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512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11 00:42
조회
183
추천
2
글자
12쪽

062. 기적의 치유사(2)

DUMMY

“팀원분들과 상부측에는 저희측에서 따로 연락을 넣어둘테니, 그동안은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잠시동안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던 안젤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쉴때는 혼자 편하게 쉬고 싶으실테니까요. 게다가 저도 할 일이 있으니 이만 가봐야 하구요. 혹시 불편하게 있거나 원하시는게 있으면 바깥에 사람이 대기하고 있으니 언제든 부탁하시면 될거에요.”


“아...네.”


처음 만난 사이에 베푸는 친절치고 아주 과분한 친절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미 대화내용들을 통해서 선한 사람이란 것을 다 알게 되었음에도 놀라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안젤라가 내가 누워있는 병실을 빠져나가고 이제 병실엔 나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난 손을 쥐었다 펴보기도 하고 다리는 제대로 움직이는 지 침대위에 앉아서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기도 했다.


정말 목숨이 위험했던 상황들이 안 좋았던 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몸 상태는 아주 양호했다. 오히려 다치기 전의 상태보다 더욱 건강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저런 말도 안되는 각성자가 있었을 줄이야.”


안젤라가 지닌 능력은 직접 본인이 싸우는 데에는 활용할 수 없지만, 활용적인 면에 있어서는 능력 등급을 절대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많은 사람을 치유했다는 것만 봐도 사용횟수도 여타 치유 능력자들과 비교해서 훨씬 많은 것 같았고 특별히 자신의 몸이 크게 아픈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각성자들은 그 사람이 쓰는 능력 종류와 관계없이 전부 능력에 제약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나처럼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쓰려고 하면 몸 전체에 부담이 오는 편이고, 아야카처럼 하루에 쓸 수 있는 능력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사람도 있다.


여타 치유 능력을 쓰는 각성자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인 능력을 지녔으면서 아무런 부담없이 능력을 사용한다는건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의 비밀이 있을 것 같았다.


“뭐. 내가 깊게 신경쓸 건 아닌가.”


본인이 그 문제로 나한테 상담이라도 해온다면 모를까, 괜히 내가 참견하는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닐 것이다. 그저 나를 치료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좀이 쑤시는데 잠깐 나가볼까.”


안젤라는 쉬는 것이 좋을 것 같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내 몸 상태는 더 이상의 휴식은 무의미할 정도로 굉장히 쾌적한 상태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정말 안젤라가 말했던대로 병실 밖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


“잠깐 바람 좀 쐴려구요. 안됩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대신 이걸 가져가주시죠.”


바깥을 지키고 있던 이 사람은 나에게 십자가로 된 목걸이를 하나 건네주었다.


“이 수도원의 손님이라는 표시입니다. 이것을 쓰고 돌아다니시면 괜한 분란에 휘말리지 않으실 수 있을겁니다.”


“분란이요?”


“이 수도원은 수녀장님의 능력을 보고 찾아오는 무뢰한들과 잡배들이 많은 편입니다. 잘못하면 그들과 엮이실 수도 있죠.”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문제 일으키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사사로운 문제를 만들고 다니는 건 나 역시 사양이다. 난 최대한 평화롭게 살고 싶으니까 말이다.


“다행이군요. 그러면 잘 다녀오십시오.”


이 목걸이를 나에게 전달해주는 것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사람은 나를 따라온다는 소리 같은 것은 일체하지 않았다. 내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소리였다. 애초에 난 여기에 감금당한 것이 아니니까 자유 행동을 보장해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행위가 아니긴 했지만, 사람이 따라붙으면 괜히 압박당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았기에 나로서는 굉장히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있던 병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니, 이곳은 수도원이라기보다는 정말로 평범한 병원 같다는 느낌이 풍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이 1층에서 접수대를 관리하는 간호사처럼 보이는 여성에게 그것에 대해서 질문했다.


“외부에서 온 손님이시군요. 저희 수도원은 본 수도원 외에도 급식소, 병원, 체육 시설등 다양한 장소가 만들어져 있답니다. 여긴 저희 수도원 소속의 병원이며, 위급 환자에 한해서 치료비를 무료로 받고 있습니다.”


“치료비가 무료라구요? 그러면 저도 따로 치료비를 안내나요?”


“성함이...남재현시 맞으시죠? 네. 치료비는 이미 0원으로 되어있습니다.”


내 목숨을 살려준 치유였으니 당연히 돈은 얼마를 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는데, 돈까지 안받는다는건 단순히 착한걸 넘어서 거의 호구가 아닌가? 돈이 없는 사정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혜택이라고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내가 혜택을 받았다는 건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물론 혜택을 항상 받을 수 있는건 아니에요.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수도원의 일원이 아니라면 딱 한번밖에 없거든요.”


딱 한번이라. 물론 이것도 엄청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돈이 조금 있는 사람들이야 건강만 챙길 수 있다면 억만금이라도 쏟아붓겠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병원비를 제대로 내지 못해서 힘들때가 많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정말 엄청난 대인배같은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궁금증은 해결되셨나요?”


“아...네. 해결됐습니다.”


궁금증 자체는 해결되었지만 이 수도원이 엄청난 곳이라는 인식만 더욱 강해졌을 뿐이었다.


#


수도원의 병원을 나와 바깥으로 나온 나는 병원뿐만이 아니라 그 간호사가 소개해줬던 다양한 종류의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꽤나 커다란 부지임에도 주변에 이 수도원과 수도원 소속 건물들 빼고는 전부 자연에 둘러쌓인 곳이어서인지 아주 평화롭고 싱그러운 풍경들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난 병원앞에 널찍한 공간에 비치된 산책로 사이사이에 놓여져 있는 벤치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이대로 다시 병실에 들어가는 것보다야 시원한 바깥공기를 쐬면서 주변 풍경을 구경하는 맛이 나름대로 쏠쏠했기 때문이다.


“콜라나 한잔 마실까.”


벤치들 옆에 딱 눈길이 가도록 세워져 있는 자판기로 다가가서 자판기에 돈을 넣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나는 텅텅 비어버린 주머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난 병실에 왔을 때부터 내가 원래 입고 있던 옷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지갑은 분실한건지 안젤라가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 옷 주머니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콜라는 포기해야겠네.’


마시고 싶은 기분이긴 했지만 콜라 한잔 못 먹는다고 큰 문제가 될 건 없었기에 난 돌아서서 그대로 병원으로 들어가 정수기로 물이라도 마실 생각이었다.


“아저씨. 제가 콜라 하나 사드릴까요?”


날 아저씨라 부르는 소리에 난 무의식적으로 맹연을 떠올렸지만, 맹연의 목소리와는 다른 파릇파릇한 아이의 목소리였다.


날 불러세운 목소리의 정체는 이제 딱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남자아이였다.


“용돈도 별로 없을텐데 처음 보는 아저씨한테 콜라를 사줘도 괜찮겠어?”


“네. 수녀님들이 곤란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했어요. 아저씨 콜라가 드시고 싶은데 지갑을 모르고 안가지고 나오신거죠?”


“이야. 예리한데.”


난 아이를 대견스럽게 칭찬하면서 슬며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저도 음료수 사는김에 아저씨것도 하나 사드릴게요! 대신에 저 위에 콜라버튼을 두 번 눌러주세요.”


‘아하. 이 녀석. 그런 속셈이 있었구나.’


뭐 속셈이라고 해봤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뿐더러, 저 아이가 나쁜 일을 꾸미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버튼 한번 대신 눌러주는 것으로 음료수를 얻어마실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에 가까웠다.


아이가 지폐를 두 장 집어넣었고, 나는 콜라에 해당되는 버튼을 두 번 누르며 콜라 두 캔을 뽑아 하나는 아이에게, 다른 하나는 내가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아저씨.”


콜라를 받아든 꼬마는 나와 같은 벤치의 바로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곧바로 캔의 뚜껑을 열고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나도 꼬마가 마시는 모습을 보고 그 청량감을 빠르게 느끼고 싶어져서 콜라 캔의 뚜껑을 따고 바로 식도를 통해 콜라를 쓸어넘겼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텁텁함을 날려주는 톡 쏘는 느낌과 동시에 올라오는 단 맛의 짜릿함이 느껴지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콜라의 짜릿한 맛을 만끽했다.


“꼬마야. 너는 이 수도원에서 사는거야?”


같이 콜라를 마시게 된 것도 약간의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꼬마와 간단한 대화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먼저 질문을 시작했다.


“맞아요. 어릴 적에 부모님이 두분 다 돌아가셔서 이 수도원에 맡겨지게 됐어요.”


“아....”


부모님이 두분 다 돌아가신 것은 절대로 가벼운 사안이 아닐텐데도, 저 어린 나이의 아이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대견하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로 이제는 아무런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건지, 그저 나에게 최대한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건지는 잘 몰랐다.


“그래도 괜찮아요. 이 수도원에 있는 수녀님들이나 수도사님들 다 착하신 분들이니까요. 특히나 수녀장님이 가장 착하세요.”


“그래. 이곳은 정말 말도 안될 정도로 착하신 분들이 많지.”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좋게 말하면 천사들이 모인 곳이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사기나 통수를 당하기 딱 좋은 호구들이 모인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절대로 비하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여러 문제로 친구 관계를 끊는다는 소리도 많이 들리는 세상에 무조건적인 호의를 베풀면 뒤통수를 맞기 쉽다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물론 안젤라란 사람이 그 정도로 바보일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지.’


모든 사람이 다 평등하다는 것처럼 말한 안젤라였지만, 그녀 역시도 지켜야 할 주변 사람들과 장소가 있다. 만약 그녀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한다면 그녀가 보내는 호의적인 시선이 그녀가 생각하는 신의 의견을 따르는 천벌을 내리는 철퇴로 언제 바뀌어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맞다. 아저씨도 외부에서 온 사람이죠?”


“아. 너도 이 목걸이 보고 안거니?”


“네. 그런데 여기로 오는 길에 공터에서 조금 이상한 사람을 봤어요. 이곳에서는 외부에서 온 사람이면 항상 목에 외부인이라고 적힌 종이 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거나 아저씨처럼 목걸이를 받는데, 제가 이 수도원에서 살면서 처음 보는 이상한 가면 아저씨가 수도원으로 걸어가고 있어서 인사했더니, 저를 향해서 손만 몇 번 흔들더니 그대로 가버렸어요. 혹시 아저씨랑 아는 사이에요?”


“.....가면이라고?”


난 머릿속으로 불안한 생각을 돌이키며 마시고 있던 콜라캔을 꽉 쥐었다. 살짝 남아있던 콜라가 새어나와 내 손을 끈적하게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수도원 안내좀 해줄래? 수녀장님을 만나뵈러 가고 싶거든.”


지금은 그저 내가 생각한 그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바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자 수난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7 2 12쪽
»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4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8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2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6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9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8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5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8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4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3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6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1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5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6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6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1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