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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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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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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09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1.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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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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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DUMMY

“일단 케롤라인씨는 잠깐 다른 곳에서 머물러 주세요. 앞으로 계속 같이 행동할 수 있는지는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으니까요.”


“알겠어요. 그러면 실례하죠.”


약물과 주사기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케롤라인에게 나가달라고 이야기했다. 살짝 거부하거나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케롤라인은 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에 방을 빠져나갔다.


“아야카는 담당자한테 연락 한번만 넣어줄래? 러시아 정보국하고 잠깐 얽힌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한중일 연합은 유럽 연합 전체의 의견을 듣고서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 정보국인 케롤라인과 정보를 조금 공유한 것 가지고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높으신 분들의 생각은 또 다를 수 있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도움을 주고 받는 입장에서 사람들은 손익계산을 분명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특히나 국가간의 관계에서 그 점은 두드러진다. 언뜻 보기엔 사소할 수 있는 문제여도 윗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기에 여기서 그냥 따로 행동하는 편이 서로에게 더욱 편할지도 모른다.


“맹화랑 맹연이는 그 조사한 약물에 대한 정보만 따로 보관하고 있어줘. 아직 위쪽에 보고하지는 말고.”


러시아 경찰들이 일름보가 아닌 이상 벌써 이 약물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는 사실을 상층부에 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맹화와 맹연은 각자의 노트북에 조사했던 정보가 담긴 파일을 복사시키는 중이었고 난 그 모습을 앉아서 지켜보았다. 그때 아야카가 앉아있는 나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오빠. 일단 그 이야기는 해드렸는데 담당자분이 오빠하고도 할 말이 있어서 바꿔줬으면 한 대요.”


무슨 말을 할 생각인가 궁금해서 난 곧바로 무전기를 넘겨받았다.


“남재현입니다.”


-오랜만이군요 남재현씨. 죽을 위기를 겪으셨다고 하던데요.


“조금 위험하긴 했습니다만 팀원들이 잘 대처해준 덕분에 살았습니다. 러시아 경찰쪽에서도 협조를 잘 해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건 우리가 최대한 신경써서 말해뒀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그렇고 천의 얼굴 일당의 아지트에서 조사한 약품이 있다구요?


‘니콜라이 경감 이 사람. 그새 말한거야?’


정말로 출세 욕구가 심한 사람은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난 우리가 러시아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는 말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곧바로 말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말하지 말라고 당부를 해놓은 것도 아니고 윗사람들이 알아서 곤란한 정보는 아니라지만 이렇게 성급하게 보고했다간 괜히 혼란을 줄 수도 있을까봐 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한건데. 그래도 이미 말해버렸다니 더 이상 말하는걸 미룰 수는 없을 듯 했다. 나는 담당자에게 약물에 대해서 들었던 정보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그건 꽤나 위험하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사람을 쉽게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약물이라니. 아마도 사람들을 납치했던건 그 약물을 실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니요. 아, 물론 그 약물도 위험하긴 합니다만 중요한건 그 숨겨진 공간에 있었다던 두 번째 약물입니다.


“두 번째 약물이라면 맹연도 제대로 분석할 수가 없다던 그 약물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남재현씨는 같은 팀원인데다 맹연씨의 나이가 조금 어리다보니 그다지 실감이 안가실 수 있지만 그녀는 두뇌적인 부분에서 능히 인간의 영역을 초월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전투 부분에서만 특출남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하고 싶으신 말씀이 뭡니까?”


-그 약물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겁니다. 맹연씨가 자세히 알아내지 못할 정도의 약물이라면 지구에 있는 그 누구도 그 약물의 비밀을 알아낼 수 없을겁니다. 그 약물을 만들어냈다고 추정되는 그 박사라는 인물만 빼고 말이죠.


담당자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내뱉었다. 원래부터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맹화, 맹연 남매의 능력이 상층부 인사들에게도 귀중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이 약물은 따로 그쪽으로 보내는게 좋겠습니까?”


-원래는 그렇게 부탁드릴 생각이었습니다만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어차피 맹연씨가 못한 일을 저희의 능력으로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추가적인 지시사항을 하나 드리죠. 그 박사가 남재현씨의 팀에게 자신의 거처를 찾아와서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대화가 이루어질 때 약물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시기 바랍니다.


박사가 한 제안을 어떻게 들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아마도 이미 징계를 먹었던 다른 팀의 사람들에게 들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다음 행선지를 선정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간단하게 대답을 마치고서 난 무전을 완전히 끊은 뒤에 아야카에게 무전기를 건넸다. 내가 무전을 하는 동안 이미 맹화와 맹연은 노트북에 정보를 옮기는 과정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러면 다들 숙소로 가자.”


#


숙소에 도착하고 우리는 한 자리에 에둘러 앉았다. 이제 우리가 러시아에서 할 일은 대부분 끝났다.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일반적인 팀의 경우 상부에서 일일이 목표 장소를 지시하지만 우리 같은 각성자 팀의 경우 처음 파견될 때를 제외하면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특히나 우리 팀의 경우 우리 팀을 제외하고 러시아에 파견되었던 모든 팀들이 징계 처분을 받았으니 더욱 공적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이미 금전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을 애들이겠지만 나로서는 굉장히 좋은 희소식이었다.


“혹시 다음엔 어디로 향하면 괜찮을지 추천할 사람 있어?”


이 팀의 리더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건 내가 주도해야 한다. 만약 아이들이 아무곳도 추천하지 않는다면 난 현재로서 얻은 정보를 종합하여 가장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고 예상되는 영국으로 가볼 생각이었다.


“독일에 한번 가보면 좋을거 같아 아저씨.”


“저는 프랑스가 좋을거 같아요 오빠.”


맹연과 아야카가 곧바로 내 질문에 대답했다. 반면에 맹화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지 턱에 손을 괴고 있을 뿐이었다. 생각하는 동안 일단 두 사람과의 대화를 끝내는 편이 좋겠다.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생각해?”


“그 경감 아저씨한테 들은 정보인데 잡아들인 조직원들은 대다수가 순수한 러시아인들이 아니라 이중국적이거나 러시아로 귀화한 사람들이었대요.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국적이 독일이었고 도망쳤다는 그 천의 얼굴의 간부도 국적이 독일로 추정되는 상황이래요.”


“전 붙잡혔을 때 보스가 피부가 까만 간부와 대화를 할 때 프랑스어를 사용했던 걸 들었어요. 프랑스어를 약간은 공부해둬서 알아들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 무슨 대화를 했는데?”


“그리 중요한 대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잡아온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둥 이번에 바다를 건너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는 둥.”


맹연과 아야카의 말을 둘다 들어보았지만 그리 확신이 가는 증언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둘을 탓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그 박사의 계획중 일부로 추정되는 납치 계획을 저지했고 천의 얼굴도 대부분 잡아들였지만 정작 그들에게로 이어지는 단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사실상 붕 떠버린 느낌이었다.


“음..어떻게 한다.”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갑작스레 핸드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지금 나에게 전화를 할만한 사람은 없는데 누구지? 표시된 인물은 니콜라이 경감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큰일입니다. 토마스 안드레가 갑작스레 발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더니, 제자리에서 사망했습니다.


“뭐라구요?”


나를 골목길에서 습격했던 괴한인 토마스 안드레. 경찰에서 특수 장비들을 이용해 잡아두며 정보를 캘 수 있도록 부탁하고 있는 중이었다. 각성자인 나를 상대로 밀리지 않고 날뛰던 그런 사람이 이 짧은 기간 사이에 목숨을 잃는다고?


“일단 사망 원인을 확실하게 조사해주세요. 알아내면 다시 연락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니콜라이 경감의 전화를 끊고서 나는 양 옆을 돌아보았다. 내 입에서 사망이란 단어가 나왔다보니 신경이 쓰이는건지 애들의 이목이 전부 나에게로 쏠려있었다.


“이전에 나를 습격했던 녀석을 제압해서 경찰에서 붙잡아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죽었다고 해서. 워낙 황당해서 일단은 사망원인을 자세하게 조사해달라고 했어.”


“혹시 그 사람. 발작 증세를 보이다가 눈이 충혈되고 온 몸이 퉁퉁 부어오르지 않았어요?”


“어?”


맹연은 짐작가는 것이 있는지 나에게 사망한 토마스 안드레가 보였을 증상들을 예상하여 열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기억한 뒤에 다시 니콜라이 경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맹연이 나에게 했던 것처럼 니콜라이 경감에 좌르륵 설명했다.


-맞습니다. 간수들과 의료반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전부터 그런 증상을 여러번 보인적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알겠습니다.”


니콜라이 경감에게서 확언을 받은 뒤에 난 전화를 끊었고 맹연을 보면서 말한게 맞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망했다는 남자. 제가 조사한 첫 번째 약물을 복용했을 확률이 높아요. 그 약물이 야기하 수 있는 부작용들을 다 말해본 거거든요.”


“약물을 복용했다고?”


이제야 그 말도 안되는 힘의 원천에 대한 비밀을 풀어냈다. 신체 강화계 능력자처럼 시간 제한이 있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옥죄어 오는 약물을 복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비대해진 근육과 함께 막강한 신체능력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때려도 오히려 내가 더 아프더라니. 그런 약물을 직접 먹은 녀석을 이미 만났을 줄은 몰랐네.”


토마스 안드레는 자신이 그걸 먹었을 때 벌어질 일을 이미 알고 그 약을 먹었을까? 혹시나 알고 먹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미친놈이고,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아무렇지도 않게 동료를 희생하는 그들의 잔혹성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재현이 형. 저도 다음 행선지에 대해서 말해도 되요?”


“아. 물론이지.”


토마스 안드레에게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를 동정해줄 여지는 없다. 어쨌든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것이고 불법으로 여겨질 마약을 스스로 복용했다. 세상에 죽어야 마땅한 인물은 별로 없겠지만 그는 스스로의 죗값을 달게 받은 것이다.


“저는 우리가 다음으로 미국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


맹화의 입에서 튀어나온 미국이란 단어는 나는 물론이고 옆에 있는 맹연과 아야카조차도 당황하게 했다.


“맹화야. 우리는 지금 유럽을 괴롭히는 조직을 잡으려고 하고 있는거야. 갑자기 미국은 왜 나오는거야?”


나도 아야카의 말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 맹화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아야카에게 맹화의 말을 막지 않게끔 손을 뻗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맹화의 저 눈은 확신에 찼을 때만 보여주는 맹화의 진면목이 담겨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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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6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9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8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5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8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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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3 4 11쪽
»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6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1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5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6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6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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