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494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1.18 00:01
조회
367
추천
6
글자
11쪽

040. 탈출

DUMMY

“으윽....”


난 깨질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머리를 움켜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내가 쓰러진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와서 구해주지는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저 철을 다루는 남자와 싸웠던 위치 그대로였고 조금 떨어진 앞에는 그 남자가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 흘러나온 피도 흥건하니 저 남자가 다시 일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죽어버린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둬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태는 내가 기절하기 전보다도 더 심각해졌다. 지속적으로 폭발이 일어나 건물의 기반자체가 위험해진 것인지 계속되는 흔들림과 함께 당장이라도 전체가 무너져내리지 않을 정도의 불안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이곳도 저 철을 다루는 각성자였던 남자가 무더기로 만들어냈던 철근들이 일종의 받침대가 되어서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내리는 것을 막아주고는 있었지만 저것도 잠깐일 뿐이었다. 언제 잔해더미에 깔리는 산송장 신세가 될지 모를 일이었다.


우웅!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꺼내서 확인해본 핸드폰에는 맹화의 번호가 찍혀있었다. 액정에 조금 금이 가긴 했지만 그런 격렬한 싸움에서 망가지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기며 맹화의 전화를 받았다.


-재현이 형! 지금 어디에요?


“어디긴. 아지트 안이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죽여달라고 호소하는 여러 관절들을 풀어제끼며 맹화와의 통화를 이어갔다.


-아직도 안이시라구요?! 큰일인데..


맹화의 목소리는 굉장히 심각해보였다. 애초에 장난할 상황도 아니었지만 이런 일을 가지고 장난처럼 말할 아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애초에 눈 앞에 보이고 있는 상황부터가 절대로 간과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했으니 말이다.


“딱히 나갈만한 구멍같은게 안보여. 유리창을 뚫고 나갈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쪽도 이미 막혀있는 것 같고 말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이미 쓰러진 저 철의 능력을 쓰는 조직 간부와 싸우기 전에 창문을 향해 몸을 던지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건물 잔해에 깔려죽는 건 각성자끼리 싸우다 죽는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한 결말이 아닌가. 절대로 그렇게 죽기는 싫었다.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재현이 형. 지금 저랑 연이가 형이 탈출하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요.


이미 두뇌적인 부분에 있어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 남매가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하니 믿음이 가긴 했지만 흔들림이 멈추지 않는 건물과 내 눈앞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잔해의 가루를 보니 마음이 썩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맹화. 혹시라도 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잔해를 지탱하고 있는 철근이나 다른 잔해들을 치워버리면 큰일나겠지?”


-제가 눈으로 보고 있는게 아니라서 확실한건 아니지만 말씀해주신 설명대로라면 여지없이 무너져내릴거에요. 아주 빠르게요. 그것도 단순히 무너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건물 전체의 붕괴를 자극하는 장치가 될수도 있죠. 설마 그런 짓을 하시려는건 아니죠?


맹화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이 즉답했다. 혹시나 내가 그런 짓을 저지를까봐 걱정되어 나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할거야. 혹시나 해서 물어본거다.”


사실 맹화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시도해볼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과학적인 원리같은 건 잘 모르는 나이지만 차라리 이렇게 깔려죽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맹화의 말을 들으니 역시 그건 내 명을 빨리 재촉하는 일 밖에 되지 않았다. 아차. 그걸 안 물어봤네.


“맹화. 아야카랑 케롤라인은 바깥에 잘 도착했어?”


-아야카 누나라면 금발의 여성분과 함께 바깥으로 잘 나왔어요. 형이 미리 말해주신 덕분에 니콜라이 경감이란 분과 연락도 닿아서 도주하려는 조직원들도 잡았구요. 큰 소동이 있긴 했지만..


남아 있던 천의 조직의 조직원들을 통솔해서 바깥으로 나간 그 남자도 간부라면 내가 상대한 이 철의 남자와 최소한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큰 소동이 있더라도 잡아냈다는 것에 대단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어찌저찌하여 이기긴했지만 원래였다면 이 남자에겐 절대로 상대도 되지 않았다. 몽롱하던 의식 속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힘을 실어 전력으로 달려든 끝에 쓰러뜨리긴 했지만 지금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재현이 형. 혹시 지금 건물 안 어느정도에 위치해있는지 알거 같으세요?


건물 안에서의 위치라. 여기가 학교 같은 곳이 아니라서 방마다 이름이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마저도 잔해와 철근들 때문에 행동반경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알아보러 움직이는 것도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해도 이 건물에 처음 온 내가 어디 위치인지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일단 3층이야. 그건 알 것 같아.”


보스를 비롯한 천의 조직 일당이 있던 공간은 5층이었다. 급하게 빠져나오느라 정신이 없긴 했지만 3계층 이상을 내려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고 고작 1층을 내려간 느낌도 아니었다. 얼핏 보이던 창문에서 보았던 높이가 2층 정도로 낮지는 않았으니 3층일거라는 내 예상은 거의 확실해보였다.


-3층이라..아. 혹시 지금 들어가 볼 수 있는 방이 하나라도 있어요?


“어. 딱 하나 있어.”


철을 다루던 각성자인 천의 얼굴의 간부가 튀어나왔던 방. 다른 곳은 무너져서 갈 수 없었지만 이곳만은 기적적으로 아직 무너지지 않아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한번 들어가봐주세요.


맹화의 부탁대로 나는 순순히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무수히 많은 연장들과 지독한 냄새가 풍겼다.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나는 바닥에 묻어있는 여러 핏자국들을 직접 눈으로 새겼다. 약간씩 물걸레질을 한 거 같긴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마치 찌든 때처럼 바닥에 붙어버린 자국들을 없애긴 힘들었던 모양이다.


“들어왔는데 말이야. 아마도 여기를 고문실로 썼던 것 같아.”


-고문실이라고요?


“어. 납치했던 사람들을 여기에 와서 고문시켰던거 같은데.”


고문은 아니더라도 여기에서 분명 사람들을 상대로 무언가 장난질을 친 것은 분명하다. 단순히 납치를 한게 아니라는건가? 무슨 짓거리를 벌인거지?


그때 나는 오른쪽 한 구석에서 무언가 눈에 띄는 한 상자를 발견했다. 다행히 자물쇠 같은걸로 잠겨 있지는 않아서 나는 곧바로 상자에 다가가 그 상자를 열어보았다.


“주사기잖아?”


상자안에는 여러 개의 주사기가 들어있었다. 비어있는 것도 한 두 개 있었지만 무언가 약물같은걸로 채워져 있는 주사기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옆에는 주사기에 넣어져있는걸로 추정되는 약물이 들어간 통이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었다.


“맹화. 뭔가 수상한 약물같은걸 발견한거 같아. 이걸 가지고 가면 될거 같은데.”


-알았어요. 그리고 지금 형이 있는 곳을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찾은거 같아요.


“열화상 카메라? 그런건 또 언제..”


-의외로 니콜라이 경감이란 분의 입김이 강하신 것 같더라고요. 설마 저도 이런 장비들까지 챙겨올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덕분에 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창문이 있던 쪽으로 나와보실래요?


“알겠어.”


나는 주사가 들어있는 상자와 약물이 들어있는 봉지를 양손에 들고서 방 안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방 안의 천장도 무너져 내리며 붕괴되어 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했다간 정말 목숨을 잃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윽...”


맹화의 말대로 방을 나와 유리창을 가로막고 있는 잔해와 철근들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완전히 사망한 줄 알았던 간부가 앓는 소리를 내며 꿈틀거렸다.


‘다행히 일어날 수는 없는건가.’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말 그래도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인건지 고개를 살짝 드는 것과 손가락을 까딱일 수 있는 정도였고 몸을 일으킬 정도의 힘은 전혀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가는건가?”


“뭐야. 너 한국말 할 줄 알았냐? 그러면 싸울때도 한국말로 하지 그랬냐.”


저 간부의 입에서 느닷없이 한국말이 튀어나와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영어와 러시아어밖에 못 쓰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보스도 그 남자를 대할 때만큼은 항상 비굴해지셨지. 조심하는게 좋을거다.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닐테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싶었지만 나는 곧 저 간부가 말하는 대상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까 전 화면을 통해서 대화하던 박사라는 사람. 우리가 잡아야 하는 상부조직을 이끄는 최종보스라고 생각되는 인물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이 녀석에게도 무언가 정보를 캐내볼까.


“이봐. 이 상자안에 든거는 뭐하는 물건이지? 이 약물이랑.”


양손에 들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었다. 반쯤 감은 눈이라서 제대로 보고 있는건가 싶긴 했지만 말할 정도의 힘이 있다면 아마도 보고 있을 것이다.


“그건 실험에 쓰는거다.”


“실험이라고? 무슨 실험에-”


내 질문은 끝맺어지지 못했다. 붕괴가 심화되기 시작하며 발 아래까지 바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천장이 무너져내리면서 그 잔해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간부는 내 질문에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완전하게 의식을 잃었다.


콰앙!


유리창이 달려있던 벽이 커다란 폭발과 함께 허물어졌다. 아마도 이게 맹화가 말한 나를 구하기 위한 작전이었을 것이다. 저렇게 큰 폭발이라면 더 이상 이곳도 견딜 수 없다. 조금 미련이 남긴 했지만 난 싸늘하게 식어가는 간부의 시체를 뒤로하고 뚫린 구멍을 향해 정면으로 몸을 던졌다.


맨몸 상태가 되어 일단 머리로만 떨어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웅크리고 있던 내 몸을 맞이한 건 딱딱한 바닥이 아닌 꽤나 폭신폭신한 감촉이었다.


“다행히 알맞게 탈출하신 것 같군요.”


누워서 상황을 살피는 나에게 다가온 것은 자신의 턱수염을 자랑스럽게 만지작거리면서 내 상태를 살피고 있는 니콜라이 경감이었다. 아래쪽을 바라보니 소방서에서 사람들을 구출할 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안전 쿠션이 깔려있었다.


“그러게요.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깔려죽었을거 같은데.”


“알아서 잘 나오실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잘된거라고는 하지만 이 사람 너무 간단하게 말하는거 아닌가? 어떻게 언질이라도 좀 해주고 실행했으면 좋아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러기엔 여유가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하니 뭐라 할 말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나저나 양손에 들고 계신 것들은 뭡니까?”


“아.”


나는 상자와 비닐봉지 안에 있는 주사기와 약물들을 확인했다. 다행히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듯 해서 깨지거나 하진 않은 것 같다.


“한번 조사 좀 해보려구요. 이것들이 어떤 물건인지.”


비록 간부 녀석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모른다면 직접 조사하면 된다. 나는 내 몸 상태를 확인하러 달려오는 애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박사라는 인물의 목적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자 수난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6 2 12쪽
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8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4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8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5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1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7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7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4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8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7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1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2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42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 040. 탈출 +1 20.11.18 368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4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5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6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5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0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