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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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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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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04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0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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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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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3. 과거를 보는 남자

DUMMY

“전직 특수부대원이 테러리스트가 된 것도 의문투성이인데..미국에 와서 제대로 알아낸 것도 하나 없단 말이지.”


우리가 미국에 도착한지도 벌써 2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박성태도 슬슬 건강을 되찾아 갈 정도로 시간이 흐른 상황이었지만 뭐 하나 제대로 알아낸 것이 없었다. 미국에서는 여러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긴 했지만 박사가 이끄는 조직에 대한 소식은커녕, 각성자와 연관된 소식을 듣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정보를 얻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무기력해져갔다. 특히나 미국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맹화는 그 특유의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하여 굉장히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다.


더 이상 이렇게만 있다간 좀이 쑤실 것 같던 나는 일단 무작정 애들을 데리고서 밖에 나왔다. 가만히 숙소에만 박혀있어봤자 어차피 뭘 조사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러시아에서처럼 탐문수사를 하는건 아니어도 적당히 바깥을 둘러보면서 기분전환이라도 하자는 생각이었다.


물론 애들은 내가 팀의 리더이다보니 마지 못해서 나온 눈치였고, 놀러나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놀러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것은 엉뚱한 사람이었다.


“왜 케롤라인씨가 여기까지 따라온거에요?”


“이미 같이 동거동락한 사이인데 뭘 그래요. 저희가 남인가요.”


‘네. 남인데요.’


나름 팀원들끼리 기분전환을 하자고 나온건데 설마 여기까지 따라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번 같이 싸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케롤라인의 신분과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너무 가까워지는 것은 난 여전히 사양이었다. 게다가 애들은 전부 축 처져있는데 본인 혼자 그렇게 들떠있으면 괜히 분위기가 더욱 이상해지잖아. 그래도 모두가 침체되어 있는 것보단 다행이려나.


“그나저나 재현씨치고 꽤나 놀러오기 좋은 곳을 골랐네요. 의외야.”


“뭐라고요?”


“이크.”


내가 조금 언성을 높이자 케롤라인은 금새 애들 사이로 몸을 숨겨버렸다.


우리가 온 곳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는 미국의 유명한 놀이공원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애들이 제대로 놀 수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 데려오면 기분이 바뀌면서 뭐라도 타거나 즐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애들의 상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심각했다.


‘그 테러리스트 대장을 상대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이건 이것대로 굉장한 문제란 말이지.’


애들이 저런 상태로 있는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에서 여러 고난들을 겪고 겨우 미국에 오자마자 또 그런 일들이 있은 뒤에는 아무런 성과조차 없으니 일에 제대로 의욕이 생길 리 만무했다. 그래도 팀을 이끄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털고 일어나서 다시 뭐라도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강했다.


한국의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일할때는 강민정이 항상 부족하던 나를 이끌어주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그 반대가 되어보니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이런 일을 하기에 역량이 굉장히 부족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껏 이런 곳까지 와놓고서 뭘 그렇게 심각한 표졍으로 고민해요? 지금 당장은 마음 편하게 먹고 즐겁게 놀아요.”


“그게 마음 먹은대로 되지가 않네요.”


“데려온 사람부터가 그런데 애들이 즐겁게 놀겠어요? 그러지말고요. 자.”


케롤라인은 언제 사온건지 양손에 솜사탕 여러개를 들고 오더니 그 중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너희들 것도 사왔어. 먹어봐.”


내것뿐만 아니라 애들한테도 전부 솜사탕을 나눠주는 케롤라인. 그보다 이전까지는 존댓말을 쓰는 것 같더니 어느새 말을 놓게 된거야?


저렇게 편안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긴장감이 풀리는 느낌과 함께 근심이 조금 덜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애들은 여전히 시무룩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케롤라인이 준 솜사탕을 거부하지는 않고 들고 먹는 것이 어미새에게 먹이를 받은 아기새 같았다.


약간은 풀어진 것 같으니까 이 기세를 몰아볼까.


“애들아. 이왕 이렇게 놀이공원에 왔으니까 자유롭게 놀아도 돼. 자유이용권이라서 제한도 없으니까. 아니면 우리 다같이 롤러코스터 같은거라도 탈까?”


흠칫. 롤러코스터라는 단어에 맹연이 고개를 들어 반응했다. 무언가 문제라도 있나?


“재현이 형. 연이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 타요.”


“그래?”


의외네. 놀이기구 같은 것쯤은 무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탈 줄 알았는데.


“아저씨. 방금 이상한 생각하셨죠.”


기분이 안좋은 상태여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귀신같이 알아채는 맹연이었다. 방심할래야 할 수가 없군.


“그러면 맹화가 같이 맹연이랑 다니면서 좀 놀고 있을래? 편하게 놀다가 너무 늦어진다 싶으면 내가 다시 부를게. 아야카도 두 사람하고 같이 다녀주면 좋겠고.”


“알겠어요 형. 솔직히 별로 놀고 싶은 기분은 아니지만..형이 생각해서 데리고 와주신거니까 최대한 재밌게 놀아볼게요.”


“저는 맹화랑 맹연이 다치지 않도록 옆에서 잘 봐줄게요.”


“아야카 너도 재밌게 놀아야지. 보호자 역할만 하는게 아니라.”


“그럼요. 알고 있어요.”


은근슬쩍 제대로 놀려고 하지 않는 아야카에게 추가로 한마디하자, 아야카는 약간 웃어보이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냥 한 말이 아니고 제대로 놀아서 기분을 좀 풀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렇게 3명을 보내고 나서 이제 남은건 나혼자..가 아니었다. 케롤라인 이 여자가 남아있었지.


“케롤라인씨도 다른 곳에 가서 좀 놀고 와도 되는데요?”


“놀이공원은 혼자 다녀봤자 재미없어요.”


“어차피 놀이기구 같은거 타실만한 분은 아니잖아요?”


“그건 맞지만요. 대신 저랑 조금 어울려주세요.”


“내가 왜..이봐요!”


케롤라인은 내 의사를 제대로 묻지도 않고 멋대로 팔을 붙잡고 이끌고 가기 시작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케롤라인이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그녀를 뿌리치고 빠르게 도주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하기도 싫었고, 케롤라인의 말대로 놀이공원을 혼자 활보해봤자 딱히 할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못 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가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케롤라인의 손에 이끌려서 가게 된 곳은 사람들이 조금 줄을 서 있는 곳이었다. 줄이라고 해봐야 롤러코스터 같이 1시간 단위로 기다리는 곳 정도로 긴 줄은 아니었고, 약 10쌍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까 다들 커플인 것 같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앞에 서 있는 10쌍의 사람들 모두가 남녀 1쌍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꽤나 서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마도 커플이 아닌가 싶었다.


“여기는 뭐하는 곳이에요?”


난 우선 케롤라인에게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물었다. 혹시라도 연애점이나 운세를 보는 곳이라고 한다면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갈 생각이었다. 그런 걸 여기서 이 여자랑 봐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다.


“여기는 대현자의 집이라고 하는 이 놀이공원에서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는데, 그 사람의 과거를 대현자가 전부 알아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까지 예측해주는 곳이래요.”


“과거를 알아보고 미래를 예측해준다고요?”


두 가지다 말이 안되는거 아닌가? 그래도 호기심이 들긴 했다. 과연 진짜 맞출 수 있는가부터 만약 정말로 과거를 맞춘다면 내 미래는 어떤 식으로 예측이 될 것인가.


원래는 아무 생각없이 이곳에 따라온 거였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까 조금은 기대가 되는 것 같다.


우리의 차례는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우리의 바로 앞에 있던 커플이 들어가고서 약 10분정도가 지난 무렵, 안쪽에서 들어오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안의 풍경은 예상하고 있던 모습과는 조금 딴판이었다. 밖에서만 봤을 때는 안에 한 유리구슬을 들고 있는 마녀가 앉아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점잖은 양복차림을 하고서 웃고 있는 표정의 가면을 쓴 중후한 느낌의 남성이었고, 그와 나의 사이를 가르고 있는 책상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다.


“어서오십시오. 두 분은 커플이십니까?”


“맞..”


“아니요.”


케롤라인이 헛소리를 하려는걸 자르고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 저 소리에 케롤라인이 먼저 대답했다고 해도 약간 곤란해진 것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냥 그런 오해를 받는 것 자체가 싫었다. 처음 봤을 땐 이런 인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러는건지 원.


“그러면 그냥 친구분이시군요. 저는 두 분이 지니고 계신 물건을 바탕으로 두 분의 이전 과거행적을 엿볼수 있습니다. 어떤 분이 먼저 하시겠습니까?”


가면을 쓴 남자는 아주 간단한 소개와 함께 나와 케롤라인중 누가 먼저 할지 지원자를 받았다. 내가 먼저 해도 상관없겠지만 난 우선 저 남자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를 알고 싶었기에 고개를 돌려 케롤라인을 바라봤다.


“제가 먼저 할게요.”


내 눈빛을 본 케롤라인은 나의 의사를 파악했는지 자신이 먼저 하겠다고 자원했다.


“알겠습니다. 지니고 계신 물건중 아무거나 하나 저에게 주시겠습니까? 어떠한 것이든 좋습니다.”


남자는 케롤라인이 지닌 물건중에서 어떤 것이든 좋으니 하나를 주라고 요구했다. 케롤라인이 무슨 물건을 줄지 조금 궁금해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케롤라인이 내민 물건은 나조차도 황당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녀가 공항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던 권총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사가 되지 않도록 탄창 부분을 뺀 상태에서 주었다는 것일까.


“권총이군요. 생긴 것도 꽤나 정교하고 비교적 묵직한 것이 진짜인 것 같습니다. 탄창을 빼서 저한테 주신 건 좋은 선택인거 같군요. 자칫하면 큰일이 날수도 있으니까요.”


가면의 남자는 케롤라인이 넘긴 총을 아주 담담하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총기 소지가 합법인 나라였다. 굳이 경찰이나 군인같은 요직업이 아니더라도 적합한 절차를 거친 사람이라면 총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할게 없는 곳이었다.


‘잠깐만. 그런데 저거 위험한거 아닌가?’


저 남자가 과거를 본다는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만약에 진짜라면 저 권총은 케롤라인이 러시아 정보국의 임무를 사용할 때의 과거도 담겨있을 것이다. 그런 걸 이렇게 놀이공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함부로 봐도 되는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는데 어차피 저 권총으로 만약 과거를 본다해도 중요한건 알 수 없을거에요. 중요 정보를 다룰 때는 권총을 소지하지 않았고, 혹시 다루었다고 해도 따로 암호같은걸로 전달했으니까요.”


케롤라인이 귓속말로 나의 의문을 단번에 씻어내주었다. 그러는 순간에도 남자는 케롤라인의 권총을 붙잡고서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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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7 2 12쪽
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8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6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8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5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8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5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6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6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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