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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75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09.20 03:42
조회
1,135
추천
12
글자
7쪽

미령(美靈)2-(2)

DUMMY

조금 전 베란다에서 뭔가 훅하고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것이다.

‘이 시간에 엄마가 온 것은 아닐 텐데. 그럼 혹시?’

영선의 머릿속엔 어쩌면 도둑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 온 영선은 현관문을 확인했다.

그러나 현관문은 아침에 나올 때처럼 굳게 잠겨 있었다.

하지만 영선은 여전히 불안했다.

떨리는 손끝으로 비밀번호를 누른 영선은 손잡이를 돌려 살짝 문을 열고 그 틈으로 안을 살폈다.

다행히 안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현관엔 문소리를 듣고 달려온 슬기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너 베란다에 갔었니?”

영선은 슬기를 안고 비어있는 사료그릇에 사료를 쏟았다.

영선이 슬기를 내려놓았지만 하루 종일 굶었을 텐데도 냄새만 맡을 뿐 입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영선이 가방을 풀기 위해 방에 들어갔을 때였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방안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바람까지 불었다.

이게 무슨 바람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에 걸린 커튼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아침에 닫았는데.”

집에 남자가 없어서 밤에 잠들기 전이나 집을 비울 때는 모든 문은 반드시 잠그는 것이 규칙이었다.

그런데 지금, 베란다로 통하는 창이 훤히 열려있는 것이다.

영선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 찜찜하긴 했지만 조금 전 밖에서 본 것이 흐느적거리던 커튼이라고 생각했다.

창문을 닫고 가방을 벗은 영선은 교복차림으로 침대에 누웠다.

지난밤 잠을 설친데다 조금 전 잠시 긴장했던 것이 풀리자 서서히 졸음이 쏟아진 것이다.

‘가게에 가야하는데.’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영선이 눈을 뜬 것은 두 시간이 훨씬 지난 뒤였다.

잠결에 뭔가 얼굴을 스치는 느낌에 눈을 뜬 영선은 밤에 깼을 때도 그랬던 것을 기억했다.

‘맞아, 그때도 이랬어.’

혹시 창문을 그대로 열어놨었나 하고 확인했지만 창문은 굳게 닫혀있어 밖에서 바람이 들어올 일은 없었다.

영선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30평이 넘는 집안에 슬기와 자기뿐이라는 생각에 겁이 난 영선은 슬기를 데리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파트 밑에서 위를 올려다 본 영선은 창문들이 제대로 닫혀있는지 확인하고 가게로 향했다.

슬기는 밖에 나와 신이 났는지 짧은 다리를 쪼르르 거리며 앞장을 섰다.

“엄마. 나왔어.”

가게에 들어서자 엄마는 마침 손님과 털실로 짠 목도리를 놓고 흥정 중이었다.

뜨개질에 남다른 소질이 있어 지은이 만든 상품은 여자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 때문에 매번 흥정을 하지만 결국 지은이 적당한 선에서 양보하는 것으로 끝나곤 했다.

“엄마. 그런 식으로 파니까 만날 본전이지.”

“엄마가 돈이 없어서 가게 차렸니?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하는 거야.”

“어련하시려고. 아무튼 우리엄마 부지런한 건 절대 못 말려.”

영선이 가게에 나오면 지은은 주문받은 물건을 만들고 영선은 엄마대신 손님을 상대했다.

그런데 장사수완이 뛰어났는지 누구든 한번 가게 안에 들어서면 좀처럼 빈손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다.

일단 영선과 마주한 손님은 반드시 손에 쥐었던 물건을 사고야 마는 것이다.

“엄마보다 낫구나?”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야.”

자신만만한 영선은 손에 지폐를 들고 살랑거렸다.

그런데 손님한테 받은 돈을 손금고에 넣고 문득 쇼윈도 밖을 바라보던 영선은 낯익은 아이들을 발견하고 눈을 떼지 않았다.

그아이들은 같은 반 조나미와 ‘화이브캣츠’ 멤버인 진도희였다.

가냘프고 간사스런 나미에 비해 중학교 때 태권도 학교대표였던 도희는 선머슴 같은 외모에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도희는 반이 달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쟤들이 웬일이지?”

그런데 나미와 도희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쇼윈도 밖에 누군가 등을 보이고 서있는 것이다.

“누구지?”

영선이 밖으로 나가보니 다름 아닌 혜진이었다.

“왔으면 들어오지 왜 여기 서있어? 어머! 얼굴이 왜 그래?”

혜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쪽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응. 그게.”

이때, 작업실에서 물건을 만들고 있던 지은이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혜진을 보게 되었다.

혜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으나 눈두덩이 위에 생긴 멍을 가릴 수는 없었다.

“어머나. 어쩌다 그랬어?”

“오는 길에 나뭇가지에 부딪혔어요.”

“저런. 조심하지 않고.”

그러나 영선은 이미 짐작하는 것이 있었다.

조금 전 나미와 도희가 지나갔던 일을 떠올린 영선은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음을 확신했다.

영선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혼자 쉬고 있던 혜진을 밖으로 불러낸 것은 나미였다.

영선이 혜진을 감싸고돌면서 돈줄이 막힌 교아가 조나미와 진도희를 시켜 돈을 빼앗아오라고 시킨 것이다.

그러나 저녁때나 돼야 엄마를 만날 수밖에 없는 혜진에게 돈이 있을 리 없었다.

그 때문에 온갖 핑계를 대며 집에 버텼지만 갖은 협박에 못이긴 혜진은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혜진에게 날아온 것은 도희의 주먹이었다.

“좋아. 오늘은 그냥 가는데 내일 두고 보겠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도희는 자기들이 왔다간 것을 남한테 발설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

특히 영선한테는 절대 말해선 안 된다고 거듭 다짐하고 돌아갔다.

다음날, 학교에 등교한 영선은 같은 반인 나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를 건드려?’

영선도 자신이 무엇을 믿고 이러는지 몰랐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나미가 괘씸해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이런 기미를 알았는지 나미는 영선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딴 데로 두고 있었다.

그러나 나미가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영선의 눈매에서 풍기는 묘한 카리스마는 부담스럽기만 했다.

결국 점심시간에 화장실에서 영선과 마주치게 된 나미는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시선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조나미.”

영선의 한마디에 나미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못들은 척하고 황급히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영선이 뒤를 좇아갔지만 나미는 어느새 교실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그런데 교아의 패거리에게 혜진만 당한 것이 아니었다.

교무실에 들러 담임선생의 지시를 받던 중 교사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게 된 영선은 ‘화이브캣츠’가 단순히 돈만 갈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단지 교내 문제아 서클 정도로만 알았던 ‘화이브캣츠’는 돈만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하급생들에게 도둑질은 물론 자신들이 해야 할 과제까지 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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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9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1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6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6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3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9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5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400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5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9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3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1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10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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