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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74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05 19:07
조회
309
추천
8
글자
7쪽

미령(美靈)2-(56)

DUMMY

결국, 미령과 지은의 설전(舌戰)은 필요하면 자신의 몸이라도 제공하겠다는 지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엄마 둘이 티격태격하는 걸 보니 기분이 묘하네.”

두 캔이나 비운 영선은 취기가 도는지 혀끝이 무뎌져 있었다.

“미령 엄마. 그 무당은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가 봐. 한번쯤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 무당이 그렇게 대단해요?”

“지금까지 내가 미리 살아있는 걸 모르게 한걸 보면 신통력이 대단한 것 같아.”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콩닥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듣고 있던 지은은 문득 미령이 언제부터 집에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동안 슬기 안에 있었어요.”

이 말은 지은도 놀라게 했지만 영선에게는 거의 충격적인 것이었다.

미령은 무희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긴 했으나 많은 것을 잃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갈 기가 충분하지 않아 처음엔 이슬의 몸 안에 숨어 있었으나 이슬이 죽으면서 새끼인 슬기의 몸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그동안 미령이 자신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영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랬군요.”

뜻밖의 사실에 당황한 건 지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도 모르고 슬기가 나이에 비해 영특하다고 했던 일을 떠올리니 머쓱해져 미령을 보기가 부끄러웠다,

“어쩐지 슬기가 너무 똑똑하다 했어요. 그런데 미령씨. 있잖아요.”

지은은 미령이 죽은 남편과 어떻게 만났고 어떤 관계였는지 궁금했다.

아이를 갖지 못하던 자신을 임신시켜 준 것을 보면 그냥 평범한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영욱이 죽기 전 다른 얘기는 해주었지만 그 얘긴 끝내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어요. 남편하고는 어떤 관계였나요? 또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도 궁금하고요.”

순간, 좀처럼 표정이 없던 미령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지은에게서 이런 질문이 나오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미령은 입을 떼지 못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을 고고한 여성의 영혼으로 알고 있는 이들에게 생전의 자신을 드러내긴 싫었던 것이다.

더욱이 영욱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매일 밤 그의 양기를 빼앗던 중 자신도 모르게 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말하기조차 민망한 과거 때문에 머뭇거리던 미령은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지금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녜요.”

“그렇군요. 제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네요.”

얼렁뚱땅 위기를 넘긴 미령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며 커다란 하얀 눈을 번뜩였다.

“이제부터 두 분의 힘이 필요해요.”

미령은 그동안 요령이 다녀간 일을 얘기하면서 그 일로 인해 어느 정도 기를 회복하긴 했으나 아직은 무희와 맞서기가 쉽지 않다면서 저들이 활동하지 않는 밝은 낮에 활동하려면 지은의 몸을 빌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요할 때 언제든 써요. 영선이만 무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을 못하겠어요.”

“내가 하면 되잖아?”

영선이 나섰지만 미령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넌 안 돼.”

“왜요?”

“넌 나하고 같은 기가 있어서 내가 네 안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미령의 얘기를 들은 지은은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음기가 남다른데 미령까지 들어가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미령의 얘기를 듣고 밤새 한 잠도 잘 수 없었던 지은은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남편 영욱에게 자신들을 보살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한편, 지난밤 요령을 영선의 집에 들여보내려 했던 무희는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며 손님을 받고 있었다.

“이런 서방이 딴 살림을 차렸네.”

“맞죠? 맞죠?”

여자는 무희의 말을 거듭 확인하며 처방을 요구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그 놈한테 혹이 하나 달렸어.”

“혹이라니요?”

“으이그. 그러니까 서방이 밖으로 돌지. 너 생긴 게 그저 그렇구나? 그렇지?”

여자는 방안이 어두워 보이지 않을 텐데도 무희가 장님이란 사실을 모르는 여자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감추었다.

“이 년아. 그러니까 서방한테 당하고 살지. 남자란 여자하기 나름이란 말도 몰라? 이제 보니 그 놈 마누라 덕에 먹고 사는구먼.”

처방을 내려주고 여자를 내보낸 무희는 그 이후 몇 명의 손님을 더 받고는 눈이 아프다며 나머지는 도희에게 넘기고 자리에 누웠다.

‘이 망할 놈의 눈, 여태껏 잠잠하다가 왜 이제 와서 말썽이야?’

무희는 어젯밤 오랜 만에 밖에 나가던 것이 무리였을까 했지만 오래전 의사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라 심기가 편치 않았다.

‘결국 이마저도 잃게 되는 건가?’

눈을 지그시 감은 무희의 머릿속에 자신이 이렇게 된 동기를 제공한 한 남자를 떠올렸다.

바로 영욱이었다.

무당이긴 해도 워낙 콧대가 높아 남자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무희였지만 외모에다 궁합까지 들어맞았던 그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빼앗겼던 남자였다.

무희는 비록 마음속의 남자였지만 영욱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언젠간 만날 날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수년 전, 그가 명을 다했을 때 무희는 어차피 망가져버린 자신의 육체를 받아줄 사람도 없어 죽어서라도 그와 인연을 맺으려고 했다.

그러나 무희의 이런 계획엔 걸림돌이 있었다.

그것은 미령과 누군지 모르는 그의 부인이었다.

그 둘을 그냥 두면 반드시 사후에 남자를 찾아올 것이었기에 죽기 전에 그들이 저승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지난 과거를 생각하던 무희는 점점 더해지는 통증에 도저히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박양아.”

잠시 후, 방으로 들어온 박양에게 무희는 냉장고에서 얼음을 갖고 오라고 시켰다.

“얼음은 왜요?”

“눈이 아파서 얼음으로 찜질하면 좀 나을까 해서.”

“눈에 뭐 들어간 거 아녜요? 제가 봐드려요?”

지금까지 한 번도 밝은 곳에서 남에게 눈을 보인 적이 없는 무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남은 시력이라도 보존하고 싶었던 무희는 박양 말대로 뭐가 들어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려면 창문의 커튼을 열어야 하는데 라이터 불빛도 볼 수 없는 마당에 햇빛이라도 새어 들어오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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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미령(美靈)2-(82,최종회) +3 12.01.10 489 10 9쪽
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9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1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6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6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3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9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5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400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5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9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3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1 14 7쪽
» 미령(美靈)2-(56) +1 11.12.05 310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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