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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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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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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05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2.0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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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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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054. 광기의 놀이공원

DUMMY

‘정말로 저 남자가 과거를 볼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그저 한편의 재미거리에 불과하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사람 심리라는게 완전히 기대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약간의 마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거 놀랍군요. 혹시 국가 기관에서 일하십니까?”


“국가 기관이요?”


“네. 여러 곳에 잠입하는 일도 많이 하신 것 같고,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굉장히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뭐랄까. 언뜻 들어서는 진짜 과거를 보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긴 하지만, 저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거면 굳이 과거를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렸다. 역시 제대로 확인해보려면 나도 확인해보는게 좋겠네.


“그러면 저도 한번 봐주실래요?”


“물론이죠. 남자분도 저에게 물건 하나만 줘보시겠습니까?”


케롤라인이 조금 벙 쪄 있는 동안 나는 내 과거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가면의 남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영업용 톤의 목소리로 나에게 물건을 하나 요구했다.


‘어차피 이렇게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에서 절도를 하진 않겠지만..무슨 물건을 줘야하지?’


저 남자가 하는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니까 어떤 물건을 주던지 상관은 없겠지만, 막상 주려고 보니 줄만한 물건이 마땅치 않았다. 지금 들고 있는 물건이라고 해봐야 지갑이랑 핸드폰 정도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러면 핸드폰으로 줘야겠다.’


“여기요.”


나는 가면을 쓴 남자에게 내 핸드폰을 건넸다. 저 핸드폰은 한세진이 이끄는 조직에게 붙잡혀 갔을 때 쓰던 핸드폰이 망가진 뒤로 강민정과 함께 대리점에 가서 새로 맞췄던 핸드폰이다. 만약 저 남자가 과거를 볼 수 있다면 강민정에 대한 것도 아주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음. 흥미롭군요. 원래 미국에 계시던 분은 아니신 것 같네요. 저 나라가 어디더라. 한국?”


내가 한국사람이란 것을 맞췄잖아? 그래도 아니겠지. 내가 아까 은연중에 실수로 한국어를 쓴 걸수도 있고, 그냥 생김새를 보고 얻어맞춘 걸 수도 있을 것이다. 요새 세계적으로 K-POP이 꽤나 유명해지기도 했으니까.


“같이 핸드폰을 살 때 옆에 계신 여성분이 꽤 예쁘시군요. 강민정씨라고..?”


“...”


진짜다. 무슨 수를 쓴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남자가 물건을 통해 과거를 본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한국 이름중에서 내 옆에 있던 강민정의 이름을 저렇게 확신에 찬 상태로 말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되고 나니 이제는 신기함보다는 저 가면을 쓴 남자를 경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습니까. 제가 과거를 본다는 말에 조금 신빙성이 생기셨나요 두분 다?”


나와 케롤라인은 고래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케롤라인의 표정에서 드러난 감정도 저 남자를 조금 경계해야겠다는 눈치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느닷없이 달아날 생각은 없었다. 저 남자가 수상하긴 했지만 우리한테 크게 해를 입힐만한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이렇게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에서 그런 짓을 벌이고 도망가기란 말도 안되는 일일 것이다.


“과거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해주신다고 하셨죠? 그것도 한번 해주시죠.”


케롤라인은 침착하게 가면을 쓴 남자에게 과거를 본 다음단계의 진행을 부탁했다. 과거에 대한 말이 거의 사실이었으니 미래에 대한 말을 해주는 것의 진위성에도 꽤나 신빙성이 생겼지만 말 그대로 예측이니 확실하지는 않다는 것. 이거야말로 정말 재미로 들으면 될 정도일 듯 했다.


“알겠습니다. 우선 여성분은 앞으로 근 시일내에 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될겁니다. 나름 열심히 발악하고 주변에서 도움이 있을 예정이지만, 그 위협을 피하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그런가요?”


케롤라인의 목소리 톤이 꽤나 눈에 띄도록 낮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예측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면전에 대고 저렇게 불길한 소리를 하니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꺼림칙하거나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되는대로 아무런 소리나 말한 것은 아니겠지?


어쨌든 케롤라인에게 말한 저런 소리를 들으니 케롤라인 본인에겐 미안하지만 난 조금 마음이 놓이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케롤라인은 러시아 정부 직속 기관인 해외정보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요원이다. 게다가 지금은 우리와 같이 행동을 같이 하고 있다. 그 제널드라는 테러리스트 대장을 다시 만나는 정도의 불상사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케롤라인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건 그다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예측이라고 했지만 거의 일어나지 않을 만한 일을 말한 것과 비슷했다.


‘다음은 내 차례인가.’


막상 이렇게 또 차례가 다가오니 무슨 소리를 할지 조금은 긴장하면서 듣게 되었다. 빈말이더라도 좋은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고, 난 가면을 쓴 남자가 입을 열길 기다렸다.


“남자분은 뭐랄까..굉장히 미묘하군요. 커다란 행운과 커다란 악군이 겹쳐서 한번에 몰아쳐오는 느낌입니다. ”


“너무 추상적인데요. 조금 자세하게 들을 수 없나요?”


예측이라는걸 알고 있는데도 저렇게 애매하게 말을 들으니 조금 확실하게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난 가면을 쓴 남자에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요구했다.


“그렇군요. 혹시 늘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신이 약하다고. 더욱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


“그 정체되어 있는 힘에 대한 해답을 조만간 얻으실 수 있게 될겁니다. 그 과정속에서 위기들을 겪겠지만, 아마 잘 해쳐나가실 수 있겠지요.”


“...”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저 남자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정확했다. 내가 늘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생각. 그리고 더욱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까지도 저 가면을 쓴 남자에게 완전히 간파당했다. 물론 그가 정말 내가 각성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 알고 있는가는 모른다. 아니, 아마도 모를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막 말한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너무나도 절묘한 말들이었기에 난 가면을 쓴 남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짝! 박수를 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자리에서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자. 오늘 이 가게의 영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손님 두 분 다 이만 가보시는게 좋겠군요.”


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가면을 쓴 남자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는 주변을 간단히 정리하고서 이 천막을 벗어나려고 했다.


“잠깐만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손님?”


난 거의 반사적으로 떠나가려는 가면의 남자를 붙잡아세웠다. 그러자 남자는 별로 놀라는 기색없이 뒤를 돌아 나에게 붙잡은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가면을 벗어보세요.’


저 말 한마디가 바로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직접 내뱉지는 않았다. 그것은 저 사람에게 굉장히 실례가 될수도 있는 말이었고 처음 만난 사이에 할 말도 절대 아니라고 느껴졌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말씀 잘 새겨듣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내가 아무런 볼 일이 없다고 말을 하자 가면의 남자는 고개를 숙여 나와 케롤라인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천막의 뒤쪽으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이제 천막 안에는 나와 케롤라인 두 명만 남게 되었다.


“재현씨. 어디 아파요?”


가면의 남자가 나가자마자 케롤라인이 나에게 그렇게 물어왔다. 나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내 얼굴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가 보다.


“아니요. 아픈 곳은 없습니다. 그러면 시간도 조금 쓴 것 같으니까 슬슬 애들하고 모일까요?”


케롤라인에게 나는 괜찮다는 말을 두세번 정도 한 뒤에 난 맹화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동안 전화 연결음이 들린 뒤에 맹화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놀이기구를 타는 도중이라 전화를 못받지는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중은 아닌가보다.


“맹화야. 지금 어디야?”


-재현이 형. 저희는 지금 야간 퍼레이드가 시작된다는 광장 앞에 서 있어요.


“야간 퍼레이드? 그런 것도 하는구나. 알겠어. 지금 그리로 갈게.”


맹화에게 3명이 모여있는 장소를 전달받고 난 전화를 끊었다. 전화상으로 얼핏 들린 맹화의 목소리는 아까 전보다 꽤나 기분이 풀린 것처럼 들렸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애들을 놀이공원에 데려온다는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재현씨. 책상에 무언가 쪽지가 떨어져 있어요.”


“정말이네요.”


난 케롤라인의 말을 듣고서 책상 한쪽 구석에 놓여있는 흰색 종이로 접힌 작은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아까 가면의 남자가 자리를 정리하다가 무심코 떨어뜨린 것일까?


만약 중요한 지갑 같은거라면 놀이공원 관리실에 가져가서 그 가면의 남자에게 전달해달라고 하겠지만, 굳이 이런 쪽지 하나로 그런 귀찮은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들이 광장에 있다고 하는데. 광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알죠. 안내해드릴테니까 따라오세요.”


“그래요. 애들이 배고플거 같으니까 간단하게 먹을거라도 좀 사가죠.”


“저는 뭐 안사줘요?”


잠시 기분이 좀 복잡했었는데, 케롤라인과 사소한 대화를 하다보니 그런 느낌들이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케롤라인도 이야기를 나누며 천막을 빠져나갔다. 그때의 난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쪽지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었다는걸. 그걸 조금만 더 빨리 열어볼 생각을 했다면, 그녀를 살릴 수 있었을 거란걸 말이다.


#


케롤라인과 나는 양손으로 먹거리들을 사들고 광장으로 와서 애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인파들이 많아서 애들을 찾는게 쉽지많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위치를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있어요.”


눈에 불을 켜고 찾은 결과 케롤라인이 나보다 한발 빠르게 분수대 근처에 앉아서 쉬고있는 3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와 케롤라인은 인산인해로 이루어진 벽을 뚫고서 3명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때, 귓가로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잠시후 ‘피의 학살 대행진’이 시작됩니다. 피에 미친 살인마들에게서 잘 살아남으며 최후의 생존자가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피의 학살? 살인마? 최후의 생존자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퍼레이드에서 저런 말들을 쓴다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퍼레이드가 진행된다고 말했던 맹화를 바라보았다.


“아까랑 달라요. 분명 아까전에는 야간 퍼레이드가 시작된다는 방송이었어요.”


방송 내용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은 단 하나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놀이공원 전체에 방송되는 내용을 바꿨다. 그리고 야간 퍼레이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놀이공원 관리실로 향하려던 바로 그때.


위이이이잉!


선명하게 들려오는 섬뜩한 전기톱의 소리가 귀를 뚫을 것처럼 광장의 사람들을 강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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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6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9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8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5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9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8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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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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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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