔직히 운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나를 완전하게 물로 보고 있던 저 간부 녀석은 그다지 힘을 크게 쏟지 않는 상태였고 난 그 순간을 노리고 들어가 완벽하게 허를 찌른 셈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내가 이런 식으로 나왔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저 녀석의 몸통을 꿰뚫는 바로 그 순간에도 녀석의 손에는 날카로운 철의 창이 내 머리 바로 옆까지 다가와 있었다. 충분히 대응할 여력이 남아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이겼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과 함께 활기가 돌던 전신에서 다시 힘이 쭉 빠졌다. 그렇게 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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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6 2 12쪽
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8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5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7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4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7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 039. 한계돌파 +1 20.11.17 395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5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5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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