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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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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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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88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0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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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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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DUMMY

“으윽...어라? 재현오빠?”


아아카는 눈을 뜨고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저만치 앞에 있는 남재현을 발견했다. 그리고 아까전을 회상했다.


케롤라인과 힘을 합쳐서 살인마들을 무리없이 격퇴하고 있었지만 기괴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남자의 등장으로 인해서 처참하게 제압당하고, 살인마 일당에게 붙잡힌 뒤에 끊어졌던 의식.


정황상 남재현이 그 살인마들을 뚫고서 자신을 구해줬다는게 확실해보이는 상황이었다.


“일어났구나.”


아야카의 목소리를 듣고서 일어난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남재현은 뒤돌아서 아야카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케롤라인 언니는 어디 있어요?”


처음에는 케롤라인에게 존칭을 사용하면서 최대한 거리를 두었던 아야카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꽤나 친해진 상태였다. 자신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을 대할 때 거리감 없이 다가오려는 모습이 원래 신분과는 별개로 진실되게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


남재현은 아야카의 질문을 듣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야카는 그런 남재현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남재현은 원래 조금 말을 버벅거리거나 혼동하는 경우는 있어도 항상 대답은 하는 성격이다. 거기다가 아무리 살인마들을 다수 마주했다고는 하지만 평소의 남재현과 지금의 남재현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너무나도 심했다. 그냥 남재현의 탈을 쓴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몸은 좀 괜찮아?”


“네. 전 괜찮아요. 그보다 애들이나 케롤라인은 어떻게..”


“....애들은 잘 있어. 너를 풀어주면서 일어나는 동안 전화로 확인해봤거든. 그리고 케롤라인씨는.”


‘전화가 다시 되는구나.’


기절하기 전까지는 휴대전화가 먹통이었던 점을 떠올린 아야카는 다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 안도했다.


남재현은 침울한 표정으로 자신의 발치 아래 있던 하얀천을 들춰내었다. 그곳에는 이미 싸늘한 주검 상태가 되어있는 케롤라인이 누워있었다.


“...살인마들이 한 짓이에요?”


“아니. 뭐라 말하기 힘든 기괴한 가면을 쓴 남자가 한 짓이었어. 내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막을 수가 없더라고. 망할 자식이 강하긴 더럽게 강해서. 젠장.”


“....”


남재현은 주검이 되어버린 케롤라인에게 최대한 시선을 주지 않고 바닥에 깔린 돌멩이들만 이리저리 발로 찰 뿐이었다.


아야카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몰랐다. 케롤라인의 시체를 계속 바라보고 있기가 힘이 들었다.


일본 사령부의 일을 하면서 사람의 죽음은 나름대로 경험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접점이 그다지 없는 사람이 죽었단 소식만 접했을때와, 이제까지 계속 같이 다녀왔던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아야카는 최대한 충격받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현재 남재현의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보였기에 괜히 남재현에게 자극이 될만한 언행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분명 그 사람이야.’


남재현의 설명을 들은 아야카는 남재현이 마주했던 남자와 자신을 제압한 남자가 동일인물임을 알아챘다.


“아야카. 혹시 능력은 다 사용했어?”


“아니요. 최근에 계속 연습을 해서인지 능력의 총량도 더 늘어난 느낌이라서 아직은 꽤 여유가 있어요.”


“그래. 그러면 너는 먼저 애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놀이공원 관리사무실에 숨어있으라고 했거든.”


“돌아가라니...오빠는요? 같이 안가세요?”


주변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보니 이 주변 일대의 살인마들은 대부분 정리된 듯 싶었다. 그렇다면 어서 애들과 합류해서 남은 살인마들을 정리하고 경찰들을 불러서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아직 조금 해야 할 일이 있거든. 조금 걸릴거야. 만약 내가 너무 오래 안온다 싶으면 그냥 나를 두고 놀이공원을 빠져나가. 휴대전화로 경찰들한테 미리 전화해두면 좋고. 난 아직 안했으니까 말이야.”


묵묵히 할 말을 꺼내는 남재현의 모습은 어딘가 넋이 나가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눈에서도 활기가 빠져있었으며, 주변 풍경과는 별개로 굉장히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겨대어서 공기를 답답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가..”


입 밖으로 말을 내뱉으려던 아야카는 도로 입을 닫아버리고야 말았다.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가 무슨 일을 벌일지는 예상이 가지 않았지만, 이대로 남재현을 보낸다면 분명 원래 알고 있던 사람과는 완전히 동 떨어진 사람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


남재현의 눈빛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을 막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한껏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걱정하지 마.”


아야카를 남겨두고 그대로 걸어가는가 싶던 남재현이 잠깐 그 자리에 멈춰서서, 입을 열었다.


“반드시 다 없애버리고 돌아올테니까.”


“그게 무슨...”


미처 물어볼 틈도 없이 남재현은 재빠르게 광장을 벗어났다. 거둬진 천 사이로 드러난 케롤라인의 시체는 더 없이 슬퍼보였고, 아야카는 케롤라인이 다시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덮어져있던 천을 다시금 덮어주었다.


#


“젠장...”


아야카와 헤어진 나는 놀이공원을 샅샅이 뒤지면서 아직 남아있는 살인마들을 완전히 끝장내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였다면 되는대로 능력을 사용해가면서 빠르게 빠르게 처리했을텐데, 솔직히 아까 전에 그 기괴한 가면의 남자를 상대할 때 너무 무리한 것이 사실이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의식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릴 정도로 내상, 고통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렇게 무리하게 살인마들을 없애고 다니는 이유는 그 가면의 남자와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케롤라인을 살려주겠다는 제안이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판타지적인 제안은 들어오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안젤라라고 하는 치유사라면 신의 기적을 노려볼 수도 있겠다는 부가적인 설명을 얻긴 했지만, 그녀 역시도 죽은 생명을 살리긴 힘들거라는 말까지. 본인이 죽여놓고 그딴 이야기나 늘어놓고 있으니 정말 화딱지가 날 지경이었지만, 힘의 차이가 명확해 복수를 할 수도 없었다.


그 대신이라기엔 참으로 엿 같지만, 가면의 남자는 놀이공원에 남아있는 살인마들을 전부 처리하면 자신을 이길 수 있는 힘과, 자신을 죽일 기회를 주겠다는 미친 소리를 내뱉었다.


강해지게 해주겠다는 말은 귀에 껌딱지가 들어앉을 정도로 들어서 이제는 그냥 가벼운 헛소리 정도로 넘겼지만 두 번째 제안은 꽤나 솔깃했다. 정말 사실이라면 원통하게 죽은 케롤라인의 넋을 약간이라도 기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끼히히히히! 썰어버린다!”


“저리 꺼져!”


너무 많이 들어서 진절머리가 날 것 같은 전기톱 소리와 함께 삐에로 분장을 한 광대가 달려왔다.


무턱대고 달려오는 살인마의 공격을 왼쪽으로 몸을 꺾어서 피한 뒤, 철퇴를 휘둘러 그대로 머리통을 시원하게 갈겨버렸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쓰러진 삐에로 광대는 웃으면서 달려온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꼴불견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해서 아까처럼 여러명의 살인마들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을 할 순 없었지만, 이렇게 한명한명씩 살인마들을 제압하면서 명확하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아까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살인마들은 사람들을 여러번 죽여보기는 했어도, 기교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무서울 게 없다는 점이었다. 그들에 대한 공포감만 떨쳐내고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살인마들도 절대 감당하지 못할 상대들이 아니었다.


“헉,,,,허억,,,,”


아야카가 일어나는 동안 주변을 감시하면서 조금 쉬긴 했었지만, 그 정도의 휴식으로는 내가 입은 내상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몸을 쓰면 쓸수록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얼마나 남았지?”


놀이공원 안에 남은 살인마들을 다 잡으라고 해서 최대한 가지 않은 장소들 위주로 돌아다니고는 있지만, 살인마들이 같은 장소에만 머물러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해선 도저히 끝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로 그때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휴대전화를 보니 아야카의 번호가 찍혀있었다. 나는 그잠시 건물 구석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저에요. 지금 막 애들하고 합류했어요.


“다행이다. 가는 길은 어땠어?”


-살인마 한두명 정도랑 마주치긴 했는데 어렵지 않게 제압했어요. 사람들 비명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딱히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걸로 봐서는 대부분의 살인마는 이미 제압되었거나 놀이공원 밖으로 도망친 것으로 보여요.


그렇지. 살인마들을 포섭했던 그 남자가 손수 살인마를 대거 찢어놓는 말도 안되는 짓을 벌였으니 살인마들 역시 보상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중요시하고 도망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쪽 감시 카메라로 확인되는 인원들은 없어?”


놀이공원 관리 사무실에는 놀이공원의 여러 구역을 확인할 수 있는 감시 카메라가 있다. 신체를 가속할 수 없으니 움직이는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있던 장소를 알 수 있다면 뒤쫒아서 제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메라는 지금 맹화랑 맹연이가 계속 감시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딱히 포착된 사람이...어? 지금 막 살인마들이 줄 지어서 놀이공원 바깥 구역으로 나가고 있어요.


“몇 명 정도야.”


-못해도 10명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빠져나간 인원들과는 별개로 밖으로 시민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끔 지키고 있는 보초 2명도 따로 있는 것 같아요.


10명. 솔직히 자신은 없다. 그래도 2명의 보초 정도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이대로 그들을 보내서야 절대로 성에 차지 않았다.


“알겠어. 고맙다.”


-오빠. 몸조심하세요.


뚝. 아야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난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지금은 그만큼 시간이 중요했다.


#


“푸하악!”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땅을 짚었다. 입으로는 계속 피를 내뱉었고, 방금 베인 옆구리에서도 피가 시냇물 흐르듯 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놀이공원 바깥으로 나가는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살인마 2명과 대치해서 그 둘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조금 성급하게 행동한 탓에 큰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땅을 받치고 있던 팔조차 덜덜 떨리기 시작하더니 힘을 잃고 그대로 완전 접혀져 턱과 배, 다리가 완전히 땅과 맞닿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죽는다.’


딱 이 세글자가 머릿속으로 연상되었다. 너무 막나가는 생각을 했던 걸지도 모른다. 복수에 불타오르는 이 의지라면 능력을 쓰지 않아도 살인마들쯤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그렇게 허무하게 막혀서 사람 목숨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해놓고 그것 하나 자각하지 못해서 자만을 했던 것이다.


케롤라인의 성격에 절대 복수같은 걸 바라지도 않았을텐데 정말 나 스스로만 생각한 오만함이 불러온 결과였다. 전신에서 힘은 점점 빠져만 갔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한심을 털어내며 난 눈꺼풀을 완전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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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7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5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0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6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7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4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8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7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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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1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7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4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5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5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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