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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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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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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90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1.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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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047. 위기일발

DUMMY

“와...”


하얀 천을 들춰내고 눈에 보인 간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몰골이었다. 카페 화장실에서 봤던 남자는 조금 잔인한 모습이긴 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간혹 분장을 통해 연출시킬 수 있을 정도였고, 토마스 안드레는 몸이 부풀어진다는 특이한 현상이긴 했지만 못 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눈 뜨고는 차마 못 볼 정도였다. 옆을 돌아보니 애들이나 케롤라인은 비교적 담담하게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케롤라인이야 일하는 곳 특성상 굳은 일도 많이 봤을테니 그렇다 치더라도 애들이 저렇게 평온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의외였다.


천의 얼굴 아지트에서 탈출할 때 모든 조직원들을 이끌었던 그 당당한 얼굴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냥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누구라고 특정하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뭉게진 상태였다. 팔과 다리도 살이 뜯겨나간 일부분에서 이미 접골된 뼈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정도였다 처리를 잘해서 아직까지 부패가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정도라는건 죽을 때 이미 모습이 처참했었다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총이나 칼 정도로 죽은게 아닌건 확실한 것 같은데.”


총, 칼 같은 무기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려면 무슨 짓을 해야하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화물칸에서 폭탄같은걸 터뜨렸을리도 없고 만약 그랬다면 화물칸이 통째로 날아가면서 터뜨린 그 사람도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너희들은 조금 알겠어?”


아무리 보고 있어도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 빼면 짐작가는 건 전혀 없었다. 단서를 찾기는커녕 어떻게 죽었는지 원인을 알아내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모르겠어요. 폭발에 정면으로 휘말린 게 아니고선 이런 모습이 되기가 힘들거 같아요 제 생각으로는.”


“제 생각도 아야카 누나랑 비슷해요. 물론 폭발에 휘말렸었다는 언급은 없었으니까 아마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아야카와 맹화는 나랑 비슷한 생각을 내놓았다. 맹연은 무언가 깊게 생각하는 중이었고 케롤라인은 우리들을 지나쳐서 시체에 가까이 다가섰다.


“괜히 손대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훼손시키는 짓은 하지 않을테니까.”


케롤라인은 시체에 손을 대지 않고 그저 가까이에서 더욱 자세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도 충분히 보였을텐데 저렇게 붙어서 보면 달라지는 거라도 있는건가?


“맞아. 아야카. 저 간부 녀석은 무슨 능력의 각성자였어?”


케롤라인이 시체를 가까이서 감상하는 걸 잠시 지켜보다가 난 급하게 생각이 나서 아야카에게 질문했다.


저 간부가 죽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해서 잊고 있었는데 저 자는 아야카가 굉장히 높게 평가했고 실제로도 아야카를 제압해서 붙잡은 공로를 한 각성자라고 아야카가 직접 증언했다. 그런 인물을 저렇게 처참하게 죽였다는건 그 이상가는 실력자이거나, 아니면 항공사 자체가 저 녀석을 죽인 범인과 한통속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증거가 하나도 없으니 일단 생각만 하는 수준이었다.


“저 사람은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보호막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어요. 그 보호막이 워낙 견고하기도 했고 너무 자유자재여서 제 전류 능력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어요.”


완벽한 상성이었다는건가. 내가 직접 아야카의 전류를 맞아본 적이 있었는데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온몸을 꿰뚫는 정도의 짜릿함을 느꼈었다. 그런데 그건 훈련용인걸 감안해서 아야카가 위력을 상당히 낮춘 상태였다고 한다. 제대로 된 위력으로 쐈으면 단순히 내 몸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했을 전류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보호막의 능력. 공격면에서는 모르겠지만 방어력 측면에서는 분명하게 최고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방어 능력을 지닌 사람이 저런 꼴을 당하면서 죽었다고?”


아야카의 증언을 들으니 범인에 대한 예상이 될거란 기대감을 져버리고 점점 검은 미궁속으로 빠져가는 기분이었다.


‘크라임이란 녀석이 한건가?’


지금 가장 의심해볼 수 있을만한 용의자는 우리가 잡아야 하는 조직의 보스인 박사의 명령을 따르는 부하로 추정되는 크라임이라는 인물이었다. 오토바이 헬멧으로 시종일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남자로 그 자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화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조금 미심쩍지만 일단 꽤나 강한 각성자라는건 확실했다.


무수한 총알 세례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남은 것도 그렇고 아야카와 싸우는 모습을 보지는 않았지만 천의 얼굴의 보스도 간부들 이상의 실력자였을텐데 그가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게끔 빠르게 잡아낸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으니까.


내가 아직 모르는 어떠한 힘을 숨기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은 차고 넘쳤다. 다만 범인을 크라임이라고 가정할 경우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한가지 생기는데,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이 녀석을 죽일거라면 그 도망가는 아지트 안에서 잡았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괜히 바깥으로 도망가게 두고서 다시 잡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 박사라는 인물의 성격이 종 잡을 수 없다는건 알겠지만 내 상식선에서는 너무 비효율적인 행동이었다. 차라리 크라임이 박사의 명령이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런 일을 했다는 식의 해석이 차라리 맞을 것 같았다.


“뭔가 알아낸건 있어요?”


용의자에 대해 생각하는건 잠시 멈추고 나는 케롤라인에게 질문했다. 케롤라인의 옆까지 와서 시체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니 역시나 보기 싫게 생긴 것은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딱히 알 수 있는건 없네요. 뭐라도 알아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아요.”


“으음.”


이전처럼 당당히 무언가를 알아내서 이야기해줄거라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는건 조금 의외였다. 그래도 어쩔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정보국에서 일하는 국가 요원이라고는 해도 시체에 관한 지식이 전문가는 아닐테니 그녀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거 폭발물로 죽은 거 아니에요.”


맹연이 생각을 드디어 끝마친 것인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는 매우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라도 있어?”


나도 그 좁은 화물칸에서 폭발물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평범한 무기로는 절대로 저런 상처를 낼 수 없었을거다. 기관총을 무수히 많이 갈겼다기엔 이미 파여있어서 알 수가 없었다.


“보통 폭발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 맞더라도 대부분의 신체 부위에 피해가 갈 수 밖에 없어요. 터지는 피해 뒤에도 추가적으로 튀는 파편들이 박히면 그것도 상당히 피해를 주거든요. 살려둔 상태에서 살을 의도적으로 파냈다고 하기엔 과다출혈의 흔적이 없어서 그것도 이상하고, 총과 칼도 아닐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총상이나 칼자국을 지우려고 생각했다고 해도 너무 비정상적으로 깔끔하니 이것도 아닐거에요.”


유창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설명들이 귀에 쏙쏙 박혔다. 온통 어려운 설명들만 해서 알아듣기 어려울거란 내 예상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러면 연이 너는 저 사람이 어떻게 죽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맹연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맹화가 맹연의 뒤에 서서 맹연의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물어보았다. 친오빠 나름의 잘했다는 칭찬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고 아주 미약하게 맹연의 어깨가 올라가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


“각성자야. 그것도 무식하게 힘을 다루는게 아니라 좁은 범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거야.”


맹연의 입에서 나온 주장은 상식선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대답이었지만 각성자들의 능력이란 것이 이미 상식의 범주를 뛰어넘어 있었다.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각성자는 세간에서 통하는 상식이란 것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가 존재한다고는 간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면 역시 그 크라임이란 녀석인가?”


새로운 각성자가 했을 가능성도 고려해봐야겠지만 지금 당장 생각해낼 수 있는 압도적인 각성자는 역시 그 크라임이라는 자 뿐이었다. 그가 어떤 종류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각성자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두 개의 능력을 숨기고 있는 각성자일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분할된 경우이긴 하지만 아야카 같은 경우도 능력이 두 가지로 나뉘고 말이지.


“덕분에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네. 고맙다 맹연.”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한거니까요.”


“아니야 연아. 정말 잘했어.”


맹화에게 칭찬받은 것에 이어서 나와 아야카에게도 칭찬을 받자 평소에는 무표정의 극치인 맹연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걸린다. 살짝 곁눈질로 케롤라인을 확인하니 우리 팀들의 모습을 팔짱을 끼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정말 봐도봐도 저 여자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겠다.


똑똑똑.


바깥에서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면서 우리를 여기까지 안내해준 공항 직원이 걸어들어왔다. 우리가 직접 부르지는 않았지만 마침 부르러 나갈 생각이었으니 잘되었다고 말할 참이었는데 공항 직원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여러분. 지금 굉장히 큰일이 났습니다. 테러범들이 공항에 들이닥치면서 공항들을 점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 난입한 초반이라서 제대로 된 장악이 이루어지기 전이니 제가 조심히 나갈 수 있도록 몰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다가 들켜도 괜찮은겁니까?”


나는 직원에게 테러범들이 들이닥친게 진쨔냐는 질문같은건 하지 않았다. 그의 떨리는 몸과 버벅거리는 말만 들어봐도 상당히 겁에 질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장 본인 혼자 도망가기에도 바쁘다는 생각을 했을 법도 한데 우리에게 이렇게 사실을 알려주러 온 것이 고맙기도 했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테러범들이 따로 요구하는 건 없던가요?”


케롤라인이 바로 내 옆으로 다가와서 공항 직원에게 자세한 걸 물어보았다. 나는 괜히 자세히 캐묻지 말라고 하려고 했으나 미국까지 오는 비행기 안에서 케롤라인이 일하는 러시아 해외정보국이 하는 일들에 대해서 대략 들은 적이 있다.


단순히 첩보 활동뿐만이 아니라 대테러 활동, 핵무기 제조 감시같은 군사기밀에 관한 사항들과 더불어서 최근에는 국제 정세에 따라 각성자들에 대한 연구자료까지 알아보는 경향을 띄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지금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선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케롤라인이 보다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컸다.


“규모가 어느정도나 되죠?”


“대략 50명정도 됩니다. 아직 추가병력이 오지는 않았지만 통신을 이용한다면 추가로 부를 수 있는 인원들이 있는 것 같았어요.”


“알겠습니다. 재현씨. 그리고 다른 팀원 여러분들. 저를 도와서 이 공항의 테러 활동을 진압하는데 협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들의 힘이 꼭 필요해요.”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일에 휘말릴 줄은 몰랐다. 만약 내가 각성자가 아니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겠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난 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이 힘을 통해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많은 사람들을 지켰고 앞으로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겠습니다.”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진다. 그런 생각을 하니 입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움직였다.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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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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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7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5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0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6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7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4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8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7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7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4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5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5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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