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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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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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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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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1. 케롤라인

DUMMY

천의 얼굴 조직의 아지트가 완전히 폭발하고 남은 일당들을 사로잡은 소동이 있고서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날 천의 얼굴 일당은 대부분 검거에 성공했지만 모든 조직원들의 탈출을 주도했던 간부는 도주에 성공했다고 한다. 모든 조직원들이 몸을 날리고 희생해가면서까지 시간을 끌었다고 한거 같다. 제대로 붙잡았다면 철의 능력을 쓰는 그 간부에게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기회였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를 제압할만한 각성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야카는 그와는 상성이 있던데다가 그날 사용할 수 있던 능력의 총량을 다 소진한 상태였다. 맹화와 맹연은 공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아쉽긴 했지만 다 죽어갈 뻔 했던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천의 얼굴의 조직원들보다 먼저 빠져나갔던 크라임이라고 하는 남자도 당연히 붙잡지 못했다. 워낙 행동이 잽싼 것도 있겠지만 주변 일대를 샅샅이 수배했는데도 아무런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크라임이라는건 이름이 아니라 단순한 코드 네임정도에 지나지 않는 위장신분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애들은 괜찮을까.”


그날 내가 천의 얼굴 조직의 아지트에서 구해온 약물과 주사기는 이곳 러시아의 경찰 당국에게 조사해달라 의뢰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맹화와 맹연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겠냐고 제안을 해왔고 두 사람에게서 상관없다는 의사를 들은 뒤 난 맹화와 맹연을 보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숙소에는 나와 아야카만 있는 것이 정상이었다.


“당신은 여기 왜 있는겁니까?”


거실에 놓여있는 테이블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나는 바로 옆에서부터 계속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았다. 방금 샤워를 끝마쳤는지 긴 금색의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말리면서 가운 차림으로 앉아있는 여성. 사립탐정을 하고 있다고 했던 각성자인 케롤라인이었다.


“처음엔 있어도 된다면서요? 돈도 필요하다면 따로 드릴거고.”


“하루이틀 정도 있는다고 한 줄 알았는데 설마 일주일씩이나 있을 줄 알았겠나요.”


케롤라인은 그날 소동이 끝나고 나와 아야카가 병원으로 실려갈 때 따라와서 맹화, 맹연과 같이 우리 두 사람을 간호해주었다. 애들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하는 분위기였지만 케롤라인의 성격이 유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별 어려움 없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숙소를 같이 써도 되냐고 할 때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승낙해주었다.


“뭐 어때요. 케롤라인씨도 각성자분이신데다가 탐정일까지 하신다고 한거 같은데 도움이 되어주지 않겠어요?”


아야카가 나와 케롤라인이 각각 마실 수 있도록 따뜻한 차를 타 주면서 본인도 테이블에 앉았다. 아야카도 나름 사교성이 좋은 편이어서 케롤라인에게 조금 더 친한 태도를 보일 줄 알았는데, 우리 팀원들과 대화를 할 때에 비해서는 조금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걸 보면 애들과는 달리 무조건적으로 믿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아야카의 태도에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다. 비록 천의 얼굴의 조직원들을 잡는 것에 도움을 준 인물인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케롤라인이란 저 여자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많지 않으며,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할 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케롤라인과 다시 떨어지는 편이 서로에게 편한 일일 수 있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요. 저도 마냥 이곳에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아야카의 말에 오히려 깊은 고민에 빠진 나를 보고 케롤라인은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나름 고쳐졌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이 표정에 드러나는 것은 여전한 듯 했다.


“아야카. 이제 몸은 좀 괜찮아?”

“벌써 몇 번째 물어보는거에요 오빠. 이제 괜찮아요.”


아야카는 아직 팔과 다리쪽 일부분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자세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아야카에게 우리들이 활동하는 조직에 대해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여러 고문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난 내가 마지막으로 봤었던 그 고문실에 남아있던 흔적이 아야카를 고문할 때 남았던 흔적인가 싶었지만 그들은 온전히 각성자로서의 능력만을 사용하여 아야카를 괴롭혔다고 했으며 고문실같은곳에 따로 갇힌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전에 납치했었던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거겠지.’


조금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보고된 11명의 납치 사건 외에도 보고되지 않았던 실종자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어째서 보고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난 그 소식을 듣고서 한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의 여러 국가에 그들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스파이가 심어져 있다는 결론.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 사건들이 퍼져나가는 것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경찰과 같은 공권력을 지닌 기관들이 경각심을 최대한 늦게 가지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남재현씨를 포함해서 여러분들이 각성자들만이 모여서 만들어진 팀이라는건 알겠어요. 그러면 최종적인 목적은 뭔가요?”


“그렇게 당당하게 물어보면 알려줄거라고 생각합니까?”


케롤라인은 목욕 가운을 입은 채로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올려놓으며 자신의 수첩에 무언가를 필기하고 있었다. 내가 질문에 대답하면 곧바로 적으려는 심산이겠지만 소속이 불투명한 탐정같은 인물에게 이런 정보를 발설했다가 팀 전체가 불이익라도 받게 된다면 애들을 볼 낯도 없고.


“이거 섭섭하네요. 한중일 수뇌부들이 모여서 생각하는 작전보다 더 괜찮은 작전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하는건데.”


“도움을 준다니. 혹시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정보가 있는겁니까?”


“글쎄요. 누구씨가 별로 말을 해주기 싫은 눈치니까 저도 말 안할래요.”


이 여자. 아지트에서 같이 행동할 때는 몰랐는데 상당히 제멋대로인 성격이잖아? 이러다가 완전히 페이스에 휘말려버릴 것 같다.


“그러면 굳이 들어볼 필요도 없네요.”


나는 더 이상 케롤라인과 할 얘기가 없었다. 당장 여기서 나가라는 말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더 이상 일적으로 엮이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좋아요.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드릴테니까 케롤라인씨도 저희에게 협력해주세요.”


그러나 내 반응과 달리 아야카는 케롤라인에게 새로운 정보를 요구했다. 무언가 생각이 있는건가?


“저렇게 자신 있어하시는 것 보면 분명 저희가 당장 알지 못하는 좋은 정보를 알고 계실 것이 분명해요. 저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별다른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일단은 정보를 얻는걸로 해요.”


아야카가 나에게 가까이로 다가와서 귓속말을 했다. 그러나 아야카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티끌처럼 느껴지는 소리라고 할 지라도 그녀에겐 바로 옆에서 평범하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이건 내가 케롤라인이 각성자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무슨 능력을 쓰는지는 아직 말하지 않은 탓이 컸다. 나중에 꼭 애들에게 일괄적으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죠. 그러면 앞으로도 협력 관계겠네요? 잘 부탁해요.”


아야카의 속삭임을 전부 들었겠지만 케롤라인은 다행히 아랑곳하지 않고 아야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야카도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케롤라인의 손을 맞붙잡고 손을 흔들어 악수를 했다.


“맞아 아야카. 그 모지리들은 전부 어떻게 됐지?”


“단체로 징계를 받고 각자의 나라로 강제 송환되었어요. 저희가 다음으로 갈 행선지에 지원해 줄 새로운 팀을 붙여주신다고 하셨어요.”


“다행이네.”


내 지시를 듣지 않고 마음대로 천의 얼굴의 아지트로 쳐들어갔던 다른 팀들은 물어볼 것도 없이 징계를 피해갈 수 없었다. 단순한 의견 마찰 정도로 끝났다면 모르겠으나 그들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적지 않은 수가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고 정보를 얻어내기는커녕 그들을 완전히 도주하게 할 뻔 했다. 사실 그 박사라고 하는 인물이 괜한 변덕을 부리지 않고 그 잘리에서 우리를 없애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그대로 끝났을 상황이었다.


“아 맞다. 일단 먼저 우리부터 설명해줄게.”


먼저 케롤라인에게 우리가 한중일 연합에서 파견되었다는 점부터 유럽 전체를 몰아넣고 있는 의문의 조직을 처리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목적까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사립탐정을 할 정도이고 우리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뭉쳐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가 예상하던 거랑 거의 일치하네요. 겉으로만 보면 한국과 연합을 맺는다는게 이상하게 보일 두 국가지만 각성자들이 발생하고선 상황이 꽤나 달라졌으니까요.”


케롤라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내가 알고있는 것은 원래였다면 중국과 일본에게 지리적으로 둘러싸여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리고 고통받았던 우리나라가 각성자들이 출범하기 시작하면서 꽤나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는 것 뿐이다.


“그러면 약속은 약속이니까 저도 정보를 드리도록 할게요.”


이미 자신은 알고 있던 정보였으니 정보를 주지 않겠다는 양아치 같은 생각을 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혹시 재현씨는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각성자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갑자기 예상밖의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이 질문 이전에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거 같은데?


“세간에서는 꽤나 아무렇지 않게 각성자들에 대한 사실을 받아들였어요.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긴 했지만 그들이 벌이는 일들이 계속 뉴스로 퍼지고 직접 목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자 사람들은 그것을 믿을 수 밖에 없었죠. 제대로 된 증명이 있건 없건 간에 말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증명해야겠다는 움직임이 과학계에선 분명하게 포착되었어요. 각성자들에 관한 여러 장비들도 그들의 노력 덕분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죠.”


“일단 그건 알겠는데. 지금 말하는 것과 알려주겠다고 한 정보랑 관련성이 있는거야?”


“아주 깊은 관련성이 있죠. 그러니까 자세히 들어요.”


투정 부리지 말라는 듯이 단호하게 말하는 케롤라인의 어투에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각성자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각성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도 개발되고 그와 관련한 기술들에 대한 진척도도 높아져갔지만 정작 각성자들이 각성자가 된 근원과 그 힘의 발현 원리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었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그걸 알아내는 것을 포기했어요. 오직 2명. 2명만이 각성자들의 비밀을 알아내는 연구를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고 해요.”


“정말인가요?”


케롤라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2명중 한명이 우리가 잡아야하는 그 박사라는 인물 본인이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여기서 조금 김이 새는 말이겠지만 정체나 근황같은건 전혀 몰라요. 알려진 바가 전혀 없거든요.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지워졌어요 관련 기록들이. 같이 연구에 참여했었던 연구진들도 이미 죽었거나 행방이 묘연해요.”


기껏 지도를 보고 따라왔는데 그 끝이 낭떠러지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난 완전히 상심하지는 않았다.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자 맹화라는 이름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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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3. 기적의 치유사(3) +3 20.12.12 186 2 12쪽
64 062. 기적의 치유사(2) +1 20.12.11 183 2 12쪽
63 061. 기적의 치유사 +1 20.12.10 187 2 12쪽
62 060. 주체할 수 없는 분노 +1 20.12.09 183 1 12쪽
61 059. 이별 +1 20.12.08 177 3 11쪽
60 058. 광기의 놀이공원(5) +1 20.12.07 181 3 12쪽
59 057. 광기의 놀이공원(4) +1 20.12.06 185 3 12쪽
58 056. 광기의 놀이공원(3) +1 20.12.05 190 3 12쪽
57 055. 광기의 놀이공원(2) +1 20.12.04 186 2 11쪽
56 054. 광기의 놀이공원 +1 20.12.03 198 3 11쪽
55 053. 과거를 보는 남자 +1 20.12.02 207 2 11쪽
54 052. 다시 만난 그 녀석 +1 20.12.01 214 3 11쪽
53 051. 대장(2) +1 20.11.30 219 3 11쪽
52 050. 대장 +1 20.11.29 228 3 11쪽
51 049. 전화위복(轉禍爲福) +1 20.11.28 257 4 11쪽
50 048. 다가오는 그들 +1 20.11.27 243 5 11쪽
49 047. 위기일발 +1 20.11.26 260 5 12쪽
48 046. 왜 여기 있는데 +1 20.11.25 283 6 11쪽
47 045. 다음 행선지는 어디?(2) +1 20.11.24 282 4 11쪽
46 044. 다음 행선지는 어디? +2 20.11.23 315 5 12쪽
45 043. 조사결과 +2 20.11.22 330 5 13쪽
44 042. 러시아 해외정보국 +1 20.11.21 341 5 12쪽
43 특별 작전 참모(캐릭터 외전) +1 20.11.20 339 5 10쪽
» 041. 케롤라인 +1 20.11.19 358 5 12쪽
41 040. 탈출 +1 20.11.18 367 6 11쪽
40 039. 한계돌파 +1 20.11.17 394 4 13쪽
39 038. 타임어택 +1 20.11.16 355 5 11쪽
38 037. 천의 얼굴(5) +1 20.11.15 375 6 11쪽
37 036. 천의 얼굴(4) +1 20.11.14 375 7 11쪽
36 035. 천의 얼굴(3) +1 20.11.13 3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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