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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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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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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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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1.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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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0. 대장

DUMMY

군대에서 훈련 도중 수류탄을 제대로 던지지 못해서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 훈련을 직접 할 때에는 이걸 왜 던지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막상 던져보니 그때 그 병사의 심정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비록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던지는 그 직전까지도 후들거리는 손을 진정시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수류탄은 멋대로 내 손을 벗어나지 않고 말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테러리스트들이 뭉쳐있는 중앙에 안착했다.


“야. 저거 떨어진거 뭐야.”


“씨발. 당장 떨어져!”


투콰앙!


떨어진 수류탄의 정체를 알아채는 재빠르게 알아채는 테러리스트들도 있었지만 수류탄이 터지는 건 그들의 반응보다 훨씬 빨랐다.


소리가 꽤나 커서 다른 테러리스트들이 곧바로 달려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케롤라인이 그래도 상관없다고 하기도 했고 어차피 이곳까지 왔으면 들키지 않으면서 들어가는게 불가능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장 도와주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앞장서서 난장판이 되어버린 이곳을 그대로 지나가려 했지만 잠시 발길을 멈춰야 했다. 그 폭발속에서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테러리스트가 한명 있었기 때문이다. 케롤라인은 곧바로 그 자의 목숨을 확실히 끊어놓기 위해 권총을 들이밀었지만 나는 그 권총을 치우게 했다.


“잠깐 뭐 좀 물어보자.”


테러리스트는 간신히 의식을 붙잡고 있긴 했지만 제대로 몸을 가눌수도 없는 상태였다. 나를 향해 어떻게든 총을 겨누려고 노력하고 있는 게 보였지만 심각한 수전증에라도 걸린 것 마냥 팔의 중심을 제대로 유지하지도 못했다.


찰싹!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테러리스트에게 난 싸대기를 몇 대 갈겼다. 이미 다 죽어가는 녀석인데 의식을 조금이라도 깨우기 위해서 뺨 몇 대 정도 때리는 건 상관없잖아?


“좀 물어보자고. 일어나 인마.”


“꺼져라. 말해줄 것 따위 아무것도 없으니까.”


테러리스트는 다 죽어가면서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말해줄 것이 없다는 양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아군의 정보를 적에게 말하지는 않겠다는건가? 범죄자 주제에 신념같은거 챙기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그러면 그냥 얌전히 처박혀서 죽던가. 그리고 지금 네가 내가 뒤돌아보면 주머니에서 권총을 빼서 쏠거라는거 모를 줄 알아? 총 안 빼 이 새끼야?”


내가 말을 걸때부터 은근슬쩍 허벅지에 차고 있는 홀더쪽으로 손을 내뻗고 있는걸 모를 줄 안건가? 사람을 얼마나 호구러 보는건지 모르겠다.


“아아악!”


난 테러리스트의 팔을 붙잡고 꽈배기 돌리듯이 그대로 한바퀴 돌려버렸다. 미처 힘을 줘서 방어할 수도 없었을테고 애초에 팔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으니 팔이 완전히 돌아가버린 테러리스트는 연신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으으으윽!”


“시끄러.”


퍽.


“크아아!”


“시끄럽다고.”


퍽퍽!


“크헉...”


“귀 먹었냐? 시끄럽다고.”


빠각!


테러리스트의 입에서 약간의 소리라도 흘러나올 때마다 난 녀석의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왼쪽 뺨과 오른쪽 뺨 다음 인중에 정확하게 꽃힌 주먹을 맞았을 때부터 이미 테러리스트의 의식은 거의 끊어졌다. 찔끔 흘리는 비음 소리에 시끄럽다는 모순을 섞어 난 발차기로 테러리스트를 저 너머로 걷어버렸다. 코에서 뚝뚝 흐르는 피가 옷과 바닥을 적시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애들에게는 좀 보기 안좋은 모습이려나.


“괜히 시간만 허비했네요. 다들 갑시다.”


“그래요.”


내 말에 제대로 대답한 사람은 케롤라인밖에 없었다. 맹연이 내 말에 대꾸하지 않는건 일상이고 공항 직원이야 나라는 사람 자체가 낯설테니 이해가 되지만, 늘 나에게 웃음 지으며 달려오던 맹화나 나와 대화를 자주 하는 아야카가 저런 어두운 표정으로 가만히 있으니 내가 커다란 잘못이라도 저지른 기분이었다.


‘일단 지금은 할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고...나중에 한번 이야기해보는 수 밖에.’


이 상황에서 개인적인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지금 해야하는 일들을 끝내고 나중에 물어보기로 결정한 나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


공항 본 건물로 들어오고서 걸은지가 조금 지났는데도 우리를 막으러 오는 테러리스트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반대편으로 밀집되어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걸으니 어느새 우리는 공항 로비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공항 로비에는 인질로 붙잡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승객들과 여러 공항 직원들이 두꺼운 밧줄에 손발이 묶여있는 상태였다. 공항 직원은 냅다 달려가서 자신과 같은 직원들의 안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인질로 잡아두기만 했을 뿐 몸에 별다른 해코지를 하지는 않은 듯 싶었다.


“다른 테러리스트들은 어디로 갔나요?”


공항 직원과 케롤라인을 비롯한 아이들이 인질로 붙잡힌 사람들을 풀어주는 동안 난 원래였다면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 테러리스트들의 행방을 물었다.


“그들이라면 C동으로 단체로 몰려갔어요. 테러 사테가 일어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C동으로 도망갔는데 그들을 잡아들이기 위해서 총력을 동원한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우리는 손발이 이러니까 도망가지 못할거라는 생각이었겠지요.”


내 질문에 붙잡혀 있던 승객중 초로의 남자가 대답했다. 테러범들이 그렇게 단순한 놈들인가 싶었지만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놈들이 아무도 없으니 아무래도 사실이라고 보는게 맞겠지.


“그런데 인질이 이것밖에 없어요?”


테러리스트들 숫자가 엄청 많은 편은 아니다보니 공항 밖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을 완전히 akR을 수는 없었겠지만 무기를 가지고 위협했다면 최소한 세자리수는 넘는 정도의 인질이 붙잡혀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설마 테러리스트들이 도망가는 사람들 하나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그들을 잡으러 끌려간건 아닐텐데.


“인질의 대부분은 다른 곳에 있어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일뿐이에요.”


말을 꺼낸 것은 이제 막 밧줄에서 풀려나서 손목과 발목을 풀고 있는 한 아줌마였다. 무언가 알고 있는걸까?


“전 원래 비행기를 타려고 했던 승객이었는데 붙잡힌거에요. 아까 이곳으로 붙잡혀오면서 봤어요. 그들은 이곳 말고 대부분의 사람들을 다른 장소에 모아두고 있어요.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봤던거라 장소같은건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좁디 좁은 공간으로 한줄기 빛이 흘러들어오는 곳 같았어요.”


“설명이 너무 추상적인데...알겠나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를 도와준 공항 직원과 이제 막 풀려난 다른 공항 직원들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 없는 듯 했다.


“그러면 우리도 C동으로 가봐야 할까요?”


고민스러운 상황이었다. 지금 상황과 다른 인질들의 말을 들어보자면 이대로 C동을 향해 가는게 맞겠지만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저씨. 이 공항에도 항공기랑 화물기들을 수납하는 창고 같은 곳 있죠?”


“연이 너도 그 생각했구나. 나도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조용히 해 오빠. 질문중이잖아.”


“알았어...”


맹연과 맹화가 거의 동시에 무언가 짐작가는 것이 생긴 듯 공항 직원의 옷덜미를 잡아당기며 질문했다.


“그야 당연히 있습니다. 오늘은 원래 지금 시간대로라면 점검을 마치고 새롭게 이륙했어야 할 비행기들이 있기도 하죠.”


“그러면 그 비행기. 조종할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이륙할 수 있어요?”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만..비행기 조종은 절대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 충분한 훈련을 받고 지식이 있는 사람이 운전을 해야하고, 공항 관제 센터에서 이륙하기에 적합한 기상상황을 확인해주지 않고서야 안전한 이륙을 하는게 어려울겁니다. 게다가 설령 이륙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 어느 지역, 어느 나라의 항공기가 제대로 허가도 나지 않은 비행기의 착륙을 허가하겠습니까. 이때쯤이면 진작에 도착예정으로 되어있던 지역의 공항들에 다 연락을 해뒀을겁니다. 독안에 든 쥐 신세죠.”


“잠깐만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공항 직원이 한 이야기중 조금 신경쓰인 말이 있었는지 아야카는 다시 한번 더 말해줄 것을 요청했다.


“네? 독안에 든 쥐 신세라는거 말입니까?”


“아니요. 그 전에요.”


“도착예정인 공항들에 다 연락을 넣어뒀을거라고 했죠.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공항 직원의 말끝이 흐려졌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나도 그 말에 대한 위화감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맹화와 맹연, 케롤라인도 마찬가지였다.


“공항 전역과 그 주변까지 아야카의 능력이 제대로 미쳐서 전자기기 사용이 불가능했다고 한다면 연락을 넣을 수 있었을리 없겠지. 다행이라면 조종장치도 무용지물일테니 멍청한 놈들이 아닌 이상 비행기를 타고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겠고.”


까맣게 있고 있었다. 아야카의 EMP능력은 이 공항 전역에 아주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도 불편한 점이 많은 능력이었지만 대신 상대방들을 불편하게 한건 똑같았으니 능력값은 톡톡히 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 녀석들이 말한 EMP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제대로 발동시키지 않는 한 테러리스트들은 이 공항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러면 일단 C동으로 가서 남은 사람들을 구출...


“응? 뭐야. 혹시나 해서 와봤더니 웬 피라미 새끼들이 있었잖아.”


갑자기 공항 천장쪽에서 어떤 한 남자가 떨어졌다. 백발에 붉은 눈을 가진 다소 거친 인상의 남자였고 체격이 두텁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잔근육은 충분히 박혀있는 인물인 듯 했다. 여타 테러리스트들처럼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지는 않았고 단순히 양손에 너클을 끼고 있을 뿐이었지만, 근본적인 뭔가가 달랐다. 다른 테러리스트들보다 이 자가 훨씬 위험해보였다.


“움직이지 마!”


케롤라인이 갑작스레 등장한 남자에게 총을 겨눴다. 그녀답지 않게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는데 그가 이곳에 등장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소리를 듣는 능력이 먹히지 않은건가?


“총인가? 한번 쏴보시지.”


백발의 남자는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슬글슬금 케롤라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케롤라인은 그 모습을 그대로 봐줄 만큼 자비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곧바로 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커다란 총성과 함께 총구에서 여러 발의 탄환이 발사되며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강철의 남자처럼 몸이 강철화라도 되는건가? 아니면 보호막?’


총을 앞에 두고서도 저렇게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여유. 틀림없이 각성자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적이지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 녀석의 능력을 파악해둬야 나랑 싸울 때에도 미리 생각하고 대처법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말도 안되는 기행이었다.


“피했어?”


저 남자는 내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의 속도로 여러 회피 동작과 함께 총알을 아주 손쉽게 피해냈다. 그 속도는 능력을 제대로 쓰는 나하고 비등한, 그 이상인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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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6 2 12쪽
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8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5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7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4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7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4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5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5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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