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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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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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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61. 기적의 치유사

DUMMY

“...봐요!”


무슨 소리지...?


“...이봐요! 정신 좀 차려봐요!”


가려진 시야 때문에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귓가에서 커다랗게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툭툭. 내 얼굴을 가볍게 건드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설마 날 부르는건가? 이게 말로만 듣던 사후세계인가 생각해보며 난 무거운 눈꺼풀을 들춰내 앞의 시야를 바라보았다.


‘이건...병실인데?’


내가 눕혀져있는 것은 사후세계의 재질도 알 수 없을 차가운 바닥이 아니라, 매끈하고 뭉툭한 병실의 하얀시트로 덮여진 병실침대였다. 조촐해보이면서도 수수한 색들로 채워진 방의 색감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편안한 색들 위주로 배치된 것이 눈에 보였다.


“아.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많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내 침대 바로 옆에는 얼굴도 처음 보는 남자가 앉아서 내가 깨어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일단은 지금 상황에 대해서 조금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데 말이죠. 분명 난 그 자리에서 죽었던 것이 아니었나? 그 상황에서 병원으로 실려왔다고 해도 절대 살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


“남재현씨. 대한민국 국적에서 각성자들을 잡는 기관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 소속이시고 지금은 잠시 중국,일본과 연합한 한중일 연합의 소속으로 팀을 하나 꾸리셔서 활동하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나요?”


“....맞습니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최소한 이렇게 날 데려와서 치료까지 해줄 정도면 마냥 악인같지는 않았다. 날 살려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또다른 속셈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건 조금 나중에 생각해볼 문제였다.


“저를 어떻게 살린겁니까? 제 입으로 말하긴 좀 뭐하지만 완전히 다 죽어가는 상황이었을텐데요.”


현대 의학기술이 그 정도로 발전했다면 정말로 엄청난 것이었고, 의료기술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날 살린 것이라면 그것대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죠. 그야말로 아주 처참한 상황이었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살릴 수 없을 정도로 아주 큰일인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이곳 수도병원에는 죽기 직전의 상처도 완전히 극복하고 치유해주시는 그분이 계십니다.”


“그분이라 하면...?”


내 앞에 앉은 남자의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던 와중,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병실의 문이 열리면서 어떤 한 여성이 들어왔다.


다소 나이가 있어보이는 밝은 청색의 수녀복을 입은 온화한 인상의 여성이, 흰색으로만 이루어진 수녀복을 입은 두 명의 신도처럼 보이는 인물들과 함께였다.


“무사히 치료되셔서 다행입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저로써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거든요.”


“지금까지 안젤라님이 치유하지 못한 대상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가운데의 여성이 나긋나긋한 인상으로 나의 안전을 살피자 침대옆 의자에 앉아있던 남성이 그 여성에게 최대한 아부를 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저 여자가 지니는 지위가 꽤나 높은 듯 했다.


‘잠깐만. 안젤라라고?’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익숙한 이름.


‘그래. 그 망할 자식이 꺼냈던 이름이 안젤라라고 했었지.’


신의 기적을 일으키는 정도라고 불렸던 인물. 케롤라인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해결책에서 언급되었던 인물이었다.


“잠깐 이분하고 단 둘이서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다들 잠깐 나가주실 수 있나요?”


안젤라라고 불린 여성은 다른 사람들에게 병실에서 나가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따라들어온 2명은 물론이고 원래 병실에 앉아있던 사람도 다소 당황스러운 기색을 비추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사람은 일반인도 아니고 각성자입니다. 혹시라도 수녀장님의 목숨을 알아보고 피해를 입히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기요. 다 들려요 이 사람아. 그런 이야기를 할거면 아예 안들리게라도 하던가.


“아니에요. 이분은 그렇게 악한 인물로 보이시지 않아요.”


“그런걸 어떻게 아십니까? 또 사람의 눈을 보면 아신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그 이야기입니다.”


“하...안젤라님이 괜찮다고 한 인물중에 상당수가 안젤라님을 붙잡고 늘 협박했었다는건 알고 그러시는거죠?”


“그 사람들도 원래는 착한 사람들이었을겁니다. 제가 위험해진다면 부를테니 걱정말고 나가보세요.”


“....알겠습니다.”


남자는 잠깐 못마땅하다는 듯이 나를 흘겨보더니 안젤라와 같이 들어온 2명의 여성 수녀를 데리고 그대로 병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막 깨어났을때는 그렇게 살갑게 대하더니 갑자기 한 것도 없는 나에게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 꽤나 기분이 별로인데.


병실의 문이 닫히고 안젤라는 남자가 앉아있던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서 잠깐동안 아무런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가 궁금했던 나는 먼저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별건 아니구요. 체내의 상태도 완전히 괜찮아졌는지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얼굴만 본다고 그런것도 확인이 가능합니까?”


“신이 제게 주신 기적의 힘 덕분이죠.”


“기적의 힘이라고 하면...?”


난 이 여자가 나를 치료한 사람이 정말 맞는지, 맞다면 어떻게 다 죽어가던 나를 살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아니 잠깐만. 그전에 확인할게 한가지 있다.


“혹시 그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을 찾지 못했습니까? 중고등학생 정도 된 아이들입니다.”


아야카가 맹화와 맹연을 데리고 놀이공원 바깥으로 잘 나갔다면, 지금쯤 연락이 없는 나에게 연락을 넣었을 것이다.


“저와 일행들이 도착했을 땐 가지고 계신 휴대전화나 무전기는 완전히 파손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놀이공원 전체를 뒤져보았지만 시민 생존자는 보았어도 따로 일행을 찾고 있는 아이들은 보지 못했어요.”


“그렇습니까...”


당장 연락이 안된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놀이공원 내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사히 놀이공원 바깥으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남재현씨는 제가 당신을 어떻게 살렸는지 알고 싶으실 겁니다. 그렇죠?”


“그렇습니다.”


“방금도 말했듯이 전 신이 내려주신 기적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간에선 이런 종류의 힘을 갑작스레 얻게된 자들을 각성자라고 부른다고 하니,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저도 각성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건 대강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치유하는 계열의 각성자들은 그 위력도 굉장히 미미할뿐더러, 각성자 본인의 체력부담이 심해서 잘 나서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이건 한국에 있을 때 강민정으로부터 여러 각성자들에 관해 배울 때 들었던 정보였다. 언뜻 봐서는 현대 의학을 뛰어넘는 엄청난 치유 능력을 지닌 각성자들이 판을 치고 다닐 것 같지만, 다른 능력과 달리 치유 능력은 다루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발전시키는 것도 힘들어서 정말 사소한 상처를 치료하는 것 정도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입었던 상처는 곧바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치명상이었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데려올 때까지 내 숨을 붙여놓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을거다.


“보통은 그렇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릅니다. 좋은 예시를 하나 보여드리죠.”


안젤라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뒤편에 있는 진열장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병실안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흰색 대야에 물을 받아오더니, 진열장에서 꺼낸 것을 그대로 물속으로 부어버렸다.


맑고 투명했던 물의 색이 마치 검은색 먹물을 부어버린 것처럼 탁해져버렸다.


뒤이어서 안젤라는 이미 더러워진 물에 손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그러자, 신기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젤라가 부었던 정체불명의 액체가 완전히 정화되는 것처럼 물의 색이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아가기 시작하더니, 원래 지니고 있던 맑고 투명함을 되찾았다.


“저는 상처를 완전히 재생하고, 정화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미 죽은 생명을 다시 살리는 것은 어렵지만, 아직 숨이 붙어있다면 제가 살릴 수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상처를 재생하는 광경을 본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엄청났다.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 일부러 상처를 낼까도 생각했지만 나를 애써 치료해줬다는 사람 앞에서 그런 해괴망측한 짓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금 나는 이 사람에게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표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내 잘못된 선택들과 한심함으로 인해서 그대로 죽었을 상황을 모면시켜준 인물이다. 그대로 죽었다면 난 케롤라인을 볼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죽어가던 타이밍에 딱 맞춰서 등장한 것이 살짝 의심이 가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상관은 없다. 목숨을 살려준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말이다.


“괜찮아요. 세상에 가치없는 목숨은 없으며, 늘 그분의 가호와 함께 살아갈 자격이 있습니다.”


저 하늘을 찌를듯한 신앙심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강요할 생각만 없다면 크게 상관할 바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역시 확인은 해두는게 좋겠지.’


“그런데 놀이공원에는 왜 가신겁니까? 설마 놀려고 가셨던 것은 아닐테구요.”


“저도 가끔은 놀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답니다.”


“그렇습니까?”


안젤라는 내가 놀이공원 같은 것과는 전혀 관련없을 거라고 단정짓자 조금 씁쓸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뿌리깊은 종교인들은 저런 것도 안할거라고 생각한 내가 너무 고정 관념이었던건가. 저런 표정을 지으면 너무 미안해지는데.


“농담입니다. 아이들을 인솔해서 가끔 갈 때도 있긴 하지만 제가 즐기고 싶어서 가는 일은 별로 없죠.”


취소다. 내 미안함을 돌려내라고 이 사람아.


“미국 정부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한중일 연합측에서 파견된 인원들이 그 놀이공원에 가 있는 상태인데 그들을 찾아서 구출하는 겸, 시민들까지 구해내라고 하더군요.”


“정부와도 연줄이 있습니까?”


“이런 능력은 높으신 분들일수록 더욱 갈망하는 법이니까요.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금 지원도 받아서 아이들에게 사용하기 좋기 때문에 거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냥 신앙심만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용할 건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네. 별로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꽤나 가치가 높은 저 능력으로 자신의 욕심을 취하기보다는 남을 위해서 사용한다는 점에 있어서 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위인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정부의 부탁을 받아서 저를 찾으러 오셨었다는거군요.”


“맞아요. 남재현씨를 치료하기도 했지만 다른 다친 사람들도 도와드릴 수 있었으니 의미있던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저 말고도 그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신겁니까?”


“물론 저도 체력이 있으니 다 치료하지는 못했지만, 정도가 심각하신 분들은 주로 제가 치료했습니다. 의료기술을 사용하는 것보다 제가 하는게 고통도 덜하고 더 확실하니까요.”


‘정말로 엄청난데 이 사람?’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판타지 세계에서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치유사를 현실로 재현한다면 딱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심성도 너무 심하다고 할 정도로 착하니 정말 신이 내린 사람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아까 나간 사람들이 왜 이 사람을 걱정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이 사람. 어디가서 뒤통수를 맞기 아주 좋은 타입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안젤라는 나를 보면서 아까와 같은 온화한 표정을 계속 짓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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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6 2 12쪽
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3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7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5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0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6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7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4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8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7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0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1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7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4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5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5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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