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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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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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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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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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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46. 왜 여기 있는데

DUMMY

러시아에서 미국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는 과정은 조금 소란스러웠다. 맹화가 말했던 대로 비행기 화물칸에서 천의 얼굴의 남은 간부가 죽었던 사건 때문인지 비행기를 타는 사람에 대한 검열을 평소보다 더욱 강화했다고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총기류를 쓰지는 않지만 통신 장비 같은 것들이 검문소에서 걸려버리는 바람에 설명하고 통과하느라 조금 진땀을 뺐다. 맹화 맹연 남매가 러시아어를 사용할 줄 알아서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았다면 위쪽에 이야기해서 쉽게 통과하는 방법도 잘 먹히지 않았을거라고 한다.


복잡했던 과정들을 넘기고 러시아에서 미국까지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나와 애들은 오랜 시간 끝에 미국땅을 밟게 되었다. 처음 러시아에 도착할 때도 그랬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땅을 밟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기분을 들게 했다. 다만 여행을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운 새로운 곳에 대한 흥미로운 감각보다는 이번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 앞서게 되었다.


그런 마음들과 함께 도착한 미국에서 나는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을 다시 봐야만 했다.


“..왜 케롤라인씨가 여기 있는겁니까?”


분명 더 이상 같이 행동하는 건 양쪽에게 안좋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케롤라인에게 그만 가달라고 부탁했고 본인도 그것을 수락해서 깔끔하게 헤어진 줄 알았는데 왜 여기서 다시 보는거야?


“전 원래 미국에 있었다고 했잖아요. 여기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죠.”


아니요. 많이 이상한데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잖아.


“백번 양보해서 비슷한 시기에 같이 미국을 왔다고 칩시다. 그런데 여기까지 마중을 나와있는건 이상하잖아요.”


“제가 무슨 직업이신지 잊으신건 아니죠?”


“아.”


정보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러면 우리가 언제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하는 것쯤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러시아 안에서 러시아 정보국의 감시망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 우리가 숨어다니려고 했어도 금방 알아냈을거다.


“우리가 오는걸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알았으니까 이만 가봐요.”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전 꽤나 유능한 사람이라구요.”


“유능하고 뭐고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요? 명령이라도 받았어요?”


“아니요. 그 반대죠. SVR은 더 이상 그 조직에 대해서 깊게 관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잡았어요.”


“더 이상이라고 하면 원래는 그 조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거네요?”


“SVR뿐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 조직들이 그들을 주시했어요.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국제적인 범죄자들은 인터폴을 비롯해서 모든 국가의 조직들끼리 정보를 공유해서 잡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유럽 연합중 일부 국가들이 국민들의 아성을 이기지 못하고 한중일 연합에 직접적인 도움 요청까지 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도 모든 국가들이 간접적으로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죠.”


“그러면 그냥 모든 국가들이 힘을 합쳐서 그 조직을 잡으려고 노력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괜히 서로 눈치만 볼 바에는 서로 힘을 합쳐서 잡아내면 더욱 효율성은 적지 않을까. 그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수월할테고.


“그건 일반적인 이상론에 불과해요. 그 조직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거대한 범위로 활동하고 있고 규모도 범지구적이에요. 잡으려면 커다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자신의 국가가 위험한 것도 아닌데 어느 국가가 그러려고 할까요?”


난 할 말이 없어졌다. 충분히 그럴만 했기 때문이다. 내가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입장이더라도 그럴 것이다.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 커다란 손해를 감수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케롤라인씨는 그냥 개인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거라구요?”


“물론이죠. 여러분의 활동반경도 오로지 제 능력으로 알아낸거니까요.”


믿을만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그녀가 얻을만한 이득은 별로 없었다. 당장 상부의 명령은 어기고 있는 입장인데다가 박사의 조직에 소속된 이중스파이라는 가정을 세워봐도 케롤라인의 행동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하아..그럼 뭐 맘대로 해요. 따라오든지 말든지. 대신에 우리 팀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생기거나 우리를 배신했다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혹시라도 우리들의 뒤통수를 쳐먹을 생각이라면 난 저 여자를 완전히 묻어버릴 것이다. 내가 당하고 사는 건 절대 참을 수 없거든.


“그럴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저도 목숨은 아까운 사람이라구요.”


조심한다고는 하고 있지만 케롤라인의 표정으로 봐서는 나를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 듯 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건가.


“앞으로의 계획 같은거라도 있어요?”


“우선 그 죽었다는 천의 얼굴의 간부를 직접 확인할겁니다.”


러시아에서부터 주로 하는 일이 직접 시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이렇게 되니까 내가 장의사라도 된 것 같지만 나라고 좋아서 시체를 보는 건 절대 아니란 말이지. 그저 지금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확실하고 좋은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짐작이 있을 뿐이었다.


“담당자의 말로는 공항 관계자와 경찰측에 미리 언질을 해놓는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공항 관계자에게 가서 말하기만 하면 될거야. 잠깐만 있어봐.”


애들과 케롤라인에게 자리에 그대로 있어보라는 말을 남기고 난 공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을 따라갔다.


‘이 사람 걸음이 왜 이렇게 빠르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관계자에게 따라붙었지만 어째선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사람을 당황시키기 싫어서 쓰기는 싫었지만 난 결국 내 신체를 가속시켜 그를 추월했다.


“저기요. 뭣 좀 물어보겠습니다.”


“..뭡니까?”


추월당한 공항 관계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쾌활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굉장히 우중충한 인상이었다.


“저는 한중일 연합에서 파견된 한국의 남재현이라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 들어온 화물 비행기중에 사람이 죽은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뒀거든요.”


“아아. 그거라면 저쪽에 있는 직원이 잘 설명해줄겁니다. 저는 급하게 다른 할 일이 있거든요.”


“아하. 알겠습니다. 감사드려요.”


나에게 잠깐 붙잡혔던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걸어오고 있는 직원을 손으로 가리킨 다음에 다시 재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왠지 수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꽤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거나 중요한 일이라는게 화장실 같은 일일수도 있으므로 나는 방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사람이 가리켰던 직원에게로 다가와서 나는 똑같은 질문을 했다.


“아하. 이야기는 전해들었어요. 이것만 저쪽 물류창고에 전달하고 올테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실래요?”


이야기를 들은 공항 직원은 끌고 있던 카트를 재빠르게 끌고 가면서 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케롤라인과 애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재현이 형. 어떻게 됐어요?”


“잠깐만 기다리라는데. 공항 직원도 따로 할 일이 있을테니까 이 정도는 기다려야지.”


우리는 엄연히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불만을 가져서는 안된다. 아예 거절당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


위잉!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꺼내서 확인해보니 알지 못하는 연락처로부터 전화가 오고 있었다. 이런 전화는 받기 좀 그런데. 끊어야겠다.


“끊으면 그대로 저장해두세요. 제 연락처에요.”


케롤라인이 전화를 끊고서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있는 나의 얼굴에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그 화면에는 내 핸드폰 번호가 명확하게 찍혀있었다.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네요.”


정보국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번호 하나 알아내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지적해봤자 나만 더욱 피곤해질 뿐이다.


굳이 저장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지만 난 어째선지 무의식적으로 케롤라인의 번호를 저장했다. 어쩌면 저장해둬서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가시죠!”


할 일을 다 끝냈는지 텅 빈 손을 흔들며 우리를 향해 뛰어오고 있는 공항 직원을 바라봤다.


#


여러 공항 직원들을 지나치면서 우리는 비행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왜 일반인이 이곳을 들어오는건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들이 쏠리는 걸 느꼈지만 엄연히 허락을 받은 일이고 딱히 문제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기에요.”


화물을 싣는 비행기들이 모여있는 공간에 다다른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한 비행기에 가까이 다가섰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말씀드리고 올게요.”


공항의 직원은 비행기에 화물을 나르고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 다가가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도 그 시체에 관해서 양해를 구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야기를 끝마쳤는지 직원은 다시 우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잠시 이야기를 듣고 왔어요. 확인하고 싶으시다기에 전문인력이 파견되어서 최대한 온존시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장소까지 그대로 두기엔 비행기 하나를 계속 다루지 못하게 되니까요. 대신 장소 확인은 이따가 사진으로 드릴테니까 그걸로 확인해주세요. 그러면 절 따라오시죠.”


깔끔하게 설명을 마친 공항 직원은 우리를 끌고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시체를 보관하고 있다는 그 공간인가?


다시 공항 내부로 들어와서 도착한 곳은 꽤나 안락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다용도 목적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백색의 깔끔한 벽과 바닥에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 같은 여러 기구들과 침대 정도가 놓여져 있었고 침대위에 놓여진 사람의 형체 위에는 무언가 커다란 하얀 보자기가 씌워져 있었다.


“여기입니다. 지금은 잠시 시체를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네요. 그래도 확인을 끝마치시면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데려가서 자세하게 조사한 뒤에 적당히 화장될거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무덤을 찾을 유족도 없을거고 무덤을 만들어 줄 정도의 위인은 아니라고 들었으니까요.”


“그렇군요.”


이 자의 자세한 정체까지는 몰라도 대략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볼 일이 끝나시면 부르세요. 길이 복잡하니까 일이 끝나면 다시 원래 있던 곳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공항 직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시체가 누워있는 방을 빠져나갔다. 다시 데려다주는 것까지는 부탁하지 않았는데 꽤나 착한 사람이네.


“어쨌든 일단 우리가 온 목적인 시체부터 한번 확인해볼까? 아. 굳이 시체를 보고 싶지 않다면 너희도 나가있어도 돼.”


나는 애들의 눈과 비위를 걱정해서 먼저 물어봤지만 애들은 모두 담담하게 서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시체를 덮고 있는 하얀 천을 들춰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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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6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9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8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5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8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4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3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6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1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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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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