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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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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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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07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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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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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58. 광기의 놀이공원(5)

DUMMY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건데?”


나는 우선 저 남자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지금 이 상황을 주도한 자가 저 사람이라는 것부터가 좋은 인상을 가지기는 힘들었지만, 저렇게 한번에 수많은 살인마들을 죽여버릴 정도라면 저 자도 살인마들에게 그리 좋은 생각을 품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간단합니다. 제가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죠. 영웅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나 할까요?”


“영웅이라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지금 나를 데리고 영화라도 한편 찍겠다는건가?


“제가 장난이라고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하시는 같습니다만, 지금 이게 장난으로 보입니까?”


“....”


장난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참상을 목격하고도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제가 남재현씨에게 바라는 건 딱 한가지입니다. 저를 놀라게 할 행적들을 보여주세요. 그것뿐입니다.”


“굳이 나여야 하는 이유가 있어? 세상에 각성자들이라면 얼마든지 많잖아.”


저 남자가 왜 나한테 이렇게 집착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난 그냥 왜 생겨났는지도 모를 수많은 각성자들중 한명에 불과할 뿐인데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건지 이제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걸 지금 말해드리면 별로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제가 제시하는 것들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겁니다. 완수하시기만 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도 당연히 드릴거구요.”


“딱히 보상같은걸 바라지는 않는데 말이지.”


“그래서 결정하셨습니까?”


“결정을 해? 뭐를?”


아직도 뭐가 남은건가? 안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려는건지 이제는 예상도 가지 않았다.


“쪽지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당신과 같이 다니는 사람중 가장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죽게 될거라구요.”


‘그딴 헛소리가 정말로 사실이었다는건가?’


“그래서 지금 나보고 죽게 될 사람을 직접 고르라는거야?”


“그렇습니다.”


미쳤다. 이놈은 정말로 미친게 분명했다. 죽게 될 사람을 내 손으로 고르라는거잖아. 그것도 고작 나와 관련되었다는 어이없는 이유 때문에.


“안 골라. 아니. 절대 못 골라. 이 자리에서 나를 찢어죽이던 말던 맘대로 해. 난 끝까지 싸울거니까.”


저런 녀석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느니 승산은 얼마 없더라도 그냥 싸우는 편이 나았다. 이대로 두 사람중 한명을 고른다고 해도 저 녀석이 나머지 한명을 살려줄거라는 보장도 전혀 없을뿐더러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죽는 것은 원치 않았으니까.


“흐음. 그렇습니까? 이건 제가 생각했던 바와 조금 다른데요. 원래의 당신이었다면 당연히 한명을 골랐을 겁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의 목숨같은 건 그냥 내다버렸을 겁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멋대로 지껄이지 마.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러는거야?”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무언가 당신을 변화시켰나 보군요. 나쁘지 않은 변화입니다.”


기괴한 가면의 남자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손을 턱에 가져가 고민에 잠겨들었다. 이 틈에 두 사람을 구해내면..


“그러면 이렇게 하도록 하죠. 제가 기회를 한번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 두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드리도록 할거고, 그렇지 않다면 두 사람중 아무나 한명 내키는데로 제가 죽이겠습니다.”


“...말이나 해봐.”


저 남자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지만, 더 이상 그런 가능성들을 고민해봤자 나 스스로를 좀 먹을거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떤 제안일지는 모르지만 그 제안을 수행해낸다면 최소한 딴소리는 하지 않겠지.


“간단합니다. 저는 여기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겠습니다. 어떤 수단을 쓰던지 상관하지 않을테니 저에게 피해를 입히시면 됩니다. 단, 제한 시간은 10분입니다.”


“그래. 알겠어.”


저 녀석과 싸워서 이긴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한번 공격을 적중시키기만 해도 되는 내기였다. 아까 저 남자가 보인 말도 안되는 기행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자신은 벗어나지 않는다는 제약을 스스로에게 걸었고 반면에 난 아무런 수단도 제한받지 않았다. 몸을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나의 특징을 이용하여 저 남자가 반응하지도 못 하게끔 쉴새없이 몰아친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난 남자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바로 남자에게로 달려들었다. 온 정신력을 집중한 이 신체 가속은 평소와 비교해서 갑절 이상은 빨라진 스피드로, 천의 얼굴 아지트에서 철을 다루는 능력을 쓰던 간부를 제압할 때 냈던 속도와 맞먹는 정도였다.


아직 완전히 다루는 법을 익힌것도 아니고, 이동경로 전체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과 단순히 공간이동에 가까운 이형환위와 비교해도 더욱 깨질 것 같은 머리는 어쩔 수 없었지만 엄연히 현재 내가 낼 수 있는 전력급의 기술이라고 칭할만 했다.


“정말 짧은 순간이지만 인간의 신체로 음속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라. 멋지군요.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을지가 느껴집니다.”


‘말도 안돼.’


막혔다. 당연히 맞출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전방으로 내뻗었던 내 주먹은 남자의 가면 앞에 주먹 하나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막혀있었다. 알 수 없는 힘에 온 신체가 제압당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손을 휘두를 수도, 거둘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움직여. 움직이라고!’


속으로 크게 절규하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려고 애썼지만 그럴수록 내 몸을 붙잡고 있는 힘이 더욱 강하게 작용해왔고 이제는 온몸을 강하게 짓누르는 느낌까지 들었다.


“아까전에 왜 굳이 당신을 골랐냐고 물어봤었나요? 어차피 움직일 수 없을테니 그것에 대한 이야기나 조금 해드리도록 하죠.”


내가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는 마냥 가면의 남자는 아예 자리를 잡고서 편하게 앉아서 다리까지 꼬아버렸다. 사실 자리를 잡았다기도 애매한 것이 위치는 전혀 옮기지 않고, 마치 정말로 보이지 않는 투명의자에 앉은 듯이 허공에 앉아있을 뿐이었으니까. 저 모습이 굉장히 아니꼽게 느껴지긴 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뚫린 입이라고 막 지껄여대는 저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


“아직 남재현씨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당신은 정말로 발전 가능성이 뛰어난 인재입니다. 여타 각성자들과 감히 비교하는게 미안할 정도로 말이죠.”


‘저번에 크라임도 나에게 똑같은 소리를 하던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로 그 정도로 강할 수 있었다면 최소한 지금 저 남자에게 이렇게 빌빌거리고 있지는 않았겠지. 어떻게든 이 순간을 극복하고 저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갈겨버렸어야 한다.


“이 치사한 새끼야.. 이렇게 몸을 묶어두면 제한을 풀어둔 의미가 없잖아.”


이게 억지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저 남자는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말한 자신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말이라도 꺼내지 않고서야 너무나도 억울했다.


“흠. 그렇습니까? 이제 한 5분정도 지난 것 같은데, 그러면 저는 당신을 묶어두지 않겠습니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을테니 어디 한번 해보시죠.”


그 말과 동시에 내 몸을 구속하고 있던 힘들이 완전히 거둬졌다. 똑같은 자세로 한동안 있던 묶여있던 탓에 꽤나 몸 구석구석이 결리긴 했지만 지금은 풀려났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한다.’


난 남은 5분동안 저 남자를 완전히 죽일 생각으로 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허리춤의 홀스터에 넣어두었던 권총을 곧바로 꺼내들고 반대쪽 홀스터에서 소음기를 들고서 슬며시 권총에 장착시켰다. 케롤라인이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혹시 써야할지 모른다면서 총기를 하나 구매했고 소음기는 그녀를 통해 맞는 모델을 받았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총이라.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닐텐데요.”


내가 총을 꺼내든 것이 그리 탐닥치 않은지 가면의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상관없다. 난 저 남자가 뭐라고 하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죽여버릴 생각만 가득했다. 그러기 위해서 신체를 가속하는 범위도 아까처럼 내가 벌일 수 있는 최대치로 할 작정이었다.


난 그런 남자의 저런 행동들 따위 신경쓰지 않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총을 여러번 연사한 다음 총을 다시 재빨리 홀스터로 집어넣고 다음 행동으로 진행했다.


아까 물음표 가면의 남자가 던졌던 날붙이중에 그의 몸에 꽃히지 않고 미처 떨어진 것들이 바닥 군데군데에 떨어져 있었다. 난 그것을 회수하고 던지고, 회수하고 던지는 것을 반복했다.


단순반복적인 작업이었지만 그 속도는 마치 매체속에서 표현되는 닌자나 무협인들이 암기를 던질 때의 속도와 비견될 거라고 자신했다.


모든 날붙이들을 다 소진하고서 난 이곳까지 오면서 유용하게 사용했지만 적당한 곳에 던져놓았던 철퇴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 몸을 잠시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숙여 그 철퇴를 한손으로 쏙 집어들었다.


오른쪽으로 쏠리는 둔탁한 무게감과 철퇴 손잡이의 서늘한 감각이 오른손 전체에 느껴졌다. 그 철퇴를 들고 제자리를 박찬 나는 다시금 그 남자의 앞에 정면으로 도달해 있었다.


총을 통해 공기를 비집고 날아간 도색이 벗겨진 탄환들, 매서운 날과 무뎌진 날들이 합쳐진 다양한 종류의 날붙이들, 머리통을 완전히 깨부술 작정으로 휘두른 매섭게 움직이는 철퇴까지.


약간의 순서 차이가 있긴 했지만 내가 미칠듯한 정신력을 쏟아 신체를 한계까지 가속한 덕에 그것이 이루어지는 시간적인 차이는 별로 크게 나지 않았다.


“흠. 지금은 이게 딱 남재현씨의 한계군요.”


막혔다. 가면의 남자를 노리던 탄환도, 날붙이들도, 내가 휘두른 철퇴까지도 전부 가로막혔다. 그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그 힘도 소용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내 속도를 전부 간파했다. 내가 넘을 수 없다고 여기던 한계점을 두 번이나 넘으며 내보였던 음속의 속도는 아무런 의미없이 바래지고야 말았다.


“푸학!”


당장 터져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뜨겁고 깨질듯한 충격이 엄습한 머리와, 식도를 타고 올라와 끊임없이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혈흔들.


몸 상태가 이꼴이 되고서도 결국 난 저 남자에게 유효타를 전혀 입히지 못했다. 그 단계를 넘어서서 아예 위협 자체가 되지 못했다는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저랑 했던 약속은 기억하실 겁니다.”


“안돼...크학!”


난 계속 솓구쳐 올라오는 피를 뱉어내면서도 어떻게든 저 남자를 막아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 남자가 힘으로 막은게 아니었다.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내 신체가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안돼!”


내 절규가 광장에 널리 퍼졌지만 이 난리통에도 무슨 수를 쓴건지 케롤라인과 아야카 두 사람은 전혀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분이 좋겠군요.”


남자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얇은 단검을 뽑아 한명의 가슴에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칼을 꽃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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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7 2 12쪽
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8 3 11쪽
»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2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6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9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8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5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8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1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5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6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6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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