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508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1.24 00:02
조회
282
추천
4
글자
11쪽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DUMMY

“한번 이야기해봐 맹화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맹화는 맹연보다는 아니지만 역시나 평범한 사람과는 궤를 달리하는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평소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최대한 수긍하고 믿는 쪽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는 맹화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알겠어요. 우선 한국,중국,일본이란 세 나라가 연합을 하게 된 이유부터 다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요.”


“이유? 그거야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 아니야?”


난 내가 알고 있는대로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다. 애초에 위쪽에서부터 그렇게 설명을 들었기도 했고.


“저도 처음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거에 관해서 조금 조사해봤어요.”


맹화는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나에게로 들이밀었다. 화면에는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펼쳐져 있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유럽의 국가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은 뭐야?”


“유럽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26개의 국가중 10개국을 표시해둔거에요. 이 10개의 국가들이 연합 회의를 통해 다른 곳의 국가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던게 조금 부풀려져서 유럽 전체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알려진거죠.”


“그래?”


“네. 참고로 러시아는 애초부터 유럽 연합 소속도 아니에요. 영토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다는 점도 있어서 순수한 유럽으로 보기는 힘들어요.”


그 점은 알고 있다. 그래서 난 유럽 연합과는 별개로 그냥 유럽의 국가들이 모두 모인 회의를 통해 다른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 조직에 대한 것도 전부 거짓말이라는거야?”


“아니요. 그건 엄연한 사실이에요. 무엇보다 형은 이미 확인하셨잖아요. 그 박사라는 사람과 그의 명을 따르던 하부 조직인 천의 얼굴들을요.”


그렇지. 내가 본 것이 단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전개만 아니라면 유럽 전체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그 조직이 번 듯이 활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어요. 그 조직이 유럽에서 활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그 실체는 유럽에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으음.”


일리는 있다. 조금 번거로움이 따르긴 하겠지만 소규모로 파견을 보낼 경우 오히려 덜미가 잡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그런데 그러면 콕 집어서 미국을 고른 이유가 있어?”


“그거에 대해선 확실하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어요. 단지 케롤라인씨를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러시아 정보국 소속의 요원이 미국에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다른 임무에 임하고 있던 걸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조직과 연관된 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잠시 러시아로 귀국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


맹화의 말은 조금 조잡하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완전히 엇나간 추론은 아니었다. 유럽을 공격하고서도 그들이 큰 위험부담을 가지지 않기 위한 좋은 위치로는 미국만한 곳은 없었다. 내가 맹화의 의견을 긴가민가 하고 있는 이유는 케롤라인이란 인물이 워낙 종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 경찰들의 반응도 확인했으니 그녀가 러시아 정보국의 일원인 것은 부정할 여지가 없으나 아무리 봐도 그녀는 러시아 정보국의 명령을 받고 행동하고 있는 인물치고는 행동이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띠리리링~


맹화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알림음이 울려대기 시작한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알아봐주셔서 고마워요.”


맹화는 아주 간단하게 전화기 너머에 있는 인물에게 답변을 하는 것으로 통화를 마치고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형. 탈출했다던 천의 얼굴의 간부가 있는 곳을 알아냈어요.”


“뭐라고?”


그 자의 행방은 아까 전까지만 해도 니콜라이 경감을 비롯한 러시아 경찰 인력도 모른다고 했었다. 맹화는 그런 걸 어떻게 알아낸거지?


“뻔하죠. 그 케롤라인이란 분한테 화 오빠가 따로 조사를 맡긴게 아닐까요? 이전에 둘이 무언가 대화를 나눴었거든요.”


맹연의 증언에 나는 맹화를 돌아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별다른 대꾸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맹연의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인 듯 했다.


“케롤라인이랑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나중에 물을게. 그래서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는데?”


맹화는 내 질문에 곧바로 답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서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죽었대요. 미국으로 향하는 공항 화물칸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거 같아요.”


#


그 뒤로는 굉장히 정신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담당자와 무전을 연결해서 곧 미국으로 갈거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난 분명 담당자가 우리들을 만류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할 시간대쯤에 맞춰서 우리를 도와줄 팀들을 미국으로 보내겠다는 말만을 하고 무전을 끊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꽤나 오랫동안 이용했던 숙소를 정리하고 공항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차를 두고 가야하나 싶었지만 차는 공항에 세워두면 알아서 현지에 있는 한중일 연합의 일원이 수거해간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난 거리낌 없이 애들을 뒤에 태우고 차를 출발시켰다.


공항에 가기에 앞서서 나는 잠시 경찰청에 들렀다. 이번에는 막히지 않기 위해서 신분증도 들어고왔지만 아까 나를 막아서던 경찰관들과는 달리 아주 수월하게 나를 들여보내 주었다. 내가 만나러 온다고 하니 니콜라이 경감이 나를 금방 통과시켜주라고 말을 했었다고 한다.


“여기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입구측에 놓여진 소파에 앉아서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니콜라이 경감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이곳에 니콜라이 경감을 만나러 온 이유는 단순했다. 전화를 통해서 사망했다고 전해들었던 토마스 안드레의 모습을 직접 한번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번에 화장실에서 시체를 봤을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혹시 정말로 시체 보는 것이 취미이십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을 정말 진심이라고 물어본 거라면 난 이 사람을 묻어버릴 자신이 있다. 정말이다.


“농담으로 한 말입니다. 이제 러시아를 뜨실 생각이라면서요?”


“맞아요. 대충 단서도 잡았고 천의 얼굴도 사라졌으니까요.”


“놀랐습니다. 저희 경찰청에서도 늘 골칫거리로 생각할 정도로 악질인 녀석들이었는데 말이죠. 더군다나 인질까지 딸려있는 상황이었으니 이겨내는게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상대한 전력들이라고 해봐야 천의 얼굴이란 조직에서 하급에 해당하는 졸개들 뿐이었다. 중심 전력들은 다 아야카에게 포진되었고 아야카는 결국 제압당했다. 그 박사라는 자와 크라임이 변덕만 부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완벽하게 죽었을 것이다.


“여기입니다.”


니콜라이 경감의 안내를 따라서 안으로 쭉 걸어들어왔다. 경찰청 건물의 내부이지만 이곳은 마치 병원처럼 백색으로 벽과 바닥이 도배되어 있고 코끝으로 약품냄새가 조금씩 나는 것 같았다.


니콜라이 경감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병원 침대처럼 보이는 곳에 여러 사람이 빙 둘러 있는 것이 보였다.


“다들 수고하는군. 이분이 시체를 좀 확인하고 싶다고 하여서. 괜찮겠지?”


니콜라이 경감은 물어봄과 동시에 대답도 듣지 않고 나와 함께 침대로 다가갔다. 나야 오히려 편하고 좋았지만 역시 부하에게는 나름 고압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스 안드레의 상태는 참혹했다. 눈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지금은 조금 붓기가 가라앉은 듯 했지만 여전히 몸이 바람 들어간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여러번 피를 토했는지 옷과 입가쪽에 굳어버린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별 수를 써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이미 모든 생체조직이 파괴되어가고 부풀어가는 끔찍한 상황이었다고 하는군요.”


“아마도 우리가 전에 봤었던 약물로 인해 벌어진 일이 맞는 것 같습니다.”


토마스 안드레의 시체가 누워있는 침대 주변에 있던 사람중 한명이 그렇게 주장했다. 자세히 보니 그는 이전에 맹연이 약물을 조사할 때 옆에서 도와줬던 인물인 듯 했다. 역시 맹연의 생각은 들어맞았던 건가.


“한번 붙잡히고 나니 그다지 반항하는 기색은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탈출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구요. 덕분에 저희야 편했지만 그렇게 주의를 주신 것 치고는 일반 범죄자들보다 반응이 미적지근해서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었지요.”


“중요한 말 같은 것도 하지 않았습니까?”


“딱히 중요한 말들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아, 그를 간호하는 간호사의 말에 나이차가 꽤 나는 여동생이 한명 있었다고 합니다.”


여동생이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 그런 타입인가? 물론 그 박사라는 인물이 보인 행보만 놓고 보자면 그가 부하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방법까지 쓸 인물은 아니었다. 다른 방법이 차고 넘칠텐데 굳이 번거로운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역시나 건질만한 정보는 없었다는 점이었다.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괜한 선택이었나. 괜히 시체를 봐서 기분만 더 착잡해진 느낌이다. 육중한 몸을 앞세워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가 병상에 싸늘하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 영 믿기지는 않았다.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측에는 잘 말씀드려놨어요.”


“하하. 굳이 그렇게 안해주셔도 되는데 말입니다. 도울 수 있으니 도왔을 뿐이지요.”


니콜라이 경감은 내가 그에 대해서 보고했다는 말을 듣고서 자신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하는 듯 했다. 그러나 실실 웃고 있는 표정과 갈 곳을 잃고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손을 보면 너무나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티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난 니콜라이 경감이란 개인을 좋게 말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경찰 전체를 말한거지만 니콜라이 경감도 엄연히 러시아 경찰의 일원중 한명이니 나는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 살펴가십시오.”


니콜라이 경감은 나를 배웅할 때 만큼은 다시 평소의 태도로 돌아와서 묵묵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서 고갯짓을 통해 자신의 부하를 통해 나에게 문서 파일을 전달했다. 도움이 별로 안될거란건 알았지만 토마스 안드레에 대해 기록한 문서들을 넣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로써 러시아는 안녕이군.’


다사다난한 일이 있었던 러시아. 내 첫 해외 출국 경험이었는데 나빴다면 매우 나빴고 평화롭게 보낸 순간들만 생각하면 마냥 나쁘만은 않았던 참으로 애매한 외국 경험이었다. 물론 목숨이 위험했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난 이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맹화의 직감이 제대로 들어맞는다면 미국에서 일어날 일들은 러시아에 못지 않게, 더욱 힘들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자 수난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7 2 12쪽
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8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2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6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9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8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5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8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3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1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5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6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6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1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